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는 아직도 분석 장비와 인연이 깊습니다. 전 회사 시절이나 옮긴 다음에나 분석 자체를 연구해야 한다는 면에서는 마찬가지죠.
어부가 회사에 처음 다니기 시작할 무렵만 해도 DSC에 autosampler(밑으로 내려가다 보면 설명 나옵니다) 같은 게 어디 있었습니까. 대학원에서야 저렴한 노동력이라고 쓰고 따까리 또는 半 노예라고 읽는다이 많으니까 '야, 밤새 다 돌려놔'라는 해결책이 통하지만 회사에서는 그렇게까지는 웬만해선 하지 않죠. NMR도 100MHz 시절이다가 입사 때나 300MHz가 등장했고 (지금은 500~600MHz가 주력) GC-MS , FT-IR등은 있는 곳이 드물 지경이었던 원시 시대였죠. PCR없는 bio lab이 별로 없겠지만, 어부 초짜 때는 국내에 아직 일반화 안 됐다고 기억합니다. 아 그 원시 시대에도 data는 냈고 GC peak 면적 integration을 chart 잘라 태워서 건조 질량비로 측정하던(종이의 흡습성 땜에 그냥 잘라 달면 재현성 없습니다) 석기시대~~~~ 학부 시절구석기 시대에는 전자 저울조차 없이 실험하기도 했었다는.... 분동 달고 양팔저울 평형 될 때까지 과자까까 먹으면서 기다렸던 추억(dog's horn. 지겨워 죽을 뻔)....
그러나 이런 원시 시대에도 근본적으로 과학을 하는 방법 자체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byontae님이나 모기불 님의 말씀처럼 탐정들이 쓰는 방식.가설을 세우고, 이용 가능한 방법을 동원하여 발견한 사실이 그 가설과 잘 일치하는가를 검증. 아무리 사소한 주변 상황이래도 놓치지 않는 세심함이 필요. 요즘에야 장비가 훨씬 좋아졌으니 같은 일이래도 더 빨리 끝나긴 하지만, 그래도 인간의 두뇌와 세심한 사전 조사, 실험 설계의 중요성이 떨어졌던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장비만 좋은 실험실이 좋은 결과를 낸다고는 누구도 말하지 않습니다. 근본적으로 모르는 분야는 누구나 처음에 다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부터 시작하죠. 개인적으로, 기업 연구소에 있을 때 가장 보람을 느꼈던 일은, 동료이자 선배 한 분(업무에 유능하며 아직도 존중합니다)이 안 될 거라고 단언했던 일을 성공시켜서 정규 공장 QC(quality control) 업무로 정착시킨 것입니다. 분석에 필요한 시간도 3일에서 하루로 줄였으니 누구에게라도 어부가 자랑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적정 환율: 석유를 수입할 땐 달러당 500원, 휴대폰을 수출할 땐 1500원 적정 금리: 두 번째 아파트를 살땐 은행 이자 연 1%. 물가를 위한 정책 금리는 연 12% 적정 해외 자본: 국영화를 하면 세금이 아깝고 심지어는 연기금을 투자하기도 아깝지만 그렇다고 해외로 배당하면 배아플 회사들에 대해 투자하여 수익을 전부 세금으로 우리나라에 바치는 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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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힌 대안이기는 한데, 직접 실험해 보면
적정 환율: 석유를 수입할 땐 달러당 1500원, 휴대폰을 수출할 땐 1500원 적정 금리: 두 번째 아파트를 살땐 은행 이자 연 12%. 물가를 위한 정책 금리는 연 12% 적정 해외 자본: 국영화를 하면 세금이 아깝고 심지어는 연기금을 투자하기도 아깝지만 그렇다고 해외로 배당하면 배아플 회사들에 대해 투자하여 수익을 전부 세금으로 우리나라에 바치는 자본... 이라면 벌써 해외로 도망갔음
사람들이 대략 이렇게 반응한다는 게 문제죠..... -.- (Ha-1님 죄송합니다 ^.^ 진지하게 받아들이시진 않겠죠.... )
'천조국'에서 일반인이 사용하는 암호화에 (예를 들면, PGP) 국가 안보나 사회적 안전 등의 목적으로 제한을 가하려는 움직임과,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며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던 지는 이미 오래입니다. 뭐 이런 거야 우리 나라에서도 오래된 얘기니 새삼스럽지는 않죠. 그 중 정부 측(물론 암호화 제한 입장이죠)에서 제안한 것 중 하나가 개개인 암호를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 맡기자는 '암호(열쇠) 신탁' 방법입니다. 미국의 유명한 기술 전문 기자인 케네스 닐 쿠키어(이 사람 6월 중순에 우리 나라에 방문하기도 했군요)가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한 말은 그야말로 걸작입니다. 이런 글솜씨는 정말 부럽군요.
