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08 01:03

경제학과 진화생물학; 공통점과 차이점 Evolutionary theory

  이 블로그에 꾸준히 들어오시던 분들이라면 짐작하시겠지만,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이 두 학문에는 의외로 근본적으로 매우 유사한 점이 있다. 

  경제학; 매우 많은 사람들자신의 이익을 (자신의) 제한된 자원 안에서 추구한다.
  진화생물학; 한 개체 내매우 많은 유전자자신의 사본을 가능한 한 많이 퍼뜨리려 경쟁한다.

  따라서 개인이란 경제 주체와 개별 유전자를 등치시킨다면, 양쪽의 '거동'이 비슷한 경우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현저한 점이라면, 인간의 경제적 행동이나 동물의 여러 가지 행동은 둘 다 게임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학에 게임 이론을 처음 도입한 폰 노이만(von Neumann)의 선구적인 시도[1] 이후, 내시(Nash)등 많은 게임 이론가들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게임 이론이 경제학에서 근본적인 중요성을 갖는 이유는 내 선택의 가치가 다른 사람들의 선택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어떤 상품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좌우되는데, 어느 한 개인이 그 상품을 선호한다는 자체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많은 다른 개인들이 그 상품을 선호하는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이에 반응하여 공급할 의사를 보이고 직접 공급하는지가 평형 가격을 만들어낸다.  그러면 진화생물학에서는 어떤가?  여기서 몇 번 소개했듯이, 같은 종 내의 동물은 대개 죽기살기로 싸우지 않으며 이는 게임 이론으로 매우 잘 설명할 수 있다[2].  동물과 식물의 '행동'이 다른 동물과 식물의 행동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다.

  단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다; 경제학에서 경제 주체는 자신의 사본을 퍼뜨리려 노력하지는 않지만[3] 진화생물학에서는 그리 하며, 후자에서는 '진정한 주체'가 개체라는 큰 틀에 묶여서 존재한다는 점이다. 
  한 예로 유전자의 세계에서는 경제학의 기본이라 할 '수요 공급 법칙'을 관찰하기가 힘든데, 이는 이렇게 이해할 수 있다.  여러 유전자들이 있을 때 이들은 신체를 만드는 특정 기능을 할 것이다.  만약 특정 유전자가 (영양 공급과 자기 복제라는) 자원을 '독차지'한다면 다른 유전자가 제대로 기능을 못 할 테고, 그러면 그 개체는 번식에 불리하여 해당 유전자의 빈도가 다음 세대에서 줄어들 것이다.  즉 개체의 자원을 너무 독차지하려는 유전자는 후세에 잘 전달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가끔 이런, 자신의 복제를 위해 개체의 적합성(fitness)을 떨어뜨리는 소위 '무법자 유전자(outlaw gene)'가 나타나는 것을 보면 복제의 압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다.
  
  어떤 유전자들은 개체를 해치면서까지 정자나 난자 속으로 들어가려고 서로 경쟁한다.  쥐의 T-좌위 유전자가 가장 잘 알려진 예다.  수컷이 두 개의 비정상 형질을 가지면 치명적이지만 하나의 복사체만 가질 경우 보통의 50%가 아닌 90% 이상의 자손에게 그 복사체를 전달한다... 인간에게도 적응도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전파만을 위해 일하는 유전자로 인해 발생하는 결함들이 존재하지 않을까?
  다낭포성난소(polycystic ovaries)가 그 가능한 예다.  이 질병은 불임 클리닉을 찾는 환자의 21%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생리 불순, 비만, 남성화 등 다양한 징후들을 나타낸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다낭포성난소를 가진 자매를 둔 여성의 80.5%가 이 병에 걸리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호주 애덜레이드의 윌리엄 헤이그(William Hague) 연구팀은 이 병이 난자의 세포질에 있는 DNA의 전사 과정에서 발생했거나 난자 속에 들어갈 기회를 증가시키도록 감수분열 과정을 변화시키는 유전자들에서 생겨났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 'Why we get sick(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 George Williams & Randolph Nesse, 최재천 역, 사이언스북스 刊, p.153

     
  漁夫

 
[1] Johann von Neumann & Oskar Morgenstern, 《게임 이론과 경제 행동》(Theory of Games and Economic Behavior, 1944)
[2] 바로 '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략(ESS)'이다.  물론 이런 전략에 따르는 행동을 하게 만드는 유전자가 개체 내에서 자연선택되게 마련이다.  이 균형은 같은 종 내에서만 나타나지도 않으며, 상호 작용을 많이 하는 다른 종 사이에도 일반적으로 많이 관찰된다.  가장 전형적으로는 숙주와 기생충일 것이다.
[3] 뭐 '상속'을 자신의 (부분적) 사본을 퍼뜨리기 위한 노력으로 간주할 수도 있겠다.  사실 맷 리들리(Matt Ridley)등 저명한 저자들은 이것이 상속의 근본 원인이라고 본다.

덧글

  • 피그말리온 2017/11/08 05:35 # 답글

    독점이 비슷한 경우일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비효율적인 것이라고는 하지만...
  • 漁夫 2017/11/09 21:32 #

    어떤 면에서 '독점'을 말씀하셨나요? 이 포스팅 어느 점과 비슷한지 잘 떠오르지 않아서요.
  • ㅋㅁㅌㅊ 2017/11/08 09:41 # 삭제 답글

    하나님께서는 자유시장과 자연선택의 원리로 우주를 창조하셨습니다(?)
  • 漁夫 2017/11/09 21:33 #

    하하하 ;-)
  • 일화 2017/11/08 10:46 # 답글

    좋은 비교네요. 잘 봤습니다.
  • 漁夫 2017/11/09 21:33 #

    감사합니다.

    요즘은 잘 지내시나요?
  • 일화 2017/11/09 22:04 #

    업무강도가 낮은 직장으로 이직해서 많이 살만해졌습니다만, 약해진 건강을 회복하느라 운동을 열심히 했더니 그것 때문에 힘드네요.
  • 漁夫 2017/11/09 22:06 #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OTL
  • 일화 2017/11/09 22:09 #

    저도 배부른 투정인건 아는데, 그래도 몸이 힘들어 능동적으로 뭘 할 여력이 없는건 사실이라서요. ㅡㅡ;;
  • 소드피시 2017/11/08 15:21 # 삭제 답글

    상속의 예시를 들려고 했는데 주석에 바로 있네요. ㅎㅎ 그런데 경제학에서 말하는 이윤 추구는 결국 유전자가 자기 사본을 퍼뜨리려는 궁극 목적으로 수렴하지 않나요? 그렇게 보면 각 학문의 주체들이 가진 궁극적인 목적이 동일한 것 같은데...
  • 漁夫 2017/11/09 22:05 #

    이윤 추구의 이유가 '그렇게 해 얻는 자원은 인간 생활의 (궁극) 목적에 유용하다'란 것을 다 알기 때문이겠지.

    사실 나도 현재 인간의 활동은 근본적으로 (석기 시대의) 동기로 귀착시킬 수 있다는 논지에 대략 동의하는데 (http://fischer.egloos.com/4823046 ), 그 시절의 '동기'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매우 어려워서 말이지. http://fischer.egloos.com/4621236 를 보면 현재의 어떤 행동 하나가 당시의 적응적 행동이었냐를 결정하기가 쉽겠다고 생각할 수 있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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