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 Evolutionary theory

최면 마취

  잡담 7/7에서 생각나서 트랙백. (요즘 축 늘어져서 글 안 쓰고 있었습니다.  찌뿌둥 날씨군요)

  스와 구니오 씨가 쓴 '마취의 과학'이라는 고단샤 blue backs 시리즈 번역판에서.  기억에 의존했으므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내가 친하게 지냈던 마취과 의사가 생각난다.  그는 나보다 열 살 위였는데, 최면술이 장기여서 화상 입은 아이의 붕대 교환 등에 주로 사용하고 있었다.  대규모의 수술에 최면술을 사용한 사례로는 .... 동맥을 교환하는 수술이 있었는데, 왜 그랬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동맥을 심을 때까지는 일체 마취약을 사용하지 않았고, 그 이후부터 보통의 마취로 전환했다.
  내가 받은 인상은 "안전하지만, 노력과 공이 들어 무척 큰일"이라는 것이었다.  한 가지 문제점을 예로 들면, 최면술로 수술을 진행하는 도중에 간호사가 수술 용구를 떨어뜨려 큰 소리가 나자 환자가 깨어나 무척 난처했다는 것이다.


  ...................

  '안전하다'야 다 동의하죠. 문제는 실험실의 돌발 상황에서도 이 마취 방식이 어느 정도로 안전/안정성을 갖느냐 아니겠습니까.  이런 아주 사소해 보이는 점도 고려하지 않으면 실제 현장에서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漁夫

  ps. 그런데 그 깨어난 환자가 어땠을까.... 상상만 해도 ㅎㄷㄷ 그 자체.

by 어부 | 2008/07/08 09:03 | Evolutionary theory | 트랙백(1) | 덧글(20)

설사; 과연 나쁘기만 할까요

  구인 광고를 보고.

  그래도 모기 동지(!)들에게 뜯기는 정도는 [ 아니 한 마리로도 질겁하는 漁夫에게는 기절할 노릇이긴 하다만 ] 감수해 줄 수 있지만 .... 이 실험의 자원자들에게는 도대체 얼마를 희사했을까요.


  George Williams와 Randolph Nesse의 'Why we get sick' 번역판 68페이지에서 인용했습니다.

  ... (구토와 구역질이 인체의 자연 방어 작용임을 설명하고) 소화관의 반대편 끝에도 나름대로 고유한 방어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설사다.  사람들은 당연히 설사가 멈추기를 원한다.  그러나 단순히 편안함을 얻기 위해 방어를 차단한다면, 거기에는 어떤 응분의 대가가 있기 마련이다.  텍사스 대학에 재직하는 전염병 권위자인 듀판트(H. L. Dupont)와 호닉(R. Hornick)이 실제로 그런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은 25명의 자원자들에게 심한 설사를 일으키는 세균인 이질균(Shigella)을 감염시켰다.  그런데 설사를 멈추게 하는 약을 복용한 이들은 그렇게 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두 배나 더 오랫동안 고열과 독성에 시달렸다.  지사제인 로모틸(lomotil)을 투약한 사람들 중 6명 중 5명 꼴로 대변에 이질균이 계속 검출된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서는 6명당 2명꼴로만 검출되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이질에는 로모틸이 금기일지도 모른다.  설사는 아마도 방어 메커니즘일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한 연구는 아직 행해지지 않았다.  설사를 차단시켜 주는 약물 투여의 부작용, 안전성, 또는 효율성에 대한 연구는 수십 가지나 행해지고 있다.  그러나 정상적 방어를 차단시키는 일의 주작용에 따른 결과를 분석하는 연구는 거의 없다.

  이 연구는 JAMA, 1973, Vol. 226, Issue 13, 1525-1528p에 "Adverse effect of lomotil therapy in shigellosis"라는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대충이라도 읽어 보고 싶은데 오래된 논문이라서 그런지 pdf 등을 제가 찾을 수 없습니다.  의사가 아닌지라 대부분의 로그인 요구 사이트에 들어갈 수도 없고.... 아무튼, 설사 난다고 바로 지사제 먹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이런 일을 부탁하려면, 25파운드 정도 갖고는 어림도 없었겠죠.  자원자들의 용기에 찬사를 표하고 싶습니다만, 저더러 똑같이 하라면 저절로 고개가 절래절래... 

  漁夫

by 어부 | 2008/07/04 22:41 | Evolutionary theory | 트랙백 | 핑백(1) | 덧글(18)

숨겨진 배란(concealed ovulation); part I

  폐경; 도대체 왜 존재하는가에서 [현대] 인간 (여성)의 중요한 성적 특성 중 하나인 폐경에 대해 적었습니다.
  그런데, 인간 (여성)에게는 포유류의 일반 관점에서 보아 또 특이한 특성이 있습니다.  바로 언제 배란을 하는지 거의 혹은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이죠.



  (20세기 사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제 3의 침팬지'에서 저자 Jared Diamond는 아주 유쾌한 상상을 했습니다.  엄연한 저작권 무시입니다만 일단 용서해 주시길.

  ...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현대의 수렵 채집민인 우리가 배란기와 성관계를 숨기지 않고 남들 앞에서 한다면 어떻게 될까를 묘사한, 가상적인 드라마의 한 장면을 상상해 보자.

  등장 인물; 보브, 캐럴, 테드, 앨리스, 랠프, 제인
  부부 관계; 보브-캐럴, 앨리스-테드
  상황; 6명은 모두 같은 회사임.  캐럴과 테드는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다.

  어느 날 아침 앨리스와 제인은 자신들이 배란기가 임박해 성기가 분홍색을 띠며 성적 수용 상태가 되었음을 알았다.  앨리스와 테드는 각자의 사무실로 일하러 가기 전에 집에서 관계를 갖는다.  그러나 제인과 랠프는 회사로 함께 출근하여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무실 소파에서 업무 중에도 몇 번씩 관계를 한다.
  보브는 앨리스와 제인을 보고, 또 관계를 갖는 제인과 랠프를 보며, 앨리스와 제인에 대한 욕망이 높아져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  그는 몇 번이나 제인과 앨리스를 유혹한다.  랠프는 제인에게서 보브를 떼어 낸다.  앨리스는 보브를 거부하고 시종 테드에게 충실하지만, 이 소란으로 일이 잘 되지 않는다.
  한편 다른 사무실에 간 캐럴은 앨리스와 제인의 정사를 생각하며 하루 종일 질투심으로 속이 끓어오른다.  앨리스와 제인은 빨갛게 달아올라 보브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데, 자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회사에서는 계약이나 계정이 거의 모이질 않는다.  그 동안 배란도 성관계도 은밀히 하는 회사가 번영한다.  결국 이 회사는 망하고, 살아 남은 것은 배란도 성관계도 드러내 놓고 하지 않는 회사뿐이었다..

