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07 14:27

코로나 2019 ] 전염병 병원체의 진화 Evolutionary theory

  코로나 시리즈의 6편.  1~5편은 아래와 같다.


  이번 편은 '바이러스의 진화'에 촛점을 맞추겠다.

  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염 특성(link; 원 논문 링크는 여기)을 꽤 우려했는데, 전염력이 높아 심지어 무증상 시기에도 전염시킨 경우가 나왔다는 것은 상당히 불길하기 때문이다.

  사람 쪽에서야 병원체가 당연히 죽일 대상이지만, 전염병의 병원체는 일부러 사람을 죽이려고 하지는 않는다.  걔네들에게 그럴 '의지'가 있을 리가 없다.  병원체의 1차적 목적은 '번식'이고, 사람은 그 단계에서 만나는 숙주 중 하나일 뿐이다.  다만 병원체가 번식을 위해서 노력하다 보면 많은 경우 사람의 신체를 착취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그 부산물로서 사람은 심하면 앓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죽는 것이다.
  전염병의 병원체가 한 사람에서 다른 사람으로 옮겨가는 방법은 실로 다양하다.  사람에게 설사를 시켜 물 속으로 퍼지고 다른 사람이 물을 마시기를 기다리는 콜레라 등의 '수인성 전염병', 모기/파리/벼룩/이 등 사람 부근에 사는 작은 매개성 생물(vector)에 의존하는 방식이 있는가 하면, 감염된 사람이 성관계로 다른 사람에게 체액을 옮기기를 기다리는 '성병'(sexually transmitted disease; STD), 결핵처럼 기침 등으로 사람이 호흡기에서 내뿜는 작은 물방울(비말)을 타고 전파되는 방식 등이다.  그리고 단순하게 한 자리에서 오래 버티면서[1] 여러 이유로 인간에게 들어가기까지 기다리는 방식도 가능하다[2].
  이들 중 직접 사람끼리 근접 접촉이 있어야 옮겨가는 방식을 사용하는 병들은 대개 증세가 심하지 않은 반면 - 성병이나 결핵 등이 그렇다 - 원격 전염이 가능한 것들은 증세가 심하고 치명률이 높은 편이다.  간단히 말해서 근접 접촉이 있으려면 사람들이 돌아다녀야 하므로 증세가 심하면 불리한데, 원격 전염에서는 증세가 심하건 말건 상관 없고 오히려 심해야 유리한 수가 많기 때문이다[3].  

  아마 사람에게 가장 성공적으로 정착한 전염병 중 하나일 감기는, 이번에 잘 알려졌듯이, 주로 접촉으로 감염된다[4].  감에 걸린 사람들은 상기도(코와 목, 입)을 통해 바이러스를 내보내고, 사람이 얼굴을 만질 때 손에 묻은 후, 이 손으로 물건을 만지면 거기에 바이러스가 묻는다.  다른 사람이 이 물건을 만지고 그 손으로 얼굴을 만져 상기도에 바이러스가 달라붙으면 전염되는 것이다.  '우리는 문자 그대로 손으로 감기를 집어온다'.
  이번 코로나19에서 좀 신기한 것은
  • 증상이 별로 없는 초기에 전염력이 강하다.  대개 감기나 독감, 최근 유행인 MERS 등에서는 증세가 심해지면서 전염력이 강해지는데, 바이러스가 체외로 나가는 수단이 상기도에서 숫자를 늘린 후 콧물,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비말을 퍼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연하면 상기도/하기도 표면에서 번식하며 세포에 상처를 내기 때문에 인체는 자연적 방어 반응로 콧물, 기침/재채기를 사용하며, 분비물에 섞어 바이러스를 내보내게 된다.  즉 상처를 일정 수준 이상 내지 않으면 (증상이 없으면) 바이러스 배출이 적은 것이다.  코로나19는 그렇지 않았다.
  • '불길하다'고 언급한 이유는, 이미 다른 사람에게 전염이 일어났다면[5] 그 뒤는 환자가 더 심한 증세를 보이더라도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별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내 추측으로는 코로나19가 기존의 독감보다 폐렴으로 진전되는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은 이 때문 아닌가 한다[6].
  이것을 방치해 두었다면, 1918년 스페인 독감과 같은 경로를 걷지 않을 것이라 누가 장담하겠는가? [7]