암호화 논쟁에 연루된 사람들은 모두 지성인들이고, 존경받는 사람들이며, 열쇠 신탁 시스템을 찬성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런 특성 중 두 가지 이상을 동시에 가지고 있지는 않다. (from 'The Code Book', by Simon Singh)
일반인용과 전문가용 version이 같이 있습니다. 딱 하나 이 글에서 맘에 안 드는 것이라면 '우리민족은 이땅에서 수만년을 적응해 왔다. 우리민족에게 필요한 미량원소는 당연히 우리땅에 많이 포함되어 있고 이땅에서 자란 농산물을 통해 우리에게 공급된다.'라고 할까요. ^^
漁夫 자신이 기업체에서 연구원으로 꽤 오래 재직했던 만큼 - 지금도 반쯤은 그렇지만 - 최소한 남들이 과학이라고 부르는 것을 해 왔다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누군가가 "漁夫님, 과학을 제대로 한다는 것이 도대체 어떤 것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참 난처하다. "그런 거 설명할 필요 있습니까? 주변의 다른 사람들 하는 대로 하면 되죠." 이러기에는... 좀 쪽팔리지 않는가. -.- '10년 넘게 해 오셨다면서요. 그것도 모릅니까?' (울컥!) ...... 하아, 진짜 난감한 일이다. 역시 남들에게 배워 오는 것(이라고 쓰고 베끼기라고 읽는다)이 더 쉽다고 생각하는 漁夫는, 직접 읽은 책에서 좀 참고가 될 만한 것을 추려 보기로 하겠다. 다른 이과 분이 이런 질문을 받았다고 해도 도움이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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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을 하는 그 자체가 과학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마술이 전수되는 것과 같이 또는 법률과 의약의 노련함과 전통이 전수되듯이 스승으로부터 제자에게 전수되는 하나의 예술이었다. 책과 교실수업만으로는 법을 배울 수 없다. 의약의 노련함도 배울 수 없다. 더구나 과학은 배울 수 없다. 왜냐하면, 과학에서는 아무것도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 없다. 어떤 실험도 최후의 증거가 될 수 없고 모든 것이 단순화되었으므로 근사점일 뿐이다. 미국의 이론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은 칼 테크(Cal Tech)의 학부 학생들이 꽉 찬 강의실에서 그의 과학에 대해 솔직히 말한 적이 있다. "우리가 무엇을 이해한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는 허심탄회하게 질문하였다. 우리는 세계를 구성하는 이 복잡한 움직이는 것들이 신들의 위대한 체스이며 우리가 이 게임을 구경하고 있다고 상상할 수 있다. 우리는 이 게임의 규칙을 알지 못하며 우리에게 허용된 것을 체스를 구경만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충분히 오랫동안 관찰한다면 우리는 마침내 두세 가지 규칙은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 게임의 규칙을 우리가 기본적인 물리학이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가 모든 규칙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규칙으로 우리가 설명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 왜냐하면 거의 모든 경우가 매우 복잡하여, 이 규칙들을 사용하여 게임을 추적할 수 없다. 이 다음에 무엇이 일어날 것인지는 더욱더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좀더 게임의 규칙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에 우리 스스로를 제한하여야 한다. 만일 우리가 규칙들을 모두 알고 있다면 우리는 이 세상을 이해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 'The making of the atomic bomb', Richard Rhodes. 문신행 역, 민음. -
.. 이번 장에서 우리는 플레처 리드(Fletcher Reede)의 이야기만큼 가상적인 상황에 대해 살펴보았다. '진실의 세계'는 시장이 완전하고 자유롭고 경쟁적인 세계다. 한편 현실에서 우리가 완전하고 자유롭고 경쟁적인 시장을 달성하는 것은 권모술수를 잘 부리는 변호사가 누구에게나 진실만을 이야기하게 만드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당신은 왜 이런 기묘한 경제학자의 공상에 대해 간략하나마 살펴보았는지 의아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대답을 하자면, 이러한 공상은 왜 경제적 문제가 대두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또한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 'Undercover economist', Tim Harford. 김명철 역, 웅진 지식하우스. -
마지막으로 인용하자면, 漁夫가 이글루스 멤버 중 (漁夫와 주된 관심사는 다르지만) 가장 과학적인 판단력을 존중하는 분 중 한 분이신 sonnet님의 글에서 꼽겠다.
... 이런 점은 모델이란 것에는 언제나 생략된 요소가 있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이 점은 지도를 생각해보면 잘 알 수 있다. 그 누구도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표시된 1:1 크기의 지도를 들고다니지는 않는다. 지도는 언제나 그 지도를 선택한 사람이 관심을 기울이는 요소들을 중점적으로 남기고, 덜 중요한 요소들을 생략한 후 과감히 현실을 축소함으로서 비로소 가치를 갖게 된다. 정리해 보자면 이 문제에 정답은 존재하지 않지만 덜 틀리기 위한 일종의 지침 같은 것은 존재한다.
