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11 15:52

코로나 2019 ] 사생활 통제 권력 Views by Engineer

  곁가지로 다루는 번외편. 

7. 코로나 2019 ] 검체 분석 방법과 고려 사항 
6. 코로나 2019 ] 전염병 병원체의 진화
5. 코로나 2019 ] 병원의 시스템
4. 코로나 2019 ] 검사 용량
3. 코로나 2019 ] 중국인 입국 금지 정책에 대해 II
2. 코로나 2019 ] 중국인 입국 금지 정책에 대해
1. 민감도(sensitivity)와 특이도(specificity), 위양성(false positive)과 위음성(false nega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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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에 계신 페친들께서 이미 (사생활 침해를 내세워) 공적 업무를 고리타분한 방식으로만 다루는 유럽 정부들에 대해 분노를 표하셨다[1]. 가령 발병 신고를 fax로만 받아서 의사를 빡치게 만들었던 독일 당국이나.... [2]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대규모로 번진 (상당히 치명률 높은) 감염병 대처에 이런 현황이 몹시 비효율적임이 입증되자 심각한 사회적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르 피가로 紙의 도쿄 특파원도 빡치셨는지 일갈을 날렸다.  영어 번역을 봐도 분노가 곳곳에 묻어나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다.

  요지는 '사생활 침해 운운하며 늑장 부리다가, 전국민 이동 금지라는 사상 초유의 대규모 자유 침해 조치를 유발했다'는 것. 
  독일도 이 논란에 자유롭지 못하다.  거긴 나치의 망령 때문에 특히 이런 논란이 심했다.  가령 이 기사를 보자.
  • 코로나19 한국 따라하기 애먹는 독일…"서울 비하면 제3세계"(연합뉴스; 3월 26일)
  <한국식 휴대전화 정보활용 추적관리안, '기본권 침해' 반대로 좌초>
  하지만 옌스 슈판 보건부 장관이 앞장서서 추진했던 법 개정안은 반대에 부딪혀 좌초됐다. 23일 내각회의에 상정되지도 못했다.  개정안 초안이 알려지자 소셜미디어를 통해 비판 여론이 쏟아졌다. 자유민주당과 녹색당, 좌파당 등의 유력 정치인도 잇따라 '개인 기본권 침해'라는 이유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슈판 장관은 당일 기자회견에선 한국과 같은 국가가 이동 경로 파악을 통해 감염확산을 늦출 수 있었다고 항변하면서 관련 논의를 계속하겠다며 개정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태도를 한국 입장에서 '만 명 단위로 죽는데 뭐 저런 걸로 논란ㅋㅋㅋ '이라 백안시하기만 할 수는 없다.  지금 한국의 동선 추적 알림은 정말 문제가 없을까?  예를 들어 강남구의 제주도를 다녀 온 모녀 동선 보도에 대해서는 "누군지 개인을 특정할 수도 있겠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았다[3].  그리고 해당 동선에 들어간 식당은 완전 방역 등을 거쳐 문을 다시 열어도 사람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4].  식당이 무슨 죄가 있나?
  지금 한국을 통제 불능에 가깝던 위기에서 구해 준 것을 나열하자면 아래 사항들이 생각난다.

  1. 메르스 교훈에 따라 빨리 준비한 질본(포스팅 7)
  2. 민간에 이미 많이 깔려 있었던 검사 장비
  3. 법적 제도; 감염병예방법의 상당 부분은 메르스 때문에 바뀌었음.  검사 키트 신속승인제도가 결정적
  4. 추적 기술; 주민등록번호, 핸드폰, CCTV 등으로 알아낸 동선 공개 등
  5. 검사 방법론; drive/walk-through 같은 아이디어들
  6. 운; 황사 때문에 마스크 생산 공장도 있었고, 국민들이 마스크 착용에 익숙.  적어도 마스크 썼다고 얼굴을 가리려는 범죄자 취급을 걱정하지 않아도 됨
  위 기사에서 독일 보건부 장관이 지적하듯이 추적 기술은 한국의 코로나 방역 정책인 3T(test, trace, treatment)의 세 다리 중 하나다.  가령 주민등록번호 같은 제도가 있는 나라가 지구상에 몇이나 되겠나[5]?  의외로 적다.  핸드폰 ip 추적에다 CCTV를 동원하면 제이슨 본 추적 정도는 기술적으로 100% 가능하다 싶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전혀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이 없었다[6],[7].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정부가 우리를 이렇게 추적할 수단을 손에 쥐고 있을 때 적절한 통제 수단이 국민의 대표들 손에 있어야만 한다는 점이다[8].  나는 코로나19 유행이 좀 수그러들면 반드시 통제 수단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漁夫

