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글루스

漁夫의 'Questo e quella'; Juvenile delinquency

검색페이지 이동

사이드 메뉴

이글루스 블로그 정보

폐경; 도대체 왜 존재하는가

앱으로 보기

본문 폰트 사이즈 조절

이글루스 블로그 컨텐츠

  남자와 여자; 행동을 트랙백.  그리고 세이리온님께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좀 글다운 포스팅을 여기 한 지 벌써 20일 가까이 지났군요.  더 이상 시간 보내다가는 복귀 못 할 것 같습니다.  아래 글에 리플 남겨 주신 분들께 다시 감사드립니다
.



  폐경(menopause; 또는 완경이라고도 부릅니다)은 전체적으로 보아 포유동물에서는 매우 드문 현상입니다.  이것은 겉으로 보기에 '적합한 개체의 번식'이라는 자연선택의 교리에 위반되죠.  특정 연령에 달한 포유동물 성체(보통은 암컷)가 앞으로 꽤 오래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예 번식을 못 하게 되어 버리는 현상인데, 도대체 자식을 낳지 못하게 만드는 (즉 유전자를 후세에 전달도 못 하게 만드는) 이 현상이 왜 나타나고, 어떻게 종의 일반적 성질로 퍼지게 되었을까요?  

  저는 여러 포스팅에서 이 점을 강조해 왔습니다.  어떤 현상이 어느 종에서 일반적으로 보인다면, 첫째 그 현상이 그 종이 처한 환경에서 개체의 생존에 도움을 주는가, 둘째 그렇지 않다면 단순히 다른 (이로운) 성질의 부산물인가, 마지막으로 그 종이 진화해 온 역사의 유물인가(이 경우 해로울 수도 있습니다)라는, 적어도 세 가지 질문에 그럴듯한 답을 할 수 있어야 진화적으로 의미가 있는 설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연계에서는 폐경이 드문 현상이긴 하지만, 인간 외에 수명이 긴 포유류인 고래류에서 발견된 사례가 있는 모양입니다.  J. Diamond는 'Why sex is fun'에서 지느러미고래(pilot whale)의 예를 들고 있습니다.  흰줄박이돌고래나 향유고래, 흰긴수염고래 등 더 큰 고래류는 관찰 기록이 부족해서 아직 확증이 없습니다.  의외로, 육상 포유동물에서는 야생 상태에서 확정적으로 폐경이라고 말할 만한 상태가 오래 산 개체에서 일반적으로 관찰되는 예가 아직까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일단 사람의 경우만 생각해 보죠.  대략 40대 후반이 된 여성이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는 현상인데, 무엇이 이득이고 무엇이 손해인가 관찰해 볼 일입니다.  두 가지 설이 현재 대립하고 있다고 합니다.

  1. 진화적인 적응이다.

  이 설을 진지하게 처음 주장한 사람은 대가인 George Williams라고 합니다.  그는 1957년 그 유명한 노화에 대한 논문을 내면서, 폐경에도 진화적 이득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것은 보통 '좋은 할머니' 이론이라고 부릅니다.  여자들이 폐경이 지난 후에도 오래 살면서 손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이론이죠.  G. Williams가 특히 이렇게 주장한 이유는, 인간 여성에게 출산이 상당히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다른 포스팅에서 석기 시대에 4명의 아이를 낳을 경우 누적 모성 사망비를 대략 20%로 어림했습니다만, 당연히 여성의 나이가 올라가면서 생식 기관의 노화에 따라 출산당 사망 가능성은 점점 올라가고 생존 가능성 낮은 기형아를 출산할 가능성도 마찬가집니다.  한 예로, 다운 증후군(석기시대에 제대로 장성해 자식까지 낳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었겠죠) 가능성은 어머니가 40세 후반에는 거의 10%로 증가합니다.  한 마디로 '애 새로 낳다가 쓸데없이 일찍 저승 구경하거나 제대로 된 애를 보지도 못하느니 잘 될 가능성 큰 손자나 돌봐라'는 논리인 겁니다.  실제 현재의 수렵 채집민들을 관찰하면, 할머니들이 가족에게 갖고 오는 식량의 양이 현역 어머니보다 더 많다고 합니다. 당연히 식량을 많이 얻은 손자들은 생존률이 증가하겠죠.
  J. Diamond는 보통 인정받는 위의 설명 외에 또 하나를 추가합니다.  씨족의 노인들(나이 많을수록 당근 할머니가 압도적으로 많죠.  석기 시대에 남자들끼리 치고 받아 죽는 가능성이 1/3에 가까왔음을 상기합시다)이 씨족 사회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심한 기근이 든 경우 노인들의 경험으로 씨족 전체를 - 규모가 기껏해야 수백 명 정도였으니 상당수는 친척이었겠죠 - 구하면 노인 자신의 몸에 들어 있는 유전자도 같이 살아남는다는 논리입니다.  J. Diamond 자신의 경험에 의하면 흔히 볼 수 없는 일들을 물어보면 부족 사람들은 그를 부족의 최연장자에게 데려갔다고 합니다.  정말 이렇다면, 남성보다 출산 문제만 없으면 오래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은 여자를 폐경으로 더 오래 살려 놓는다면 후손을 살려 놓을 가능성을 올릴 수 있습니다.

