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06 17:23

[서평] 진화의 배신 - 리 골드먼 지음(부키 刊) 책-과학

진화의 배신 - 8점
리 골드먼 지음, 김희정 옮김/부키


  < 이 책은 출판사 부키의 서평단에 응모하여 볼 수 있었습니다.  기회를 주신 부키 출판사에 감사드립니다 >

  알라딘의 책 소개에 이런 단락이 있다.
   
  저자는 역사와 진화라는 거대한 맥락 속에서 유익한 유전자들이 어떻게 자연 선택 되고 실제로 작동해 왔는지 그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설명한다. 그러면서 그것들이 이제 어째서 비만과 당뇨병, 고혈압, 불안과 우울증, 심장 질환과 뇌졸중을 부르는지 명쾌하고 설득력 있게 입증해 보인다. 나아가 유전자가 세상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인류 역사상 이 초유의 사태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길을 제시한다.

  이대로, 이 책은 정확하게 비만과 당뇨병, 고혈압, 신경 증세, 순환계 질환이라는 네 가지에 촛점을 맞춰, 현대 사회에서 이들이 왜 만연하는지 진화적 기원으로 조명했다.  폭넓게 보면 소위 '진화 의학(Evolutionary medicine)'의 범주에 들어간다.
  이 분야에서 추천할 만한 총론으로서 가장 넓은 범위를 다루는 고전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Why we get sick; 1994)'와 비교하여, 더 구체적인 좁은 범위를 다루기 때문에 세부에서 주목할 만한 내용이 많다.  예를 들어 현대의 큰 문제점인 과식에 대해서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는 딱 5~6페이지 정도만 다룬다.  그 중 한 부분만 언급하면
   
  ... 현대의 영양 과잉은 대개 장기적으로 꾸준하게 과식해 온 결과다.
  석기 시대에는 가장 단 열매를 따먹는 것이 적응적이었다.  이런 적응을 가진 사람들을 데려와서 마시맬로와 초콜릿 에클레어로 가득찬 세상에 집어 넣으면 어떻게 될까?  대부분은 슈퍼마켓에 진열된 복숭아보다 이러한 현대적 식품들을 택할 것이다.  이렇게 천대받을 복숭아도 사실 석기 시대에 구할 수 있던 그 어떤 열매보다 더 달다.  마시맬로와 초콜릿 에클레어는 동물행동학 연구자들이 설명하는 초정상 자극(supernormal stimuli)의 좋은 예다. (p.211)

  반면 '진화의 배신'에서는 비만/당뇨병, 고혈압의 사례를 두 장의 140페이지 이상의 분량으로 다룬다.  이 정도로 여유가 있기 때문에, 특정한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할 수 있다는 점과 매우 알기 쉽게 친절히 설명했다는 점이 이 책의 미덕이다. 
   
  건강한 사람이 살찌기보다 살빼기가 더 어려운 데는 몇 이유가 있다.  첫째, 살이 빠지면서 필요한 열량도 줄어든다.  인체는 체중의 1퍼센트가 감소할 때마다 20칼로리를 덜 소모하게 된다.  둘째, 거기에 더해 체중이 감소할 때, 얼마나 살이 쪘는지에 상관없이 입맛을 돋우는 적어도 일곱 가지의 서로 다른 호르몬과 분자의 분비가 상승한다.  이런 물질의 분비는 한번 높아지면 그 수준에서 몇 년 동안 지속된다.  이는 우리 조상들이 생존하는 데는 아주 유용한 형질이었지만 살을 빼려는 현대인에게는 커다란 장애물이다.(p.133)

  한 가지 더.  하루에 사과 한 개를 더 먹는 것은 총 에너지 소모량으로는 별것 아니다.  그러나 이것이 3년 동안 습관으로 정착하면 체중을 대략 2kg 이상(5 lbs) 늘려 놓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숫자를 제시한다는 점은, 체중 관리를 해야 하는 여러 독자들에게 실제적인 지침이 될 수 있음도 뜻한다.  이 책에서 실제 맨 마지막 장은 여러 다이어트 약들의 효과와 부작용을 정량적으로 언급한다.  책이 최근이라 할 수 있는 2015년 나왔다는 것도, 최근 의학계에서 대체로 합의한 사항들을 알려 준다는 점에서 도움이 된다[1].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에서 특정 인구 집단이 현대적 식단에 취약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 북미 서남 방면 선주민인 피마족의 사례에서 제안된 - 소위 '검약 유전자형(thrifty genotype)' 가설을 인용했는데, "원래 더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 왔기 때문에 소량의 음식으로도 가능한 한 많은 열량을 뽑아내도록 유전자형이 선택되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이 가설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으며, 20년 정도 시간이 지난 후 특정한 (꽤 잘 알려진) 진화적 가설에 대해 학계의 시각 변화를 알아볼 수 있다.  특히 생물학 쪽은 아직 갱신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최신이라는 자체로 이득이 상당하다.

  이 책을 전체적으로 볼 때 가장 아쉬운 점이라면, 진화적 관점에서 의학을 다룰 요량이라면 인간이 왜 늙는지를 조금 넣었어도 전체의 맥락을 벗어나지 않을 텐데 전혀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설명에서 희미하게 암시되어 있긴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일반적 독자들이 노화의 원인을 추측하기는 불가능하다.  노화의 진화적 원인을 올바르게 소개하는 책이 의외로 흔하지 않기 때문에[2], 서너 페이지 정도로 간결하게 다룰 여유가 충분한데도 그렇게 안 했다는 것은 상당히 아쉽다.

  漁夫
 
  [1] 읽다 보면 구체적인 제언들이 상당히 좌절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한국 사람이 하루 소금 섭취를 현재의 4.5g에서 WHO 권장인 2.5g 수준으로 낮출 수 있을까?  물론 4.5g도 많이 줄었긴 하다만, 한국인과 항상 같이 따라다닌다 싶은 김치와 국, 찌개의 소금 함량이 높다는 점이 큰 걸림돌이다. 
... 그런데 애초 누구건 간에 자기 유전자를 이겨내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아무 생각 없이 내키는 대로 하는 행동'에는 거의 유전적 이유가 있다고 볼 근거가 꽤 크며, 여기에는 더 달고 더 짜게 먹으려는 성향도 들어간다.  학자들이 "인간은 식욕을 거의 조절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쉽다'면 애초에 다이어트가 그렇게 큰 시장이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인간 수컷의 폭력 성향을 이겨내는 데 인류가 얼마나 긴 세월과 막대한 비용을 들여야 했는지 생각해 보자 -.-
  [2]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는 당연히 노화의 이유를 소개한다.  그 외에 몇 개 더 적자면 일반적 범주에서는 제 3의 침팬지, 조금 높은 수준으로는 '노화의 과학'을 추천하고 싶다.
 

덧글

  • 2019/02/06 17:4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9/02/07 21:1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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