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11 23:54

Evolution of virulence; 2. 전파율 Evolutionary theory

  Evolution of virulence; 1. 미생물과 인간의 상호 작용을 오랜만에 끄집어냄.

  오래 전
전파와 독성 포스팅에서 언급하긴 했지만, 아직도 '오래 공존하려면 독성이 줄어야 한다'는 생각을 꽤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에 한 번 다시 가져와 본다.
  
   유독성의 진화는 일반적으로 잘못 이해된 과정이다. 그 동안 우리는 기생체들이 항상 유독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한다고 믿었다. 그 추론은 숙주가 오래 살수록 기생체도 더 오래 살 수 있고, 그래서 더 많은 자손을 새로운 숙주들에게 전파시킬 수 있다고 가정한다... 따라서 예상되는 진화적 단계는 유독성 기생체에서 출발하여 안정적으로 점점 양성이 되어 궁극적으로는 숙주의 생존에 도움이 되도록 변한다는 것이다.
   겉보기에는 합리적인 이 논증에는 몇 가지 오류가 있다. 예를 들어, 병원체가 궁극적 원하는 새로운 숙주로 자손들을 전파시키는 일을 무시하고 있다... 전통적 관점의 또 다른 오류는 진화가 세대라는 시간 단위뿐만 아니라 절대 시간상으로도 느린 과정이라고 가정한 점이다...
   기존 지식의 또 다른 실수는 방금 HIV를 논하면서 암시했듯이 숙주 안의 서로 다른 기생체들간의 선택 과정을 무시한 것이다. 만약 숙주가 세균성이질(shigellosis)로 거의 죽어간다면 간흡충(fluke)이 숙주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활동을 자제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일반적으로 다른 모든 조건들이 동일하다면 그러한 숙주 내 선택(within-host selection)은 유독성을 증가시키는 반면, 숙주간 선택(between-host selection)은 유독성을 감소시킨다. 최근 11종의 무화과 말벌과 그들의 기생체들을 비교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기생체의 전파 가능성의 증대는 기생체 유독성의 강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원주;
Population Structure and the Evolution of Virulence in Nematode Parasites of Fig Wasps, Edward Allen Herre, Science, 1993, Vol.259, no.5100, p.1442~45 ]...
   ... 유독성의 진화에 대한 이론은 정해진 숙주 내에서 새로운 감염이 확립되는 속도, 서로 경쟁하는 병원체들간의 유독성의 차이 정도, 숙주 내에서 돌연변이에 의해 새로운 균주가 발생하는 속도, 이 새로운 균주가 보이는 유독성의 차이 정도 등을 고려해야만 한다... 만약 병원체의 전파가 숙주의 생존뿐만 아니라 그 이동성에도 관련된 문제라면, 숙주에 대한 손상은 병원체에게 반드시 해로울 것이다. 만약 당신이 감기로 인해 몹시 아파 침대에 누워만 있다면, 당신의 바이러스가 감염시켜야 할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이 힘들어진다... 대조적으로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말라리아원충(Plasmodium)은 숙주를 그런 대로 괜찮게 만들어도 얻는 이득이 없다. 실제로 토끼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입증되었듯이, 병으로 드러누운 숙주가 모기에 더 쉽게 물린다...

- 'Why we get sick', R. Nesse & G. Williams, 최재천 역, 사이언스북스, p.93~95.

cf. bold체는 번역 원문에서 강조한 부분임.

    그러니 전염병 병원체 측면에서는 조건만 적절하다면 - 가령 숙주를 심하게 손상시켜도 전염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면 - 인간과 오래 상호작용해도 독성이 별로 떨어지지 않는다.  그 중 전형적인 것은 전파와 독성 포스팅에서 말했듯이 곤충 매개 방식, 한 자리에서 오래 버틸 수 있는 능력, 물이나 식량을 오염시키는 방식(콜레라 같은 수인성 전염병), 공기 오염 등을 들 수 있다.

  앞 포스팅에서는 더 멀리 퍼질 수 있는(즉 오래 살아남아 더 많은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는) 레지오넬라를 언급했는데,
'전염병 시대(Plague time)'의 저자 폴 이월드(Paul Ewald)는 다른 섬뜩한 사례를 전해 준다.
   
   ... 반대로 가장 치명적인 호흡기 병원체는 천연두바이러스다.  천연두바이러스가 외부환경 속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느 연구에서 연구진들은 천연두 부스럼딱지를 봉투에 넣어 실험실 책장 위에 있는 선반에 올려놓은 뒤, 이 봉투 속에 든 부스럼딱지에서 주기적으로 천연두바이러스를 채집하여 그 생존 여부를 조사했는데, 그들은 결국 연구를 끝내지 못했다.  13년 동안 실험을 계속하면서 봉투 속에 있던 모든 바이러스를 사용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 그런 생존력에서 우리는 지금의 뉴욕과 펜실베이니아 지역에 살던 인디언들이 천연두로 떼죽음을 당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백인 거주지의 전초기지로부터 인디언들에게 배포된 담요에서 며칠이나 몇 주 동안 살아남는 일은 대부분의 바이러스에게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실험실 선반에서 13년간이나 생존한 천연두바이러스에게 이것은 일도 아니었다.  이런 생존력은 이보다 훨씬 더 끔찍한 결과를 낳기도 했다.  1757년 프랑스 군대가 뉴욕의 북동쪽에 위치한 포트 윌리엄 헨리를 점령하자 그들의 인디언 동맹들은 영국인 무덤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곳에 묻혀 있던 영국인들의 머리가죽을 벗겨냈는데, 동시에 천연두로 죽은 사람들의 시체에 잠복하고 있던 천연두바이러스도 소생시키고 말았다.