1) 대개의 모델은 현실을 단순화시킨 것이기 때문에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 하지만 또한 현실의 어떤 측면을 강조함으로써 이해에 도움을 준다.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모델을 갖고 놀아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2) 자신이 어떤 결론 같은 것을 믿는다면 그 결론이 어떤 모델에서 도출된 것인지 기억하고, 필요할 때마다 그 모델로 되돌아가 변수를 바꾸어가면서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정교한 연구를 통해 얻어낸 결론이라도 결론에서 모델이 떨어져나가버리면 결론은 곧 낡고 틀리게 된다. 3) 늘 가능한 복수의 모델을 갖고 놀아야(sonnet님께서 직접 넣은 강조) 한다. 서로 다른 모델은 현실의 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현실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려면 복수의 모델을 비교검토하는 한편, (크게 잘못된 모델이 아니라면) 각 모델들이 어느 정도 상보적인 역할을 해 준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4) 모델을 갖고 충분히 놀았다면 모델이 현실을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생략했던 부분들을 끄집어내어 우리의 결론이 얼마나 적실성이 있는 것인지를 다시 맞추어 보아야 한다. 사실 많은 모델은 그 모델에 잘 맞지 않는 사례들을 따로 빼내 골방에 쳐넣어 감춰두는 방식으로 만들어지곤 한다. 따라서 단순화 과정에서 생략된 사례들이야말로 결론의 적실성을 검증할 진정한 시험대가 된다.
여기 나온 것 중 중요한 점만 추리고 경험상 깨달은 몇 개만 첨부하자;
0. 사실은 대개의 경우 매우 복잡하다. 1. 따라서, 특히 관심 있는 한두 가지 사항에 집중하여 가설('모델'이라 말해도 된다)을 세운다. 2. 관심 있는 사항만 변할 수 있도록 실험을 설계한다. (몇몇 역사적인 과학들, 가령 고생물학이나 역사학 등에서는 실험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3. 실험을 진행한다. 4. 결과를 분석하고 가설과 부합하는지 검토한다. * 가설과 부합할 경우 다른 실험을 더 진행한다. 물론 앞의 가설과 계속 부합할 경우 가설은 '진실' 에 점점 가까와지는 셈이다. * 부합하지 않을 경우 이유를 검토해야 한다. 실험 자체가 잘못 진행되었거나, 실험 도중에 변수 의 범위 자체가 가설이 적용되는 범위를 벗어났을 수도 있다. * 가설과 결과를 검토할 때 극단적인 범위의 것은 조심해서 다루어야 한다. 대체로 변수가 가설을 적용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는 수가 많기 때문인데, 어떤 경우는 오히려 가설의 타당성을 확 인해 볼 수 있는 잣대가 되어 주기도 한다.
漁夫가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해 온 거의 모든 '과학'이라 불리우는 일은 이 설명(이 설명 자체도 사실 단순화니 '모델'인 셈이다)에 잘 부합한다. 어느 누구도 - 이 쪽에서 오래 굴러 온 사람이라면 - 잘 모르는 어떤 일의 전체를 한 번에 설명하는 모험을 하려 들지 않는다. 어떤 가설을 세울 때라도 모든 것을 단순화시키고 출발한다. 좋은 단순화야말로 과학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고, 요즘 '환원주의 타도'나 '전체적으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漁夫는 다소 시큰둥한 편이다. 가설이 실제와 얼마나 잘 맞는지에 대한 적절한 검토만 있다면,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거의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작게 나누어 하나씩 해결하라'는 방법은 2000년 전부터 있었다. Divide et impera.
Oliver Heaviside는 참 특이한 사람입니다. 이 사람이 도대체 어떤 일을 했길래 제가 인용했는지 좀 설명하겠습니다.
... 사실 수학에서 이루어진 진보의 상당 부분은 다른 분야(물리학 등)에서 나타났다고 해도 된다. 이들이 모래 위에 작은 집을 지어 놓으면, 다음에 수학자들이 기초 공사를 하고 큰 집을 지어 놓았다.... 올리버 헤비사이드는 전기회로를 연구하다가 어려운 미분방정식을 쉬운 다항식 계산으로 변환하는 방법을 알아내었다. 그는 움찔하는 수학자들 앞에서 "증명은 실험실에서 한다"고 선언했다. 수학자들이 헤비사이드의 방법이 라플라스 변환이라는 발견된 지 오랜 기법으로 설명될 수 있음을 알아내기까지, 전기기사들은 그의 '연산자법(operational method)'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헤비사이드는 델타함수란 것도 사용했는데, 수학자들은 이것을 괴물이라 선언했다. 왜냐하면 당시 수학 기법으로 이런 함수는 존재할 수 없음을 엄격히 증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수학자들을 화나게 한 것은 그 방법이 항상 맞는 결과를 준다는 것이었다. 20세기에 수학자 로랑 슈바르츠가 그 성격을 밝혀낼 수 있을 때까지 그랬다. 그가 증명한 것은 델타함수가 함수란 것이 아니라 초함수(distribution)라는 것이며, 이런 문제에 사용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 헤비사이드는 이 단락 처음에 말한 '비합리적인 사람들' 중 하나였다....
