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04 10:22

코로나 2019 ] 병원의 시스템 Views by Engineer

  코로나 시리즈의 5편.  1~4편은 아래와 같다.


  이번 편은 '병원' 자체에 촛점을 맞추겠다.
  
  병원에서 특성이 다음과 같은 병을 다룬다 가정하자.  일정 시간 내에
  • 발생; 1,000명
  • 경증 단계; 발생한 환자 중 20%는 입원을 필요로 할 정도로 진전.
  • 심각 상태; 경증에서 20%가 심각한 상태로 이행
  • 위중(가장 중환자); 심각 상태에서 12.5%(1/8)가 위중하게 됨.  이 중 40%는 사망
  이런 병이 시간이 좀 지나면 병원 내에 있을 사람의 숫자와 상태는 아래 그림과 같다.  보통 '심각'과 '위중'에서는 단계를 내려가면서 입원 상태를 유지하지, 갑자기 완치되어 퇴원은 거의 못 할 테니까.  결국 사망률은 0.2%(2/1000)며, 독감(influenza)과 비슷하다.  사실 독감 정도가 되도록 가정했다 ㅎㅎ [1]  그리고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은 대개 '완치'가 가능하다[2].


 
  내가 이해하는 병원의 '수요'와 '공급' 체계를 대략 나타낸 그림이다[3].  사실 연속 생산(continuous process) 공장의 개념을 아시는 분이라면 바로 이해가 되실 것인데, 하나 차이가 있다; 공장은 들어오는 원료를 가급적 많이 최종 생산품으로 전환하려고 하지만, 병원은 반대로 '최종 생산품'을 가급적 줄이고 가능하면 단계별 숫자를 줄이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4]  
  병원이 일정 기간 내에 200명씩 입원하는 상황에서도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 일정 숫자의 병상; 경증, 심각, 위중의 각 상태에서는 최소한으로 필요한 장비가 다를 수 있다.  그리고 이 경우는 200명이 들어와도 경증 병상은 최소 238석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더 위급한 상태에서 나아져서 내려오니까.
  • 당연한 얘기지만, 근무 인원이 각 상태 모두에 신경을 잘 쓸 만큼 충분해야 한다.  그리고 대개 근무자의 주의는 증상이 무거운 환자에 더 가며 실제 필요한 처치 수요도 그 편이 더 많을 것이다. 
  • 병원에서 필요로 하는 '보급품'이 끊기지 않고 들어가며, 폐기물은 잘 수거되어 병원에서 나가야 한다.
  
  이번 코로나19가 이 조건들을 얼마나 어렵게 만드는지는 많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1. 강한 전염성; 사회에서 전염력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경증 환자도 통원치료를 선택시켜 병원의 부담을 덜기 어렵다.  더군다나 병원 내부에서도 전염 차단 목적으로 독립된 설비를 갖춘 병상('음압병상')을 요구하는데, 비싸기 때문에 많이 만들기 어렵다.[5]
  2. 병원 근무자 감염; 가장 심각한 문제다.  병상이 있어도 환자를 돌보고 설비를 돌릴 사람들이 감염으로 격리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3. 숫자 폭증; 대구처럼 며칠 안에 1,000명 넘게 늘어나면 병원에 다 수용할 수가 없다.  기본적으로 병상이 모자란다.[6]  통원치료가 가능한 사람 수도 입원보단 훨씬 많긴 해도 무한하진 않다.
  4. 근무자들의 피로 누적; 사람은 로봇이나 자판기, AI가 아니다제대로 휴식하지 못하면 일상적인 판단에서도 사고가 날 확률이 매우 증가한다[7].

  사실상 병원이 정규적으로 돌아가는 방식의 모든 것을 망가뜨린다.  이번에 특히 대구 근처에서 일어난 일들은 평상시에 준비해 놓은 용량을 넘어설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의 견본이라 할 정도다.  사실상 위의 1~4가 전부 다 일어났다.  공장에서도 한 번에 원료 투입량이 일정 수준 이상 증가하면 최종 품질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점이 꽤 비슷하다[8].  그리고 어느 한 군데서만 문제가 생겨도 전체의 output을 심각하게 떨어뜨릴 수 있다[9].

  2편에서 링크한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의 페북 포스팅(link)은 이 문제를 줄이는 방식을 알려 준다.  현업에 계신 분들은 당연하지만 이런 병원의 '흐름'을 잘 이해하고 계신다.  이 포스팅이 2월 20일에 작성됐음도 감안하자.

  2단계로 지역사회 감염으로 그 전선이 전면적으로 확산되면 완화전략(Mitigation Strategy)으로 그 방향을 바꾸게 되어 있다. 이 단계에서는 감염된 사람이 너무 많아지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1단계 처럼 모든 사람을 다 격리 수용할 수도 없고 필요도 없어진다.  따라서 경증환자는 자가격리를 원칙으로 하고 중중횐자(sic.)만을 선별하여 병원에 입원치료를 해야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게 확진검사의 검체채취 과정이다... 격리공간에서 최소 보호 5종 장비를 하고 검체채취를 하는 과정에서 최대의 병목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보건소 중심으로 screening center룰 구축해서 검체체취를 다량으로 소화해낼수 있게 하고 안심병원 지정으로 선별진료소와 별도의 호흡기전용외래를 지정해서 triage center(wikipedia; 증상도 선별 센터)를 다수 운영해야 한다. 나아가 안심병원 중 지역거점병원은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면서 중증환자를 관리시켜야 한다. 대형병원이나 거점병원으로 코로나19 환자가 쏠리지 않게 해야하고 병원과 의료인을 감염으로 부터 보호해야 이번 사태의 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보시다시피 지금은 정책이 바로 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늘 그렇듯이 조금만 일찍 공식 전환해 줬으면 좋았겠지만, [다 아시듯이] 그게 공표할 정도로 준비되려면 항상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코로나19의 현황 진전은 매우 빠르다.