  2. 단지 요즘에 인간이 너무 오래 살게 된 부산물일 뿐이다.

  위에서 얘기한 좋은 할머니 이론은 수량적으로 검증이 가능합니다.  실제 이런 일을 Kim Hill과 공동 연구자들이 했습니다(Kim Hill이 어떤 연구를 하는지는 이 링크 등을 참고).  이들이 남아메리카에서 연구한 결과, 실제 관찰한 정도보다 훨씬 더 좋은 할머니가 되어야만 폐경이 유전자의 측면에서 이로울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이 설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또 있는데, 석기 시대의 사람 뼈를 기반으로 연구한 결과 폐경이 의미가 있을 정도로 오래 살아남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어차피 그 때까지 살아남는 사람이 거의 없다면 폐경이 진화적으로 의미가 있을 리가 없겠지요.  이런 근거를 통해서, 유명한 노화학자 S. Austad(최재천 교수의 스승이기도 합니다)는 좋은 할머니 이론을 지지하지 않고 있습니다.  요즘 폐경이 일반적 현상이 된 이유는, 단지 인간이 요즘 평균 수명이 길어져서(주로 전염병을 막은 데 힘입어) 폐경을 보이는 여성의 빈도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 설에는 방증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인간 여성은 폐경 후 호르몬 수준이 바뀌면 순환계 질환과 골다공증 등 치명적일 수 있는 질병 발병률이 상당히 커진다는 것입니다.  아마 폐경이 적응이라면, 여성의 몸도 이 정도에는 적응을 했을 가능성이 있죠.

=====================================

  개인적으로는 좋은 할머니 이론을 약간 더 좋아합니다만, 아직까지 결정적인 결론은 나오지 않았으므로 섣불리 결론을 내릴 상황이 아닙니다.  양편의 근거는 현재 모두 반박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느 편 손을 들어주기가 힘듭니다. 

  이렇게 평범해 보이는, 여성의 폐경이란 현상도 제대로 이유를 묻는다면 대답하기 쉽지 않은 것이 인간의 진화죠.

  漁夫

6

포스트 공유하기

썸네일
어부님의 글 구독하기
덧글 30 관련글(트랙백) 1
신고
맨 위로
앱으로 보기 배너 닫기

공유하기

주소복사

아래의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할수있습니다.

http://fischer.egloos.com/m/3796718
닫기

팝업

모바일기기에서만 이용이 가능합니다.
운영체제가 안드로이드, ios인
모바일 기기에서 이용해주세요.

덧글 삭제

정말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확인

게시글 신고하기

밸리 운영정책에 맞지 않는 글은 고객센터로
보내주세요.

신고사유


신고사유와 맞지 않을 경우 처리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 위반/명예훼손 등은 고객센터를 통해 권리침해
신고해주세요.
고객센터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