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입] 이탈리아의 리히터 (슈만 : 나비, 피아노 소나타 2번) [SACD Hybrid Stereo] - ![]() 슈만 (Robert Schumann); 리히테르 (Sviatoslav Richter) / Toshiba-EMI (꼭 맞는 발매가 없어 부득이 이것으로 대체) |
베토벤; 소나타 17번 '템페스트', 슈만; 환상곡 - 리히테르(EMI)에서 이미 하나 나왔지만 다른 음반 둘을 넣어 보충하겠습니다.
[ 내용 ]

▲ Toshiba TOCE-3083
▲ Toshiba TOCE-3082


▲ 한국 Warner PWCD-0027
이 세 음반의 녹음은 1961~63년에 있었습니다. 1960년은 미국 투어에 거의 연말까지 할당했기 때문에, 서유럽을 돌기 시작한 것은 다음 해부터였죠.
이 세 장은 모두 화려하지 않고 차분한 음색을 들려 줍니다. 거의 같은 시기에 Mercury의 기술진이 녹음한 음반들이 - 당시 Mercury가 Philips에 합병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지만, label은 계속 존속하고는 있었지요. 하지만 이 녹음들의 발매는 Philips label로 됐습니다 - 소리가 상당히 화려한 것하곤 대조적입니다.
제일 먼저 녹음한 것은 1961년 8월의 베토벤/슈만 런던 애비 로드 세션입니다. 앞 포스팅에서 상세히 말했으니 별로 할 말은 없지만, 조금 더 붙이면 베토벤 1악장에서 페달을 밟은 방법입니다. 템페스트 1악장 재현부 부분에서, 저음~고음으로 아르페지오를 울린 다음에 오른손이 단선율을 노래하는 부분이 두 군데가 잇달아 나옵니다. 아래 바렌보임 영상에서 연주 시간 6:19~7:01, 7:21~8:02 부분입니다.
베토벤의 악보는 소리가 흐려짐에도 불구하고, 이 두 부분을 끝까지 페달을 계속 밟도록 지시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바렌보임은 템포를 상당히 느리게 가져가 흐린 울림을 최대한 피했습니다. 반면 리히테르는 저음을 끝까지 끌지 않고 선율 도중에는 살짝 살짝만 밟습니다. 같은 스승에게 배운 길렐스가 베토벤의 지시를 거의 그대로 따른 것과는 대조적이죠.
다음 녹음은 이탈리아 투어 때의 실황 녹음으로, 62년 10월 13일에서 11월 17일 사이에 열었던 연주회에서 골랐습니다. EMI 스탭이 녹음 장비를 싣고 다니면서 북 이탈리아인 제노바에서 시작하여 시칠리아의 팔레르모, 다시 북부 베네치아로 돌아오는 일정을 다 따라다녀서 40시간 분량의 녹음 테이프를 얻고, 12월 7일에 파리에서 스탭과 리히테르가 골라낸 것이 이 음반으로 들어갔습니다. 곡마다 장소와 날짜를 정확히 명시하진 않았지만 주로 로마, 팔레르모, 베네치아 세 곳이라고 하네요. 요즘 같으면 아마 도저히 이렇게 음반을 만들 수는 없겠죠...
슈만의 세 곡 중 가장 인상적으로 들리는 것 하나만 말하자면 '나비'입니다. 앞 음반의 '환상곡'이나 다음 음반의 '방랑자 환상곡'처럼 압도적인 힘을 보여 주진 않으나, 매우 부드러운 터치와 강력한 ff의 대조가 확실하며, 특히 맨 끝에서 저음 D를 유지하면서 상부 성부들의 원근을 제어하는 솜씨가 거의 환상적입니다. 연주회장마다 음향과 피아노가 다 달랐을 텐데도, 음향 기술자들의 노력 덕인지 곡마다 음향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마지막은 63년 2월과 5월에 파리 바그람 홀에서 녹음한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과 소나타 13번입니다. 환상곡은 진짜 힘이 넘치고 웅건합니다. 리히테르의 습관상 롱 테이크(long take)를 적어도 몇 번은 반복했고 - 이는 오리지널 라이너 노트에서도 언급합니다 - 흐름이 끊기지 않는 좋은 결과를 보여 줍니다. 진짜 사람을 깨게 만드는 것은 이 힘과 소나타 13번의 정적과 차분한 뉘앙스의 대조입니다. 같은 사람이 이 둘을 다 이 정도로 제어할 수 있다니 아연스러울 지경. 1,2악장은 이런데 3악장은 또 벌떡 일어난 듯이 강력하고 활기가 넘칩니다. 오래 전에 오아시스 라이선스로 처음 들었지만 지금도 꺼내 들을 때마다 좀 놀랍니다. 개인적으로 리히테르 최상의 음반 중 하나로 꼽습니다.