  지금 내가 할 만한 정책을 떠올리자면, 대구 지역에서 확진자 격리용 임시 음압병상을 만들면 어떨까 한다.  누가 확진되면 초기에 가장 감염 위험이 높은 사람은 바로 가족이다.  증상이 안 나타난 가족까지 다 격리하기 어렵다면 집으로 자발 격리하고, 증상 없는 확진자는 기존 병원 에서 해결해야 병원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어차피 음압병상이 비용 문제 때문에 곤란하다면 임시로 만들고 해체하면 된다.  증상이 나타난 환자도 증세별로 분류하고, 손이 많이 안 가는 경증(중기) 환자의 상당수를 임시병상에서 처리하면 된다.  한국은 건설 경험이 많으니 샌드위치 패널 등 해체 가능한 재료로 자원을 투입하면 이 정도야...[10,11]  얼마 전 중국도 우한에서 사용했으며, 전염병 대처에서 딱히 별난 대응이 아니다.
   
  漁夫

[1] 물론 대개의 독감이 걸린 사람의 20%나 입원시킬 정도는 아니지만, 가상적 사례니까.
[2] 고혈압 등 만성 성인병은 대개 그렇지 않다.  통원치료 단계가 최종이라 생각해야 한다.
[3] 이왕 공장에 비유했으니, 'mass balance'는 사람 수, 'energy balance'는 각 단계마다 투입되는 인원, 노력, 시간, 보급품 등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반응 조건'은 적정 병상 환경(e.g. 음압, 온도) 등으로 비유 가능할까.
[4] 자체의 존재 이유를 줄이려 노력하는 집단은 더 있다.  모든 종류의 사고에 대비하는 집단이 다 그렇다; 보안이나 안전 팀들.
[5] 한국 전체에 천여 개밖에 없다.
[6] 다른 병원으로 옮기지 못하면, 실제 우한에서 일어난 일처럼 병원 복도에서 누운 채 기다리다가 죽는 환자가 나올 수 있다.  대구에서도 병원 순번을 기다리다가 사망한 사례가 나왔다.
[7] '사람만 바꿔도' 효과가 날 수 있다.  첫 근무 팀이 문제를 못 찾다가 다음 팀이 문제를 찾아낸 스리마일 원자로 사고 사례(link; 포스팅 후반)를 보자.  그렇다고 첫 근무 팀이 두드러지게 업무 능력이 뒤졌을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8] 엄밀히는 차이가 있다. 병원에선 '원료 투입량'이 일정 수준 이하래도 '질'만 보면 크게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비용 낭비는 크고, '경험'의 차이가 생겨서 효율에 반영되긴 하지만).  하지만 연속 생산 공장에서는 이 때도 '품질'이 문제가 되는 수가 많다.  비용 낭비로 끝나지 않는 것이다.
[9] 한 사례로, 페북에서 "대구 지역에서 의료진 작업 복장을 급히 많은 양 찾는다"는 말을 보았다. 그 이유가 안철수 사진에서 보듯이 감염 방지 복장을 입고 일하면 땀이 차기 때문에, 소모량이 급격히 늘어서라고 한다.  방호복 관련 기사 하나를 보자(link).
[10] 음압병상의 구조는 이 기사를 보자(link).  지금은 긴급 상황이니 엄밀하게 다 만들 필요 없이 최소 필요한 시설만 갖추면 된다.
[11] 조금 신랄하게 말하자면 마스크 공급/수요/수출 통제 등에 자원을 쏟기보다는 이게 훨씬 효과적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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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일화 2020/03/04 15:11 # 답글

    의료진은 잘 하고 있는 듯 한데, 공무원과 정치인들은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를 쏟는 느낌입니다.
  • 漁夫 2020/03/06 19:08 #

    마스크 같은 건 글쎄 좀.... -.-
  • MoGo 2020/03/06 12:17 # 답글

    경증자들은 그냥 빼버리고 기저질환이 있는 노약자 위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그냥 확 트는게. 검진 하루에 만단위로 한다는게 이 상황에 도대체 무슨 자랑거리인지도 모르겠고.
  • 漁夫 2020/03/06 19:10 #

    현장에서는 정책을 빨리 전환하기는 어렵죠. 진료하는 의사 선생님들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경증과 중증(中症)을 가르는 기준은 뭐냐?"고 할 겁니다. 보험 제공과 관련이 있거든요.

    검진 얘기는 시간 내서 한 번 해 볼 생각입니다.
  • MoGo 2020/03/09 11:10 #

    그런 문제는 어느 사안에나 있는 거 아닌가 합니다. 컨트롤타워에서 기준이 세워지면 일부 애매한 구간이 생기더라도 지금보다는 낫겠죠. 솔직히 2월말 되기 전에 기준이 바뀌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전환이 힘든데 앞으로 공적자금을 얼마를 더 쏟아부을지 깜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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