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20 09:22

코로나 2019 ] 어느 고교생의 죽음 Views by Engineer

  코로나 시리즈의 8편.  1~7편은 아래와 같다.

7. 코로나 2019 ] 검체 분석 방법과 고려 사항 
6. 코로나 2019 ] 전염병 병원체의 진화
5. 코로나 2019 ] 병원의 시스템
4. 코로나 2019 ] 검사 용량
3. 코로나 2019 ] 중국인 입국 금지 정책에 대해 II
2. 코로나 2019 ] 중국인 입국 금지 정책에 대해
1. 민감도(sensitivity)와 특이도(specificity), 위양성(false positive)과 위음성(false negative)

  이 주제에 대해서는 되도록 일반적인 것만 쓰려 했는데, 개별 사례지만 전염병 대유행 때 일어날 수 있는 전형적 문제를 하나 봐서 포스팅을 쓰겠다.  그간 의견을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 "열이 41도 넘는데 집으로 보내... " 대구 17세 소년 부모 억울함 호소(link)

  현재 병원들은 적어도 호흡기 증세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코로나19 검사 결과 없이 입원을 받아들일 수 없는 형편이다.  받아 주었다가 코로나19라면 어떻게 됐겠는가?  자칫하면 병원이 문을 닫고 환자들까지 영향을 받을 테니까.
  결과를 다 아는 지금으로서는 열이 날 때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했지만, 열만으로는 불충분하므로 이틀 뒤에 병원으로 갔다 해서 크게 잘못이라고 할 수도 없다.  코로나 유행 시기만 아니었어도, 이 소년이 목숨을 잃을 가능성은 크게 줄었을 것이다.  정말 안타깝다...

  이 소년의 검체가 계속 음성으로 나오다가, 일부 검체가 양성으로 나와서 사망진단서에 표기도 혼동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 때문에 영남대 병원이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보내 확인을 요청했다.  결과는.... 음성 확정.

  환자를 치료했던 영남대병원으로부터 사망자의 호흡기 세척물, 혈청, 소변 등 잔여검체를 인계받아 분석했다. 검사의 신뢰성을 위해 서울대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도 같은 검사를 의뢰했고,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다.... 사망자는 지난 13일부터 18일까지 13차례에 걸쳐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이 중 마지막 검사에서 소변, 가래 검체가 양성소견을 보여 병원은 방대본에 검사를 의뢰했다. 유천권 방대본 진단분석관리단장은 “검체 재판독 결과, 환자의 검체가 전혀 들어가 있지 않은 대조군 검체에서도 PCR 반응이 나와 진단검사 실험실의 오염, 기술 오류가 의심됐다”고 말했다. (link)

  이 뿐이라면 그냥 끝났을 텐데, 영남대병원에서 불복했다(link).
  나는 원장님께서 취한 태도에 의문이 가는데, 병원과 그 근무자들을 위해 상당히 risk가 있기 때문이다.

  1. 여러 다른 기관에서도 음성이 나오고, 자체 검사에서도 여러 번 음성이 나오다가 한 번 양성이 나왔으면 그 결과를 의심하는 편이 옳다.  더군다나 질본에서 보낸 '음성 대조 시료(negative control sample)'마저 양성으로 나왔다면 내부 오염을 의심할 이유가 충분하다.  이건 '가열 살균한 물을 찍었는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2. 원장이 뭐라 언급을 굳이 하고 싶다면, 내부 오염 가능성을 완전히 없애고 난 다음이어야 한다.  만약 내가 원장 위치였다면, 질본 전문가 감시 아래에서 가능한 한 protocol을 다 준수해 test하고,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  물론 내 나름대로 바이러스 절대 없는 '음성 대조 시료'와 바이러스가 확실히 있는 시료를 작업자 모르게 슬쩍 같이 돌릴 것이다.  Double blind test 방식은 신약 검사에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3. 생물학 검체는 오염이 의외로 쉽다.  HeLa 세포의 오염 사례를 이 분들께서 몰랐다고 말하기는 좀.... [1]
  4. 검체 시료를 채취할 때 오염됐는지, 아니면 시험실 내에서 오염됐는지는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후자가 원인이 하나가 아니다.  측정자 때문에 오염됐을 수도 있고(가령 검체 뜨는 피펫에 묻어 옮겨졌거나, 만에 하나 장비 사용자가 감염됐을 수도), 장비 내에 올려놓은 시료간 오염인지도 중요하다(액체 시료가 이동하는 경로는 대부분 반드시 세척이 필요하다).  전자라면 실험실 문 닫고 점검해야 하고, 후자라면 장비를 점검해야 한다. 만약 위양성이라 감염 안 된 환자가 코로나19 병동에 들어가면 감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2].
  신뢰도 때문에 발칵...은 인간적으로 매우 자연스럽지만, 지금으로는 data가 우선이다.  근거 없이 뭐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3].

