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06 17:02

소위 '고등 동물'의 단성생식 Evolutionary theory

 BRIC biotopic; 캘리포니아 콘도르의 단성 생식 사례(번역; 양병찬 님)

 캘리포니아 콘도르의 단성 생식(정자 없이 난자가 발생하여 개체로 완전히 발생) 현상이 매우 재미있는 이유가 몇 있다.

  1. 기본으로, 많은 새의 암수 결정 시스템은 ZW-ZZ(or ZO)로, 포유류의 XX-XY와 다르다. ZW-ZZ system은 암컷이 hetero지만, XX-XY는 수컷이 hetero임.
  2. 포유류의 X와 마찬가지로 Z는 homo가 돼도 '정상'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Z는 정상 개체가 되는 데 필요한 모든 유전자를 다 갖고 있으나 W(또는 Y)는 그렇지 않다. 즉 WW나 YY는 생존할 수 없는 것이다. 그 때문에 암컷 새는 Z와 W 유전자를 다 만들 수 있어도, 단성 생식으로 나오는 개체는 ZZ뿐이니 모두 수컷이 된다.
  3. 이렇게 발생이 일단 일어나더라도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포유류의 사례를 보면, 같은 XX라도 암컷에서 온 X와 수컷에서 온 X는 다른 유전자가 '켜진다'. 전에 올렸던 아래 box 인용을 참고하라. 
  1980년대 후반에 필라델피아와 케임브리지에서 두 그룹의 과학자들이 각각 놀랄 만한 발견을 하였다.  이들은 부모가 하나, 즉 어머니만 둘이거나 아버지만 둘인 쥐를 만들려고 하였다.  복제양 돌리가 생기기 이전인 그 당시에는 체세포로부터 개체를 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였기 때문에, 필라델피아 팀은 두 개의 수정란의 전핵(pronucleus)을 서로 교환하였다.  난자가 정자와 수정하면 염색체를 함유한 정자의 핵이 난자로 들어가지만 바로 난자의 핵과 융합되지 않는데 이 때 두 개의 핵을 전핵이라고 한다.  가는 주사기로 정자의 전핵을 뽑아내고 다른 난자에서 뽑아낸 전핵을 대신 넣어 난자의 전핵만 두 개 있게 하거나 반대로 정자의 전핵만 두 개 있게 할 수 있다.  그 결과 유전적으로 말하자면, 어머니 없이 아버지만 둘이거나 아버지 없이 어머니만 둘인 두 개의 생육 가능한 알이 생기게 된다.  케임브리지 팀도 같은 결과를 얻었지만 약간 다른 기술을 이용하였다.  그러나 양쪽 모두 배아는 발달하지 못하고 자궁에서 곧 죽고 말았다.
  어머니가 둘인 경우에는 배아 자체는 제대로 분화되었지만 배아를 유지할 태반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아버지가 둘인 경우에는 배아가 크고 건강한 태반과 태아를 둘러싸는 양막의 대부분이 만들어졌지만, 태아가 있어야 할 내부에 머리를 식별할 수 없는 분화되지 않은 세포 덩어리가 들어 있었다.


-  'Genome(게놈)', Matt Ridley, 하영미 외 역, 김영사 刊, p.246~47

  앞 포스팅에서도 간단히 언급했지만, 포유류에서 수컷에게서 온 유전자는 태반(기능; 암컷에서 영양분 가져옴)을 만들고, 암컷에서 온 유전자는 몸을 만든다고 할 수 있겠다. 역할 분담을 시키는 방법이 소위 '유전자 각인'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조류에서 단성 생식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가 알은 더 이상 '암컷에게서 영양분을 가져오지 못한다'일 수 있는 셈이다.

  그러면 (과학적으로건 종교적으로건) 가장 재미있는 질문 중 하나가, 자연 상태에서 인간에게 단성 생식이 증명된 사례가 있는가이다.  최근에 발견됐다면 모를까, 내가 아는 한은 없다.
  아니, 의심할 만한 사례는 있었다.  하지만 정황상 증거가 없었다.  책을 지금 찾을 수 없어서 기억에 의존해 인용하면

  1940년대에 남부 프랑스에서 지금은 '마담 X'라고만 알려진 여인이 의사의 진찰을 받았다.... 그녀는 의사에게 자기 집안에서는 남자가 태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이들(그녀와 언니)은 비정상적으로 딸만을 다산했다[1]. 참고로, 처녀생식이라는 증거는 없었다. 큰언니는 수녀였고 아이가 없었다.

