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09 11:37

미국 몬태나; 대형 산불의 문제 Views by Engineer

  '총, 균, 쇠'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을 多翁은 그 뒤에도 몇 권을 더 저술했는데, 개인적으로는 '붕괴(collapse)'를 좋아한다. 
 
  그 중 산불에 대해 언급한 곳을 가져온다.  산불 문제가 환경 이슈를 강조할 때 뒷받침되는 증거일지 난 회의적인데, 전반적으로 환경 비관론자에 가까운 多翁이 이런 말을 했다는 것도 재미있다.  상당히 길기 때문에 많이 줄여야 했다.  전문을 보셔도 내가 여기 적은 것에 비해 의미가 거의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산불이 미국 서부 지역 전체와 몬태나의 일부에서 최근 들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1] 이유는 부분적으로 덥고 건조해진 여름, 즉 기후 변화 때문이지만 부분적으로는 인간의 행위 때문이기도 하다... 첫째는 벌목의 직접적 효과이다. 벌목으로 인해 삼림이 거대한 인화물 덩어리로 변했다는 뜻이다.  벌목된 나무는 값나가는 줄기만 운반되기 때문에 벌목된 삼림의 바닥에는 잘라낸 가지들과 우듬지로 가득하다.  또한 빽빽하게 심은 묘목들이 자라면서 삼림을 산불에 대해 더 취약하게 만든다... 두 번째 원인은 산림청이 1900~1910년에 소중한 나무들이 재로 변하는 것을 막고, 주민들이 집과 생명을 구해야 한다는 자명한 이유로 채택한 산불 진압 정책이다.
 
 - '붕괴', Jared Diamond, 강주헌 역, 김영사 간, p.68~69

[1] 이 책은 2005년 출판되었다.

산불을 더 효과적으로 진압했는데 산불이 더 크게 나?


  그럴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이었는데....
  
  ... 2차 세계대전 후에 소방수들은 이 목표를 훌륭하게 성취해냈다.  산불 진압용 항공기,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는 임로의 확충, 그리고 한층 발달한 화재 진압 관련 테크놀로지 덕분이었다.  따라서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 동안 화재로 소실되는 삼림의 면적이 거의 80퍼센트나 줄었다.
  그러나 이런 행복한 상황이 1980년대에 들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비와 바람이 도와주지 않으면 진압이 거의 불가능한 대형 산불이 뻔질나게 발생했다.  그때서야 사람들은 연방 정부의 화재 진압 정책이 이런 대형 산불의 원인으로 발전했다는 사실, 즉 번개로 인한 자연 화재가 삼림의 평형 상태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 Ibid, p.69
  

Napoleon; "이 산이 아닌게벼...."


  구체적으로 무슨 문제 때문에 화재 진압이 대형 산불 환경을 조장했을까?  텍스트로 보기엔 너무 기니까 그림으로 요약하겠다.
  몬태나의 당시 주요 수종은 폰데로사 소나무(왼쪽)와 더글러스 전나무(오른쪽)이다.[2]

  폰데로사는 불에 잘 견디는데, 더글러스 전나무는 그렇지 못하다.  이러면 번개 등으로 불이 날 경우 후자가 먼저 타버리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작은 화재를 겪은 숲은 폰데로사가 듬성듬성 있고 아래에 더글러스 전나무가 작은 키로 존재한다.  더 크기 전에 타서 죽으니까.[3]


  대략 위와 같은 모습이 되는 것이다.  더 큰 나무 밑을 더글러스 전나무가 메우는 꼴이다.
  이 상태에서 불이 나도 밑만 타지 위까지 불이 올라가지 못하는데, 이러면 바람을 타고 불이 멀리 가기가 힘들기 때문에 제한된 면적만 태우고 끝이다.  미국 서부에서 보도가 자주 나오는 대형 산불로 번지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벌목 때 키가 더 크고 멋진 폰데로사를 집중적으로 베어냈고, 성공적인 산불 진압 때문에 위키의 사진처럼 더글러스 전나무가 키 큰 숲이 돼 버렸다.  게다가 밑바닥에는 벌목 때 남은 잔가지들이 썩지도 않고 쌓여 있다[5].


