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6 12:53

Taxi call; 대화 한 토막 私談

  얼마 전 지방 중소도시[1]를 다녀와서.

  목적지로 갈 때는 터미널에서 대기하는 택시를 타고 금방 갔는데, 다시 돌아올 때는 아무리 해도 택시가 안 잡혔다. 부근의 왕복 8차로 대로로 나와 기다려도 마찬가지였음.  하는 수 없이 카카오택시를 깔고 불렀는데[2], 거짓말처럼 5분 내에 잡혔다.
  상대적으로 매우 젊어 보이는 택시 운전기사 분과 얘기. 난 원래 잘 안 하는데 붙임성이 있으셔서.

기사님; 이 근처에 손님 내려 드리고 시내로 들어가려 하는데 콜이 와서 방향 꺾었습니다.[3]
漁夫; 카택 시스템이 익숙하지 않다 보니 까는 데도 시간이 걸리고 저도 전화로 안내를 잘 못 해 드렸나 보네요.
기사님; 어 처음 까셨어요?
漁夫; 네. 전 카카오를 싫어해서요.
        그런데 전 (이전에) 출장 갈 때는 주로 지역 call 전화를 이용했는데, 전화 드리기 전에 두어 군데 걸었더니 
       다 죽었던데요?
기사님; 네. 카카오가 들어온 후 사실상 다 죽었죠.
漁夫; 여기 전에 와서도 이용했다 기억하는데...
기사님; (sigh) 전에 지역 조합처럼 하나 있었는데, 회원제로 회비 받으면서 아무것도 안 했어요.
          카카오 때문에 위기감 느낀 회원들이 만들자고 했는데, 미적대다가 요즘에야 앱 만든다 그러니...
漁夫; 이미 늦었죠 ㅎ
기사님; 이젠 그냥 다들 카카오 쓰기 때문에 우리가 어떻게 해 볼 단계가 아닙니다.

  사실 카카오의 치밀함에는 나도 상당히 놀랐는데, 출발이 메신저(그것도 당시 경쟁자가 꽤 많았음)다가 범용성을 이용해 음악으로도 진출하고, 다음엔 은행[4], 그리고 택시. 택시는 면허를 사모아 가면서 사실상 독점하고.  타다가 마치 우버처럼 당국과 충돌하다가 망했는데 카카오는 그 뒤에서 면허를 모아서 이런 문제를 피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IT가 사람들이 컴퓨터 하나씩 손에 들고 다니는 것을 이용해 어떻게 기존 업체들을 KO시키는지 알려 주는 중요한 사례 되시겠다.
 
  漁夫

  ps. 기사님께서는 내가 내릴 때쯤 돼 "여기 오셨으면 그래도 ****는 사 가셔야죠?"라 영업까지 하셨다 ㅋ
      그리고 "아, 처음 쓰신다 하셨죠? 그럼 평가 좀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라는 개인 영업도 곁들이셨다 ㅎ
      지방 call 업체의 mind는 확실히 이 분보다 헐 못했다.  영업 mind 말이다. 

[1] 인구 <100만. 참고로 내가 오래 산 송파구 인구가 67만 정도인데 크게 차 안 남.
내 습관이 오래 살아온 송파구하고 비교하는 것인데, 알고 보니 송파구는 한국 자치'구'들 중 인구가 최고였다. 직접 와서 좀 둘러보시면 이유를 금방 알 수 있다.... ㅎㅎ
[2] 난 카카오를 안 좋아하는 편이라 카톡도 업무 때문에 얼마 전에야 깔았고, 아는 사람들 추가도 거의 안 했다. 사실 카택 까는 데 걸린 시간이 택시 콜 해 기다린 시간보다 더 길었다. 내가 제일 질색인 카드 추가까지 시키는 바람에. (물론 선결제 안 하면 카택이 장사가 제대로 될 리가 없으니 이해는 간다만, 난 원래 폰에 결재 수단까지 넣지 않는다. 자동 잠금도 싫어하는데 결재 수단을 넣을 리가 없지 않은가?)
[3] 이 전에 기사분이 내가 있던 위치를 바로 파악을 못 하셔서 통화를 했음
[4] 이건 논란이 좀 있긴 하다.  바로 '신용 평가'. 내가 믿을 만한 사람 하나는 직접 한다고 확언해 주긴 했다만, 개인적으로는 아직 확신 못하겠다.

덧글

  • RuBisCO 2021/11/07 12:09 # 답글

    반대로 지역 조합이나 기업들이 망하는건 다 이유가 있어서 망한다는걸 알 수 있죠. 기존 지역업체라는 경제적 지대에 기대서 아무것도 안하면서 세상 변하는 동안 구경만 하고 있는데 안망하고 배길수가...
  • 漁夫 2021/11/12 17:47 #

    네. 저 기사분이 안타까와하던 게 '지금 앱만든다고 하면 뭐하냐. 이미 다 카택 쓰는데' 이러더군요. 다 만들었다 해도 손님이 이미 다 카택을 쓰는데 아무 소용 없죠.
  • shaind 2021/11/24 23:36 # 답글

    송파구는 위성사진반 봐도 그렇습니다(...)

    앱만든다고 일찍 난리치면 모든 사람들이 차라리 카카오 쓰고 만다 싶은 그런 엉터리 앱이 나오겠죠. 서울 어딘가의 '아파트형 공장'에 죽은 얼굴로 출근하는 인간군상 중 몇명이 시간에 쫓기며 대충 모바일웹 인터페이스로 만든... 그것마저도 지역 콜업체 한둘의 고객 풀로는 감당할 것은 못되니 콜업체 여럿이 모여서 만들고 운영하다가 업체끼리 싸움나서 개판되고 어느날 서비스 끊기고 하는 그런 결말을 맞겠죠. 물론 이 모든 비용은 여전히 전화상담원을 유지해야만 할 콜업체들에게는 비용절감이 아닌 추가적인 부담이 될거구요.

    플랫폼이 플랫폼을 차고 앉아있으니 뭐든지 쉬워보이지만 그런 것들도 사실은 플랫폼이 아닌 자에게는 넘사벽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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