- 'π의 역사', 페트르 베크만 저
저런 일 아무나 할 수 없죠. 그렇다면 어부 같이 보통 사람이 밥벌이 할 수 있겠습니까.
漁夫
ps. 세이리온님, 잠깐만 기다려 주셔요. 폐경 얘기는 제가 포스트 만드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이 포스팅 같이 아래 포스팅 내려보내는 목적으로 쓸 수가 없거든요. 죄송합니다~ -.-
.... 15세기 프랑스의 부패한 관료 자크 쿠오(Jacques Coeur. 옮긴이 주; 자크 쾨르가 더 관례에 가까울 텐데 어떻게 쿠오가 됐는지 참...)를 들 수 있다. 그는 찰스 7세(옮긴이 주; 샤를 7세라고 했어야죠)의 주조소장으로서 은화를 주조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그는 1453년 부패 혐의로 기소되었기 때문에, 재판 기록을 통해 그의 축재 과정을 추적해 볼 수 있다. 그는 마르세유 항에서 군함의 뱃머리 가득히 은화를 싣고 시리아로 가서 그것을 판 뒤 금화를 구입해 프랑스로 돌아오는 방법으로 큰 부를 축적했다. 배 한 척에 은화 1만 마르크(옮긴이 주; 신성로마제국의 마르크 은화를 의미합니다)를 실어 보낸 적도 있었다. 왜 그렇게 했을까? 쿠오에 따르면, 같은 양의 은화를 시리아로 가져가면 프랑스에서보다 14%의 금을 더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차익만으로도 배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는 정도의 위험은 보상받고도 남는 것이었지만, 여기에 한술 더 떠 그는 은화에 동을 섞어서 무게를 더 나가게 한 뒤 순도를 보증하는 백합 무늬의 황실 문양까지 새겨 넣었다. [ 옮긴이 주; 이 사람, 진짜 사기 치기로 맘 먹은 모양이군요 ^^ ] 그러나 쿠오의 부패보다도 프랑스와 시리아 간에 이렇게 큰 가격 차이가 생긴 이유가 더 재미있다. 이야기의 발단은 쿠오의 시대보다 500년 전인 10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10세기 말쯤 아랍권에서 은화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고, 반면 기독교권에서는 금화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이것은 광산의 생산량과 질 좋은 동전을 주조하는 능력이 반영된 결과였다. 유럽은 은이 필요했고 아랍은 금이 필요했기 때문에, 은에 대한 금의 가치는 기독교권보다 아랍권에서 더 높이 매겨지는 경향이 있었다. 십자군 운동이 없었다면 이런 상황이 계속되었을 것이다. 십자군들은 몸에 지닐 수 있는 최대한의 금을 갖고 갔으나, 전공을 세운 대가로는 은을 선택했다. 레반트(옮긴이 주; 현재의 시리아, 이스라엘 등 중동 일대를 칭합니다) 지역에 자리를 잡자마자(옮긴이 주; 1차 십자군이 예루살렘 탈환에 성공하며, 상당 기간 기독교인들이 예루살렘을 차지합니다) 그들은 은화를 주조하기 시작했다. 오래지 않아 십자군이 주조한 많은 은화가 그들과 거래를 튼 이슬람 상인들의 손으로 넘어갔고, 이어서 이슬람인들 간의 거래에도 쓰이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십자군들도 아랍인들에게서 빼앗거나 거래의 대가로 받은 금화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십자군들은 직접 금화도 주조했는데 아랍에서 빼앗은 형판을 주로 사용했기 때문에,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Gresham's law)'에 따라 아랍의 금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여기까지는 문제될 것이 없었다. 십자군을 통해 많은 양의 은이 아랍 세계로 흘러들어왔기 때문에 아랍은 지난 1세기 이상의 공백을 거쳐 은화를 재도입할 수 있었다.그 결과 아이러니칼하게도 은의 수요가 늘어났고, 유럽에서 은에 대한 금의 가치와 아랍에서 은에 대한 금의 가치가 역전되었다. [옮긴이 주; 원래 아랍권에서 금이 귀했으나, 이제는 오히려 은이 귀해졌다는 얘깁니다. ] 사태가 이렇게 되자 실업가들에게는 큰 이익을 챙길 기회가 생겼다. 그들은 에이커(옮긴이 주; '바다의 도시 이야기'를 보면 팔레스타인에 '아콘'이라는 도시가 나옵니다. 아마 여기 아닌가 합니다) 지역 같은 기독교 고립 지역에 잔류하거나 아예 유럽 본토로 돌아와서 아랍 은화를 위조하고 그것을 배에 실어 아랍으로 가서 금과 교환했다. 밀라레스(millares)라고 불리던 이 동전에는 '알라 이외의 신은 없고, 마호메트는 그의 사도이며, 마디(Mahdi)는 우리의 지도자이다'라는 구절이 쓰여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제작한 사람들 중에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백작과 공작, 심지어 아를르나 마르세유 및 제노바의 주교도 끼어 있었다. 이같이 불경스런 작태에 깜짝 놀란 신앙심 깊은 프랑스 왕 루이는 무능한 교황 이노센트 4세를 설득해 1260년대에는 밀라레스 위조를 금지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위조는 비밀리에 계속되었다. 