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25 16:48

우울한 크리스마스 날의 사회 사담 Critics about news

  1. 

  내가 성인이 된 후 IMF와 subprime mortgage crisis를 겪었지만, 이렇게 전세계적으로 평범한 일반 시민들이 광범위하게 위기를 절감하기는 처음이다.  그것도 자신의 생활과 생명에 직접 위협을 느끼면서.

  딱 1년 동안 전세계 감염자 수가 자그마치 8000만, 사망자 수가 170만으로 번졌다(source).  내가 성인이 된 후 다른 어떤 감염병도 이 정도로 전세계를 동시에 위협하지 못했는데, 대부분은 백신이나 치료제가 있었기 때문이며, 말라리아는 대부분의 선진국 이상에서는 큰 위협이 아니었고 AIDS는 평범한 개인이 비교적 쉽게 회피할 수 있었다(그리고 이제는 적어도 선진국에서는 일반 만성병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전혀 그렇지 않다.  한국은 단연 다른 대부분의 나라보다는 나은 상황인데도 이렇게 심각하면, shutdown까지 겪은 나라들은 어떨지 가히 짐작이 간다[1].

  2. 

  최근 두 법원 판결은 매우 흥미있다.

  1) 정경심 교수 판결(한겨레 링크)


  전부터 흥미로웠던 점이 조국 교수 일가의 생각이다. 

  * 조 교수의 이전 트위터 발언들을 보면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이 많은데, 자신과 가족에게는 적용하지 않았다.
  * 자기한테 불리한 증거를 감출 수는 있다(한국에서는 당사자의 증거 인멸은 범죄가 아니다).  그런데 법학 교
    수였던 사람이 이를 어떻게 보냐는 다른 문제인 것이다.
       자기 부인의 죄를 밝히라는 말이 아니다.  자신의 논란이 불거졌을 때 사퇴했다면 잠깐 시끄럽고 끝났을 
     텐데(물론 재판은 가겠으나 정치적으로는 잡음이 가장 작았을 것이란 말), 대통령까지 공개적으로 '빚지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집착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2].  
  * 정 교수가 한 행동은 참 이상하다.  PC를 집으로 들고 간 것, 그리고 '아래 한글을 잘 못 쓴다'는 주장까지.
     노트북이 아니라 PC를 이동하긴 지금도 웬만한 일 아니면 상당히 귀찮다.  도대체 왜?  처음 변호인으로
     선임한 사람이 바로 정 교수에게 이 문제를 지적했을 정도다[3].
       그리고 교수 정도의 위치에 올라서 아래 한글을 잘 못 쓴다는 말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 모르겠음.
     정부의 공식 워드프로세서가 아래 한글인데.

  * 하나 추가하고 싶은 것이 조 교수의 딸의 생각이다.  지금 무슨 생각이 들까?  어머니가 한 일 때문에 자기 
     말고 다른 사람 하나가 떨어진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재판부가 판단했다[4].  

  덤] 위 사진에서 보듯이 '단지 표창장 하나 때문에 4년'이 아니다

  2) 윤 검찰총장 직무정지 가처분 인용(전문)

  내가 아직 이해가 안 가는 점은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끼리 '붙었을' 때 왜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가만 있었냐는 것이다.  인사권자로서 '부하'가 맘에 안 들 때 할 수 있는 방법은 

  ⓐ 임명했던 사람이 직접 설득해 사임시킴; 당사자가 거부할 수 있다는 risk가 있긴 하다.
  ⓑ 무슨 일이건 꼬투리 잡아 내보낼 수 있는 건수 잡아, 정식 절차 통해 직위 해제
  ⓒ 해당 부하에게 예산을 안 주거나 그 사람의 '부하'를 말 안 듣는 사람으로 바꿔 허수아비로 만듦

  시간을 제일 덜 소모하고 해당 조직에 피해가 가장 적은 방법은 단연 첫째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둘을 쓰면서 '그리 잘 하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앞의 판결문 전문에서 가져오면
  
  검사징계법 제17조 제4항은 “위원회는 기피신청이 있을 때에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기피 여부를 의결한다. 이 경우 기피신청을 받은 사람은 그 의결에 참여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여 기피의결의 의사정족수를 재적위원의 과반수로 명시하고 있다.

