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18 15:02

웹툰의 연애심리 묘사; '오피스 누나 이야기' Evolutionary theory

  제도적 일부일처제 얘기 등 나는 아직도 인간의 mating pattern에 관심을 유지하고 있다.

  얼마 전 이재명에 대한 기사 때문에 웹툰 하나가 눈에 들어왔는데, 혹시나 했더니 페친 중 한 분께서 링크를 올리는 바람에 2018년 엠팍에 연재될 때 보았던 작품이었다. 지금은 소설판은 네이버 시리즈로 옮겨졌고(종이책으로도 발매) 웹툰 연재가 얼마 전 끝났다.
  지금은 소설이건 만화건 영화건 애정 묘사 위주인 작품을 거의 안 보니까, 최근 인기작은 흥미 있는 대상이다.

  1.  평균적으로 남성은 자신보다 연하, 여성은 약간 연상을 선호한다[1]. 하지만 이 작품 여주의 두 살 연상 정도는 요즘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번식 잠재력 저하'를 많은 부분 현대 기술이 해결해 주기도 하고. 더군다나 여주가 [여러 남성이 보기에] 매력적이고, 공인된 능력녀니까.  가정 수입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다시 커진 현대에서 이 중요성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2]
     
  2.  사실 내가 제일 흥미를 느꼈던 점은 저자와 사귀기 전 여주인공이 만난 남성들에 대한 묘사였다.
     
    * 대학 시절; 생활력 없고, 여주인공이 돈을 대 줬을 정도. 그러다가 지쳐서 헤어짐.

      대체로 여성이 남성에게 무엇을 많이 기대하는지 안다면 잘 될 확률이 너무 낮았기 때문에 설명 생략.
      
    * 결혼까지 한 남자; 여주 가정 환경과 남자 사정이 합쳐져, 여주의 부탁으로 거의 '떠밀려' 결혼

      이런 결혼의 앞날이 얼마나 행복할지 판단할 일반론은 없다. 하지만 남성이 굳이 결혼할 의사가 없었는데 이유가 무엇이건 급히 결혼할 확률이 높은, 혼전임신 결혼(우스개로 'shotgun wedding')에 대한 연구는 있다(link). 굳이 논문을 전부 읽고 싶지 않으니, 이 분야 다른 스타 중 한 명인 박영진 변호사님의 해설을 참고하시길.
     
     

     결혼의 이혼 확률을 계산하는 식이다. 우변 첫 항의 분모 의미는 너무 분명하고, 여기서 주목할 것은 '할인률'이다. 성공적인 결혼이라도 둘 이상이 생활의 많은 부분을 같이 한다면 생활의 많은 부분을 '타협'해야 하는데, 따라서 독신 상태에서 누린 즐거움 Us가 떨어지며, 이 비율이 할인률 r이다.  r이 작다는 얘기는, '독신 상태의 즐거움을 많이 희생해서라도 (당장) 결혼하겠다'는 의미며, 따라서 '급히 떠밀려 결혼한다'와 부합한다.
      여기서 Z, Um, Us를 바꿔 가면서 r에 대해 q를 plotting하면 아래와 같다. 편의상 Um만 바꾸면서 도시. [3] 


      r이 낮은, 즉 급하게 떠밀려 하는 결혼이 이혼으로 끝날 확률 q가 높고, 한국의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한다. 많은 경우 남성 쪽에서 다른 생활을 하겠다는 유혹에 저항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이 웹소설에서도 역시 그랬다. 특히 여주의 남편은 아이도 거의 보지 못했고 공부하느라(아니 핑계?) 거의 혼자 지냈으니 Um이 올라갈 이유가 없었을 것.
      
  3.  이혼 경력은 어떨까? 
     사람의 '신뢰'는 과거의 행동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며, 미래의 행동은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결혼이 혼자 하는 것이 아니듯이 이혼도 혼자 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사람의 성이 비대칭인 만큼이나 이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다.
     내 주변 사람 중 결혼 후 얼마 못 가 이혼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다지 오래 지나지 않아 (초혼인) 짝을 찾아서 잘 살고 있다고 안다. 2000년대 중반이었고, 주변 사람들이 입을 모아 재혼 상대뿐 아니라 그 가정을 대단하다고 말했다. 이 커플의 성이 반대였다면, 솔직히 사람들이 그 정도로 대단하다 했을지 의문이다.

