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07 00:42

Material property; sample size effect Views by Engineer

  한 백만년만의 과밸 포스팅.  친구하고 반도체 생산 얘기를 하다가 써 볼까 생각이 들었음.  왜냐하면 반도체의 전선 구실을 하는 구리(copper) 선폭이 이제 10nm(=0.01 micron) 수준에 도달했다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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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우 작은 (전기) 장치를 만들기는 단지 그 크기 때문에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다른 문제도 있다.  크기가 너무 작아지면 대개 물질의 성질 자체가 변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대개 두 가지를 볼 수 있는데

  1) 표면 에너지(surface energy)

  '표면'은 사실 '경계면(interface)'이란 말이 더 어울린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현실적으로 보는 어떤 물질이든지 다른 물질(혹은 진공)과 경계면을 이루지 않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계면 부근의 원자/분자들은 다른 물질과 화학/물리적 결합을 하든지, 아니면 결합을 하지 말아야 한다.  대개 특히 이 부분을 안정화할 수단이 없다면 - 즉 특히 결합을 잘 하는 물질이 경계면에 오지 않으면 - 결합을 하지 못하게 되며, 이는 표면의 에너지 상태를 올려 놓는다.
  ... 뭐 복잡해 보이지만, 이를 설명하는 간단하고 익숙한 용어가 있다.  바로 표면 장력(surface tension).  표면을 늘리는 데 왜 여분의 힘이 들어가겠는가만 생각해 봐도, 표면을 늘릴 때 에너지가 들어간다는 것을 바로 납득할 수 있다.

  이것이 물성에 의미 있는 이유는 의외의 곳에서 나타난다.  대개 1 micron 이하로 물질의 크기가 작아지면, 대체로 조금씩 물질의 녹는점(melting point)이 낮아지기 시작한다. 

네 정말이죠...


  설명은 그리 어렵지 않다.  결정을 이루려면 원자/분자가 많은 수가 모여 규칙적인 구조를 이뤄 결합하며, 이 때 에너지를 내보내기 때문에 열을 방출한다(내부 에너지 enthalpy H가 감소; ΔH<0).  그런데 크기가 줄어들면서, 전체 원자/분자 수에 비해 표면에 노출된 숫자가 커지며 결합을 하지 못하는 비율이 늘기 때문에 안정화 정도가 따라서 감소한다.  즉 자기들끼리 결합을 해야 내부 에너지 H가 줄어드는데, 결합을 할 수 있는 비율이 줄어서 그만큼 줄지 못하는 것.  

  결론; 결정 전체의 에너지가 올라가서, 열을 조금만 주어도 녹게 된다.

  이 '녹는점 저하'에 대한 영문 위키의 설명(https://en.wikipedia.org/wiki/Melting-point_depression)에서는 금의 곡선을 볼 수 있다.  200nm (0.2 micron) 이하에서는 서서히 Tm이 저하한다.  참고로 눈에 보일 만한 크기에서는 금의 녹는점은 1064℃(=1337K)이므로, 지름 25nm에서는 대략 ~260℃나 녹는점이 저하한다는 것.
  중요한 반도체 재료인 GaN(질화갈륨)에 대한 계산은 이 논문에서 볼 수 있다.  경향은 마찬가지임. 

  2) 양자적 크기 제한 효과(quantum size confinement effect)

  이건 좀 더 설명이 복잡하다.  힌트 중 하나를 가장 간단히 (그리고 대충) 말하면 '좁은 데 전자를 가둬 두면 그 전보다 더 빨리 돌아다닌다' 정도?  

  Uncertainty principle ; Δx·Δp >= h/4π (최근에 약간 수정됐지만 관례 그대로 쓰자)