  장기간으로 보면 인간 쪽에 유리한 싸움이다.  짧은 시간 내에 사람이 이 녀석의 특성을 이해한 속도를 보자.  첫 발병 시점이 대략 3개월 전 부근임을 감안하면, 그 동안 인간이 취한 조치는 엄청나다.  이 중 병원체의 독성에서 중요한 것은 전파력인데, 특히 전염을 막으려고 지금 어떻게들 노력하는지 보자.  실제 전염 방지 조치가 병원체의 독성 자체를 줄이는 사례는 대규모로 많이 관찰되었고[8], 어쩌면 코로나19에서도 지금 이미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9]코로나19에 대해 개개인이 수행할 수 있는 조치인 손을 더 씻고, 문 손잡이를 소독하며, 마스크로 비말을 억제하고 하는 자체가 병을 경증으로 바꾼다.  

손씻기는 아주 좋은 일입니다

같은 방법으로 전염되는 다른 넘들까지 죽이거든요



  link ]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의 코로나19 report 소개(페북 포스팅)
     이 분이 무증상 전파자의 비율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 점도 주목하자.

  아직은 좀 더 두고 볼 일이나, 중국 평가는 치사율(fatality) 0.7%정도라는 것.  미국에서 일반적 계절 독감의 최근 통계에서 사망률은 0.2%보다 작으니[10], 보통의 독감보다는 몇 배 정도 치명률이 높다.  어느 정도 더 무서워할 이유는 있는 셈.  현대 의학과 개인 위생 덕에 아마 치사율이 더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골치아픈 녀석이 '일반 독감' 수준으로 약해지게 만들려면 전염 억제가 최고므로, 개인 위생에 신경 쓰면서 당분간 버티는 수밖에... 포스팅 보시는 모든 분들 건강하셔요[11].

  漁夫

[1] 세균의 경우 포자(endospore)를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이 때 각종 화학 물질이나 고온에 대한 저항력이 매우 높아져서, 적당한 환경이 될 때까지 아주 오래 버틴다.  탄저균(bacillus anthracis)이 전형적이며 파상풍균도 가능하다.
[2] http://fischer.egloos.com/7328342 (천연두 바이러스)
[3] http://fischer.egloos.com/4202435 (전파와 독성).  그냥 제 자리에서 오래 버틸수록 독성이 강해진다.
[4] 감기도 비말 감염 경로를 이용한다.  그러나 접촉 감염이 훨씬 더 중요하다.  특히 통상적 감기 환자의 침에는 보통 바이러스들의 농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5] 초기 data들을 검토한 결과는 기본 전염 계수(감염자 한 명이 감염시키는 다른 사람 수) R0가 2 이상이라고 한다.  MERS나 독감 등보다 현저히 높으며, 대구 신천지 집단 전염에서는 이 두 배 이상이 나왔다고 한다.
[6] 겉으로 보이는 증상이 가벼워도 X-ray나 CT에서는 폐렴이 꽤 심하게 번진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심지어 CT를 확진 방법으로 삼자는 말도 있었다(비현실적이지만 오죽 답답했겠나.  아직도 확진에는 수 시간 걸리는데, 전염력을 생각하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7] 이 독감의 발원지는 미국인데, 초기 치사율은 독감치곤 쎈 편이긴 했으나 확실하게 일반 독감을 훨씬 능가할 정도는 아니었다.  정말 무서워진 것은 1차 대전 서부 전선에 이환되면서부터로, 특히 젊은 층의 사망률이 높았다.
[8] 콜레라는 이전 도시의 한심한 수질 관리 조치를 타고 대규모로 번질 수 있었으나, 지금은 수도물을 살균하면서 급속도로 줄었을 뿐 아니라 독성마저 감소했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독성 감소는 수도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한 지역부터 일어났다.
[9] ''주의 : 신종코로나 입원 환자의 임상 특징 변화''(소개 기사; https://news.v.daum.net/v/20200306112410071)
[10] CDC 'Disease burden of influenza'(link)
[11] 일부러 전염시키려는 듯한 행태를 보이는 일부 사람들이 소름끼치게 싫은 이유가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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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일화 2020/03/07 15:01 # 답글

    전염을 막는 노력이 독성이 강한 변종을 막는 효과도 있군요. 들으면 납득이 되는데 생각은 못 해내는 것을 보니 역시 진화학은 아직 어려운 듯합니다.
  • 漁夫 2020/03/08 16:20 #

    네. 전염을 막으면 병원체는 숙주를 오래 살려 놓지 않으면 전염 가능성이 차단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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