  (번역본의 내용이 다소 모순된 점이 있어서 일관성을 갖도록 약간 수정했습니다)

  저자가 이런 상상을 한 것은, 배란과 성관계가 감춰지면 인간의 협력 행동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단, 이 재미있는 상상은 현대 사회(근본적으로 4만 년 전과 동일)에 적용했기 때문에, 만약 배란과 성관계를 드러낸다면 현대 사회가 현대 같지는 않았겠죠.  침팬지 사회는 배란도 아주 노골적이며 성관계 자체도 거의 공개입니다.  그렇더라도 침팬지의 소규모 사회는 그럭저럭 결속이 되는 편입니다.  특히 다른 침팬지 사회를 공격할 때는 더더욱.

  협력 행동을 해야 한다는 압력 때문이 아니라면, 도대체 인간에게는 왜 배란을 드러내는 현상이 없어졌을까요?(성관계를 숨기는 것은 이것과 약간 다른 문제입니다.  Matt Ridley는 심지어 "식사를 비공개적으로 하고 성관계를 공개적으로 한다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에 대해서 저자 자신이 'Why sex is fun'에서 고찰을 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저도 좀 더 자세히 설명하고 싶습니다.  좀 후에.

  漁夫

  ps. 참고로, 더 뒤의 'Why sex is fun'에서는 저자의 의견이 좀 바뀌어 있습니다.  한 저자의 책을 계속 관찰하면 가끔 이런 일을 볼 수 있는 것도 독서의 즐거움 중 하나죠.

by 어부 | 2008/07/01 12:39 | Evolutionary theory | 트랙백 | 덧글(13)

폐경; 도대체 왜 존재하는가

  남자와 여자; 행동을 트랙백.  그리고 세이리온님께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좀 글다운 포스팅을 여기 한 지 벌써 20일 가까이 지났군요.  더 이상 시간 보내다가는 복귀 못 할 것 같습니다.  아래 글에 리플 남겨 주신 분들께 다시 감사드립니다
.



  폐경(menopause; 또는 완경이라고도 부릅니다)은 전체적으로 보아 포유동물에서는 매우 드문 현상입니다.  이것은 겉으로 보기에 '적합한 개체의 번식'이라는 자연선택의 교리에 위반되죠.  특정 연령에 달한 포유동물 성체(보통은 암컷)가 앞으로 꽤 오래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예 번식을 못 하게 되어 버리는 현상인데, 도대체 자식을 낳지 못하게 만드는 (즉 유전자를 후세에 전달도 못 하게 만드는) 이 현상이 왜 나타나고, 어떻게 종의 일반적 성질로 퍼지게 되었을까요?  

  저는 여러 포스팅에서 이 점을 강조해 왔습니다.  어떤 현상이 어느 종에서 일반적으로 보인다면, 첫째 그 현상이 그 종이 처한 환경에서 개체의 생존에 도움을 주는가, 둘째 그렇지 않다면 단순히 다른 (이로운) 성질의 부산물인가, 마지막으로 그 종이 진화해 온 역사의 유물인가(이 경우 해로울 수도 있습니다)라는, 적어도 세 가지 질문에 그럴듯한 답을 할 수 있어야 진화적으로 의미가 있는 설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연계에서는 폐경이 드문 현상이긴 하지만, 인간 외에 수명이 긴 포유류인 고래류에서 발견된 사례가 있는 모양입니다.  J. Diamond는 'Why sex is fun'에서 지느러미고래(pilot whale)의 예를 들고 있습니다.  흰줄박이돌고래나 향유고래, 흰긴수염고래 등 더 큰 고래류는 관찰 기록이 부족해서 아직 확증이 없습니다.  의외로, 육상 포유동물에서는 야생 상태에서 확정적으로 폐경이라고 말할 만한 상태가 오래 산 개체에서 일반적으로 관찰되는 예가 아직까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일단 사람의 경우만 생각해 보죠.  대략 40대 후반이 된 여성이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는 현상인데, 무엇이 이득이고 무엇이 손해인가 관찰해 볼 일입니다.  두 가지 설이 현재 대립하고 있다고 합니다.

  1. 진화적인 적응이다.

  이 설을 진지하게 처음 주장한 사람은 대가인 George Williams라고 합니다.  그는 1957년 그 유명한 노화에 대한 논문을 내면서, 폐경에도 진화적 이득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것은 보통 '좋은 할머니' 이론이라고 부릅니다.  여자들이 폐경이 지난 후에도 오래 살면서 손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이론이죠.  G. Williams가 특히 이렇게 주장한 이유는, 인간 여성에게 출산이 상당히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다른 포스팅에서 석기 시대에 4명의 아이를 낳을 경우 누적 모성 사망비를 대략 20%로 어림했습니다만, 당연히 여성의 나이가 올라가면서 생식 기관의 노화에 따라 출산당 사망 가능성은 점점 올라가고 생존 가능성 낮은 기형아를 출산할 가능성도 마찬가집니다.  한 예로, 다운 증후군(석기시대에 제대로 장성해 자식까지 낳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었겠죠) 가능성은 어머니가 40세 후반에는 거의 10%로 증가합니다.  한 마디로 '애 새로 낳다가 쓸데없이 일찍 저승 구경하거나 제대로 된 애를 보지도 못하느니 잘 될 가능성 큰 손자나 돌봐라'는 논리인 겁니다.  실제 현재의 수렵 채집민들을 관찰하면, 할머니들이 가족에게 갖고 오는 식량의 양이 현역 어머니보다 더 많다고 합니다. 당연히 식량을 많이 얻은 손자들은 생존률이 증가하겠죠.
  J. Diamond는 보통 인정받는 위의 설명 외에 또 하나를 추가합니다.  씨족의 노인들(나이 많을수록 당근 할머니가 압도적으로 많죠.  석기 시대에 남자들끼리 치고 받아 죽는 가능성이 1/3에 가까왔음을 상기합시다)이 씨족 사회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심한 기근이 든 경우 노인들의 경험으로 씨족 전체를 - 규모가 기껏해야 수백 명 정도였으니 상당수는 친척이었겠죠 - 구하면 노인 자신의 몸에 들어 있는 유전자도 같이 살아남는다는 논리입니다.  J. Diamond 자신의 경험에 의하면 흔히 볼 수 없는 일들을 물어보면 부족 사람들은 그를 부족의 최연장자에게 데려갔다고 합니다.  정말 이렇다면, 남성보다 출산 문제만 없으면 오래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은 여자를 폐경으로 더 오래 살려 놓는다면 후손을 살려 놓을 가능성을 올릴 수 있습니다.

  2. 단지 요즘에 인간이 너무 오래 살게 된 부산물일 뿐이다.

