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16 01:39

자연 선택에 의한 노화의 형성 - W. D. Hamilton; 요점 ㄴ노화(老化)의 진화 이론

  [번역] 자연 선택에 의한 노화의 형성 - W. D. Hamilton은 사실 어느 정도 기본 지식이 없으면 - 예를 들어 Euler-Lotka equation 등 - 아니, 있더라도 상당히 읽기 힘든 논문입니다.  '수학'이 어려워서가 아니고 - 이 논문의 수학 자체는 이과를 나온 고등학생 정도면 충분히 다룰 수 있습니다 - 논지를 따라가기가 까다로와서죠.

  이 논문은 연령적으로 구조를 이룬 - 쉽게 말해 0~10세 15%, 11~20세 10%, 21~30세 8%... 이런 식 - 인구 집단이 이 구조에 변화가 없이 '안정적으로' 증가나 감소한다고 볼 때 증가/감소의 비율 λ를 관찰합니다.  즉 한 세대 후 인구 집단의 연령 구조가 변화 없이 λ의 비율로 변화할 텐데, 이 때 λ가 만족해야 하는 식이 있습니다.  사실 이 식이 바로 Euler-Lotka equation입니다(선형대수학에서 연습 문제로 잘 나옵니다.  실제 eigenvalue에 대한 좋은 예제죠).  연령 구간을 아주 작게 잡아 연속으로 놓으면 (1), 보통 보험 회사에서 쓰는 생명표(life-table)처럼 1년 혹은 5년 단위로 끊어 보면 (7)의 형태가 됩니다.
  위에서 번호는 논문 중의 식 번호입니다.  실제 수식을 돌릴 때는 λ의 자연로그 값인 m(m=log λ)을 사용하는데, log는 단조증가 함수이므로 둘 중 어느 편을 사용해도 상관 없습니다.  (1)에서 나와 있는 m이 바로 그것이고, em=λ로 놓으면 (1)과 (7)이 동일한 내용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lx는 연령 x까지 생존하는 비율이고, fx(또는 Fx)는 연령 x에서 개체가 보이는 번식 잠재력 평균이죠.

  이 가정 아래에서, 특정 유전자가 어느 연령 a에서 발현할 때 λ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 즉 줄어들지(번식적으로 손해) 아니면 늘어날지(번식적으로 이익)를 검토합니다.  

  해밀턴이 논증한 것의 핵심만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어떤 일정한 연령 a 이후에 번식할 확률을 wa라 하자(a는 번식 개시 연령 α보다 크다). 이 값은
     처럼 되는데, a가 증가하면 wa
는 계속 감소한다.
   이 의미는 개체의 연령이 증가하면 그에 따라 그 연령 이후에 낳는 자식이 전체 개체군에서 차지하는 비중(즉 확률)은 꾸준히 감소한다는 것. 물론 이는 윌리엄즈가 1957년 논문에서 이미 논증했지만 구체적 식으로는 처음 보여 준 것.

   2) 늙지 않는 개체에 대한 모형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늙지 않고 죽지 않는 개체들이 모인 상황'에서도 노화가 나타날 것이다.

사기냐 이거 장난하냐
  
   아님. 이 모델에서 해밀턴이 한 간단한 가정은

    (1) 개체가 번식 개시 연령 α 후에 사망률이 변하지 않고 일정하다. (이것이 바로 '불로')
    (2) 번식 개시 후, 시간에 따라 번식률이 지수적으로 증가한다. (늦은 나이에 더 많이 번식하게 된다)

