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안타까운 소식을 하나 전합니다.
http://fischer.egloos.com/4528370 (번역; 아이의 환경은 어디 있는가)
저자이신 주디스 리치 해리스(Judith Rich Harris)가 지난 토요일(12월 29일) 80세로 타계했습니다. ( NYT 기사)
이 분의 업적은 제 '개성의 탄생' 소개 포스팅에서 간략히 알 수 있지만, 요약하자면 '부모가 양육으로 자식의 성격을 바꿀 수 있다'는 세간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부모와 자식의 성격이 비슷하긴 하지만 그것은 유전 때문이지 양육 때문이 아니고, 자식이 성인이 될 때의 성격 (및 행동)의 대략 50%는 또래 집단에서 온다는 것이지요(나머지 반은 대략 유전).
이 분은 학계의 보편적인 경로를 밟지 않으셔서 그런지, 학계의 아웃사이더들에게 친절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제가 그 분 논문을 번역해 여기 올릴 때 혹시나 하여 질문을 드렸는데 아주 친절히 설명해 주시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양육 가설'이 매우 늦게 소개되었는데, 이에 대해 [이미 돌아가셨으니] 직접 제게 해 주신 말씀을 여기 공개하죠. 원래 '개성의 탄생'은 2007년에 나왔으며, '양육 가설'도 동녘사이언스 출판사와 계약했고 2011년 발매될 예정이라고 메일로 알려 주셨습니다. 그런데 한없이 늦어지더니 결국 이김출판사로 넘어가 2017년에야 발매되었습니다. 저는 '드디어 말씀하신 게 나왔습니다'라 메일을 드렸는데, 이전과는 달리 응답을 안 하시더군요. 원래 있던 지병이 메일에 답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되시지 않았나 의심했는데, 과연 그랬던 모양입니다. 타계 소식을 듣자, 그 논문을 열심히 번역하던 생각이 다시 납니다...
주디스 선생님, 저승에서는 휠체어 필요 없이 자유롭게 지내시겠군요. 부디 그러시기 빕니다.
漁夫
덧글
개인적으로 이렇게 연이 있던 분이라 더욱 아쉽습니다.
(잘 지내시나요?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