  위에서 얘기한 좋은 할머니 이론은 수량적으로 검증이 가능합니다.  실제 이런 일을 Kim Hill과 공동 연구자들이 했습니다(Kim Hill이 어떤 연구를 하는지는 이 링크 등을 참고).  이들이 남아메리카에서 연구한 결과, 실제 관찰한 정도보다 훨씬 더 좋은 할머니가 되어야만 폐경이 유전자의 측면에서 이로울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이 설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또 있는데, 석기 시대의 사람 뼈를 기반으로 연구한 결과 폐경이 의미가 있을 정도로 오래 살아남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어차피 그 때까지 살아남는 사람이 거의 없다면 폐경이 진화적으로 의미가 있을 리가 없겠지요.  이런 근거를 통해서, 유명한 노화학자 S. Austad(최재천 교수의 스승이기도 합니다)는 좋은 할머니 이론을 지지하지 않고 있습니다.  요즘 폐경이 일반적 현상이 된 이유는, 단지 인간이 요즘 평균 수명이 길어져서(주로 전염병을 막은 데 힘입어) 폐경을 보이는 여성의 빈도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 설에는 방증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인간 여성은 폐경 후 호르몬 수준이 바뀌면 순환계 질환과 골다공증 등 치명적일 수 있는 질병 발병률이 상당히 커진다는 것입니다.  아마 폐경이 적응이라면, 여성의 몸도 이 정도에는 적응을 했을 가능성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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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는 좋은 할머니 이론을 약간 더 좋아합니다만, 아직까지 결정적인 결론은 나오지 않았으므로 섣불리 결론을 내릴 상황이 아닙니다.  양편의 근거는 현재 모두 반박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느 편 손을 들어주기가 힘듭니다. 

  이렇게 평범해 보이는, 여성의 폐경이란 현상도 제대로 이유를 묻는다면 대답하기 쉽지 않은 것이 인간의 진화죠.

  漁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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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부 | 2008/06/23 23:41 | Evolutionary theory | 트랙백(1) | 덧글(28)

직관과 정책의 간극

  Risk management ; '직관'의 함정을 트랙백.

  이 글에서 위기 관리의 전문가 피터 샌드먼(Peter Sandman)이 한 말을 다시 옮깁니다.

  "통제할 수 없는 위험이 통제할 수 있는 위험보다 더 많은 분노를 일으키는 법이다.:...  

  ... 샌드먼은 자신의 전문 지식을 다음의 방정식으로 간단히 정리했다.

  위험(risk) = 유해물 + 분노

  ... 샌드먼이 유해물 자체가 아닌 분노를 강조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는 자신의 위험 방정식에서 분노와 유해물이 똑같은 무게를 지니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한다.  "유해물의 정도가 높아도 분노가 낮으면 사람들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유해물의 정도가 낮아도 분노가 높으면 사람들은 과잉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죠."

  'Freaknomics', 번역본 198~200 페이지.

 


  트랙백 글 맨 끝에서 얘기했듯이, 이런 태도가 이성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런 '비이성적인' 반응을 보일까요?  더군다나 특정 집단에서만 그렇다면 모를까, 지구 반대편이나 여기나 별 차가 없군요. 

  그렇다면, 지구 반대편에 있으며, 사람들 간의 친척 관계도 아주 먼 두 나라가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위 샌드먼의 진술이 일단 인류에게 보편 타당하다고 가정해 봅시다.  진화론을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생물 종이 보편적인 행동 양식을 - 관심을 갖는 대상이 신체 구조라도 마찬가지입니다 - 보인다면 이런 생각을 해야 합니다; 

  1. 그 행동이 그 종이 처한 상황에서 생존에 도움이 되는가?  
  2. 그렇지 않다면, 단지 진화적으로 물려받은 유산인가?
  3. 진화적 잔재도 아니라면, 단지 다른 더 중요한 생존 요인에서 나오는 부산물인가? 
  일단, '(사람을 포함한) 동물이 어떤 행동을 할 때 꼭 그 행동이 이치에 부합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꼬마선충(C.Elegans)을 포함하여 신경계가 있는 동물들은 모두 학습을 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유명한 파블로프의 개의 경우, 벨소리와 음식에 어떤 인과 관계도 없습니다만 개는 '상관성이 있다'고 파악해 버립니다.  사람도 '위험율을 (직관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형편없다'라고 트랙백 글에서 '괴짜 경제학'의 저자들이 지적하니 오십 보 백 보인지도 모르지요.

  그러면, 왜 이렇게 이치에 맞지 않는 행동이 살아남았을까요?  저는 '석기 시대에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꼭 이치에 맞아야만 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한 이유는 필요없습니다.  대충의 상관 관계를 알아서 어느 정도만 예측할 수 있어도 도움이 됩니다.  그것도, 위험한 상황에서는 생각하고 있을 여유 없이 '바로 떠오르는 대로' 행동해야 합니다.  가령, 뱀에 대한 공포심은 인간에게도 있죠.  하지만 독이 없는 뱀도 상당수이므로, 뱀을 보자마자 (사냥해 잡을 생각을 안 하고) 피하는 것은 확률상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생명을 잃을 위험에 대한 '경보'는 그 정도의 '식량 획득 기회 상실'을 대가로 치를 가치가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보 장치에는 본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실수 가능성이 따라다닙니다.  저는 좀 낡은 건물에서 오래 일했기 때문에, 복도의 화재 경보기가 오작동하여 소리를 시끄럽게 내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아예 꺼 버리자는 소리를 하지는 않더군요. ^^  랜돌프 네스(Randolph Nesse)와 조지 윌리엄스(George Williams)의 'Why we get sick?'에서는, 인간의 면역 체계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 [알러지의 원인으로 지목받는 IgE 체계에 대해 설명하면서] 사실 저비용의 방어 반응에 대한 진화적인 시각에 따르면, 체계 전체는 적응적이라도 대부분의 개별적 반응들은 해로울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화재경보기 원리(smoke-detector principle)이다.  화재경보기는 무시무시한 화재가 지금 일어나고 있음을 경고하기 위해 설계되었지만, 실제로 제 구실을 하는 경우는 적다.  대부분은 몇 년이고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달려 있거나, 담배 연기나 토스터 연기에 속아서 때때로 거짓 경보를 울려댈 뿐이다.  하지만 짜증나는 거짓 경보도, 화재경보기를 사고 건전지를 이따금씩 교환하는 데 들어가는 돈도, 큰 불이 나면 화재경보기가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는 확신에 의해 보상받고도 남는다...

'Why we get sick', 번역본 226~227page [ 강조는 번역본에 있는 것임 ]


  직관적으로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도록 '머릿속의 경보 장치'가 켜지더라도 개별적으로 항상 옳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근래 한 실험 결과를 인터넷에서 본 적 있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물이 담긴 컵을 주고 거기에 침을 뱉도록 한 후, '컵에 담긴 물을 마셔 주십시오'라 하자 대부분이 마시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유는 족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몸에서 나온 것을 피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성적으로 따져 보면 정말 논리에 합당하지 않은 행동이죠. ^^  그리고 꼭 경보 장치가 안 켜지더라도 직관적 감이 틀리는 사례는 숱하게 많습니다.  23명 이상이 한 자리에 모였다면 그 중 생일이 똑같은 두 명이 있다는 쪽에 돈을 거시길.  감으로만 할 경우 아마 대부분은 '없다'라 대답하실 겁니다.  이런 정확한 확률 추론은 인류의 석기 시대 때 필요 없었겠죠?