  4.  [이혼이건 사별이건] 이전 결혼으로 얻은 아이가 한 쪽에 있다면?  
     개인적으로 아이가 현재의 결혼에 만족하지 못해 새 짝을 찾는 성인들에게 상당히 장애가 된다는 것은 적어도 두 번 이상 보았다. 위 식대로라면 할인률 r을 올려서 결혼을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되겠다.
     결혼 후에도 자원 투자 갖고 분란이 될 소지가 있는데, 물론 사람은 사자나 말처럼 암컷의 이전 새끼를 일상적으로 살해하는(male's infanticide) 종은 아니다. 그러나 무리 사회 수준에서는 현재보다 훨씬 흔했다는 일화적 증거는 많으며, 살인을 엄격히 통제하는 현재 사회에서도 의붓아버지가 의붓자식들을 학대하는 일은 생각보다 잦다.[4] 
      
  5.  남성과 여성이 사귈 때 상대를 대하는 방법은 어떤가? 
     일반적으로 남성에 비해 여성이 취하는 태도(='전술 tactic')가 더 다양하다고 알려져 있다. 남성에 대한 여성의 선호 point가 폭이 더 넓다는 데는 학자들의 의견이 대개 일치한다. 전술의 폭은 선호 point 차에서 올 가능성이 크고, 상황에 따라 어느 행동이 최선이라 정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5]
     漁夫도 남자기 때문에, 처음 볼 때 여주의 행동이 잘 이해가 안 갔다는 말을 덧붙여야겠다. 흥미로운 점이라면 여주도 중요한 순간에 "이해가 안 되면 이해하려고 하지 마셔요. 말로 하려니 나도 이해가 안 가니까"라 자신의 행동을 변명(?)한다는 것이다. [6]
     생물의 행동을 이해하려면, 생물이 그 행동의 이유를 이해하고 있는지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숙지해야 한다. 좋은 결과를 주는 행동을 더 선호하기만 하면 되지, 이유를 이해하는지는 [심지어 사람에게도]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다.
     
  6.  남성과 여성이 관계를 지속하는 수단 중, 가장 논란이 많은 것이 아마 성관계를 '어떤 식으로 갖는지'일 것이다. 그 중 아마 여성들에게 가장 인기 없을 말이 '가졌냐 안 가졌냐가 거기까지 간 방식보다 더 중요하다(link)'일 것도 거의 확실하다. 
     여기서 이 화력 큰 위험한 테마를 왜 언급하냐고? 작중에 두 번이나 나온다. 한 번은 남주 여사친이 화끈하게, 한 번은 - 이게 더 중요한데 - 여주가 가장 중요한 시간에 언급하는 것이다.
     
  7.  예측하기 쉽지 않은 여성의 행동 중 그나마 선호받는 점들 중 좀 명확한 것이 '(육아에 필요한) 자원 및 시간, 큰 키, 주변 환경에 대한 보호'일 것이다. 최소한 남주는 첫 둘은 성공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세 번째에서 끝까지 믿음을 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시부모가 될 수 있는 사람 앞에서 애초에 불리한 조건을 지닌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는지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물론 이건 통계적 일반론이고, 각론은 별개 문제다. 남성 입장에서는 여성 자신도 잘 모를 행동 패턴을 짐작해야 하는 문제가 크고, 여성은 남성보다 근본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7].  Courtship dance는 아마 모든 양성 번식 생물의 영원한 골치거리로 남을 듯. 잘 못 하든가 재수가 없든가 어느 편이건 해당 개체의 유전자가 더 이상 전달되지 않을 테니까.

