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르간 사진에서 짐작하실 수 있듯이, 제 자리는 오른편 3층 오르간에 가장 가까운 쪽이었습니다. 제일 꼭대기죠.
- 프로그램은 모차르트 피협 20과 브루크너 8이었습니다. Antony Hermus 지휘 서울시향, 독주자는 Till Fellner.
- 처음 현의 음향이 들리자마자 대경실색. 조금 있으니 적응은 됐습니다만, 아무래도 이전에 1층 중간 앞쪽에서 들었던 소리와 차이가 상당히 큽니다.
- 이런 이유에서였는지 모르지만 브루크너 8은 처음엔 소리가 상당히 '거세게' 들렸습니다. 나중엔 적응돼선지 덜했습니다만.
- 이 (이상한) 위치에서도, 홀의 잔향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예매 때 남은 좌석이 거의 없어서 선택한 자리인데, 실제 위에서 내려다보니 사람이 반밖에 안 차서 잔향이 더 길었을 수는 있죠.
- 전통적으로(!) 한국 오케는 금관이 문제인데, 어제 연주는 눈에 띄는 실수도 두 번 정도밖에 없었으며 - 이 정도는 실황에서라면 당연히 큰 문제가 안 되죠 - 전체적인 관점에서는 오히려 목관 쪽이 부자연스러웠습니다. 금관이 좀 아쉬웠던 점은 제 자리가 금관에 가장 가까왔는데 금관 음량이 그리 크지 않은 듯하게 들렸다는 점?
- 전체적인 인상은 2015년의 베토벤 9번보다 더 나았습니다.
- Till Fellner의 협주곡은 현대 악기 연주로는 상당히 잘 다듬어졌으며, 제 귀로 알아들을 수 있는 실수는 단 한 번 정도. 앙코르는 리스트의 '순례의 해' 중 '발렌슈타인의 호수'(Till Fellner의 연주는 유투브에 있으나 프리미엄 계정에서만 볼 수 있어서 다른 것을 링크합니다)로 음색과 컨트롤이 매우 깔끔하고 좋았습니다.
전 사실 기대치가 그리 높지 않아서, 오리지널 바그너 튜바를 쓴 브루크너를 한국에서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반은 먹고 들어가는지라.
漁夫
ps. 그렇다고 이 자리에 다시 앉겠냐? Definitely no.
덧글
하지만 기본 사운드 자체는 예당 콘서트홀보다 못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더 낫다고 생각해요.
잔향도 참 좋고 그러그러하게 좋다고 돼있던데요
그렇지만 역시 구석구석 어디에서 어떤 소리가 날지는
알 수가 없겠죠
아무튼 그날 돈 버셨네요 다음에는 절대 거긴 못앉을 곳이란걸 아셨으니요 그렇다고 또 새로운 탐험 (?)에 나서진 마시구요.^^
그래도 이제 저기 다시 올라갈 성 싶진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