  또 하나, 이번에 감염 확률이 낮으니 큰 문제가 아니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분들이 '그럼 네가 광우병 걸리면 어떻게 하겠냐?  그래도 찬성하겠냐?'고 얘기한 데서 저는 중요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진화론은 본질적으로 혈연 관계에 있는 집단이 아니라면 집단 선택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개체, 더 정확하게는 유전자가 '이기성'의 기본 단위죠.  "아무리 확률이 낮더라도 내가 걸리면 어떻게 하지"란 개체 보존 본능(더 정확히 하면 '유전자 보존 본능')이 더 인간의 직관적인 판단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통제 가능한 경우 (또는 '통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보다 통제 불가능한 위험의 경우에는, 실제보다 위험을 과대 평가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유는, 자신은 (유전자의 사본을 남기기 위해) 어떤 경우에라도 가능한 한 죽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특히 위험이 '현재형'일 때 이런 성향이 더욱 강해지는데, '나중에 죽는다'라면 죽기 전에 자손을 남길 시간이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현재형일 때는 이럴 시간이 없죠).  이런데 '어느 결정이 합리적이니 넌 거기에 따라라'고 하더라도 '개인의 생존'이 우선인 한은 항상 긴장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하지만 인간에게 이런 성향이 자연스럽다고 (본성스럽다고) 해서, 정책 결정에서까지 '이 자연스러움'에 복종해야 할까요?  불행하게도 '좋은 정책'의 본질은 '누군가는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받는 이익의 총합이 그보다 더 크다면 진행할 수 있다'라 생각합니다.  즉, 정책의 본성은 '집단 통계적'인 셈입니다.  이 속성과, 인간의 본질인 '개체성(이게 적당하지 않다면 '이기심'이나 '사리 추구'라고 해도 됩니다)'과는 아무래도 잘 어울리지 않아 보이네요. 
  결국 지도자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원래 사리 추구 성향을 띤 사회 구성원에게 특정 정책을 어떻게 큰 사회 갈등 없이 납득시키느냐라고 생각합니다.  강압적으로 할 수도 있고, 설득으로 할 수도 있겠죠.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면서 지도자에게 생긴 또 하나의 문제라면 지도자가 사용할 수 있는 선택 사양이 제한된다는 점이겠죠.

漁夫

by 어부 | 2008/06/04 19:01 | Evolutionary theory | 트랙백 | 핑백(1) | 덧글(6)

bzImage님의 질문에 대한 답

Commented by bzImageat 2008/05/29 11:29
  음... 읽다가 생각났는데. 여성에게 있어 [출산중 사망의 확률] 만 제한다면, 수명연장에 있어서 2세를 가지는데 큰 문제가 있을까요?
  &... 이건 좀 비열한 도망입니다만, [순혈주의] 는 [인간의 본성] 중 일부 아닐까요? 유전자적 차이가 크게 나는 개체를 밀어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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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대답을 드려야 할지 약간 애매합니다만 일단 아는 대로 ^^

  20세기 사회로 와서 사망률 반면에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이렇습니다.

  1. 여성의 출산 사망률(모성 사망비) 급속 저하 ; 데이터를 찾아 보아야 합니다만, 우리 나라는 현재 20명 산모/10만명(신생아) 수준으로 출산당 대략 0.02%의 사망 확률입니다. (소스; 참고로 현재 2~3명 수준인 국가도 있음.  다른 소스에서는 우리 나라가 현재 11명 정도라는데 이러면 0.01%에 불과)  현대 국가 중 시에라리온이 제일 높대는데 2000/10만 비율로 대략 2%.  석기 시대 때는 아마 이것보다는 높았겠죠.  높게 잡아 한 5% 되었을까요.
  2. 아이들의 유아 사망률(1년 미만) 저하 ; 대략 20% (5년 기준으로는 50%) -> 1% 이하(선진국에서).  한국은 0.3%로 세계 최저 수준입니다.
  3. 남성의 살인 사망률 저하 ; 대략 평생 20~40%(석기 시대 부족 사회; 타부족과 벌인 전쟁 포함) -> 평균 2% 이하 (선진국; 전쟁 포함).  특히, 전쟁을 제외할 경우 살인은 현대 국가에서는 아주 드물어져서, 10만명 당 연 1명 이하인 곳도 드물지 않습니다.  이 수치가 여자의 살인(비록 남자보다 훨씬 적지만)까지 포함했으니, 남자가 일생을 살 만한 70년이라 해도, 그 동안 살인으로 죽을 가능성은 0.07% 이하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선진국에서는 전쟁이 벌어져도 - 전쟁도 드물어졌죠 - 남자의 대다수가 죽는 일은 결코 벌어지지 않죠.  남자의 사망률 저하야말로, 정말 극적이라 할 만 합니다.

 석기 시대 때 평균적으로 가질 수 있는 아이 수가 4~5명(쌍동이 없다고 가정)이라는 데 대부분 동의하는 모양입니다.  4명으로 볼 경우, 출산 사망률을 5%로 잡으면 누적 사망률은 대략 19% 정도입니다.  이 정도라도, 남성의 살인(전쟁 포함) 사망률보다 훨씬 낮다고 간주해도 될 것입니다.  그 흔적은 남녀의 평균 수명 차이가 최소 몇 년은 되는 데서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당시의 출산 사망률을 여성의 전체 사망률 중 낮다고 간주할 수는 없겠네요.

  두 번째 질문에서 '순혈주의'보다는, '집단주의'가 더 정확한 표현으로 생각합니다.  인간이 형성된 아프리카~중근동의 석기 시대에는 인종의 구분이 없었기 때문이죠.  지금 인종 차별 문제가 있는 이유는 '나하고 다른 집단'이란 의식을 피부색이 대표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물론, 어렸을 때 자신이 자란 집단의 특성이 개인의 기호에 '찍혀서(imprinting)' 집단의 특성을 갖춘 사람을 배우자로 선호하는 성향도 이런 경향에 한 몫 합니다.  어느 정도까지는 유전자가 비슷한 내부인에 적용되던 경향이지만 지금은 그냥 '자신이 속한 집단'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현재의 인류에 가장 골치 아픈 문제는 "집단 외부인을 적대시하는 감정을 부추기는, 집단 내부인에 대한 호의"라고 말하는 학자들이 많음을 기억해 둘 만 합니다.

漁夫

by 어부 | 2008/05/29 15:59 | Evolutionary theory | 트랙백 | 덧글(6)

대인배; 인간 자체를 바꿔 보려고 했던 '친구'들

  어린양님의 '상상속의 베트남인'이란 포스팅에서

저건 그래도 그냥 사람의 사고 방식(노력이 많이 들지만 변할 수도 있긴 하죠)에 대한 얘깁니다만, 인간 본성 자체를 바꿔 보려던 더 황당한 얘기도 있죠.
물론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다 실패...


어부님 // 어떤 대인배들인지 궁금하군요.

Gravatar 

 

제가 단 리플에, 어린양님께서 사례를 궁금해하셨습니다.