   사실 어느 개체가 시간이 흐를수록 번식 능력이 지수함수로 증가한다니 좀 상상하기 힘든 조건인데, 가능하면 노화가 나타나지 않는 조건을 가정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이 가정에서는, 아래 식이 성립한다.  lαfα 는 각각 번식 개시 연령 α에서 생존 확률과 번식 잠재력, μ는 순간 사망률, c는 시간에 따라 증가하는 번식 잠재력의 시간 계수다.  (즉 번식 잠재력을 fx=fα exp[c(x-α)]로 놓은 것.  즉 c는 양수)
  m은 이 방정식을 (수치적으로) 풀면 얻을 수 있다.  이 식의 좌변이 양수이므로, 당연히 우변도 양수.  즉, m=0(개체군 증가 없음) 또는 μ=0(사망률 0)일 수는 있어도, 둘이 동시에 0일 수는 없음.
  특정 연령 이후 번식하는 확률 wa을 계산하면
   a-α가 항상 양수기 때문에 (번식 개시 니까), (23) 식에서 보아 시간이 증가하면(즉 a가 증가하면) wa는 계속 감소한다.  즉 나이 든 개체의 번식 비율은 시간에 따라 계속 지수적으로 감소하므로, 나이 든 개체의 중요성은 계속 떨어지며, 노화가 나타나게 된다.  심지어 번식 능력이 시간에 따라 지수적으로 증가한다고 가정했는데도!

  * m=0 ; 개체군의 개체 수가 일정(증가율 0). 
   이는 많은 종의 경우 꽤 잘 맞는다고 볼 수 있다.  진화적 시간에서 m>0 이면 개체 수가 무한에 가까이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는 (24) 식의 우변 지수 부분이 -lα fα(a-α)가 되니, 노화 속도를 좌우하는 것은 lα fα, 즉 '번식 개시 연령에서, 그 때까지 생존 확률과 초기 번식 잠재력의 곱'이 된다.  고로, 번식 개시 시점까지 많이 죽고 초기 번식 잠재력이 낮을수록 노화도 느려진다.

  * μ=0 ; 사망률 0이므로, 죽는 개체가 하나도 없다.
  이 때는 (24) 식 우변 지수 부분이 -(m-c)(a-α)다.  m+μ-c>0 이므로, 당연히 m-c>0. 
  즉, 외부 포식이나 사고에 의한 사망이 하나도 없더라도 시간에 따라 wa는 계속 감소한다.  다시 말해 외부 사망 압력이 없어도 노화가 진화...

  네, 이것이 결론 되시겠습니다.  외부 사망 압력이 노화의 진화에 큰 역할을 한다고 했는데, 이게 없더라도 노화는 나타난다는 얘기죠...
 
  그래서 해밀턴이 "반복적으로 번식하는 유기체에서, 노화는 자연 선택이 작용하는 불가피한 결과"라 말한 것입니다.

  漁夫

  ps. 이 주제에서 해밀턴이 '끝장을 내놓은' 것 같으나, 아직 완전히 해결 안 된 게 있다는 점도 재미있죠.  tbC!

참고] 시리즈의 앞 글은

*
노화의 진화 이론(1) ; 기계와 생물
* 노화의 진화 이론(2) ; 성숙, 생식률, 사망률
* 노화의 진화 이론(3) ; 생식률과 수명의 관계
* 노화의 진화 이론(4) ; 거장들의 공헌
* 노화의 진화 이론(5) ; 거장들의 공헌 - 직관적인 이해
* 노화의 진화 이론(6) ; 잡다한 것들
*
노화의 진화 이론(7) ; 이론의 예측
* 노화의 진화 이론(8) ; 이론의 예측과 실제 I - 사람
* 노화의 진화 이론(9) ; 불로 집단의 안정성 - simulation
* 노화의 진화 이론(10) ; 'undervaluation of the future' I
* 노화의 진화 이론(11) ; 'undervaluation of the future' II
* 노화의 진화 이론(12) ; Gompertz curve - 생물의 사망률 곡선
* 노화의 진화 이론(13) ; 이론의 예측과 실제 II
* 노화의 진화 이론(14) ; All the lazy guys over the world, unite!
* 노화의 진화 이론(15) ; 웹페이지 살펴보기
* 노화의 진화 이론(16) ; 노화 지연의 확실한 방법 I
*
노화의 진화 이론(17) ; 6000억 원의 내기
* 노화의 진화 이론(18) ; 나이 갖고 놀기
* 노화의 진화 이론(19) ; 억세게 재수없는 사나이
* 노화의 진화 이론(20) ; Gompertz 곡선이 적용 안 되는 구간
* 노화의 진화 이론(21) ; 극도로 느린 노화 사례 [1]
* 노화의 진화 이론(22) ; 小食과 건강, 노화
* 노화의 진화 이론(23) ; 극도로 느린 노화 사례 [2]
*
[원문/번역] 다면 발현, 자연 선택, 그리고 노화의 진화 - G.C.Williams
* 노화의 진화 이론(24) ; 노화 지연의 확실한 방법 II
*
노화의 진화 이론(25) ; 현대 의학의 공로
* 노화의 진화 이론(26) ; 현대 의학의 공로 [2]
* [번역] 자연 선택에 의한 노화의 형성 - W. D. Hamil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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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키르난 2015/10/16 08:27 # 답글

