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10 00:26

코로나 2019 ] 약, 백신; 특히 약에 필요한 정도 Views by Engineer

  코로나 시리즈의 9편.  1~8편은 아래와 같다.

7. 코로나 2019 ] 검체 분석 방법과 고려 사항 
6. 코로나 2019 ] 전염병 병원체의 진화
5. 코로나 2019 ] 병원의 시스템
4. 코로나 2019 ] 검사 용량
3. 코로나 2019 ] 중국인 입국 금지 정책에 대해 II
2. 코로나 2019 ] 중국인 입국 금지 정책에 대해
1. 민감도(sensitivity)와 특이도(specificity), 위양성(false positive)과 위음성(false negative)

  8편을 쓴 뒤 딱 20일 지났다.  5편을 '코로나19의 현황 진전은 매우 빠르다'라 맺었는데, 그간 현황이 전개된 속도는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나는 국처럼 총력을 기울여 막더라도 큰 집단 하나의 감염만으로도[1] 거의 통제 불능에 다가갔을 만큼 감염성이 대단히 강한 코로나19의 특성상 국제적으로 통제가 가능할지 의문이었지만, 다른 대륙에서도 크게 번지는 시점은 좀 더 뒤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4월 9일 현재... 아시다시피 국제적으로 완전히 통제 불능으로 번졌다[2]. 


[3]

  그리고 덤으로 놀란 점은 한국에서 영원히 선진국으로 우러러봐야 할 것 같던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너무나 맥없이 무너지고, 일부는 심지어 '국민들이 집단 면역(herd immunity) 상태가 될 때까지 기다리자'는 정책을 초기에 쓴 것이었다[4].  더 이상 한국이 '잘했다 아니다'로 논란할 상황이 아닌 것이다.  한국이 설사 한심한 점이 있더라도 외국은 더, 어쩌면 훨씬 더 한심  한국의 방역 정책과 수단에 대해 수많은 외신이나 한국어 번역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니, 여기서 포스팅 7편 외에 굳이 더 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5].  
  좀 아슬아슬해도 한국은 이제 하루 100명 이하 정도로 계속 감염자를 통제 중이고 신규 감염자의 대부분은 해외 유입인 이상, 이번 포스팅은 다음 단계의 중요한 무기인 약 및 백신에 대해 간단히 적겠다.

  내가 꼬꼬마 때는 바이러스 감염병에는 아예 약이 없다고 했으나, 지금은 상당히 많은 종류의 약이 나와 있다.  이는 이전에 비해 바이러스에 대한 인간의 이해가 크게 증가하면서, 바이러스가 세포로 침투하고 자신을 복제하는 기전(mechanism)을 거의 완벽히 파악한 덕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간의 세포에 붙고 침투하며 복제하는 기전은 아래와 같다고 알려져 있다.[6] [7] [8]
  

  1) 인간 세포의 ACE2 수용체(receptor)에 바이러스의 소위 'spike'가 붙음
  2) TMPRSS2 단백질이 ACE2-spike 복합체에 작용하여 세포로 바이러스가 들어오도록 함
  3) 흡착 및 세포 침투
  4) 바이러스 외피가 없어져, 바이러스 RNA가 세포 내로 침입
  5) 바이러스 RNA가 세포 리보솜으로 들어가 여러 단백질을 만드는데, PLPro, 3CDPro란 두 
     protease가 중요.  이 외에 RdRp(RNA-dependent RNA replicase)가 다음 과정의 핵심.
  6) RdRp가 리보솜에서 (-) form(주형)이 된 것을 복제하여 (+) form, 즉 바이러스 RNA를
     여러 개 다시 만들어 냄.
  7) 리보솜에서 만들어진 바이러스 단백질들이 외피를 제조하여, 바이러스 RNA를 둘러쌈

  이 중 어느 하나만 저해시켜도 바이러스의 복제 과정을 막기엔 충분하다.  여러 후보 물질들이 나와 있으며, AIDS(HIV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 용으로 개발된 칼레트라나 Ebola 바이러스 용으로 나왔던 렘데시비르 등의 이름을 들어 본 분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말라리아 약의 변형인 히드록시퀴놀린은 리보솜에 작용한다고 한다[7], [9].  지금은 통상의 절차를 거쳐 새로 약을 개발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존에 비슷한 작용을 한다고 알려진 약들을 가져와 시험하는 것이다.  제발 빨리 적절한 물건이 나타나기만 바랄 뿐이다.
  백신은 지금 코로나19의 구조 및 단백질의 기능 등이 거의 다 알려졌기 때문에 [10], 코로나19의 구조에서 돌연변이가 가장 작은 부분을 찾아서 목표를 만드는 방법과 병원성을 약화시킨 바이러스를 이용하는 방법[11] 등이 있다.  그러나 이렇게 시급한 상황에서 총력을 기울여도 적어도 1~2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