13세기에만도 대략 4000톤의 은(옮긴이 주; 은은 보통 트로이 온스 단위를 씁니다. 31.1g이죠. 4000톤이면, 얼마나 많은지 정말 징~합니다)에 해당하는 30억 개의 밀라레스가 아랍 세계에서 쓰일 목적으로 기독교 세계에서 제작되었다. 그것은 25년간 유럽 전체 은광의 최대 생산량에 맞먹었다. 세르비아, 보스니아, 사르디니아, 보헤미아의 은광에서 생산된 전량의 은이 밀라레스 제작에 쓰였다. 말할 것도 없이 유럽의 은화는 점차 위태로워졌다. 프랑스 은화를 갖고 가장 큰 이윤을 남길 수 있는 방법은 그것을 남부 지방에 가져가 녹여서 밀라레스로 다시 주조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국내의 화폐 공급은 어려워졌다. 화폐의 가치는 저하되기 시작했다. 아랍 사람들은 이 은화의 대가로 무엇을 줬을까? 금이었다. 아라비아와 중앙 아시아의 금광 외에도 가나에서 사하라 사막을 건너 금을 가져오는 낙타 행렬이 가세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금이 모여들어 한때 이집트에서는 금이 은과 같은 가격, 심지어는 소금과 같은 가격으로 거래된 적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이 이탈리아 통치자라면 어떻게 하겠는가?나라에 은이 절망적일 정도로 부족한데 상인들 손에는 밀라레스 은화를 팔아 받은 금이 넘쳐난다면, 통치자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조치는 금화를 주조하는 것이다. 1252년에 베니스와 제노바가 그렇게 하기 시작했고(옮긴이 주; '바다의 도시 이야기'를 보면 1251년 제노바, 이듬해에 피렌체, 베네치아는 1284년에야 금화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한 세기 뒤에는 대부분의 유럽 국가가 이를 따랐다. 그러나 그 결과는 엉뚱했다.금의 수요가 늘어나서 밀라레스 무역의 이윤은 더 커졌다. 게르만의 대다수 통치자들이 금화를 주조하기 시작한 1339년, (유럽에서) 1그램의 금은 21그램의 은과 교환되었다. 그러나 시리아나 이집트에서 1그램의 금은 10~12그램의 은의 가치밖에는 없었다. bimetallic flow(複本位 유동)이라고 알려져 있는 이 이상한 현상은 전혀 무의미해 보인다. ..... 복본위 유동은 오늘날 통화 시장의 중세적 형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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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훈 ;
1. 그 종교 위주의 중세 때에도 돈이 실제적으로 종교 교리보다도 우위였다. 2. '1원 같은 10원짜리'에서 말한 현대 금속 화폐나, 중세 시대의 화폐나 똑같은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 3. 어떤 경제 정책이라도 - 아무리 합리적이라 해도 - 꼭 부작용을 동반한다. (부작용이란 말이 뭣하면, '의도하지 않았던 시장의 반응'이라고 해도 되겠다)
어부가 감히 이것저것 보고 말할 수 있는 것이라면, 필요한 '정보'의 대부분은 - 보통 반 이상 - 그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알아볼 수 있는 형태로 이미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전공 분야에서 일을 하면 할수록 점점 이것이 중요함을 느끼는데, 가장 큰 문제는 노출된 정보에서 진짜 중요한 것을 골라내는 과정이 너무 힘들다는 점이다.
진짜 일을 잘 하는 비결은 '의미 있는 정보를 얼마나 빨리 알아내고, 그 중 중요성 높은 넘을 얼마나 신속하게 골라내는가'에서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D. Halliday, R. Resnick의 '일반 물리학' 책을 보면 몇 챕터마다 쉬어가는 페이지가 있습니다. (지금 없다면 제가 본 판본이 그랬다는 얘기죠) 이 쉬어가는 페이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얘기는 뭐니뭐니해도 Leidenfrost effect 얘깁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교실에는 노란 연기 나는 조개탄 때는 난로가 있었는데, 교실이 너무 건조하다 싶으면 난로 위에 물 붓지 않습니까? 그 때 물방울이 상당히 오래 주전자 위를 돌아다니는 모습이 기억납니다. 난로의 높은 온도를 생각하면 금방 증발해 버려야 하는데 작은 물방울이 오래도 버텼죠. 이 현상의 본질은 아래 그림(출처; Wikipedia)처럼 물방울과 난로 표면 사이에 수증기 층이 생겨서 열이 전달되는 것을 차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온도 차이가 어느 정도 돼야 이런 현상이 생기는지 궁금하죠. 그 일반 물리학 책에 이런 그래프가 있었습니다; heat flux는 액체 방울로 단위 면적당 전달되는 열의 양이고, temperature difference는 액체 방울과 뜨거운 표면 사이의 온도 차입니다.