    수식은 일단 건너뛰고, 대~강 읽어 나가다가 결론을 확인했습니다. 조건에서 늙지 않는다고 가정한 건 생식력이 계속 유지될 것이다(생식이 가능할 것이다)의 상황이군요. 그렇다 해도 노화는 계속 된다는 것이고..ㄱ-; 끝판왕 같은데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부분은 뭘까요.;
  • 漁夫 2015/10/16 20:19 #

    '불로'는 순간 사망률 μ가 연령이 올라가도 일정하다는 가정입니다. 다 아시다시피 연령이 오르면 사람의 사망률은 대체로 8년마다 2배씩 증가하죠.
    여기서 설명한 것은, 연령 a보다 더 높은 연령에서 번식하는 확률이 a가 오르면 점차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진화적으로 고령인 개체들은 별로 필요가 없기 때문에 노화가 나타나게 되죠. 정말 놀라운 것은 μ=0 인 경우라도 이게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고령의 개체가 비중이 떨어지는 이유는 누가 뭐래도 고령이 되는 동안 잡혀 먹히거나 사고로 죽기 때문인데, 이런 요인이 전혀 없어도 노화가 나타난다는 것이지요.

    거의 늙지 않거나 오히려 젊어지는 듯한 종이 발견되었거든요. 이건 문제가 되고도 남죠..

  • Frey 2015/10/16 10:33 # 답글

    저도 이건 좀 따라가기 어렵네요;;; 애초에 식을 지수로 세운 것부터 이해가 안갑니다 orz...
  • 漁夫 2015/10/16 20:46 #

    지수가 등장하는 근본 이유는, (번식 개시 후) 순간 사망률 μ가 일정하다고 보면 시간에 따라 남은 개체 수가 지수적으로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즉 제가 이 포스팅에서 적진 않았습니다만, 포스팅 내의 notation으로

    la=lα×exp[-μ(a-α)] (연령 a까지 개체가 살아남을 확률)

    이렇게 되는 것이지요. 반면 포스팅 안에 넣어 놓았듯이 번식 능력은

    fa=fα exp[c(a-α)]

    이 되니까, 이것을 포스팅 식 (1)에 넣으면

    ∫ exp(-mx)×lx ×fx dx = ∫ exp(-mx)×lα×exp[-μ(x-α)] ×fα exp[c(x-α)] dx = lαfα ∫ exp(-mx)×exp[(c-μ)(x-α)]dx
    (적분 하한은 번식 개시 연령 α, 상한은 ∞. α보다 작은 연령에선 번식력 f=0니까 이렇게 됩니다)

    이걸 정리하면 (23)이 되는 겁니다. ^^;;
  • RuBisCO 2015/10/16 11:08 # 답글

    헌데 하이드라나 바닷가재는 어떻게 설명되는지 궁금합니다.
  • 漁夫 2015/10/16 20:57 #

    hydra (Turritopsis nutricu)는 저도 알고 있는데 http://fischer.egloos.com/4637529 , 뾰족한 이론적 해결책이 안 나왔다고 압니다. 궁금해져서 공개 논문을 찾아 보았는데, 이 넘의 수명을 측정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이 하도 안 믿어줘서 빡친 게 논문 설명에 여실히 나와 있더군요 ㅎㅎㅎ (지금 좌표를 못 찾겠네요)
    바닷가재 얘기도 나왔나요? 전 아직 들어 본 적이 없어서...

