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용 ]
최초의 베토벤 소나타 전집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소나타는 1932~35년 녹음이며(16번 일부는 37년 부분적으로 재녹음) 디아벨리 변주곡 등은 1937~38년까지 녹음. 장소는 EMI의 런던 애비 로드 스튜디오. 제가 볼 수 있던 ARSC Journal에 실린 슈나벨 디스코그라피에 따르자면, 피아노는 아마도 베흐슈타인(Bechstein)을 사용했던 듯합니다.
한두 곡만 들어도 당장에 알 수 있듯이, 아무래도 스타일, 특히 찝어 말하자면 템포에 대한 감각이 요즘과는 많이 다릅니다. 쉽게 말하자면 푸르트뱅글러하고 좀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ㅎㅎ 빨리 지나가고 싶은 경과구 등에서는 경우에 따라 리듬 무너뜨리면서(...) 슥 지나가 버립니다. 이런 템포 설정이 초기에서는 괜찮게 들려도 아무래도 후기 소나타의 평정 및 깊은 고요한 느낌과 잘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반적으로 빠른 악장은 신속하게 밀어 붙이고, 느린 악장은 상대적으로 여유를 갖고 곱씹는 취향. 전 느린 악장 해석은 별 이의가 없습니다만 빠른 악장에서 전반적으로 좀 심하다 싶습니다. 리히테르는 초기 작품 하나에 대해서는 칭찬했으나 29번에 대해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음악 메모'에서 말했습니다. 같은 역사적 연주래도 피셔의 WTC만큼 제가 안 듣는 이유가 아마 이 때문이겠죠.
템포는 전반적으로 그렇다 해도, 페달은 (전반적으로 길어서 신경에 거슬리는 곳이 많지만) 너무 길어서 베토벤의 지시 자체가 논란이 되는 몇 대목에서는 악보를 꼭꼭 지킨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가령 템페스트 1악장 재현부 첫 부분이나 발트슈타인 2악장 론도 주제 등 말이지요.
그리고 자주 나오는 기교 비평. 슈나벨 본인이 편집이나 재녹음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도 있겠지만, 요즘 스튜디오 녹음 같으면 일일이 고쳤겠지요. 따라서 이 때문에 슈나벨의 기교를 과소평가하진 말아야 합니다만, 그 점을 감안하고 보아도 기교는 전성기의 박하우스나(70대...) 제르킨, 길렐스 등보다는 상당히 떨어집니다.
=============
어쨌건 매우 역사적이고 유명한지라, CD 발매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EMI의 첫 CD 발매인 References 시리즈는 여러 모로 욕을 많이 먹었습니다.


78회전이기 때문에, 진짜 초판은 보기가 그리 쉽지 않습니다. 후의 협주곡 녹음이지만 전형적인 78회전 발매 사진을 보면...

낙소스 발매에서 복각 프로듀서 마크 오버트-손(Mark Obert Thorn)이 적은 노트를 보면, 이 전집은 전체 204장이고 15권으로 나눠 대략 6~7장씩 넣어 발매됐습니다. 첫 12권이 소나타, 변주곡과 바가텔 등이 나머지 3권을 차지합니다. 오리지널은 영국 HMV 시리즈고, 프랑스 Grammophone과 독일 Electrola에서도 발매됐습니다.
오리지널 레이블 사진. 오버트-손은 이 HMV 발매가 원래 잡음이 많다고 깝니다 ㅎㅎ

아래는 COLH 59. 소나타로는 아홉 번째지만 volume 번호가 '14'인데, 이 이유는 COLH 1~5번이 각각 슈나벨의 베토벤 협주곡 1~5번이기 때문입니다.



이 historical series에서 보듯이 COLH 시리즈는 영국, 미국, 일본 등 여러 곳에서 라이선스로 냈습니다. 아래는 조금 뒤 발매입니다. COLH 발매의 레이블이 초기 Angel의 금색인 건 저도 첨 봅니다.

漁夫
덧글
§ 오리지널 SP로부터 2016년 새롭게 96kHz/24bit 에비로드 스튜디오 리마스터링
+ RCA에서 나온 2장짜리 음반에 있는 소나타 녹음의 경우 음질은 괜찮습니다만 그거 말고는 추천하기가.. 같이 필업된 협주곡의 경우 정말 소리가 엉망이고요. (슈베르트만을 노린다면야 나쁘지 않은 구입이라고 생각은 듭니다만은..) 요새 베피소를 조금씩 듣고 있는데, 예전에 초염가로 구한 굴다랑 굴드, 길레스 음반으로 한동안 만족해야겠습니다. 켐프와 박하우스는 왠지 나중에 초염가 박스가 나올것 같아서 구입이 망설여지네요.
전 RCA 녹음은 별로 살 생각을 안 했는데, RCA 협주곡 음질이 별로라는 소리는 전부터 알고 있었거든요.
베피소는 굴다는 좀 부적당하고(특히 sonority가 좀), 길렐스가 최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거기서 빠진 1,9,22,24,32번의 5곡이 영 아쉬운데, 그것들은 제르킨이나 리히테르, 박하우스 등으로 보충하면 음질이나 해석 등으로 적당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