● 재적의 사전적 의미는 명부에 이름이 올라 있음을 뜻하고, 재적위원은 현재 위원회에 적을 두고 있는 위원을 의미한다(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1474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 사건 징계위원회의 재적위원은 법무부장관과 출석하지 않은 민간위원을 포함한 7명이고, 재적위원 과반수는 4명이므로, 기피의결을 하려면 재적위원 과반수인 위원 4명 이상이 출석하여야 한다.

● 이 사건 징계위원회가 신청인 변호인의 각 기피신청에 대한 기피의결을 함에 있어 기피신청을 받은 위원을 퇴장시킨 후 나머지 위원 3인이 기피의결에 참여한 사실은 앞에서 인정하였는바, 재적위원의 과반수가 되지 않는 3인만으로 기피의결을 하였다.
  따라서 신청인 변호인의 각 기피신청에 대한 기피의결은 검사징계법 제17조 제4항의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이라는 의사정족수를 갖추지 못하여 무효이고, 이에 이은 이 사건 징계위원회의 징계의결도 징계의결에 참여할 수 없는 기피신청을 받은 위원들의 참여 아래 이루어진 것으로서 의사정족수에 미달하여 무효이다(대법원 1999. 4. 27. 선고 98다42547 판결 참조).

  
4인 이상 돼야 의결을 하라고 규정돼 있는데 3인으로 했대네요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심지어 추 장관쪽으로 분류되던 사람들도 "이건 아니다"고 공개 항의하거나 위원회 위원 지명을 고사했으며, 어느 정도 이유가 있어 기피 신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꺼이 위원을 맡아 [징계에 표를 던져] 줄 사람이 모자랐다(...)
  정족수가 문제란 지적은 당시 이미 있었으므로 의결을 추진했던 당사자들이 몰랐을 리가 없다.  도대체 왜 이렇게 무리하게 일을 추진했나?

  전략적 관점에서도 합목적적이지 못한데

  * 어느 조직을 개혁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런데 추진하는 과정에서 욕은 욕대로 다 먹고 조직 내부에서 
    반발만 잔뜩 쌓았다.  내부에서 적극 협조해도 대통령 임기 남은 동안 힘들 텐데 정반대로 한 것이다.
  * 이제는 판결을 내린 법원에게 기득권이라 욕한다(link).  적을 줄일 능력이 없다면 적어도 늘리진 말아야지...

  * 일반 국민들은 '검찰개혁'이라면 '권력자건 유력자건 일반인과 평등하게 법을 적용받는다.  누구건 같은 죄를 
    지으면 같은 벌을 받는다.  그것을 제도적으로 보장한다'를 목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 조국 교수 건은 현 검찰의 의도가 뭐였건 여당 정책의 바로미터가 돼 버린 셈이다.  여당과 대통령이 꾸준히 
      조국을 감쌌는데, 조국은 현 정부에서 결코 '별 볼일 없는 인사'가 아니었다.  조국 수사를 하려는 쪽은 현 총
      장(더구나 현 대통령이 임명)이었는데 일반인들이 봐도 총장의 권한을 줄이고 내보내려는 의도가 명확했다.  
    - 여론 조사도 일반인이 현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워한다는 추측을 뒷받침한다.  정국이 조국에 집중된 동안 
      여당과 대령 지지도가 꾸준히 하락했다.

  내가 여당이 말하는 '검찰 개혁'을 위의 일반 국민들처럼 이해한다면, 지금 여당의 언동은 그에 잘 부합하지 않는다.  애초에 검찰총장의 임기를 법적으로 보장해 놓은 이유가 외부의 정치적 간섭을 배제하기 위해서니 지금처럼 간섭할 명분이 부족하지 않은가.
  