    사실 해밀턴 자신이 이 논문에서 약점에 대해 신중하게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논의는 번식 개시 후기 때문에, 유아 사망률(infant mortality)이 첫째 문제고, 둘째론 번식 후기(post-productive life; 그 중 하나가 폐경이고 논란 많죠), 마지막으로 개체군이 안정적이지 않을 때(Lotka equation은 개체군의 연령 구조가 안정적이라 가정합니다)를 다루고 있습니다. 마지막 문제에 대해서 해밀턴은 진딧물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며, hydra는 제 생각엔 이 case이지 않을까 생각은 하는데 확신은 없죠.
  • RuBisCO 2015/10/16 23:04 #

    바닷가재의 경우는 텔로미어를 무한정 수복하는지라 늙지 않고 탈피를 거듭할 수록 강해지죠. 다만 문제는 이 탈피과정이 마치 온라인게임 아이템 강화 같은지라 하다가 세균 감염 따위로 죽기도 하고, 두터운 껍질을 벗지 못하고 갇혀서 죽기도 하고, 벗는 과정에서 상처를 입어 죽기도 하지만요.
  • 漁夫 2015/10/18 00:25 #

    감사합니다. 저도 이건 첨 알았습니다. (_ _)
  • jok 2015/10/17 23:54 # 삭제 답글

    인구집단의 구조가 일정하게 유지된다면 노화가 인구집단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유도한것이 실제로 노화가 왜 발생하는지의 답이 되지 못한다고 봅니다.
    현실에서의 노화의 필연성을 설명해주지는 못한다는 거죠.
    인구집단의 구조를 일정 비율로 유지하려는 동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당위성의 근거가 없고 그 동력에 대한 설명이 없기에 결과론같아보이네요.
    하나의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한 가정과 전제는 무한대개일수 있죠.
  • 漁夫 2015/10/18 00:26 #

    네, '불안정할 수 있지 않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평형 상태를 가정하지 않으면 문제를 풀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진화적으로 이런 '평형'을 계산한 몇 개의 논문을 제가 봤는데 (프로가 아니니 더 많이 보지 않느냐는 질문은 좀 양해해 주십시오) 대부분 이런 상황을 가정합니다. 주변 환경이 변화하려면 대개 (진화적으로도 의미가 있을만치)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유전자 빈도에 어떤 변화를 주고 나서 안정적인 환경 하에서 유전적 평형이 어느 점으로 이동해 가는지를 점검하는 것입니다.

    만약 이런 가정이 맘에 들지 않으신다면, 제가 소개했던 1957년 George Williams의 논문으로 http://fischer.egloos.com/4574323 되돌아가면 더 일반성이 있습니다. 이 논문은 수식으로 변화를 엄밀하게 계산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특정 시점에 태어난 연령이 높은 개체들이 점차 줄어들어서 번식에 차지하는 비중이 떨어진다는 것만 언급하고 있습니다(실제 이것만으로도 노화의 진화를 이해하기에는 대개 충분합니다). Hamilton 자신도 '내 결론의 대부분은 Williams와 일치한다'고 말하고 있고, 개체 수의 변동이 상하로 매우 심한 경우는 자기 논문이 제대로 다루기 힘들다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ps. 이 논문의 수학적 취급과 배경 논리는 학계에서 대부분 수용하고 있지만, 만족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 직접 찾아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 koj 2015/10/18 12:21 # 삭제 답글

    결과론처럼 보이는 이유는 인구구조가 일정하다는 전제가 상당히 일반적인 전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강력한 전제라는 것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인구집단 구조의 시간에 따른 변동양상에 대한 하나의 수치적인 가정을 내리는 순간 대부분 앞으로 전개돨 양상에 대해 미분 방정식의 수치해석으로 미래를 예측 가능할거라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위의 논문에서처럼 인구구조의 비율이 상수라고 하면 상당히 일반적인 전제처럼 보인다는 맹점이 있다는 것이죠.
    따라서 직관적인 능력이 발달된 사람이라면 예를 들어 윌리엄스같은 사람은 수식유도 없이도 인구구조가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가정이 노화라는 현상을 내포한다고 인식할 수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결과론처럼 보인다는 얘기죠.
    만약 누군가가 주기적으로 진동하는 인구구조의 모델을 만들어놓고 노령인구의 비율이 이렇게 변한다고 유도한다면 그것에 대해 노화위 주기적 변동의 필연성을 진화론으로 해명했다고 말할수 있을까요?.전제가 이미 결론을 내포하기에 전제에 대한 또다른 해명이 필요하지 않을 까요.
  • 양화소록 2015/10/31 17:29 # 삭제 답글