이 세 음반은 거의 같은 시기에 DGG에서 녹음한 또다른 이탈리아 실황 2장과 함께 서방 데뷔 무렵 개성이 넘치던 리히테르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레파토리 중 적어도 반은 매우 대중성 있는 것을 골랐기 때문에 듣기도 쉽고, 여러 모로 낱장으로 (좀 비싸게) 손에 넣을 가치가 있습니다.
다음 녹음은 이탈리아 투어 때의 실황 녹음으로, 62년 10월 13일에서 11월 17일 사이에 열었던 연주회에서 골랐습니다. EMI 스탭이 녹음 장비를 싣고 다니면서 북 이탈리아인 제노바에서 시작하여 시칠리아의 팔레르모, 다시 북부 베네치아로 돌아오는 일정을 다 따라다녀서 40시간 분량의 녹음 테이프를 얻고, 12월 7일에 파리에서 스탭과 리히테르가 골라낸 것이 이 음반으로 들어갔습니다. 곡마다 장소와 날짜를 정확히 명시하진 않았지만 주로 로마, 팔레르모, 베네치아 세 곳이라고 하네요. 요즘 같으면 아마 도저히 이렇게 음반을 만들 수는 없겠죠...
슈만의 세 곡 중 가장 인상적으로 들리는 것 하나만 말하자면 '나비'입니다. 앞 음반의 '환상곡'이나 다음 음반의 '방랑자 환상곡'처럼 압도적인 힘을 보여 주진 않으나, 매우 부드러운 터치와 강력한 ff의 대조가 확실하며, 특히 맨 끝에서 저음 D를 유지하면서 상부 성부들의 원근을 제어하는 솜씨가 거의 환상적입니다. 연주회장마다 음향과 피아노가 다 달랐을 텐데도, 음향 기술자들의 노력 덕인지 곡마다 음향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마지막은 63년 2월과 5월에 파리 바그람 홀에서 녹음한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과 소나타 13번입니다. 환상곡은 진짜 힘이 넘치고 웅건합니다. 리히테르의 습관상 롱 테이크(long take)를 적어도 몇 번은 반복했고 - 이는 오리지널 라이너 노트에서도 언급합니다 - 흐름이 끊기지 않는 좋은 결과를 보여 줍니다. 진짜 사람을 깨게 만드는 것은 이 힘과 소나타 13번의 정적과 차분한 뉘앙스의 대조입니다. 같은 사람이 이 둘을 다 이 정도로 제어할 수 있다니 아연스러울 지경. 1,2악장은 이런데 3악장은 또 벌떡 일어난 듯이 강력하고 활기가 넘칩니다. 오래 전에 오아시스 라이선스로 처음 들었지만 지금도 꺼내 들을 때마다 좀 놀랍니다. 개인적으로 리히테르 최상의 음반 중 하나로 꼽습니다.
이 세 음반은 거의 같은 시기에 DGG에서 녹음한 또다른 이탈리아 실황 2장과 함께 서방 데뷔 무렵 개성이 넘치던 리히테르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레파토리 중 적어도 반은 매우 대중성 있는 것을 골랐기 때문에 듣기도 쉽고, 여러 모로 낱장으로 (좀 비싸게) 손에 넣을 가치가 있습니다.
세 음반의 초반은 HMV의 ASD 시리얼로 나왔습니다. 번호가 모두 575보다 이르기 때문에, 초반은 아래 보시는 것처럼 흰 배경에 금색 테가 둘린 GW1 'gold and cream(or white and gold)' 레이블입니다. 아실 분께선 다 알듯이 SAX와 함께 audiophile로 가장 인기가 높은 레이블이라, 꽤 비쌉니다.




漁夫
덧글
처음 구입후 들으면서 '아!' 한 순간을 잊을 수가 없네요. 정말 감탄하면서 들었습니다.
- 투어를 돌면서 같이 제작한 방식은.. 그래도 '리히테르'라면 요즘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 예전에 리히테르가 워너(EMI) 남긴 음반을 소재로 하는 오리지널 자켓 박스의 제작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소리를 듣고,
새로나온 슈베르트 음반을 사보기가 선듯 그러네요. 사실 제가 가진게 엘피 (엔젤 발매)인데, 반질이 영 구려서요...
이탈리아 투어도 정말 잘 정련된 좋은 연주입니다. 정말 나비가 환상적이거든요.
그리고 아마 오리지널 자켓 박스는 나올 겁니다. 그래도 '단독'은 뽀대가 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