  백신이 어려운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약이 빨리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이전의 페니실린 같은 '특효약' 성능이 되지 않더라도, 지금 한국의 상황에서는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환자들에게서 병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 효력 정도만 되어도 대성공이라 생각한다.
  코로나19의 가장 심각한 특성이 엄청난 전염성으로, 한 명이 다른 사람을 전파시키는 전파 계수(basic reproductive number; R0)가 통상 2~3부터 높게는 4~9까지 나온다[12].  앞 포스팅들에서 몇 번 한 얘기를 또 하면, 코로나19는 증상이 처음 나타나는 시기부터 바이러스 배출량이 높고, 병이 진전되면서 오히려 배출이 줄어든다.  이 링크(link)에 소개된 논문(link)에서 보여 준 그래프(및 암시하는 특성)를 잠복기 부분을 추가해 거칠게 단순화하면 이렇다.  (논문의 그림은 당연히 잠복기 부분이 빠져 있음에 유의) [13]


  보통의 호흡기 전염병들에서는 증상과 전염력이 같이 가는데, 기침과 재채기 등이 병원체를 몸 밖으로 내보내는 원동력이니 당연하다.  병원체가 호흡기 표면의 세포들을 공격하면서 그에 대한 방어 작용으로 인체는 열(fever), 기침과 재채기 등의 증상을 나타내기 때문이다[14].  코로나19가 대단한 점은 초기 인체의 대응이 미미한 시점에 매우 많이 증가할 수 있고, 보통 생활에서 호흡하는 정도(+기침 증상)의 비말로도 전염에 충분한 농도로 퍼질 수 있다는 것이다[15].  위 그림을 보면, 무증상 전염이 가능한 시기가 ⓑ고, 증세가 처음 나타나 비교적 가벼우며 확증까지 걸리는 시간이 대략 ⓒ다[16].  따라서 붉은 색 shade 부분이 감염 위험이 가장 높은 시기다.  R0 평가에 의하면 이 사이에 적어도 2명, 많으면 7~9명까지 감염시킨다고 하니, 그 뒤에 감염자가 어떻게 되건 바이러스가 주변으로 퍼지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상당히 높은 치사율을 보이는 데는 이런 이유가 크다고 생각한다.
  ⓑ와 ⓒ 부분에서 전염을 가급적 줄이는 방법이 소위 '사회적 거리두기'다.  그게 마스크건, 자발 격리건 손씻기건 이 때가 가장 중요하며, 한국처럼 빨리 추적하여 가능한 한 일찍 격리시키는 전략이 중요한 이유다.  그러면 내가 위에서 적었듯이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환자들에게서 병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 효력 정도만 되어도 대성공"일 이유가 있을까?  그렇다.  접촉이 확인되어 증세가 나타나기 전에 약으로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면, 아래 그림처럼 곡선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투약 개시 시점 이후 바이러스의 증식이 억제되기 때문에, 좀 더 빠른 시점에 투약을 개시한 ①과 ②의 바이러스 농도 곡선이 달라질 것이다. ①은 아예 전염이 완전히 차단될 것이고, ②는 전염이 가능하더라도 매우 확률이 줄어들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주변에 주는 부담이 엄청나게 줄 것이 확실하다.  굳이 확실히 낫는 효력 강한 약이 아니더라도 이것으로 충분하며, AIDS의 사례를 보더라도 그렇다[17].  더군다나 완치 판정 후에 재확진되는 경우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18].

  한국은 다행스럽게도 감염 후 상당히 이른 시점에 감염자 포착이 가능하므로, 병의 후기 위중한 환자에 투여해도 바로 효력이 나타날 만큼 유력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만 효력이 있어도 상당히 효과적일 것이다.  다른 약이 실패해도, 위중한 환자에는 적어도 혈청을 써 볼 수 있지 않은가.