    식물의 경우는 어떠한지요? 목본식물의 경우 생장속도가 느리고 개화 수령이 늦은 종들이 속성수들에 비해 수명이 긴 경우가 많긴한데 이건 초기 번식 잠재력이 수명에 영향을 끼쳤다 볼 수 도 있겠군요.

    그런데 왠만한 식물은 monocarpy가 있어 개화/결실 후 새 생장점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할 시, 전정을 해주는 등 인위적으로 노화되지 않은 새로운 생장점만 계속 가꾸어주면 지속적으로 생존이 가능한데(자연적으로도 몇몇 교목, 대표적으로 유칼립투스속이나 참나무속 교목들은 지상부 대부분이 어떤 이유로 죽어도 지하의 근관(root crown)에서 흡지가 나와 새로운 주지가 발생합니다. 국내 삼림의 참나무류 대부분은 종자에서 새로운 개체가 발생하는 게 아니라 이런 방식으로 갱신되고 있습지요.), 이러한 것은 어떻게 설명이 가능할지 궁금하군요. 물론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라는 차이가 있긴 합니다만....
  • 漁夫 2015/10/31 18:25 #

    식물도 근본적으로 '이기적 유전자'의 지배를 받는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진화생물학자들이 책을 써 놓은 것을 보면, 대부분은 동물로 설명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이건 제가 특히 동물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교양서들을 꽤 보면서 느낀 것이지요. 이 이유는 아마 식물이 '노화의 근본 가정'에서 좀 별나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많은 교양서 저자들이 식물학자가 아니라 동물학자기도 합니다 ㅎㅎ)

    http://fischer.egloos.com/4574323 은 해밀턴보다 먼저 대부분의 사항을 논한 윌리엄즈 논문의 링크(및 제 번역)입니다. 이 편이 오히려 식물의 노화 문제를 더 많이 논합니다. 이 논문에서 기본 가정은

    (1) 번식적 성공에 필수적이나 유성 또는 무성 번식에서 어느 부분도 [다음 세대로] 전달 안 되는 체세포(soma)
    (2) 개체군에서 교체 가능한 대립 유전자(alternative alleles)의 자연 선택
    (3) 특정한 종류의 다면 발현 유전자들. 다른 연령에서, 더 정확하게는 다른 신체 환경(somatic environments)에서 적합성에 반대의 효과를 갖는 유전자들을 가정할 필요가 있다.
    (4) 성숙 후 연령이 증가하면서 생식 가능성이 감소. 한 개체군에 들어간 개체는 번식 확률 분포(reproductive probability distribution)를 갖는다. (논문 전체 번역을 보지 않으시려면 번식 확률 분포의 그림은 http://fischer.egloos.com/4276826 여기를 보셔도 됩니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기본 가정은 '체세포와 번식 세포의 구별'입니다. 식물은 이게 잘 구별이 되지 않습니다.
    윌리엄즈는 이 문제에 대해 나름 해법을 내놓았습니다. 같은 논문에서 "셀룰로스로 구성된 부분을 소모품으로(즉 신체로) 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위에서 말씀하신 '지상부가 죽어도 지하의 근관에서 새로 흡지가 나온다'를 설명할 수 있는 셈이지요. 윌리엄즈의 원문을 한 번 보시면 어떨지요.
  • 양화소록 2015/11/01 18:59 # 삭제

    하긴 식물의 경우 germline 과 soma 간의 구별이 명확하지 않긴 합지요. 첫번째 기본 가정이 만족되지 않으니 노화가 일어나지 않는게 정상이라 봐도 될테니 제가 어리석은 질문을 한 듯 합니다. 원문에서도 말씀하신대로 유전적 관점에서의 개체는 노화가 일어난다고 보기 어렵고, 다만 개별적인 셀룰로오즈 구조체, 즉 생리적인 관점에서의 개체(genet-ramet 개념에서의 ramet을 지칭하는 듯 합니다)에서만 노화가 일어난다고 보는 것 같군요.

