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27 21:04

내성의 진화; 곤충 Evolutionary theory

  이 카테고리의 앞 글에서는 유독성의 진화를 적었는데, 외부 독성(항생제나 살충제)에 대한 내성의 진화를 보는 것도 꽤 재미있을 것이다.

  항생제에 대한 세균 내성의 진화는 이쪽 저쪽에서 매우 많이 나온 내용이니[1] 이 포스팅에서는 생략하겠다.  곤충의 내성 진화는 당연히 세균보다는 (한 세대가 기니까) 느리지만, 그래도 사람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곤충은 '행동'을 하기 때문에, 능동적으로 '이동'하기 불가능한 세균에 비해 방법이 여러 가지 있다.
  
... 곤충의 적응에는 네 가지 부류가 있다.  즉, 살충제의 공격을 받은 곤충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경로는 네 가지이다.
  첫째, 곤충은 살충제를 그냥 피할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들은 오두막집으로 날아들어가 사람을 찌른 다음, 벽에 앉아 먹이를 소화시킨다.  그러므로 설사 모기에게 물린다 하더라도 벽에 앉아 있는 모기를 죽인다면 말라리아가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1950~60년대에 건강한 노동자들은 오두막집 벽에 DDT를 뿌렸지만 불행하게도 창문을 통해 들어와서 사람을 물고는 곧장 밖으로 나가는 모기가 일부 있었다.  그 결과 수백만 마리의 모기가 죽었지만 일부 모기는 살아남아 자손을 퍼뜨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에 남아 있는 모기들은 죄다 치고 빠지기의 전문가들이었다.
  둘째, 만약 살충제를 피할 수 없다면 곤충은 살충제가 피부 밑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는 방법을 진화시킬 수 있다.  일부 배추좀나방(diamond-back moth)은 피레스로이드(pyrethroid)가 뿌려진 잎에 앉으면, 중독된 다리를 떼어놓은 채 날아간다.  일명 레그 드롭(leg-drop)으로 알려진 적응방법이다.[2]
  셋째, 만약 살충제가 스며드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곤충은 해독제를 진화시킬 수 있다.  쿨렉스 피피엔스(Culex pipiens; 빨간집모기)라는 모기는 대용량의 유기인계 살충제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데, 이 모기는 에스테라아제(esterase)라는 효소를 이용하여 살충제를 사실상 소화시킨다...

이 넘 _*&*&@#$%^@#$%^!!!!

(source;
https://cameronwebb.wordpress.com/tag/culex-pipiens/
)


  넷째, 만약 해독제를 진화시킬 수 없다면 곤충은 최후의 수단으로 내부적인 회피수단(internal dodge)을 찾아낼 수 잇다.  즉 살충제는 곤충의 몸속 어딘가를 표적으로 삼고 있는데 곤충은 그 표적을 수축시키거나, 옮기거나, 아예 제거할 수 있다.  이상의 네 가지 적응, 즉 생존 전략 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네 번째다...

- '핀치의 부리(The beak of the finch)', Jonathan Weiner, 양병찬 역, 동아시아 刊, p.416~18.

  특히 넷째 항목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려면, 사람으로 예를 들어 보자.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기관 중 간이 있다.  독극물을 섭취시켰는데 '간을 수축시키거나, 옮기거나, 아예 제거'한다는 얘기를 상상할 수 있겠는가?

  생명에 핵심적인 능력을 공격하는 살충제에 대항하여 곤충이 어느 정도까지 적응할 수 있는지는 피레스로이드에 대해 저항성을 지닌 파리가 입증해 준다.
   