온도 차이가 얼마 없을 때는 액체와 뜨거운 표면이 서로 접촉하고 있습니다. 이 때는 직접 열이 전도되기도 하고, 물방울 내에서는 찬 부분과 뜨거운 부분 사이에 대류가 일어나서 열이 액체 전체로 퍼지죠. 하지만 온도 차이가 커져서 접촉면에서 액체가 기화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이 기체 필름은 열을 아주 효율적으로 차단하기 때문에, 위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급격하게 heat flux가 떨어집니다. 열이 액체로 전달되는 양이 적기 때문에, 사람의 피부처럼 온도에 민감한 경우라도 괜찮을 수 있습니다. (물을 사용하는 경우 이 온도 차이는 대략 200~300℃ 정도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온도 차이가 너무 커지면 또 다른 일이 벌어지는데, 이 때는 적외선에 의한 복사(radiation) 열전달 때문에 또 열전도량이 증가하죠. 이 영역에서는 설사 물방울이 있어도 film boiling zone보다 열이 많이 물방울로 통과하기 때문에 금방 없어져 버립니다.
쉬어가는 페이지를 쓴 미국 대학 교수가 이 현상에 심취해서 여러 가지 실험을 보여 줬는데 솔직이 비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ㅎㄷㄷ 급들입니다.
1. 녹아서 백열(白熱) 상태의 납(lead)을 맨손으로 퍼올리기 trick ; 긴장해서 땀이 나기 때문에 이 실험 전에는 얇은 수분 층이 피부를 덮고 있다. 사람 피부에는 다소간 기름 층이 있어서 수분을 튕겨낸다. 따라서 납의 고온에 의해 증발한 수증기는 피부로 열이 전달되는 것을 막아 준다.
2. 적열(赤熱) 상태의 숯(charcoal) 위를 맨발로 걸어가기 trick ; 역시 긴장해서 발 표면에는 땀이 많다. 위와 마찬가지. danger ; 너무 해서 익숙해진 경우 공포심이 없기 때문에 땀이 부족할 수 있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3. 입 안에 액체 질소 부어 넣기 ; 옆에서 구경하기에는 가장 볼 만하다고 하는군요. (으으...) trick ; 입 안과 액체 질소 사이에 기화한 액체 질소가 층을 이룬다. danger ; 너무 심하게 액체 질소가 출렁거리는 경우 특히 이빨 표면에 액체 질소가 닿기 쉽다.
참고로, 이 칼럼을 쓴 교수는 의사 신세를 두어 번 졌다고 합니다. 의사가 어째서 이런 상처가 났냐고 묻고 대답을 들은 후, "이제는 그만 하시죠."라고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는 후문이.
북한의 현황에 대해 진짜 궁금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곳 오른편에 링크시켜 놓은 '회의주의 좌파'에서 토론을 하다가 궁금해진 것 하나. [ 사실 제가 다른 분의 글에서 리플을 달다가, 글쓴이의 말을 오해해서 삽질을 한 바가 꽤 큽니다만 어쨌든지 간에 궁금한 것은 궁금한 것입니다. ]
제 기본적인 의문은 제가 아래 적은 다음 명제(상당수는 제 의견)의 타당성 및 각각의 가능성입니다.
0. 김정일 정권은 근본적으로 국민보다 정권 유지에 더 관심이 많다.
1. 북한 식량 지원 문제에서 인도적인 최소한의 지원을 하더라도 사용처 감시 등의 option을 사용하여 국제 사회에 지금보다 더 접촉하도록 유도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questions ] 그런데, 과연 사용처 감시 등의 option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유효한가? 그리고 북한은 현재 실제로 많은 양의 지원을 군부용으로 빼돌리고 있는가?