- '전염병 시대', Paul W. Ewald, 이충 역, 소소 刊, p.58.

  
  전염병의 독성이 어느 편으로 움직일지는 상황에 맞춰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결코 '장시간 지나면 독성 약해지겠지'라 할 수 없다.

  漁夫
 

덧글

  • 긁적 2017/06/12 00:04 # 답글

    천연두 : 13년? 풉.
    흠좀무군요.. 정말.
  • 漁夫 2017/06/16 22:36 #

    이런 녀석이 인간 세상에서 퇴출된 건 정말 인류를 위해 크나큰 축복입니다.
  • 한우 2017/06/12 00:15 # 답글

    천연두하니 영국에서 있었던 사고가...
  • 漁夫 2017/06/16 22:36 #

    누출 사고 말씀이셔요? 그 덕에 저도 article 찾아 읽었습니다. 휴...
  • 이글 2017/06/12 00:21 # 답글

    확실히 죄수의 딜레마를 여기에 적용하기엔 변수가 많군요
  • 漁夫 2017/06/16 22:37 #

    생물 사이의 상호작용이 대단히 복잡하거든요.
  • RuBisCO 2017/06/12 02:20 # 답글

    뭐 기간을 수십만년으로 잡아늘리면 병원균이 아니라 인간이 변화하기도 하죠(...)좋은 예로 인도의 갠지스강의 경우는 토착민들의 경우 상당수가 콜레라 내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죠 ㄷㄷㄷ
  • 漁夫 2017/06/16 22:37 #

    수십 만 년까지 필요하지 않습니다. 유럽 흑사병 대유행 전후는 아마 인간의 병 내성 유전자가 매우 많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 일화 2017/06/12 06:50 # 답글

    역시 자연은 그리 만만하지 않군요.
  • 漁夫 2017/06/16 22:38 #

    저건 너무 나이브하게 생각했단 얘기죠.
  • 소드피시 2017/06/12 11:29 # 삭제 답글

    진화는 생존과 번식에 따른 선택 이외에 처음부터 정해진 방향성이 없다는 걸 알기가 참 힘든것 같습니다. 직관적이지 않아서 그런가.
  • 漁夫 2017/06/16 22:39 #

    방향성이 있어 보여도, 어디까지나 사후적 분석이지.

    아주 작게 일관성 있는 변화만 있으면 정말 변화는 순식간인 것이 생물 세상이라, 도저히 직관적이라 보기 어려움.
  • 오뎅제왕 2017/06/12 22:01 # 삭제 답글

    전염병균이 무작정 숙주에 대한 독성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은 아닌가 보군요

    숙주에 대한 독성이 강한 쪽은 이동성이 강하거나 오래 잠복가능하거나 곤충감염 등으로 전파 가능성이 높거나 흑사병 말라리아처럼 숙주가 헤롱헤롱한 게 더 전파가 잘되는 경우 인가 보군요..
  • 漁夫 2017/06/16 22:41 #

    네. 주변 상황에 따라 좌우되는데, 반드시 독성이 감소된다고 말하면 거짓말이죠. 그런 경우는 특정한 작은 집단에 고립된 기생충이라면 모를까...
  • 위장효과 2017/06/13 10:03 # 답글

    그렇긴 한데 콜레라는 serogroup Vibrio cholerae O1에서 El-tor라는 subtype의 존재가 바로 저 "오래 공존하려면 독성이 줄어든다"의 아주 좋은 예시라서 말입니다. O1 classic type은 이미 30년전부터 방글라데시등 갠지스강 유역 지대에서 국한되어 나타나고 엘 토르쪽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일단 환자가 증상없이 그냥 넘어가는데다가 보균자로서 오래 가지고 있거든요.(0년전에 일차감염있었던 환자가 혈청학적 검사에서 양성 나올 정도니)

    최근 들어서 다시 독성강한 새로운 strain의 콜레라 균주가 발견된다는 보고가 있으니 콜레라 집안 싸움은 아직 안 끝난 모양입니다...
  • Lee 2017/06/13 11:06 # 삭제

    그게 세계 전반적으로 위생상태가 예전보다는 향상되어서 콜레라의 전파경로 중 수원의 오염을 통한 전파 못지않게 숙주간 접촉에 의한 전파의 중요성이 증가해서 그렇게 되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漁夫 2017/06/16 22:44 #

    위장효과 님 / 독성이 줄어드는 것뿐 아니라, 늘어난 가장 무서운 예시도 있죠. '스페인 독감'

    포스팅에서 말한 것처럼 숙주 '내' 선택과 숙주 '간' 선택, 그리고 매개자가 있는 경우는 매개자와 병원체 간 선택도 있어서 매우 까다롭습니다.

    Lee 님 / 해당 지역 상황을 정확하게 알아야 할 텐데, 아직까지 주요 요인은 잘 모릅니다. 단 Why we get sick에는 콜레라의 독성 변화가 '물이 맑아진 지역부터 감소했다'고 합니다.

  • Minowski 2017/06/13 14:46 # 삭제 답글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공룡시대에 돌던 전염병이 부활할지도?
  • 漁夫 2017/06/16 22:45 #

    알래스카에서 스페인 독감 희생자 시신을 발굴해서 조사한 연구진(........)이 있습니다. 엄격히 차단된 환경에서 원숭이에게 실험하자 당시 기록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났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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