   현재의 견해에 따르면 DDT와 피레스로이드는 둘 다 파리의 몸속에서 같은 표적을 공격한다고 한다.  파리의 신경세포막에 있는 미세한 출입구들인데, 나트륨통로(sodium channel)라고 불리는 이 출입구들은 열리고 닫히면서 신경신호가 세포를 통과하도록 해준다[3].  DDT와 피레스로이드는 이 통로를 열어놓음으로써 걷잡을 수 없는 신경신호가 신경세포에 반복적으로 전달되게 한다.  상당수의 통로가 열린 채로 있다면, 파리는 경련을 일으킨 후 신경이 마비되어 죽게 된다.
  나트륨통로의 구조는 (계통수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에 관계없이) 파리, 뱀장어, 쥐, 인간 등에서 거의 동일하다... 따라서 살충제는 나트륨통로에서 (오래되고 생명에 필수적이며 고정적으로 설계된) 보편적 구조를 공격한다.  혹자는 '파리가 그렇게 대단한 설계를 바꾸기는 극히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파리는 그 일을 해냈다.  살충제의 방해작용에 대해 어떻게든 자구책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나트륨통로를 만드는 유전자를 변형해온 것이다.

- Ibid., p.419~20.

  굳이 신경 세포를 꼭 바꿀 필요도 없다.  피레스로이드 소화제를 만드는 방법도 있지 않나.

  한 세대가 적어도 며칠 이상 걸리는 곤충도 이럴진대, 하루에도 수십 세대가 가능한 세균에서 얼마나 빨리 진화가 일어날 수 있는지 상상하실 수 있을 것이다.  내성을 주의합시다 !!!!
  
  漁夫

[1] 캠페인; 약은 병이 나을 때까지 무조건 다 먹읍시다.  특히 항생제는 말입니다.  이유를 아시겠죠?
[2] 모기에겐 이 방법이 그리 좋지 않은데, 동물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사뿐히 앉는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리를 세 개 잃으면 이 능력이 크게 손상을 입는다.
[3] 네, 아재 세대가 학교에서 '나트륨-칼륨 펌프'라 배운 것 말입니다(https://en.wikipedia.org/wiki/Na%2B/K%2B-ATPase).  요즘은 소듐-포타슘 펌프라면서요 ㅋ
 

덧글

  • RuBisCO 2017/06/27 21:24 # 답글

    이젠 슬슬 레이저 포탑과 드론까지 연구하고 있던데 이건 과연 모기들이 어떻게 적응할지 궁금하군요.
  • 존다리안 2017/06/28 10:40 #

    레이저를 반사시키거나 드론을 격추할 수 있게 진화되는 건 아니겠죠? 아님 스텔스 능력을 갖거나....
    이건 저그나 타이라니드도 아니고...
  • 漁夫 2017/06/29 22:50 #

    뭐 대피 능력에도 한도가 있겠지만, 피하는 능력은 당연히 개선되겠지요.
  • 2017/06/27 21:4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漁夫 2017/06/29 22:51 #

    http://fischer.egloos.com/3508248 이것 말씀이시군요 ;-)
  • 오뎅제왕 2017/06/27 22:35 # 삭제 답글

    소화기관이랑 소듐 포타슘 막전위 시냅스 까지 바꾸는 징한 놈들...
  • 漁夫 2017/06/29 22:52 #

    징하죠 (sigh)

    이 부분에서 '소화'는 '효소로 분해'한다는 의미가 강합니다. 소화기관에 넣어서 소화한다는 의미보단 그게 맞겠죠.
  • 소드피시 2017/06/27 22:38 # 삭제 답글

    그걸 소화시킬 줄은 몰랐네요. 심지어 나트륨 칼륨 통로를 대체한다니. 바이러스나 균류는 몰라도 인간이 모기 파리는 정복할 수 있을줄 알았는데... 와...
  • 漁夫 2017/06/29 22:53 #

    모기/파리는 개체수가 너무 많고, 빨리 한 세대가 지나가기 때문에 진화도 빠름....
  • 오뎅제왕 2017/06/27 22:43 # 삭제 답글

    자연선택의 힘은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작용한다 - 핀치의 부리
  • Allenait 2017/06/27 22:44 # 답글

    이제는 정말 레이저 포탑이나 드론이 필요하겠군요.. 설마 그거까지 적응하진 않겠죠
  • ㅇㅇ 2017/06/28 00:32 # 삭제

    기계가 감지 못하는 개체가 나타날지도..
  • BigTrain 2017/06/28 10:27 #

    기동성이 겁나 좋아지거나, 레이저포탑이나 드론의 감시체계를 회피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겠죠. 청감감지라면 비행시 특정주파수를 줄이겠고, 비행패턴 감지식이라면 비행패턴을 다양화시킨다거나..
  • 기계학습 2017/06/28 17:15 # 삭제