  漁夫

[1] 당연히 신천지.
[2] https://www.worldometers.info/coronavirus/ . 어쩌면 전세계 사람의 수십 % 수준으로 걸려서 1918년의 스페인 독감 이래 최대의 범유행(pandemic) 사례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 포스팅을 읽으시는 분들이 이 정도 규모의 대유행을 다시 볼 수 있을지 전혀 확신할 수 없다.
[3] 서브프라임 사태 진행 중이던 2008년 9월 이코노미스트의 표지.
[4] 백신과 치료약이 없는 현재, 국민의 대다수가 노출되어 면역을 획득하는 집단 면역을 추구하겠다는 말은 "보건 당국이 더 이상 할 방도가 없으니, 국민 여러분 일단 한 번 걸리시고 나서 생각합시다.  병원에 자리가 있는 한은 돌봐 드리겠지만 없으면 우리도 어찌.. GG"와 똑같다.  무려 이게 국가 정책이라고 내놓다니(sigh)....
[5] 내 평생 실시간으로 한국이 이렇게 전세계에서 칭찬을 듣는 일을 본 적이 없다.  유일하게 비견할 것이라면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국제 대규모 경기 중 손꼽히는 1988년 서울 올림픽 정도?  이것도 나중 얘기지 진행되는 도중에 나온 말이 아니었다.
[6]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15797 (BRIC 바이오토픽; 양병찬 씨)
[9] 안타깝게도 프랑스에서 임상시험 중이던 히드록시퀴놀린과 다른 약의 혼합 사용은 부작용이 나타나 중단되었다고 한다.  https://www.nicematin.com/sante/coronavirus-nous-avons-deja-du-interrompre-le-traitement-de-hydroxychloroquine-azithromycine-au-chu-de-nice-489118#Echobox=1586243253(프랑스어)
[10] 서울대 김빛내리 교수 등의 팀이 최종 과정을 거의 완료했다(link).
[11] 포르말린 등의 여러 방법으로 죽인 바이러스를 쓰거나, 증식 기능을 약화시킨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쓰는 방법이 대표적.  소아마비(polio)에서는 두 가지 모두 등장했고, 요즘은 보통 후자(Sabin vaccine)가 쓰인다.  각주 [7] 참고.
[13] 원 논문의 'Ct'는 시리즈 포스팅 7편 참고.  7편에서 "Ct 35를 양성 기준으로 보통 판단한다"고 했기 때문에, 검출 시약에 따라 차이가 있어서 완전히 같은 숫자로 비교하긴 어렵지만 일단은 Ct 35를 전염 가능 기준으로 놓았다.  
  그리고 잠복기는 가장 빠르게는 1일, 길면 27일까지 보고되어 있다.  단 3~7일이 가장 많고, 늦어도 14일 안에 나타날 확률이 99%였기 때문에 현재 격리 기간은 14일이 표준이다.
[14] 콧물, 기침, 재채기 등은 호흡에서 병원체를 몰아 내려는 노력인데, 병원체는 이것을 이용해 다른 숙주로 옮겨간다.  추가하면 이 기사도 보기 바란다(link).
[15] 초기 증상 중 후각 감퇴가 꽤 높은 빈도로 나타난다고 한다.  나는 이것이 바이러스가 코 내부 표면의 세포를 공격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설명하는 것이 가장 그럴듯하다 생각한다.  이 정도만 증상을 보이는 경증 환자에서도 그렇게 잘 퍼지니 정말 놀랠 노 자다.
[16] 한국은 확진까지 얼마 안 기다려도 되는 나라지만, 현실적으로 검체 채취 후 통보까지 최대 2일은 걸린다.  밀려 있는 나라들은 말할 것도 없이 더 길다.  ⓓ와 ⓔ 구간에서는 대개 격리되어 있으니 바이러스 배출 농도에 상관 없이 전염 가능성이 별로 없다 간주했다.
[17] AIDS는 전세계적으로 완치 사례가 둘밖에 없다.  그런데도 선진국에서는 '천형'이라 할 만큼 반드시 죽는 병에서 지금 '(약만 제대로 먹으면) 관리 가능한 만성병'이 된 이유는, 현재 사용하는 소위 '칵테일 요법'이 바이러스의 증식을 (즉 병의 진전을) 막아 잠복기를 십여 년 이상으로 매우 연장시켰기 때문이다.
[18] 대구에서 완치자 추적 조사를 하자 4700여명 중 6.6%가 증상이 남아 있다고 응답했다(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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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일화 2020/04/10 00:35 # 답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 漁夫 2020/04/11 19:15 #

    감사합니다 ;-)
  • 2020/04/10 12:53 # 삭제 답글

    백신이 개발되고 보급되면 팬데믹으로 인한 혼란이 줄어들겠죠..
    언제쯤 될지..
  • 漁夫 2020/04/11 19:18 #

    백신이 아니라 한국에서는 제가 포스팅에서 말한 정도 약만 나와도 격리를 참아야 하는 부담이 많이 줄어들 것입니다.
    좀 전에 렘데시비르 뉴스가 떴네요. https://www.yna.co.kr/view/AKR20200411036300017 그런데 중증 위주라서 좀.
    빨리 경증 환자들에게도 제대로 적용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http://www.hit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278 를 보면 아무래도 주 타켓이 경증이나 증세 발현 전이 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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