태그 : 방법
... 이런 점은 모델이란 것에는 언제나 생략된 요소가 있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이 점은 지도를 생각해보면 잘 알 수 있다. 그 누구도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표시된 1:1 크기의 지도를 들고다니지는 않는다. 지도는 언제나 그 지도를 선택한 사람이 관심을 기울이는 요소들을 중점적으로 남기고, 덜 중요한 요소들을 생략한 후 과감히 현실을 축소함으로서 비로소 가치를 갖게 된다.
정리해 보자면 이 문제에 정답은 존재하지 않지만 덜 틀리기 위한 일종의 지침 같은 것은 존재한다.
1) 대개의 모델은 현실을 단순화시킨 것이기 때문에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 하지만 또한 현실의 어떤 측면을 강조함으로써 이해에 도움을 준다.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모델을 갖고 놀아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2) 자신이 어떤 결론 같은 것을 믿는다면 그 결론이 어떤 모델에서 도출된 것인지 기억하고, 필요할 때마다 그 모델로 되돌아가 변수를 바꾸어가면서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정교한 연구를 통해 얻어낸 결론이라도 결론에서 모델이 떨어져나가버리면 결론은 곧 낡고 틀리게 된다.
3) 늘 가능한 복수의 모델을 갖고 놀아야(sonnet님께서 직접 넣은 강조) 한다. 서로 다른 모델은 현실의 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현실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려면 복수의 모델을 비교검토하는 한편, (크게 잘못된 모델이 아니라면) 각 모델들이 어느 정도 상보적인 역할을 해 준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4) 모델을 갖고 충분히 놀았다면 모델이 현실을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생략했던 부분들을 끄집어내어 우리의 결론이 얼마나 적실성이 있는 것인지를 다시 맞추어 보아야 한다. 사실 많은 모델은 그 모델에 잘 맞지 않는 사례들을 따로 빼내 골방에 쳐넣어 감춰두는 방식으로 만들어지곤 한다. 따라서 단순화 과정에서 생략된 사례들이야말로 결론의 적실성을 검증할 진정한 시험대가 된다.
여기 나온 것 중 중요한 점만 추리고 경험상 깨달은 몇 개만 첨부하자;
0. 사실은 대개의 경우 매우 복잡하다.
1. 따라서, 특히 관심 있는 한두 가지 사항에 집중하여 가설('모델'이라 말해도 된다)을 세운다.
2. 관심 있는 사항만 변할 수 있도록 실험을 설계한다. (몇몇 역사적인 과학들, 가령 고생물학이나
역사학 등에서는 실험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3. 실험을 진행한다.
4. 결과를 분석하고 가설과 부합하는지 검토한다.
* 가설과 부합할 경우 다른 실험을 더 진행한다. 물론 앞의 가설과 계속 부합할 경우 가설은 '진실'
에 점점 가까와지는 셈이다.
* 부합하지 않을 경우 이유를 검토해야 한다. 실험 자체가 잘못 진행되었거나, 실험 도중에 변수
의 범위 자체가 가설이 적용되는 범위를 벗어났을 수도 있다.
* 가설과 결과를 검토할 때 극단적인 범위의 것은 조심해서 다루어야 한다. 대체로 변수가 가설을
적용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는 수가 많기 때문인데, 어떤 경우는 오히려 가설의 타당성을 확
인해 볼 수 있는 잣대가 되어 주기도 한다.
漁夫가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해 온 거의 모든 '과학'이라 불리우는 일은 이 설명(이 설명 자체도 사실 단순화니 '모델'인 셈이다)에 잘 부합한다. 어느 누구도 - 이 쪽에서 오래 굴러 온 사람이라면 - 잘 모르는 어떤 일의 전체를 한 번에 설명하는 모험을 하려 들지 않는다. 어떤 가설을 세울 때라도 모든 것을 단순화시키고 출발한다. 좋은 단순화야말로 과학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고, 요즘 '환원주의 타도'나 '전체적으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漁夫는 다소 시큰둥한 편이다. 가설이 실제와 얼마나 잘 맞는지에 대한 적절한 검토만 있다면,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거의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작게 나누어 하나씩 해결하라'는 방법은 2000년 전부터 있었다. Divide et impera.
漁夫
# by | 2008/04/26 22:29 | Views by Engineer | 트랙백 | 핑백(4)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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