    감시체계 회피는 어려울 겁니다. 기계 학습 속도는 바이러스 진화보다도 엄청나게 빠릅니다. 기계 학습이 아니라도, 새로운 인식 방법을 다운로드하면 됩니다. 요즘은 컴퓨터 바이러스도 자동으로 분석해서 백신을 매일 업데이트 합니다. 파리 모기는 1년에 한번 정도만 업데이트 하면 충분할 겁니다.
    물론 업데이트 안 되는 싸구려 감시체계는 먹통이 되겠지요.
  • 漁夫 2017/06/29 23:08 #

    아직까지 가장 저렴한 방비책은 ....

    '모기장'이죠 ㅎㅎㅎ
  • 채널 2nd™ 2017/06/28 00:46 # 답글

    "진짜" 설탕 대신 인공 감미료를 쓰는 경우에, 사람의 몸뚱아리는 인공 감미료인 경우에는 대사에서 바로 제외시켜 버리고, 계속, "진짜" 설탕을 달라고 아우성을 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하찮은' 모기 주제에 하다 하다 안되니, 살충제를 소화시키거나, 영향을 받는 장기를 '방법'해 버리는 계략을 쓴다니 -- 이런 트릭이 혹시 지구 진화의 역사 속에서도 나타났는지가 몹씨나 궁금합니다.

    예를 들면, 황(sulfur)은 대부분 해로운데, 이 황을 어떤 특별한 곤충(? 뭐든)이 처리해 낼 수 있는 방도를 찾아 냈다든가, 그런 경우가 있을까요?
  • 漁夫 2017/06/29 23:11 #

    특정 문제에 대해 진화에서 해결책을 찾은 예는 너무 많아서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초창기에 바다에서 생물이 육지로 올라온 것은 정말 유례가 없을 지경의 도약이죠. 반대로 육지에서 바다로 돌아간 고래류나 바다거북류 등...

    황 자체는 원소 상태에서는 그리 유독하지 않고, 황산 이온을 환원시켜 에너지를 얻는 세균도 있습니다. 그리고 황을 함유한 아미노산이 사람의 필수 아미노산 중 하나일 정도라서(가령 머리칼에는 높은 농도의 황이 들어갑니다) 이것보다는 더 좋은 사례가 많겠지요.
  • Minowski 2017/06/28 13:25 # 삭제 답글

    덜덜덜.......

    육참골단이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

    내성을 생각하면 물리적 수단이 더 중요하려나요. 예를 들어 모기장 등.....
  • 漁夫 2017/06/29 23:12 #

    모기장이 아직 가장 값싼 방비책이긴 합니다.

    ... 이것저것 다 안되면 최후의 수단 "손으로 때려잡는다" ㅎㅎㅎ
  • 디스커스 2017/07/11 17:31 # 답글

    인간이 불을 발견한 이래 기술진보의 속도는 진화의 속도를 넘어섰다고 믿고 있습니다.ㅎㅎ.

    모기가 광학미채와 스텔스를 구사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하면, F킬러는 모기가 일으키는 공기흐름을 추적, 격멸하는 나노-미사일이 되어있을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아~
  • 漁夫 2017/07/17 23:45 #

    기술 진보가 진화보다 빠르고, 그 덕에 인간의 현재 생활이 가능하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한 것이 'The rational optimist'의 저자인 Matt Ridley입니다.

    ㅎㅎㅎ
  • 디스커스 2017/07/18 13:49 #

    예, 사실 매트 리들리의 책을 보고 얻은 깨달음입니다.ㅎㅎ.
  • 漁夫 2017/07/20 00:44 #

    저 개인적으로는 인구가 많을수록 기술 진보가 빨라진다는 것은 그 책 보기 전에 다른 데서 봤습니다(총.균.쇠 전에요). 좀 반신반의였는데 확신을 준 것은 多翁하고 Matt Ridley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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