  즉 위 식에서 전자를 좁은 데 가둬서 위치 불확정성 Δx를 줄이면 운동량 불확정성 Δp가 올라갈 텐데, 이에 따라 '전자는 좁은 공간을 더 빨빨거리며 돌아다녀야 한다', 즉 운동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올라간다.  이 말인즉 운동 에너지도 증가하며 에너지 준위(energy level)이 올라간다는 것.
  물론 일상 생활에서 볼 만하다면, 아무리 작은 크기의 결정이라도 원자/분자가 1010~15 개 정도는 모여 있기 때문에 이 효과는 무시할 만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렇게 많은 수의 원자/분자가 모이면 전자가 하나의 원자/분자에 제한되지 않고 밖으로 돌아다닐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결정이 되면 전자가 보기에 규칙적인 구조가 매우 크게 펼쳐지며, 따라서 이 구조를 따라 전자가 돌아다닐 수 있다.  하지만 크기를 매우 줄이면 이 상황이 달라져서 전자가 돌아다닐 공간도 줄어들고, 에너지 상태가 바뀐다(이 집합적 효과 때문에, 앞에서처럼 일률적으로 에너지 준위가 올라간다고만 보긴 어렵다.  단 개별 에너지 준위 사이의 간격이 더 커진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좀 전문적이긴 하지만 링크(
link)에서 상당히 재미있는 사례를 볼 수 있다.  콜로이드 상태로 분산시킨 CdSe(셀렌화 카드뮴)의 입자 크기에 따라 UV를 쬔 후 나오는 발광 특성이 달라졌다.[1]
  맨 왼쪽 입자의 지름은 1.7nm, 맨 오른쪽은 4.5nm이다.  입자가 커지면서 붉은 색으로 이동하는데, 이는 나오는 빛의 파장이 길어졌음(=빛 에너지가 감소)을 의미한다.
  아래 그림은 더 구체적인 설명이다.  먼저, 원자/분자가 여럿 모여 있으면 전자가 차 있는 에너지 준위들의 영역(VB; valence band)과 비어 있는 영역(CB; conduction band)이 생긴다.  원래 원자/분자가 하나면 이렇게 띠 모양으로 보이지 않고 맨 오른편 끝처럼 선으로 갈라지는데, 띠 모양이 된 이유가 바로 '집합적 효과'다.  전자가 다 차 있는 VB에서는 파울리의 배타원리[2] 때문에 전자가 이동할 수가 없지만, CB는 비어 있기 때문에 한 번 전자가 거기로 들어가면 주변 상황에 따라 (가령 전압을 건다든가 하면) 맘대로 움직일 수 있다.  아래 그림에서는 입자 크기가 감소하면서 VB의 에너지 수준은 낮아지고 CB는 올라간다는 것을 잘 보여 준다.
  여기서 UV를 쬐든지 해서 VB에 있던 전자를 CB로 올려 보내면, 언젠가는 다시 VB로 떨어질 것이다.  그 때 빛이 나오는데[3], 아래에서 Eg로 표시한 gap 에너지가 입자 크기가 작을수록 크므로 빛이 더 청색 쪽으로 접근한다.
  금속은 위에 묘사한 CdSe 같은 반도체나 부도체와는 약간 상황이 다르다.  금속이 애초에 전기전도가 잘 되는 이유는 위의 CB와 VB가 (최소한) 부분적으로 겹쳐지기 때문에 전자가 쉽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라, 크기가 바뀌어도 거동이 위에서 설명한 것과 일반적으로 다르다.  콜로이드 상태의 금 입자 크기를 바꿔 가면서 흡수하는 빛의 파장을 조사하면 아래 그래프처럼 된다.  최대 흡수 강도를 보이는 파장이 입자 크기가 9nm에 접근하면서 더 이상 별로 이동이 없다.

  반도체 구리 선폭이 5nm을 바라본다고 하는데, 만약 구리에서도 이런 상황이 나타난다면 거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을 수 있다[4].  하지만 그 전에는 이미 좀 성질이 틀려졌을 텐데, 10nm인 지금까지도 잘 쓰고 있는 상황이면 아마 5nm이래도 크게 상관이 없을 거란 말. 
  그러나 2nm 이하(정확히는 구리의 페르미 파장일 텐데 얼만지 모르겠음)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여기서는 일상 생활에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중요해질 것이다.[5]  이런 문제 때문에 구리를 쓸 경우 5nm에서 획기적으로 더 내려갈 수 있을 듯하진 않다

  漁夫

[1] 이것은 실제 양자점(quantum dot)이다.
[2] 아재개그 주의; β-principle이 아니다 ㅎㅎㅎ.
[3] direct band gap이니 indirect band gap이니 하는 골치아픈 소린 접자.  원래 전자에서만 해당 gap을 떨어질 때 gap의 에너지 차에 해당하는 빛이 나온다고 기억.
[4] 이 그래프 주변에 설명이 잘 돼 있는데, 금속에서는 입자 직경이 페르미 파장(Fermi wavelength)에 가까워야 상황이 바뀐다고 한다.  페르미 파장은 모든 금속에서 2nm 이하이므로, 5nm보다 충분히 작다.
[5] 한 가지 사례가, 'electromigration'이다.  이렇게 가는 금속 line을 타고 전자가 흘러가는데, 전자가 원자를 때려서 이동시킨다는 것.  전자와 원자핵은 중량 차이가 어마어마한데, 처음 배웠을 때 당연히 믿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사진까지 보니 뭐...
  원래 이런 목적으로 aluminum을 쓰다가 구리로 바뀐 이유 중 하나가 전기전도도 외에 원자량이 작기 때문에 일어나는 electromigration 때문이었다고 함...