이 황당한 사례는

by 어부 | 2008/05/28 13:34 | Evolutionary theory | 트랙백 | 핑백(1) | 덧글(15)

각인과 학습

  멸종; 인간에 대한 공포심에서 누렁별 님의 질문에서 漁夫는 약간 찜찜한 구석을 남겨 놓았습니다.  [ 뭐건 간에 빨리 썰렁한 분위기를 좀 없애고 싶습니다. ]

Commented by
누렁별at 2008/02/25 16:12 #
학습이든 자연선택이든 회피행동은 천적이 이미 존재할 때의 적응이라는 말씀이시군요. 처음 보는 짐승이 포식자인 것을 감지하고 피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확실히 대답하기 힘들겠습니다. 친절한 설명에 감사드립니다.
Commented by 어부at 2008/02/25 16:46 #
자연 현상의 '사후 설명'이란 것이 거의 그렇긴 합니다만, 사실 아주 깔끔하게 제가 말한 것처럼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 현재는 일단 천적이 나타난 후에 적응하는 것으로 설명하는 편이 쉽습니다. 무엇이 제대로 잘 안 맞아떨어지는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포스팅하겠습니다(참고로, 이것은 천적/피식자 적응 얘기는 아닙니다).


두 가지 논의점

by 어부 | 2008/05/15 23:35 | Evolutionary theory | 트랙백 | 덧글(8)

[ 책 ] 모기(mosquito)

  책장 공개를 트랙백.  byontae님, 이제야 약속을 지키게 됐군요. (큭)

 


  원제; Mosquito
  저자; 앤드류 스필먼(Andrew Spielman), 마이클 단토니오(Michael D'Antonio)
  이미지는 Yes24에서.  

  링크한 Yes24 페이지에서 서문을 볼 수 있으니, 서문까지 소개할 필요는 없고, 이 책의 스타일은 제가 일부를 옮겨 놓은
그러면 모기를 어케 잡아야???포스팅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교양서로서 구할 수 있는 모기에 대한 책으로 아주 딱입니다.  알부터 성충의 생활사, 풍부한 칼라 사진 등 볼거리가 많습니다.  물론 부제처럼 모기는 인류 최대의 적이지만, 이들이 얼마나 자신들의 목적에 정교하도록 진화했는가를 지켜보면 감탄이 나옵니다.  그리고 DDT에 관한 몇가지 사실들에서 보신 내용도, 말라리아(및 모기)와 직접 전쟁을 벌인 경험으로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DDT가 환경에 안 좋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쓰면 안 된다고 할 것이 아니죠.
  이 책에는 없지만, 'Why we get sick'(by R.Nesse & G.C.Williams)에서 모기 같은 곤충류가 옮기는 질병이 왜 인간에게 그리도 지독한지 이유를 밝혀 놓고 있습니다.

  ... 이 병원체들은 모기 등의 운반체를 빨리 죽이면 전염이 안 된다.  따라서 운반체를 오래 살려 놓는다(병원성이 약해진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그럴 필요가 없는데, 인간이 아파서 누워 있으면 운반체에게 오히려 더 잘 물리고 더 쉽게 전파되기 때문이다....


  이런 거 읽으면 우울해지죠. -.- 그래선지 한 해에 600만 명 정도가 모기가 옮기는 병으로 아직도 사망하고 계십니다.
  참 하나 더.  모기에 물리면 가려운 것도 적응입니다.  안 가려우면 더 물릴 테고, 그러면 모기가 옮기는 병으로 빨리 사망하셨을 테니까요.  이해 되시는둥?

漁夫

by 어부 | 2008/05/11 19:33 | Evolutionary theory | 트랙백 | 덧글(12)

The last material; 눈 얘기

  사람세포, 사람구조 vs 문어구조.를 트랙백하고 싶었으나 이런 일이.

  
  최근의 글은 생명체; 사고의 관점전체와 부분, 최소와 최적화입니다.  유감이지만 둘 다 재미있게 보실 만한 내용은 아니지만요.

아 지겨워....

by 어부 | 2008/05/10 16:19 | Evolutionary theory | 트랙백(7) | 핑백(2) | 덧글(11)

전체와 부분, 최소와 최적화

  생명체; 사고의 관점에 이은 두 번째 글.  앞 글이 문제를 바라보는 전체적인 관점을 논했으니 이 글에서는 당연히 더 구체적인 분야를 하나씩 다뤄야 하겠죠.

  우선 전체적인 '기조 발언'부터 시작합니다.

  수명의 문제와 생물학적 수리에 대한 투자의 문제는 게임 이론이 제기하는 폭 넓은 진화론적 문제와 연결된다.  그것은 어떤 유리한 형질이든지 간에 최대 한계가 있는 이유에 대한 수수께끼다.  왜 자연 도태는 다른 것들보다 더 오래 살아 남을 수 있게, 더 크거나 더 빠르게, 또 더 많은 유리한 형질들을 만들지 않았을까?  수명 말고도 그같은 의문을 품게 하는 생물학적 형질들이 우리에게는 많다.  확실히 체격이 크고 머리가 좋고 빨리 달리는 사람은, 체구가 작고 머리가 나쁘고 발이 느린 사람보다 유리하다.  특히 사자나 하이에나를 막아 내야 했던 시기에 일어난 인류 진화에서는 그런 형질의 중요성은 지대했다.  왜 인간들은 평균적으로 지금보다 더욱 크고 더욱 현명하고 더욱 발이 빠르게 진화되지 않았을까?
  이런 진화적 모형의 문제를 생각보다 어렵게 만드는 원인은 다음과 같다.  진화는 개체 전체에 작용하는 것으로 일부분에만 작용하지는 않는다.  살아서 자손을 남기거나 그렇지 못하는 것은 당신이지, 당신의 커다란 뇌나 빠른 발 그 자체는 아니다.  동물의 몸의 일부분이 커지는 것은 어떤 점에서는 유리하지만 다른 점에서는 불리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신체 중에서 큰 부분은 다른 부분과 잘 어울리지 않기도 하고, 다른 부분의 에너지를 빼앗기도 한다. 
  진화생물학자에게는 이를 표현하는 마법의 말로, '최적화(optimization)'라는 것이 있다.  자연 도태는 그 동물의 기본적 체제 하에서 동물의 성공적인 생존과 번식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각 형질의 크기, 속도, 수량 등을 형성한다.  그렇다고 해서 각각의 형질 그 자체가 최대치까지 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각각의 형질은 너무 크거나 작지 않은, 어딘가 적당한 중간치에 맞춰진다.  이렇게 해서 한 동물로서의 개체는 각각의 형질이 가장 크고 또 작은 상태보다 성공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 'The third chimpanzee', Jared Diamond.  번역 김정흠, 문학사상사.  191~192 page.


역시 기니까 보실 분만

by 어부 | 2008/05/09 19:16 | Evolutionary theory | 트랙백 | 핑백(2) | 덧글(0)

생명체; 사고의 관점

  뭐 어느 분 리플에서처럼 '아직도 진행되고 있었냐'는 말씀도 있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런 것 같습니다 -.-  '그 분(닉을 다 치자니 너무 깁니다)'의 이 글(http://sk1girl.egloos.com/310467)을 보면 진짜 대단한 유머 감각이라고밖에 생각이 안 듭니다만. 

