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06 21:01

[ 연주회 ] 2022년 11월 4일, 박수예 바이올린 독주회 돈내는 구경꾼


  신진이 콘서트 없이 '뜨기' 어려운 현재 박수예(2000~ )의 경력은 특이하다. BIS에서 파가니니 카프리치오 같은 기교적인 난곡을 녹음하면서 활동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콘서트 참가 기록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엊그제 예당 IBK홀 독주를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C님, 대단히 감사합니다). 우선 프로그램이 매우 맘에 들었다. 소나타 세 곡 중 브람스는 거의 외고, 라벨은 상당히 잘 알고, 그리그는 음반으로 예습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 비에니아프스키는 일부러 유툽 안 들어보고 바로 갔다.

 < program >
  E. Grieg / Violin Sonata No.3 in c minor, Op. 45
  M. Ravel / Violin Sonata No.2 in G Major, M.77
  J. Brahms / Violin Sonata No.3 in d minor, Op.108
  H. Wieniawski / Fantaisie brillante on Themes from ‘Faust’, Op.20

  포스터에서 보듯이 시마노프스키의 작품도 있었으나 흐름에 약간 안 어울린다고 취소되었다. 아쉬운 일이다.

  먼저 바이올린을 평하자면, 작은 홀이긴 했어도 음량이 상당했다(뒤에 설명이 있다). 아주 작은 소리부터 매우 큰 소리까지 자유 자재로 확실히 잘 들리도록 조절할 수 있었다. 맨 마지막 비에니아프스키는 거의 17분 정도로 매우 길고 쉬는 곳도 없는 기교적 작품인데, 지치거나 힘이 달린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이 곡은 하모닉스도 상당히 등장했는데, 전혀 귀에 거슬리지 않았으니 손가락의 정확성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
  연주 스타일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classicist'로, 리듬이나 템포 모두 정확하며 결코 많이 움직인다는 느낌이 없다.  정말 내 성향에 딱 맞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낭만성보다는 단정한 느낌이 돋보이던 그리그, 살짝 '더 움직여도 될 텐데' 하는 느낌도 있었던 라벨보다는(전혀 재미 없었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브람스 소나타가 전반적으로 이 연주회에서는 가장 좋았다고 생각한다. 음량, 힘, 정확성 모두 전혀 부족하지 않았고 고전적인 긴장감이 아주 명확했으니까. 좀 많이 오버지만, 앙코르로는 'Bis! Franck!'라 외치고 싶었다 ㅎㅎ
  연주자를 자세히 보려면, 가능하다면 스튜디오 녹음과 실황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BIS에서 스튜디오 녹음 네 개를 구할 수 있는데, 오늘의 앙코르 두 곡 중 차이코프스키 '멜로디 op.42-3'이 아래 음반에 들어 있다(사실 공연에서 제외한 시마노프스키를 기대했는데, 그랬다면 들을 수 없을 뻔 했다). 집에서 들은 바로는, 실황이 녹음보다 결코 못하지 않았다. 고전주의자로 들은 것이 잘못이 아니었고, 레코드에서는 음량이 오히려 억제되어 있었다는 느낌이다.
  
 
  내가 적극적으로 연주회장을 잘 가지 않기 때문에 젊은 연주자의 실황을 듣기는 쉽지 않은데, 이 분은 내 기억에 오래 남겠다. 앞날이 창창한 젊은 분의 연주를 잘 들었음.  연주 성향으로 보아 다음엔 베토벤을 기대하겠다. 

  피아노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는 국내에서 반주자로 한 두 번 이상 더 출연했던데, 적어도 바이올린에게 박자를 아주 잘 맞춰 줬다. 약주에서는 음색도 상당히 훌륭했는데, 전체적으로는 다음의 피아노 뚜껑 문제와 합쳐져서 좀 판단을 하기가 어려웠다.

  이 날 연주회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뭐니뭐니 해도, 단연 '뚜껑 열렸다'다.
  우선 아래 사진을 보면, 피아노 뚜껑이 전부 다 열려 있다.  내 자리는 1층 중간인 B열 8행 오른쪽 끝이었는데, 8행이면 무대에서 거리는 아주 멀지는 않지만 아주 가깝지도 않다. 문제는 이 거리에서도 피아노 음량이 상당해서 귀가 찡 하고 울릴 정도였다. 1부 두 곡이 끝나고 맨 뒤에서 세 번째 정도로 옮긴 다음에야 좀 정상적으로 들렸다(아마 빈 필 공연 때문에 가능했을 듯). 나와 같이 들은 분도 뒤편이 더 나았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도 바이올린 소리가 최소한 일정 수준 이상으로 잘 전달됐으니, 음량이 상당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사인회 같은 게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같은 시간에 바로 옆에서 열린 빈 필하모닉 2일째 연주회 때문이다. 내가 교통 체증을 피하기 위해 잽싸게 튀었기 때문에 사인회를 해도 알 수가 없었으니까.

  여담이지만 사진이 항상 실제를 제대로 반영하지는 않는다. 포스터와 현장 사진을 비교하면....
 


  漁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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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rumic71 2022/11/07 08:39 # 답글

    머리가 저리 작다니...(쓸데없는 데 눈이 갔네요)
  • 漁夫 2022/11/25 23:36 #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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