 

덧글

  • 홍차도둑 2017/05/07 04:52 # 답글

    30년전에 리더스 다이제스트에서 나왔던 이야기네요.미세기계 이야기를 하면서 실리콘 특성을 이야기하면서 "그렇게 작은 세상에선 우리 일상과는 다르게 됩니다 강철은 그런 작은 세상에선 강도가 아주 약해지죠. 실리콘이 대안입니다 실리콘은 미소세계에서는 강철이나 다름없습니다"

    물론 어부님이 쓰신 그래프라던가 여러 특성 이야기는 잡지 성격상 나오지는 않았죠
  • 漁夫 2017/05/09 23:34 #

    그 때쯤까진 제가 리더스 다이제스트를 봤는데 기억이 없네요.

    이런 성질 말고 말씀처럼 기계적 성질도 바뀌는데, 제가 그 과목을 다 까먹어서 ㅎㅎㅎ ㅠ.ㅠ
  • Minowski 2017/05/07 09:13 # 삭제 답글

    여러분 그러니까 미시세계 들여다 볼 필요없는 기계공학하세요!!! Q(^.^Q)
  • 채널 2nd™ 2017/05/07 13:34 #

    안 들여다 볼 것이라고 생각하면 경기도 오산입니다. 이 세상은 기묘하지만 어쩐지 모두 연결되어 있어서 ... 어느 한쪽이 급격하게 발전(?)하면 다른 쪽도 바로 바로 영향을 받습니다.

    선박 정도나 되면 미시 세계 안 봐도 될 것 같지만, 그 문제의 미시 세계에서 넘어오는 문제들 때문에 조만간 괴로워질 경향이 있.
  • Minowski 2017/05/08 16:07 # 삭제

    허허.... 후임 좀 받아봅시다... 리키위키스 쓰면 어떻합니까....^^;;;
  • 漁夫 2017/05/10 00:57 #

    채널 2ndTM 님 / 선박 정도 되면 그 자체로는 별로 미시하곤 상관 없죠. 재료 문제까지 가면 모르겠지만......

    Minowski 님 / 기계공은 미시하곤 크게 상관 없긴 합니다. 단 재료는 ㅎㅎ
  • 채널 2nd™ 2017/05/07 13:37 # 답글

    페르미, 페르미, 페르미라니 -- 플랑크인가 뭔가와 결부되는 그런 이름인데 ..... 그만 '물리'에서 손을 떼게 만든 사람이네.

    (물리적인 한계가 "모든" 금속에 있어서 2 nm라면 ... 그래서 결국은(?) 스택형으로 가야 하는가.)
  • 漁夫 2017/05/10 00:58 #

    고체물리는 사실 저하곤 크게 인연이 없는 게 제 전공하고 고체물리에 꼭 필요한 전자기학이 크게 상관이 없어서... -.-

    네 앞으로 5 nm 정도까진 간다던데, 그 이하는 정말 어렵다고 봐야죠. 그러면 이제 더 늘리려면 스택밖에.
  • sm2mr 2017/05/07 14:16 # 답글

    반도체의 크기를 줄이는데 한계가 오자 대안으로 나온 것이 3D 형태로 위로 쌓자는 것인데,
    사실 이것도 만능은 아니죠.

    최종적으로 만들려는 트랜지스터가 위아래로 길쭉한 형태가 되다보니 높이가 높아질수록,
    뚫고 내려가다 막히고, 옆으로 휘어지고, 예쁜 원통형이 아닌 울퉁불퉁한 모양이 나와서 특성이 달라지고 등등...

    점점 더 복잡한 공정을 더 많은 시간동안 해야 하다 보니 그만큼 돈도 많이 들고
    신제품 나오는 속도도 느려지고 있습니다.
    크기를 줄이는 것 처럼 아예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지만 수지타산이 안맞는 시점이 오겠지요.
  • 漁夫 2017/05/10 01:03 #

    지금만 해도 대단한 것이, 선폭이 10nm이라면 척추동물 신경세포 크기보다 작거든요.

    5nm이 한계라면 근사적으로 지금 크기의 4배 정도 증가되고 끝난다는 얘긴데, 이러면 방식 자체를 바꿔야겠죠.
  • 2017/05/08 22:4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5/10 01:1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소드피시 2017/05/10 08:30 # 삭제 답글

    2번 주석을 보기 전까지 착각하고 있었다는... ㅋ
  • 漁夫 2017/05/10 13:30 #

    'Pauli's EXCLUSION principle'임 ㅎㅎㅎ
  • 긁적 2017/05/19 12:53 # 답글

    키야... 이제 저 쪽 분야는 엔지니어 머리도 터져나가고 마케팅 부서 머리도 터져나가겠군요. ㅋㅋ.
    재미있는 포스트 잘 보았습니다. ^^
  • 漁夫 2017/05/20 11:26 #

    감사합니다.
    더 이상 단순히 크기만 줄이는 방식으로는 잘 안 된다고 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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