 


기니까 말이죠

by 어부 | 2008/05/08 23:17 | Evolutionary theory | 트랙백(3) | 핑백(2) | 덧글(10)

침팬지 및 인간 조상의 시력

  이래저래 눈에 대해 쓰다 보니 생긴 궁금한 점 중 하나입니다.  과연 사람의 조상은 시력이 얼마나 좋았을까요? (물론 눈 기본 구조는 현대 인간과 동일합니다) 이런 것은 화석 기록으로 조사 불가능으로, 척추동물의 눈은 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화석으로 남지 않기 때문에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단서가 전혀 없지는 않죠.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친척들(!)이 현재 갖고 있는 시력입니다.  현존하는 동물 중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척은 침팬지며, 다행스럽게도 인간 조상의 화석은 오래된 것일수록 침팬지와 유사합니다.  이는 침팬지는 약 700만 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인간이 특별히 많이 변해서 생긴 결과입니다.  여기서 침팬지의 시력이 인간과 침팬지의 공통 조상과 거의 비슷할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약간 촛점은 다르지만, 이와 비슷한 점은 침팬지 관찰의 세계적 권위자 Jane Goodall도 주장합니다;

"인간의 종으로서의 경탄할 만한 성취는 뇌의 진화적 발달에 유연한다.  이는 여러 가지 일들 중에서도 도구사용, 도구제작, 그리고 합리적 이론, 사려 깊은 협동 및 언어에 의한 문제해결능력을 갖게 하였다.  가장 두드러진 것의 하나는 뇌의 구조에 있는데, 침팬지는 생물학적으로 사람과 비슷하다..  침팬지는 원시적 추리력으로 현재 살고 있는 어떤 포유동물보다도 사람에 가까운 지능을 나타낸다.  현대 침팬지의 뇌는 수백만 년 전의 첫 번째 유인원인의 행동을 산출해 낸 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구달, 1971.  인용처는 이 웹페이지)


  뇌가 비슷하다면, (시각 영역을 포함하여) 뇌의 여러 영역이 맡은 기능들도 대체로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죠.
  일단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1. 현재의 침팬지가 사람이 시각적으로 하는 일을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는지입니다. 
  말은 쉽지만 침팬지를 어려서부터 훈련시켜야 하기 때문에 그다지 쉽지는 않습니다.  최소한 침팬지가 복잡한 도시 거리에서 별 문제 없이 오토바이를 운전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조련사 왈 '그녀석 운전 잘해요' ^^   [ source를 정확히 알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만, 1980년대에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어느 수의사 얘기를 읽고 기억하는 것이 전부라서 확실하지 않군요.  주인공 수의사는 침팬지의 허리를 잡고 수 km를 목적지까지 가야 했습니다.  교통 신호에 따른 운전, 정지 감각 등 전혀 나무랄 데 없었다고 합니다 ]

  2. 의외로 침팬지와 인간의 시력을 비교해 놓은 문헌은 웹에서 찾기 쉽지 않더군요.  하지만 침팬지가
    사람처럼 색을 분류할 수 있다고 주장한 논문은 있습니다;
   
http://www.pri.kyoto-u.ac.jp/ai/papers/ref.pdf/Matsuno-Kawai-Matsuzawa%202004%20BBR%20color.pdf 
 
  결론 부분에서 중요한 문장만 뽑자면 (번역하기 귀찮군요.  양해 바랍니다)

  In sum, these results suggest that chimpanzees skilled and unskilled in the use of color names perceive similar color groupings despite differences in the stability of their color classification. In turn, this implies that experiences of color discrimination and/or color-naming training have an influence on “categorical” color perception in chimpanzees.  Furthermore, such perception of color “category” and its development may be shared by humans and chimpanzees.
 
  cf. 이 논문의 대표 저자에게 '침팬지의 시력이 전반적으로 사람에 비해 어떠냐'고 이메일을 보내 보았습니다.
     글 쓴 시점에는 답이 안 왔지만 나중에 받았습니다.  이제 보니 제 영어 질문이 영 엉망이군요 ㅠ.ㅠ

   제 질문 1. Can I accept your results support that chimpanzee has fairly similar categorizing
              ability with homo sapiens?

  The study you mentioned and the others have revealed that chimpanzees classify colors in the same manner as humans.  These results revealed that the color perception and color classification ability is similar between chimpanzees and humans.
  I used the term of "classification" because the term "category" is sometimes defined more rigidly. For example, to conclude the shared color category between chimpanzees and humans, we may need to prove the existence of clear perceptual border between the two flanking color clusters. The similar classification patterns suggest the similar categorical structure, but our experimental paradigm would not be enough to prove the shared color categories between the two species and further investigation would be needed.

   제 질문 2. Besides this ability, in the general aspects of vision ( e.g. visionary power
                  resolution, accuracy, sensitivity etc.), how much is the chimpanzee's vision
                  evaluated if compared to that of homo sapiens?

  Some researches have shown that the basic visual characteristics are shared between chimpanzees and humans.  For example, a study by Matsuzawa (1990) showed that visual acuity of a female chimpanzees (6.5 year-old) was similar to that of people having normal vision.
  I myself conducted the test on contrast sensitivity of chimpanzees and found no qualitative difference in spatial characteristics between chimpanzee and human vision.  The temporal characteristics is also quite similar between the two species (I conducted the visual masking test directly comparing chimpanzees and humans).  In the majority of the visual tasks, the performance of chimpanzees was not significantly different from that of humans.
  The only exception would be the perceptual grouping ability.  Chimpanzees had some difficulty in perceptually organize multiple objects in their visual scene and had tendency to attend local features of visual images.  [ 하기야 색 grouping 문제는 우리 나라하고 미국하고도 다른데(무지개 색을 뭐라고 하는지 기억나시죠?) 침팬지하고 하려면 쉽겠습니까만. ]

  한 마디로 '거의 다를 바 없다'로 요약 가능하다는 의견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꾸벅꾸벅 굽신굽신!!!)

  두 번째의 단서는 인간 조상의 화석 및 그들이 살던 환경을 꼼꼼히 조사해 보는 방법입니다.  물론 추측밖에 할 수 없습니다만.
  인간 조상 화석 중 아마 가장 유명할 '루시(australopithecus afarensis)'는 몸 중 가장 많은 부분이 회수된 경우며, 물론 현대인과 많이 다르지만 완전히 성장한 암컷이며 직립 보행을 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숲에서 이미 사바나로 나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의 사람을 만든' 환경과 별 차 없이 최소 수십 만 년 동안 살았을 겁니다.  침팬지의 시력 적응성이 오토바이 운전을 무리 없이 할 정도라면, 사람에 더 가까울 루시의 시력은 현재의 사람과 별반 차이가 없었으리라 추측해도 큰 무리는 없으리라고 봅니다.