  하나 더 지적하자면 법원을 적대시하는 태도다.  전략적으로 '적을 늘린다'는 문제는 일단 빼고, 애초에 삼권분립이 왜 존재하는가?  무슨 일을 하려 할 때 법적으로도 타당한지는[5] 기본적 고려 사항이고, 목적이 옳더라도 절차는 기존 규정을 지켜야 정당성을 확보한다고 믿는다.  판결문에서 절차 위반을 지적받는데, 대체 누가 무리했는가?

  漁夫
  
[1] 호주가 3개월 동안 올해 봄에 lockdown을 한 결과 경제적 손실이 7조 원에 근접했고, 정신과 치료는 30% 증가, 하루에 일자리가 1300개씩 날아갔다는 결과가 있다.
[2] 물론 이렇게 언급한 것도 대통령의 선택이긴 하다.  문제는 이 집착이 정치적으로 냉정한 선택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 여당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3] 재판 끝까지 정 교수의 변호를 맡은 사람은 PC 문제를 지적한 분이 아니다.  이 분은 도중에 사퇴했다.
[4] 추가 합격이 돌아가는 요즘은 아마 덜하겠지만, 이전에는 사람이 합격 발표 후 다른 데로 빠져도 추가 합격을 시키지 않는 곳이 많았다.  그리고 '반수'라면 문자 그대로 다른 누군가를 불합격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일단 정당하게 자격을 만족시켜 얻은 정원이다.  처음부터 '자격 없는데 불법적 방법으로 합격시킨' 것이라면 같을 리가.
[5] 물론 처음부터 100% 법을 고려하면서 움직이기는 힘들 수 있고, 많은 것은 [법적으로는 다소 어긋나더라도] 관례로 굴러간다.  하지만 법에 저촉되면 바로 그 지점에서 해당자가 법을 이용해 반격을 가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어야 한다.

덧글

  • 일화 2020/12/25 17:53 # 답글

    사이비종교 교주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됩니다. 그런경우 교주는 신이거나 신에 가까운 존재라 속세의 자잘한 일에 나서면 안되니까요.
  • 漁夫 2020/12/28 21:12 #

    박권일 평론가 등이 그런 얘기를 하네요.
  • 채널 2nd™ 2020/12/25 21:11 # 답글

    또 다시 간만에 이오공감 갈만한 글..... ;;;;

    대체 이 나라에는 청맹과니만 사는건지..
  • 漁夫 2020/12/28 21:13 #

    하하 당시라면 이오투기장행 100% ㅋㅋ
  • 2020/12/27 18:4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20/12/28 21:1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20/12/28 22:1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BigTrain 2020/12/28 09:51 # 답글

    예전에 강성 문재인 지지자와 일한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아주 부지런하고 유능하신 분이었습니다.

    몇 달 가량 관찰해 본 결과, 그 분들은 자신들 지지자들이 노무현을 '지켜주지 못해' 노무현이 죽었고,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문재인을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하더군요. 그가 대통령이 됐고, 180석을 얻은 지금도 그 멘탈리티는 바뀌지 않았을 겁니다.

    문재인 지지자들, 그리고 아마도 현 정권 집권자들이 갖고 있을 검찰개혁의 원인은 딱 하나 "노무현을 죽인 검찰을 조져야 한다."는 겁니다. 이걸 정상인들은 전혀 공감할 수가 없으니 저들의 행태를 이해할 수가 없는거죠. 왜 일반인들에게 더 중요한 경찰이 아니라 검찰을 개혁하는 거고, 검찰을 개혁한답시고 옥상옥 조직에다가 정권의 철권 역할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는 또다른 조직을 더 만들어내는지 합리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노무현을 죽인 검찰을 조지고, 장기집권할 우리들에게 칼을 겨누지 않을 따까리를 하나 만든다"는 논리라면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漁夫 2020/12/28 21:20 #

    정말 그렇게만 생각한다면 설득은 포기해야죠.

    마크 트웨인이 이런 말을 했댑니다. "정치인은 기저귀와 비슷하다. 정기적으로 갈아 줘야 한다."

    어느 정도는 이런 생각을 하는 저로서는 '무슨 행동을 하나 지켜야 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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