  =========================

  사실 여러 번 시험을 반복했는데도 음성과 양성이 왔다갔다하는 문제는 현재의 코로나19 검사 방법이 7편에서 적었듯이(link) 전적으로 RT-PCR이기 때문이란 이유도 있다.  여러 이유 때문에[4] 현재 이 방법만 사용하는데, 문제는

  1) 검체를 채취하기 생각보다 어렵다.  CNN reporter가 코에 채취용 면봉을 찌를 때를 보자(link).
     콧 속에 막대기를 이렇게 찌르면 누구라도 재채기를 하기 마련이다.  개인이 직접 검체 채취를 못
     하는 중요한 이유다[5].
  2) 코로나19는 증상이 가벼운 초기에 상기도로 바이러스를 많이 내보내며, 병이 진행함에 따라 오히려 
     상기도에서 바이러스 양이 줄어드는 특성이 있다.  병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병원에 와 검사를 
     받으면 오히려 감도가 낮아질 수 있다.
  3) PCR은 바이러스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구분 못 한다.  즉 죽은 상태의 바이러스 일부가 콧속 점막에
     붙어 있더라도 양성 판정을 받을 수 있다(link).
  4) 검사의 본질적인 문제로, 1편에서 언급했듯이 항상 양성과 음성 사이엔 '애매한 영역'이 있다.  한 가
     지 검사 방법만 쓰면 아무리 반복 측정을 해도 이 영역에서는 판단이 어렵다.  여기에 기본 가정이 다
     른 방법을 같이 사용하면 판단이 훨씬 나아진다.  가령 항체 방법은[4] PCR과 기본 근거가 다르기 때
     문에 보조 지표가 된다. 

  하기야 단점이 많기 때문에 실제 채택되지는 못했지만[6], 중국에서는 초기에 아예 CT를 진단에 사용하자는 말도 있었다.  여러 기사에서 보듯이 코로나19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증상이 적은데도 심하게 나타나는 X-ray 폐렴 음영이고, 당시 중국은 환자가 폭주해 검사 결과를 오래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빨리 해결을 해야 하는 사항 중 하나다.

  漁夫

[1] HeLa 세포 얘기는 한 번 포스팅 했었다(link).  이 세포는 실험실에서 널리 쓰이지만, 심지어 넣어 놓은 flask의 마개를 따기만 해도 물방울에 섞여 밖으로 퍼지기 때문에 이로 인한 오염 문제가 심각하다.
[2] 들은 얘긴데, 실제 지금 영남대 병원 검사실 관계자들이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고 한다.  원인이 뭔지 모르니 당연한 조치다.
[3] 이 소년은 과연 코로나19 감염자일까?  검시로 폐조직을 검사했으면 가장 확실했겠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으니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진단 방법으로 얻어낸 정보로는 아마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진단이란 것이 원래 그렇다.
[4] 바이러스로 인해 몸에서 생성하는 항체(면역글로불린)를 검출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감염 후 생성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빨리 검사하고 격리시켜야 하는 코로나19의 특성상 최선의 방법은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의 다른 바이러스들(대표적으로 MERS와 SARS)과 구분이 안 될 수 있어서 아직은 주요 검사 방식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의 RT-PCR을 대체하기는 어렵고 보조적으로 사용해야 할 것이다(link; 기사를 보면 아마 민감도와 특이도도 PCR보다 좋지 않다고 추정된다).  반면 항체는 한 번 생기면 상당히 오래 존재하기 때문에 치료되거나 증상이 아예 없었지만 몸에서 반응한 불현성 감염자를 찾아낼 수도 있고, 반응이 빨라 몇 시간씩 안 기다려도 되며(이미 좀 아픈 환자를 즉각 격리 판단할 때 유익함), 집에서 개인이 직접 해 볼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따라서 계속 탐구해 볼 값어치가 충분하다.  동아사이언스에 좋은 기사가 떴다(link).
[5] 가능했다면 훨씬 빠르고 편했겠지만, 부득불 감염 예방 대책을 취한 검체 채취소를 만들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멀쩡한 사람도 저렇게 놀라니, 대상자가 어느 정도 대비하고 도와 주지 않으면 제대로 시료를 얻기 어렵다.  영아 같은 경우 쉽지 않을 수 있다.  
[6] CT는 원래 방사능 노출이 큰 장비다.  그리고 조작하는 사람이 감염될 경우 생길 문제를 고려하면....

덧글

  • 과객b 2020/03/20 10:35 # 삭제 답글

    결론: 나만 아니면 돼
    병원이나 의사가 믿음을 주지 못하는 작금의 상황은 절망적이라고 밖에
  • ㅇㅇ 2020/03/20 10:48 # 삭제 답글

    https://www.yna.co.kr/view/AKR20200318117451053

    엑스레이 사진으로 폐 여러군데가 하얗게 됐다면 폐렴이 있는거 아닌가요? 우한 코로나 음성이라면 대체 무엇으로 발생한 폐렴이 17세 소년의 목숨을 앗아간 것일까요?
  • 함부르거 2020/03/20 12:51 #

    폐렴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발병할 수 있습니다. 다른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에 의해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어요.
  • 漁夫 2020/03/21 20:10 #

    폐렴이 생기는 방식은 여럿입니다. 젊다고 안 걸리는 게 아니죠.
    물론 17세가 이런 질병에 걸려 ECMO 신세까지 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불가능하진 않습니다.
  • 2020/03/20 19:35 # 삭제 답글

    소년이 너무 안타깝네요 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漁夫 2020/03/21 20:12 #

    네. 저도 안타깝네요. 평시라면 아마 살아났을 텐데 불운이 겹쳤다고밖엔...
  • 오뎅제왕 2020/03/21 20:50 # 삭제 답글

    영남대병원의 실험실이나 실험체 오염이라기엔 8번 검사에서 앞에 이미 7번 음성을 확인한 것도 그렇고 질본 vs 영대병원 캐삭빵에서 질본이 한 발 뒤로 뺀 것도 뭐가 좀 의심스럽습니다
  • 漁夫 2020/03/21 22:16 #

    http://www.medigatenews.com/news/1445934596

    적어도 이 게임에서는 영남대병원 완패로 끝났습니다. 제가 보기엔 'negative control sample이 양성 떴다'는 것만으로 변명의 여지가 전혀 없어요.
    그러니 원장님은 이 결과 나오길 기다렸다 말을 하든지 해야지, 먼저 '지르고 보는 건' 틀림없이 손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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