漁夫

by 어부 | 2008/05/05 21:36 | Evolutionary theory | 트랙백 | 핑백(1) | 덧글(6)

안과의사와 통화하다

  아는 넘 중에 안과의사가 한 명 있다.  친하게 지내는 넘이라 안부 전화 겸 요즘 흥미가 있던 것을 물어봤다. 
  의사가 쓰는 용어하고 어부가 보통 쓰는 용어하고는 약간의 차가 있어서 처음에 용어를 통일해야 했지만 의사 소통 자체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어부; 야, 혹시 망막에서 간상/추상 세포하고 거기 붙어 있는 신경절/혈관 중 어느 편이 더 빨리 빛에 망가지냐?
의사; 근데 그런 거 왜 물어보냐?
어부; 진화론 관계로 눈 구조에 대해 토론이 있어서 말이지.  나는 신경절이 빛 쪽으로 뻗어 있는 것이 빛을 가리고 맹점을 만들기 때문에 문제점이라고 했는데 상대방은 신경절이 빛의 일부를 가려 선글라스처럼 망막을 보호해 준다고 주장하더라고. 그래서 물어보는 것임.
의사; 글쎄, 신경절은 아주 얇고 투명한데(망막을 보호하는 그런 작용을 할 수 있을까)? 처음에 보던 안과 생리학 기초 도서에 있을지 모르겠는데 기억은 안 나는군.  찾아봐주랴?
어부; 생각나서 그래 주면 고맙지. 그런데, 너무 강한 빛 때문에 망막이 망가지는 경우가 실제적으로 얼마나 중요하냐?  자연계에서 태양을 정면으로 쳐다보고 계속 있지 않는 한(아이작 뉴튼 같은 사람 빼고) 강한 빛이 사람 눈을 망가뜨릴 수 있냐?
의사; 실제는 전혀 없다고 할 수 있지. 그 전에 이미 얼굴을 돌리거나 눈을 감아 버리잖냐.  그보다 덜 강한 경우 홍채가 조절하고.
어부; 그러면 그 문제는 됐고, 하나 궁금한 게, 맹점이 작다고 해도 무시는 못 하잖냐. 황반에서 얼마나 가까이 있냐?
의사; 각도로 한 15도 가량 떨어져 있어.
어부; 그렇게 가까이 있을 이유가 있냐?  아예 수정체에 가까운 쪽으로 나 있으면, 시야에 들어오지도 않을 수 있잖아.
의사; 그게 말야... (설명은 더 길었지만 요약한다) 두개골에서 시신경이 나오는 구멍 위치 때문에 수정체 쪽으로 돌아서 연결될 수 없어. 즉 안구 바깥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지.
어부; 으하하, 그것도 구조적인 문제였냐?
의사; 그 바람에 현재 황반이 있는 곳은 '정가운데'가 아니라 맹점을 피해 나 있다고 봐야 해.  황반이 오히려 맹점을 피한 형국이지.
어부; 음... 그러면 안구 속으로 들어가 있는 혈관이 간상/추상 세포 및 신경절에 세포 수리 및 영양 보급으로서 얼마나 유익한데?
의사; 흠.  최소한 황반 부분에는 혈관이 아예 없어.  그 바깥쪽에는 있지만.
어부; 엥?  그러냐?
의사; 응. 그 부분은 영양 보급이 자체확산이야. 그리고, 신경 세포 및 간상/추상 세포는 수리란 게 없어. 죽으면 그냥 땡이야.
어부; 그러면 계속적으로 시력이 약화되는 게 그 탓이냐?
의사; 그렇지.  처음에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계속 죽더라도 늙어서까지 그럭저럭 쓸만한 거지.

  어쩌다 보니 망막 박리 문제도 잠깐은 나왔다.

의사; 요즘 내가 주로 하는 일이 당뇨병성 망막 관계 레이저 수술인데, 박리가 일어난 경우 황반에서 맹점까지 거리(대략 15도 반경 얘기인 듯함) 정도의 원을 남겨 두고 나머지를 다 레이저로 태워 버려.  (상세한 설명은 물어볼 시간이 없었으므로 어부도 아직 모르겠다)
어부; 그러면 사람의 주변 시야가 다 죽잖냐?
의사; 물론 그렇지만, 그 부분은 없더라도 대단한 불편은 못 느끼거든.
어부; 그렇다면, 그 쪽에 맹점이 가 있어도 괜찮았겠네?
의사; 흐흐. 그런데 그게 안 되지.

  이유는 위에서 언급됨.

  ==========================

  눈의 부수적인 사항들 - 안구 움직이는 근육 기타 문제 - 역시 얘기가 있었는데, 좀 주의가 필요하다.

어부; 눈 움직이는 근육이 몇 개냐?
의사; 6개지.  직근 4개, 사근 2개.
어부; 내가 생각하기에 말야, 3개로도 눈 움직이는 건 충분히 가능한데?
의사; 어?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할 것 같아.
어부; 삼발이 다리 모양으로 세 개 120도 간격으로 배치해서 당기고 풀어주고 하면 되잖아.
의사; 음..... X, Y 방향 각 2개씩하고 회전 2개.  야, 이 운동을 하는데 어떻게 3개로 되냐?  사람 근육은 땅기는 건 되지만 밀 수는 없다니까.  그러니까 +X, -X 방향에 하나씩 필요하지.
어부; 이렇게 생각해 보자.  안구 운동의 근본 목적이 뭐지?  구를 고정시켜 놓고 구 표면의 한 점을 원하는 방향으로 보내는 게 안구 운동의 본질 아니냐?
의사; 그렇지?  그거야 당연하지.
어부; 내가 말한 구 표면의 한 점이 움직이는 것은 평면 위의 운동하고 똑같잖냐.  원리적으로는 벡터 2개면 충분하지만, 사람 근육이 밀 수 없으니 하나 더 필요하겠지.
의사; 응, 사람 근육이 밀 수만 있다면 서로 수직한 것 2개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얘기했잖아.
어부; 그러니 120도 방향으로 하나씩 붙여서 가능하다는 거 납득이 되냐?  근육 붙은 쪽으로 당길 때는 붙은 쪽의 근육 하나가 수축, 나머지는 이완.  회전하고 반전 대칭이 가능하니까 세 개의 이완/수축을 적절히만 조절하면 어느 방향이나 다 되지.
의사; 어?  이야, 그런 해결책이 있네.  가만.... 아하하, 진짜 그럴 법하네. 원리적으로 다 가능하겠구만그런데, 아무래도 지금보다는 불편하지 않겠냐?
어부; 동물이 요철 있는 들판에서 뛰는 거 쉬워 보여도 굉장히 복잡하지.  사람이 아직 이런 로봇 못 만들었잖냐.  눈에 들어오는 정보 해석해 가면서 발의 움직임을 조절해야 하니까.  그거에 비하면, 근육 세 개를 제한된 방향으로 control하는 정도는 난 아무것도 아닌 듯해. 즉, 나는 굳이 근육이 6개나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찬성한다고.
의사; 호....

  실제 이렇게 간단히 끝나지 않았었다.  적어도 30분 이상은 얘기했다고 기억한다.