  漁夫


[1] 남성이 '영계를 선호'하는 것을 나쁘게만 볼 필요가 없다. 여성의 번식 잠재력 외에 여성이 자신의 아이를 오래 돌봐 줄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고 해석할 수도 있으니까. 사람이 언제 죽을지 전혀 예상이 불가능하던 - 아주 젊은 사람이라도 내일 당장 사자에게 물려 죽을 수 있었지 - 석기 시대에는 '한 살'의 의미가 지금보다는 훨씬 컸다.  성인이 된 사람의 평균 수명이 50세가 안 될 정도였으니까.
[2] 농경이 주된 경제 수단이던 시절이, 여성이 가정 경제(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최하였다. 지금도 교역이 아니라 농경으로 경제를 주로 꾸리는 지역에서는 보편적으로 여성 지위가 매우 낮은 편이다.
[3] Z가 주는 영향에 대해서는 위에서 링크한 박영진변호사의 포스팅을 참고하기 바란다.
[4] 물론 진아버지도 친자식을 학대할 수 있다. 하지만 확률로 따지면 의붓아버지보다는 최소한 비슷하거나 덜하다. 이 문제를 조사한 학자들의 의견은 일반적으로 '의붓아버지(또는 의붓어머니)는 의붓자식들에 대해 친자식보다 양육에 필요한 인내심이 쉽게 떨어진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인내심 고갈'의 결과 중 살인도 포함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유아 살해에 대해서는 내 이전 포스팅도 있다. 현실적으로 의붓자식에 대한 인내심은 여성보다 남성이 더 낮으며, 경험적으로 이를 부정하는 증거를 본 적이 없다.
[5] 웹툰과 웹소설 리플에도 '나는 여자인데 여주 행동이 1도 이해 안 감'이라는 리플이 있었다. ㅋㅋ
 작중에도 나온다. 여주의 생각을 두 번이나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한 남주의 여사친이지만, 남주가 뭐라 대답하나? "네 말대로 했다가 깨진 게 몇 번인데?" 으하하.
 반대로, 남자의 행동은 같은 남자가 이해하기가 훨씬 쉽다. (ㅇㅇ) 
[6] ESS가 바로 그렇다. 빈도의존 선택.
 이 소설을 여자 관점에서도 만들어 달라는 독자 리플이 많았는데, 나는 그 관점이 있다고 해도 제대로 다 설명할 수는 없으리라 보는 입장이다. 당사자(여주)가 써도 그럴 거라고 암시가 돼 있으니...
[7] link의 서초구 주선 미팅에서, 참석했던 여성이 마지막에 뭐라고 한 마디 했는지 보라.

  ps. 혹시 보실 분께서는, 다 보신 후 저자가 엠팍에 하나 남겨 둔 에필로그(link)를 참고하시라. 원작에 스토리의 공간적 시간적 배경 묘사가 거의 없는 이유도 알 수 있다.
  ps. 2. 한 때 만화를 좀 보았던지라(요즘은 거의 안 보지만) 촌평을 하자면... 
    * 원작은 공간/시간 배경 등 잡다한 묘사가 아주 적고 대부분이 주인공 둘의 대화이다.  
      그래서 그런지 만화는 원작의 text 대부분을 그대로 담았다.  만화가의 부담이 상당했을 것이다.
    * 그렇다 해도 만화는 아무래도 좀 빨리 보기 때문에, 이 포스팅을 하려고 두 번은 전체를 훑었는데도
      나한테는 text가 전체를 이해하기에는 좀 더 낫다.  만화에 등장하지 않은 디테일 중에 '어차피 대부
      분을 만화로 그렸다면 이것 정도는 넣어줘도 됐을 텐데'라 생각한 곳이 두 곳 정도 있다. 
        만화의 재현 정도가 매우 좋은데도, 조금 더 상세한 이해를 위해서는 text가 좀 낫다 생각하는 이유임.

덧글

  • 한우 2021/12/18 18:39 # 답글

    최근에 꽤 말이 나왔던 설거지론(...)이 의외로 많은 사람들에게 먹힌 이유가 2번에 나온 일부 요소들 때문이겠죠. 하여튼 이렇게 고려할 것이 많다보니 차원을 낮추어서 사는 삶도 나쁘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ㅎㅎ
  • 漁夫 2021/12/18 18:50 #

    전 국내에서 이러쿵저러쿵 들볶지 말고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지금 20~30대 성비는 상당히 한국 남성들에게 불리합니다. 제 시대와는 달리 초등 때부터 영어를 배우고 해서 젊은 분들은 영어 실력이 상당한 수가 많더군요. 이제 한국을 보는 눈도 많이 달라졌는데 왜 여성을 한국 내에서만 찾아야 하나요? OECD 국가 내에서도 열심히 일하는 한국 사람들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생각합니다.
  • rumic71 2021/12/18 23:07 # 답글

    전 반대로 절대적으로 연하 취향. 생식능력은 없지만요.
  • 漁夫 2021/12/19 16:19 #

    뭐 '평균'이라 보기 어려우니 제가 뭐라 말씀을 ㅎㅎ
  • dd 2022/04/01 08:44 # 삭제 답글

    이혼율 공식이 잘 이해가 안가네요. 분자의 결혼으로 얻는 것이 많으면 이혼율이 낮아져야 할텐데 공식상으로는 이혼율이 높아지게 되어 있으니까요.
  • 漁夫 2022/04/02 22:04 #

    본문에 링크시킨 박영진 변호사의 포스팅을 보시면 어떨까요. 설명 친절하게 잘 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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