2. 김정일 정권의 향방에서 1) 상당 기간 계속 유지 ; 아들이 계승하여 같은 노선을 계속 걷는 것도 포함 2) 정권 교체 ; 평화적 정권 교체, 폭력적 정권 교체, 국가 붕괴의 세 가능성
questions ] 북한의 '현상 유지'가, 즉 '급격한 붕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그런데, '김정일 정권의 교체'가 곧 '붕괴'로 이어질 정도로 김정일 정권이 '현상 유지'의 유일한 해답에 가까운가? 교체 후 경착륙이더라도 붕괴 같은 비상 사태를 피할 가능성이 있을까? (그리고 '교체'가 진짜 '좀 더 나은 상황이 될까'하는 다른 가능성도 있긴 합니다)
예의 바른 언어로 의견을 주시기만 한다면야 어떤 논평이건 환영합니다. 제가 이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니만큼 논의의 대상도 아닐 만큼 기본적이고 다 합의한(또는 부정되어 버린) 사항을 들고 나왔을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적절한 참고 도서를 주신다면 감지덕지하겠습니다. 외국어치다 보니 가능하면 번역본이 좋겠네요. ㅠ.ㅠ
skepticalleft.com 에 리플 형식으로 단 거라 좀 정리는 안 돼 있습니다만 제 현재 생각을 파악하는 데는 문제 없을 것입니다. ======================
1. 식량 지원/전용 문제에 대해
제가 이 점에 (식량 전용 여부 및 그 검증) 그렇게 신경을 쓰는 이유는, 북한을 지금까지는 '(자기네들에 유리한) 통일을 목표하는' 사람들이 통치하고 있으며, 그 성격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죠. 전용되지 않는다는 기사가 많다고 말씀하시는데, 전용된다는 정보도 꽤 있다면, '돈을 내는 사람들의 의문을 해결해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정부가 최소한 현재까지 이런 쪽으로 노력하면서 지원하려고 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그리고 '접촉'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북한의 불안정성이 낮아지더라도, 김정일 정권이 계속 존재하면서 대북 지원을 지렛대 삼아 자신의 영향력을 강화하려 들면 장기적으로 북한 국민에게 - 그리고 긴장 완화 목적으로도 - 별 도움이 안 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근본적으로 북한이 절대적으로 식량이 부족한 이유야 뻔하니 제가 다시 여기 적을 필요야 없겠죠.
좀 늦었습니다만, 제 진의는 '지원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현재의 방식으로는 효율이 매우 떨어질 수 있다. (그러니 검증이나 다른 수단을 강구하여 효율성을 높일 방법을 강구하자)' 입니다. 근원적으로는 김정일 정권에 압력을 가할 수단으로서 식량 지원을 사용해야 할 텐데 지금까지는 그렇지 않아서 그 점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조건부 찬성'이지 '절대 반대'는 아닙니다.
2. 북한의 정권 교체에 대해
저라고 평화적으로 정권교체가 쉽게 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 단 김정일 정권을 오래 유지시키는 게 진짜 최선의 길이냐고 물으면 전 지금 입장에서는 그렇다고 말이 나오지를 않습니다. (이유는 바로 전 리플에 달았습니다)
1) 김정일 정권 유지 2) 김정일 정권 교체, 평화적 이양. (가능성 낮음) 3) 김정일 정권 교체, 상당한 충돌. (가능성 상당함) 4) 북한 국가 체제 붕괴 ; 저는 이런 사태 벌어지는 것이 제일 두렵습니다. (1) 김정일 정권 하에서 갑자기 붕괴 (2) 정권 교체시 충돌 후 붕괴
현 상태 유지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1)번이라는 데 저도 두말할 나위 없이 동의합니다. 대를 이어 쌓은 카리스마가 상당하니까요. 다음에 누가 되던 김정일만한 권위를 갖고 북한을 통치할 수는 없을 겁니다. 문제는 '정권 교체=국가 붕괴'냐 아니냐일 텐데, 북한 붕괴시에 거기가 반드시 대한민국이 관할하게 된다는 보장도 없을 뿐더러,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들 아시다시피 문제가 매우 많습니다. 전 북한 국가 붕괴가 가장 피하고 싶은 가능성이고, 그렇게만 안 된다면 김정일을 교체하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검증 및 국제 사찰을 강조한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원조를 하면서 사용 가능한 압력 수단의 행사를 하지 않는다면 북한을 국제 사회에 접촉 또는 편입시켜 북한 주민의 상황을 개선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서 실현 가능성을 무시한 제 선호 순위는 아래와 같습니다.
1. 김정일 교체 - 연착륙 2. 김정일 교체 - 경착륙(북한 국가체제 유지) 3. 김정일 정권 유지 4. 북한붕괴
제 의견에 반하신 이유는 '정권 교체시 국가 붕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fischer의 말은 현실성이 별로 없다'는 의견으로 보아도 괜찮을지요?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저도 '별 다른 대안이 없으므로 김정일 정권 유지를 지지한다'로 돌아서겠습니다. 이 분야의 자세한 정세 및 가능성 분석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다른 분의 자세한 포스팅을 기다려도 될까요.