  여기에 불이 나면 이제 헬이고 비가 오기 전엔 끌 수 없다.  불에 잘 타는데다 키까지 크니, 불이 수십 m는 바람을 타고 우습게 날아간다. [4]

===================

  물론 전세계에서 보이는 산불들이 전부 이런 식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자연적으로 존재하던 삼림은 어느 정도 산불에 저항성이 다 있다.  산림이 생길 만한 곳에 번개가 전혀 안 치는 데가 얼마나 되겠는가?  유감스럽게도 현재 볼 수 있는 전세계의 숲들 중 사람의 손이 전혀 가지 않은 곳은 거의 없다.  그래서 당연히 비의도적이겠지만 경우에 따라 큰 산불이 나는 상황을 조장한 것이다.

  한국도 대형 산불을 서너 차례 겪었고, 인공 조림으로 여기서 말한 비슷한 문제들을 갖고 있다.  그래서 지금 산불을 언급하는 기사들에 '자연적 현상의 일부다'란 말들이 나오는 것이다.

  漁夫

[4] 궁금하신 분은 도쿄 대공습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시면 된다.
[5] 미국 서부는 건조하기 때문에 잔가지가 썩지 않고 건조된다.  그야말로 땔감인 셈.

덧글

  • 나인테일 2021/08/09 13:00 # 답글

    그렇다고 민둥산을 그냥 놔둘수도 없고 진퇴양난이군요. 앞으로 하는 인공조림 사업이라도 이 교훈에서 배우는 수 밖에 없겠군요.
  • 漁夫 2021/08/12 12:34 #

    기본적으로 벌목은 한국 같은 중위도에서는 채산이 그닥 안 맞습니다. 열대에서는 벌목해 심고 나서 나무가 다시 벨 수 있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온대보다 훨씬 짧습니다. 多翁도 (제가 생략한 부분에서) 그 얘기를 하죠.
    그걸 땜질하기도 힘들고... 이건 직접 당해 보기 전엔 알 수 없는 부분이 많죠.
  • TURN-8 2021/08/09 13:06 # 답글

    <붕괴>를 읽은 적이 없는데도 왠지 익숙하다 싶었는데, 셸렌버거 옹이 최근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했군요.
  • 漁夫 2021/08/12 12:35 #

    셸렌버거 옹 책도 data를 취사선택했다고 욕먹긴 하는데, 환경을 유지하면서 인류의 생활 수준을 개선하기란 생각보다 어렵죠.
  • 존다리안 2021/08/09 13:18 # 답글

    결국 여러 종류의 나무를 같이 심는 방안이 필요하겠군요.
  • 漁夫 2021/08/12 12:36 #

    해당 지역에 맞아야 하는데, 무슨 실험을 하더라도 결과가 나타나는 데 오래 걸린다는 큰 난점이 있죠. 그리고 결과가 나타난 후 그거 보완하는 데 또....
  • 과객b 2021/08/09 14:25 # 삭제 답글

    역시 사람이 대충 손대서 일을 키우는 일이 또!
    책을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 漁夫 2021/08/12 12:38 #

    당시 조치는 최선을 다했다 생각했겠지요. 그런데 그게....
  • 이글 2021/08/09 15:08 # 답글

    자연선택을 거스른 댓가로군요
  • 漁夫 2021/08/12 12:38 #

    사람이 예상하기가 어렵죠.
  • 雲手 2021/08/10 05:52 # 답글

    수 년 전에 밴쿠버 시의 유명한 공원에 강풍이 불어 원시림 거의 절반이 쓰러졌습니다. 한국 같으면 이듬해 오기 전에 새로 조림사업 완료했겠지만 캐나다는 학자들 모아서 대책 세우는데 1년이 걸렸지요. 1년 후의 대책은


    아무것도 안한다
    그냥 둔다

    였습니다 .

    그리고 수 년이 지난 현재 스탠리 팍은 다시 볼만해 졌습니다.
  • 漁夫 2021/08/12 12:39 #

    벌목한 산 언저리는 한국 같은 상황에서는 그냥 내버려 두기가 어려운데, 여름에 집중적으로 비가 올 때 거의 100% 산사태 및 토양유실 확정이라서 뭔가 하긴 해야죠. 그게 나중에 어찌될지 몰라 문제지...
  • 일화 2021/08/11 08:10 # 답글

    구체적인 이유는 처음 알았네요.
  • 漁夫 2021/08/12 12:39 #

    가능하면 남이 삽질한 교훈을 되새기는 전략을 쓸 수밖에요 ㅋㅋㅋ
  • ... 2021/08/18 05:57 # 삭제 답글

    저기까지 생각하고 정책을 입안할 수 없으니 요지경이군요. 참 어렵습니다.
  • 漁夫 2021/08/23 23:24 #

    네. 어떤 정책의 결과를 단기 장기 다 입안 시점에 알아차리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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