    그런데 지상부가 죽은 개체의 근부에서 새 흡지가 나와 재생되는게 (생리적인 관점에서의)개체 자체의 갱신이라 보기에는 다소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예컨대, 바나나속 식물이나 Sempervivum속 식물과 비슷한 경우처럼 흡지나 끝에 새끼 "개체"가 달린 포복경이 나와 어미 개체는 개화 후 고사한 뒤에도 새끼 개체가 생리적으로 독립하는 경우라면 그렇게 볼 수 도 있겠지만 지상부가 죽은 개체에서 흡지가 나오는건 그냥 죽은 모듈을 교체하는 성격에 가깝다는 생각입니다. 어찌보면 식물의 노화의 기준은 각 개체가 아니라 개체를 구성하는 모듈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리고 때로는 일부 모듈의 노화 및 고사가 개체, 즉 연결된 모듈 전체의 생존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예컨대, 크게 자란 식물에서의 하부엽이나 가지는 스스로 고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하부엽이나 가지가 상부엽이나 가지에 가려 동화효율이 낮므로 동화산물의 source보다는 sink가 된다는 점에서 이해 가능한 등) 동물의 노화와 식물의 노화는 사실 조금 다른 개념일 수 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 漁夫 2015/11/01 22:50 #

    좋은 설명 정말 감사합니다. (꾸벅 (_ _) )

    그런데 가끔 식물을 보면 '개체'란 개념이 잘 성립하는지 애매할 때가 간혹 있습니다. 동물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볼 수 있는 '번식 부분의 접붙이기'가 가능한데, 잘 검토해 보면 자기와 전혀 상관 없는 germline 만드는 데 본체가 에너지를 투입해 주는 셈이지요. 물론 '자연적 접붙이기는 거의 불가능하지 않냐'라 기각해 버릴 수도 있겠지만 상당히 이상한 일임엔 틀림없습니다.
    저도 비전공자답게 (더군다나 교양서로 짧게 본 만큼) 식물에는 특히 모르는 게 많아서 이 노화 논리가 얼마나 잘 들어맞을지 확신이 없습니다. 단 한 가지 사항은 확실한데, 대나무 같은 일회생식 식물의 경우 윌리엄즈의 이론이 꽤 잘 맞는 편입니다.
  • 노화연구 2018/04/24 18:43 # 삭제 답글

    제가 논문의 수식적 부분까지는 미처 이해를 못 했지만, 노화가 일어나는 동력의 핵심이 selection pressure 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데요. μ=0 이고, 번식률이 증가한다면 selection pressure 가 점점 증가하는 상황 아닌가요?
  • 漁夫 2018/04/29 15:47 #

    식 (23)을 보시면, m+μ-c>0, 즉

    개체수 지수 증가 계수 m + 순간 사망력 μ - 시간에 따라 증가하는 번식 잠재력의 시간 계수 c > 0

    이어야 합니다. 여기서 개체수가 증가하는 계수보다 번식 잠재력의 시간 계수가 클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μ=0이라도 고연령군이 번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줄어들 것이며, 이러면 노화가 진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단 여기서 c는 번식 잠재력이 fx=fα exp[c(x-α)]로 지수의 1차 증가로 놓은 것의 비례항이기 때문에, 만약 exp(x^2) 식으로 번식 잠재력이 늘어난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단 이렇다면 현실의 생물과는 그리 맞을 듯하진 않습니다.
  • 크흠 2018/09/07 16:58 # 삭제 답글

    그럼 노화를 줄이려면 젋은 세대의 번식을 막는게 유일한 방법인가요;;;
  • 漁夫 2018/09/07 23:34 #

    사람이 의식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1. 늦은 나이까지 번식에 기여; 늦게까지 돈을 벌면서 자식 혹은 손자에게 기여한다.
    2. 늦게 번식을 시작
    3. 거세

    3번을 제외하면 1,2는 이미 OECD 국가에서는 상당히 대규모로 진행중이라 볼 수 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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