'도킨스의 선전을 무비판적으로 믿는다'는 말이 좀 납득이 가지 않는데요. 이 맥락의 '선전'은 보통 '사실과 어긋나거나 (문맥상) 사실을 왜곡할 수 있는 것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퍼뜨린다'는 뜻으로 사용하지 않습니까?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을 읽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가 말하는 종교(기독교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그가 가장 잘 아는 종교가 기독교고 그의 독자층인 서구 사회에서 가장 보편적인 종교가 기독교기 때문에 기독교 비판에 중심이 가 있을 뿐이죠)에 대한 비판은, 과학의 성과를 겸허하게 인정하는 종교인에게는 해당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가 검증 불가능한 내용을 주장하거나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에 어긋나는 주장을 한 적도 없습니다. 게다가 그런 일은 과학자로서 그의 '개인적인 이익'하고는 아무런 상관도 없습니다. 하지만 도킨스는 그의 동료 중 한 명처럼 "그편(교회 측 사람)의 경력에는 도움이 되지만, 제 경력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따라서 교회 측과 토론은 사양합니다)"라는 태도를 취하지 않을 뿐이죠. 그가 어디를 봐서 '선전'을 하고 있다는 말인지 이해할 수 없군요. 하지만 생물학 쪽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저로서는, 교회의 창조론 설파에 대해서는 진짜 선전이라는 단어가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교회'의 이익을 위해, 검증 안 된 사실을 기준으로 맞다고 주장하며, 객관적인 사실을 가르쳐야 하는 학교에서도 '진화론과 동급으로 창조론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하니 말입니다. 선전은 교회가 하지 도킨스가 하고 있지 않습니다.
진정한 상대주의자를 말씀하시는데, 과학 쪽에서는 상대주의자가 있을 수 없습니다. 과학의 본질이 '검증'인데, 일반적인 '상대주의자'는 '내가 믿는 진리가 네게는 진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 아닙니까? 이 말은, (도킨스를 포함한) 과학자가 보는 진리의 관점과 양립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교회가(특히 대다수의 한국 개신교 교회가) "도킨스의 관점은 교회의 관점에서 '증명'이 불가능하므로 현재 그의 주장이 맞는지는 (교회의 관점에서) 알 수 없다"고 말할까요? 교회가 자신의 주장을 과학과 동급으로 수용되게 하고 싶다면 - 과학적 발견 중 조금이라도 성서의 내용과 부합되는 (그러는 듯한) 내용이 있으면 대대적으로 알리는 것으로 보아 과학이 대중의 신뢰를 얻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은 알고 있는 듯합니다만 - '성서를 믿어라' 말고 좀 객관적인 태도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상당수의 과학인들에게, 저는 바나나님을 믿습니다가 종교인들을 보는 시각인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하기야, 객관적으로 된다면 종교가 이미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근본적으로 과학은 '주장을 하는 사람이 증명해야 하는' 체계기 때문에, 증명을 생략하거나 경전에 의존하는 종교는 태생적으로 과학과 양립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도킨스가 (그리고 과학인들이) 관심 있는 문제는, 종교가 '근거 없이' 자신의 관점을 퍼뜨리는(지구상의 상당 지역에서는, 그리고 상당한 시기에서는 자신의 힘이 세다고 생각하고 강요하는) 부분이죠.솔직하며 감동적인 성공회 사제의 고백에서 보는 사제 같은 분에게는 어떤 과학자들도 반대 의견을 표하지 않습니다.
1. 작은 악마들의 계곡(MBC; 2/2 방송) 웹페이지를 보면 쇠족제비에 대해 '세상에서 제일 작은 육식동물'이라는 말이 있음. 그런데 얼핏 보아 몸길이가 40cm 이상은 되어 보였음. 그리고, 방송을 보던 도중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인 땃쥐가 수명이 2년밖에 안 되는 이유를 '신진대사가 매우 빠르다'고 설명하고 있었음. 완전히 사실과 어긋난, 한물 간 이론을 아직도 얘기하고 있음. 노화의 진짜 원인은 노화; 근본 원인에 이미 어부가 포스팅했음.
아쉽게도 본편을 보지는 못했지만, 방송국 측의 선전 프레이즈가 "(이 부족이 그렇게 말하는 것은) 세상 사람들에게 지구의 위기를 경고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글쎄, 시애틀 추장; 실제로 자연을 보호한 사람이었나 같은 사고방식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어부로서는 오버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어부는 이런 글을 쓸 때 자신의 아이디어가 빈곤함을 많이 느끼는데, 부분적으로는 사회 과학 쪽의 기반지식이 전무하기도 하려니와, 이 편은 취미에서도 main이 아니래서 그나마 얼마 없는 아이디어를 논리적으로 풀어 쓰기도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런 인간 심리나 국가 사회의 변화에 대한 내용들을 어부가 알아들을 수 있는 자연과학의 언어로 바꿔 설명하는 교양서를 대가들이 많이 펴내고, 근래의 첨단 화두 중 하나인 진화심리학적 설명을 곁들여 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