[1] 정확한 수는 기억나지 않는데 둘 다 딸만 적어도 8명 이상이었음.

- 'Nature via nurture(본성과 양육)', Matt Ridley, 김영사 刊, 김한영 역
  ps. 이 책 원판은 2004년 발간.

  포유류의 경우 단성 생식이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는 이유의 큰 부분은 각인 때문이다. 

  漁夫


덧글

  • 효도하자 2021/11/07 01:49 # 답글

    같은 X, Y라도 정자에서 왔는가 난자에서 왔는가에 따라 기능이 차이가 있군요.
    음. 포유류는 단성생식을 설사 한다해도 암컷에게서 암컷만 나오는 반면 조류는 암컷에게서 수컷만 나온다.어떤게 더 유전자 보존에 유리할지 궁금하네요. 뭐, 거기까지 갈정도면 보존이 정말 불리한 상황이겠지만.
  • 漁夫 2021/11/08 22:42 #

    딱히 어느 편이 불리한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 이유가 포유류/조류 같은 크고 생명이 비교적 긴 개체들이 유성 생식을 하는 이유는 기생충에 대한 면역 때문입니다. 단성생식은 그 전제를 전적으로 위배하죠.
  • RuBisCO 2021/11/07 11:56 # 답글

    아래 사례는 단성생식이라기 보다는 치사유전자로 인해 특정 성별개체가 자라지 못하는 상황이 아닌가 싶군요.
  • 漁夫 2021/11/08 22:44 #

    그런데 수녀인 언니가 없었으면 정말 단성생식을 의심하기 좋은 상황이긴 합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 정자는 발생 자극만 하고 결국 난자의 유전자만 남는다고 치면 수컷과 관계가 필요하지만 실제 단성생식이란 경우일 수도 있죠. 추적 기사라도 나왔으면 좋겠는데...
  • Fedaykin 2021/11/08 15:00 # 답글

    수컷 유전자는 태반, 암컷 유전자는 배아라니...그런게 있었군요. 놀랍습니다
  • 漁夫 2021/11/08 22:45 #

    네. 앞 포스팅에서 보면, '수컷 유전자는 암컷을 착취하는 태반을 암컷의 유전자가 제대로 만들 거라 안 보기 때문에 직접 한다'고 리얼하게 설명합니다. ㅎㅎ
  • 소드피시 2021/11/12 17:10 # 삭제 답글

    1. 이게 소설 쥬라기 공원에 나오던 그 단성 생식인가요? 근데 거긴 양서류를 예로 들어서 다른걸까 싶기도 하네요.
    2. 현대 복제 기술로도 동성 부부가 아기를 만들 수는 없겠네요. 나중에는 유전자 각인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나올까요.
    3. 아버지의 유전자가 꼭 태반 스위치가 될 이유가 있나요? 단성 생식을 막고자 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신기하네요 정말.
  • 漁夫 2021/11/12 17:46 #

    1. 거기서는 성이 바뀌었던 것이지.
    파충류의 성 결정은 포유류나 조류보다 상당히 혼란스러운데, 잘 알려진 것처럼 거북이나 악어는 알이 발생할 때 온도가 성을 결정하거든. 성 결정 방법을 잘 검토해 보면 포유류나 조류처럼 정자 혹은 난자로 일률적으로 추첨을 하는 방식은 오히려 다양한 여러 방법 중 하나에 불과함을 알 수 있어.
    2. 사람도 돌리처럼 복제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음. 윤리적 문제 때문에 누가 할라나 몰라? ㅎ
    3. 이기적 유전자 관점에서 보면 태반의 주요 업무는 어머니의 영양분을 가져오는 것이라, 이건 어머니에게 받은 유전자가 충분히 제 역할을 안 할 거라 보는 거지. 그리고 암컷의 혈당 농도를 갖고 태반 유전자는 높이려 하고 암컷은 가능하면 낮추려 하고. 혈당 농도가 높으면 태아에게 영양은 많이 가지만, 당연히 암컷이 당뇨병 걸리니까.
    기본적으로 단성 생식은 포유류처럼 오래 사는 경향이 있는 복잡한 생물에게 기생충에게 더 쉽게 털릴 수 있는 방법임. 그래서 아예 가능성을 막아 버리려 했을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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