[1] 전자정부를 거부하는 이런 anti-tech적 태도는 사실 미국도 별반 다르지 않음.  한국 행정 사무의 전자/인터넷화 정도는 구미 각국에서도 깜짝 놀랄 수준이다.  미국에서는 연말 정산 절차가 한국의 10년 이상 전 수준이다. 국세청 site에서 두 시간이면 웬만한 거 다 된다?  대부분의 유럽과 미국 사람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 독일 의사가 교사를 확진했으나 당국이 접수를 '한 회선 뿐인' Fax로만 받았음.  당연히 회선이 터져나갈 상황이라 접수 안 됨.  의사가 빡쳐서 다른 수단을 다 동원했으나 실패.  그 동안 교사는 학교에서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키고 말았음 (...)
[3] 이 모녀가 방역에 대해 취한 태도를 옹호하는 게 아니다.  비판받아 마땅하다.
[4] 코로나바이러스는 인체 밖에서 어차피 오래 살지 못하기 때문에, 방역 후 2일 정도 닫은 다음이라면 확진자 방문 때문에 감염될 확률은 0에 아주아주 가깝다.
[5] 미국에서는 사회보장번호(social security number)가 그나마 좀 비슷하다고 안다.  그러나 이걸 거의 아무 데서나 다 요구하지 않는다.  반면 주민등록번호(혹은 외국인에겐 외국인 등록 번호)가 없으면 현금거래 아니라면 인터넷 혹은 큰 규모의 상업 거래를 아예 할 수 조차 없는 것이 한국이다.  외국 사람은 "이러면 중국하고 비슷하지 않냐"고 생각할 만 하다.
[6] 현재 한국의 CCTV만 해도 맘 먹고 동원하면 위력이 엄청나다.  맨헌트에서 주인공이 제주도에 도착한 후 5분도 안 돼서 포착되었다.  어떻게 잡혔는지 보면....  그리고 애플과 구글이 코로나19 감염자 앱을 만든다는 뉴스가 나왔다(link).  이 두 회사가 핸드폰에 미치는 영향이란...
[7] 나는 DNA 지문 등록에 대한 포스팅을 올린 적이 있었다(link).  만약 전 국민이 다 DNA 지문을 등록하자고 주장하면 아마 미친 놈 소리를 듣기 좋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이미 쓰는 추적 수단들에 비하면 DNA 지문은 대량 실시간 추적이 훨씬 더 힘들다.  지금 쓰는 동선 추적 방법은 하루에도 수천 명 이상 가능하다는 것을 이미 입증했다.
[8] 2017년 탄핵 사태 때 계엄 계획에 국회의원들 감금 등의 언급이 있었다는 뉴스가 떴다.  정말 민주 사회의 적이다 싶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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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20/04/11 21:22 # 삭제 답글

    정부가 위기상황에 국민의 기본권을 어느정도 제한할 수 있나?
    그리고 위기상황이 종결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는 논의해야할 사회적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 漁夫 2020/04/14 18:00 #

    역설적으로 이번에 너무 효과적이라 입증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통제 장치를 더 고민해야죠.
  • 트레버매덕스 2020/05/10 03:36 # 답글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그 수많은 사람들의 동선을 일일이 추적해낸다는게 대단하면서도 한편으로 누군가 엉뚱한 마음을 품으면 사달이 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 漁夫 2020/05/10 11:09 #

    네. 실제 지금 독일에서 쓰는 시스템은 익명 id에다 접촉자에 가까이 가면 알려주는 방식입니다. 이것도 맘먹고 실명 추적하려 하면 되지만, 적어도 초기 경보에는 익명이라 논란이 좀 덜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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