어부; 이런 이상한 구조야 또 있지.  사람 후두의 구조가 질식할 가능성이 높잖냐.  얘기하며 먹다가 '컥'.
의사; 어?  으하하하하!!! 정말로 그렇구나.  깔깔깔~~ (이 녀석 진짜 오래 웃었다.  현역 의사로서 초짜 시절에 뭔가 경험이 있나 보다)

  의사들은 사실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고 있을 사람들이다.  하지만 R.Nesse와 G.C.Williams가 'Why we get sick'에서 지적했듯이 그들은 진화적으로 추론하는 법까지 신경을 써서 교육받지는 않아 왔다.  그러니 의사들이 이 문제까지 항상 진화론적 사실에 맞는 의견을 주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漁夫

ps. 결정타는 전화 끊기 직전.

  의사; 너야 호기심 많은 줄 학교 때부터 알고 있었으니 이해 가는 전화다만 ... 참...
  어부; 뭔 소리 할려 그래?
  의사; 돈 되는 거에 신경쓰라고, 얌마!
  어부; (찍)

by 어부 | 2008/05/02 09:24 | Evolutionary theory | 트랙백(3) | 핑백(2) | 덧글(14)

cannibalism(동족 섭식) I

  이글루스에서 화석 분야의 대가신 꼬깔님의 cannibalism, 쿠루병을 트랙백.

 
동족 섭식동족 상잔이라고 번역하는 cannibalism이 진화적으로 이롭기 위해서는 그 종이 처한 상황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
 
이 현상은 몇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겁니다
.

  1.
짝짓기 후 암컷이 수컷을 얌냠~ 하시는 경우

  2.
어린 새끼들을 죽이는 경우
  3.
큰 개체가 작은 개체를 잡아먹는 경우

 
세부의 자세한 설명은 제가 늘상 하듯이베끼듯이 이 분야의 절정고수들에게 맡기도록 하죠.

  첫 사례는 사마귀, 모기, 거미, 전갈 등 약 80여 종에서 발견된다네요사마귀, 거미, 전갈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만 모기류도 악명이 높다는 것은 이 책에서 처음 알았습니다.  
 

  섹스 중에, 암컷은 먹이를 움켜쥐듯이 수컷을 쥐고는 주둥이를 수컷의 머리 속으로 찔러 넣는다암컷의 침이 수컷의 내장을 액화시키고 나면, 암컷은 후루룩거리면서 수컷이 바싹 마를 때까지 빨아 마시고는 어린애가 싫증난 장난감을 버리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수컷의 빈 껍질을 버린다.  그렇게 되면, 단지 암컷의 몸 속에서 부서지는 수컷의 생식기만이 보통의 식사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드러낼 뿐이다.
 
암컷의 입장에서 보면, 이미 수컷과 일을 끝낸 상태이니 섹스의 진정한 목적인 번식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그러나 수컷에게 이것은 재앙이다황홀한 섹스가 곧바로 죽음의 환멸로 바뀌다니, 수컷 모기는 일순간의 환희를 위해 생명을 투자한 셈이다그런데도 수컷 모기들은 이런 투자에 매번 목숨을 건다왜 그럴까대답은 간단하다섹스는, 수컷의 유전자를 자손에게 전달하는 유일한 방편이기 때문이다...


 - "Dr. Tatiana's Sex Advise", Olivia Judson, 
나경, 홍익출판사


  

  .. 그런데 실제로 자연선택은 유전자의 전달을 극대화하는 것이며 대부분의 경우에서 생존이란 단지 유전자를 전달할 기회를 반복적으로 갖기 위한 한 가지 전략에 지나지 않는다만일 유전자를 전달할 기회가 매우 드물고 언제 다가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가정해 보자그리고 그 얻기 힘든 기회로 생겨날 자손의 수가 암컷의 영양 상태에 따라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 보자그것이 바로 개체군 밀도가 매우 낮은 상태로 살아가는 일부 거미와 사마귀 종의 상황이다.  
  
그 경우 수컷에게는 일단 교미할 암컷을 만난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일생에 두 번 일어나기 어려운 행운인 것이다.  이 경우 수컷에게 남겨진 최선의 전략은 그 행운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유전자를 지닌 자손을 가능한 한 많이 생산해 내는 것이 될 터이다그런데 암컷이 더 많은 영양소를 몸에 지닐수록 그 열량과 단백질이 더 많은 수의 알을 만들어 내게 될 것이다짝짓기를 끝내고 암컷과 헤어진 수컷은 어차피 다른 암컷을 만나게 될 가능성이 희박하고, 그 수컷의 남은 생존 기간은 아무런 쓸모가 없을 뿐이다그 대신 암컷이 자신의 몸을 먹게 한다면 암컷은 그의 유전자를 지닌 알을 더 많이 만들어 낼 것이다뿐만 아니라 암컷의 입이 수컷의 몸을 씹어 먹는 동안 수컷의 생식기는 더 오랫동안 교미를 할 수 있고 그 결과 더 많은 정자가 암컷의 몸에 전달되어 더 많은 알이 만들어질 수 있게 된다이것은 그야말로 흠잡을 데 없는 진화론적 논리다

  
이런 행동이 이상하게 보이는 것은 인간의 다른 생물학적 특성들이 동족 포식을 불리하게 하기 때문이다대부분의 남성은 일생 동안 교미할 기회를 한 번보다는 더 많이 갖는다그리고 아무리 영양 상태가 좋은 여성도 한 번에 1명의 아기를, 아니면 기껏해야 쌍동이를 낳을 뿐이다그리고 여자가 임신을 위해 영양 상태를 개선시키고자 해도 한 자리에서 남자 1명의 몸을 모두 먹어치울 수도 없다...


    - "Why sex is fun?", Jared Diamond, 
임지원, 사이언스북스 -

 

   제가 수컷은 암컷의 보험일 뿐이라고 계속 얘기했습니다암컷 입장에서는 정자만 얻고 나면 수컷이 별 쓸모가 없는 상황이라면 - 쓸모 있다면(사람의 수컷은 다행히도 이 범주에 들어갑니다. 휴아~ ) 얘기가 또 다릅니다만 -   아예 먹어치워서 영양 보충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문단 요약은 닥터 타티아나께 다시 의뢰합니다


  .. 그러니 수컷들이여, 만약 그대의 머리를 물어뜯으려는 암컷과 사랑에 빠졌다면 그녀가 데이트 상대자일 뿐만 아니라 당신의 목숨을 노리는 살인자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따라서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면 곧바로 이렇게 자문해 봐야 할 것이다.  지금 천국에 가고 싶은가, 아니면 나중에 갈 것인가만약 대답이 '나중에'라면 안전한 섹스를 생각하라
비밀스런 접근, 힘있는 성교, 재빠른 탈출이 그것이다.
  만약 대답이 '지금'이라면 다시 생각해 보라받게 될 보상이 죽음과 바꿀 만큼 확실한가만약 그렇다면, 유언을 준비하라그리고 당신의 묘비명에 '나는 다산(多産)했노라'라고 남겨지기를 기도하라.

 

      漁夫

 

 

by 어부 | 2008/04/27 21:14 | Evolutionary theory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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