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30 13:02

포괄 적합도(inclusive fitness) III; 이타성(altruism) Evolutionary theory

  포괄 적합도(inclusive fitness) I편과 포괄 적합도(inclusive fitness) II편의 후속 포스팅.
 
  친족성에 근거한 '포괄 적합도'가, 내가 아니라 다른 개체를 이롭게 하는 '이타성'을 진화시키려면 전제 조건이 필요합니다.  즉 포괄 적합도에 의거한 분석은 이타성이 진화하기 위해서는 필요 조건이지 충분 조건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1) 낮은 이소성(離巢性; limited dispersal

  I편에서 이미 말했듯이, 부모가 자식 곁에 머무르지 않는다면 양육도 진화할 수가 없습니다.  이는 여러 동물군을 분석해 봐도 명백합니다. [1]

   (1) 어류, 양서류, 파충류; 알을 낳아 놓고 알아서 자라라고 떠나 버리는 부모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2) 조류; 대체로 암컷과 수컷이 같이 새끼를 돌보는 경우가 많음.
   (3) 포유류; 대부분은 암컷만이 양육

  물론 '양육을 하니까 곁에 머무르지'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체로 그렇지만 100%가 되진 않습니다.  가령 긴팔원숭이들은 거의 일부일처제로 알려져 있습니다[2].  수컷은 암컷과 새끼 근처를 거의 떠나지 않는다고 합니다만, 특별히 새끼에게 해 주는 것은 전혀 없습니다.  즉 옆에 머무른다고 양육을 한다고만은 볼 수 없다는 얘기죠[3]. 
  즉 어떤 이타적인 행동을 하려면, 근친도가 높은 개체가 근처에 머물러 있는(낮은 이소성) 것은 필요조건이라는 것입니다.[4]  현대에서 원격 송금 제도가 발전하기 전에는 인간조차 멀리 떨어져 있는 친척에게 이득을 줄 방법이 없었지요.

  2) 혈연 인식(kin discrimination)

  인간은 본능적으로 친척을 촌수까지 식별하지는 못하지만, 얼굴을 갖고 어느 정도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메추라기는 생판 떨어져 있다 마주쳐도 친척을 서로 알아보지요.
  이런 식으로 친척을 알아본다면, 근친도가 낮거나 거의 없는 개체보다 높은 개체에게 선별적으로 이득을 주는 행동을 할 수 있으며, 진화적으로 선택될 수 있습니다.

  3) 녹색 수염 효과(green beard effect)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설명했듯이, '녹색 수염'은 해당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것을 다른 개체가 알아볼 수 있도록 표현형으로 드러내는 유전자의 별명입니다.  가령 '녹색 수염'을 만드는 유전자가 동시에 다른 녹색 수염을 가진 개체에게 이타적 행동을 하도록 만든다면, 그 유전자는 근친도에 상관 없이 개체군 내에서 전파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혈연 인식보다 약간 더 일반적인 형태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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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전제 조건이 없으면 이타주의 혹은 이타적 행동이 진화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실험실에서 수십만 세대 이상 모아서 기른 대장균에서 왜 이타주의가 안 보이냐는 식의 질문은 좀 골룸하죠 ㅎㅎㅎ

  실은 이 설명도 이타주의의 진화 방식을 모두 다 설명하진 않았습니다.  여기서 빠뜨린 것은 다음에 적기로 하죠.

  漁夫

[1] 기술적 세부 사항은 부성 불확실성과 양육 투자에 대해 설명한 제 포스팅(1, 2)에서 설명했으니 그 편을 봐 주십시오.
[2] 최재천 교수의 인터뷰에 따르면 자바 긴팔원숭이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link)
[3] 그러면 대체 수컷은 왜 새끼와 암컷 근처에 머무릅니까?  다른 수컷의 영아 살해(infanticide)를 방지하기 위해서란 설명이 유력합니다.  이것도 넓게 본다면 다른 방식의 양육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우린 보통 '양육'이란 단어에서 이런 모습을 기대하진 않죠?  이 양상은 침팬지에서도 마찬가집니다. 침팬지는 대개 새끼의 아버지가 무리 안에 있지만, 누가 특정 새끼의 아버진지는 모르기 때문에 수컷은 전혀 양육을 하지 않습니다. 
[4] 8/31 추가; 이것은 2), 3)과 상관 없이 이타성이 돌아가기 위한 조건입니다.  혈연을 딱히 인식하지 않거나, 녹색 수염 같은 특징이 없는 상황에서도 친척이 이타적 행동의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만 하면 되죠.
 

덧글

  • 레이오트 2015/08/30 13:17 # 답글

    이걸 보니 학살이라는게 인류가 충분한 식량 생산을 이루어내기 이전에 유전자적을 각인된 집단행동이라는 주장이 생각나네요. 거기서는 인간은 그 집단 안에서 사용하는 언어에 학살을 유발하는 특정한 운율의 사용량을 높여 보다 더 쉽게 학살을 행하도록 만든다는 설명도 하지요.
  • 漁夫 2015/08/31 11:29 #

    학살 자체가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단 공격성은 여러 조절 기전이 있기 때문에, 적절한 환경만 갖춰지면 방아쇠를 당길 수 있고, 뉴기니 같은 곳에서는 부족 간 싸움이 상대방 부족의 마을을 말살해 버리는 단계까지 간 사례들을 볼 수 있습니다.

    언어에 대한 말씀은 한 마디로 전혀 말이 안 되니까, 그런 설명은 무시하시면 됩니다.
  • 키르난 2015/08/30 13:24 # 답글

    그러니까 또 TBC....
    양육에 도움을 제공할 수 있도록 근처에 있을 것이며, 그리고 자신과 공유하는 유전자를 알아볼 수 있을 것, 그리고 도와주고 그 사실을 알릴 수 있다면 널리 이롭게 하...(응?) 가끔 3촌 이내 혈족이 부모자식간보다 더 닮아 보이는 것도 영향 요인의 예시겠군요. 그러니까 고모를 더 닮았다거나, 외삼촌을 더 닮았다거나.
  • 漁夫 2015/08/31 11:33 #

    저 전부를 만족해야 하진 않고, 저 중 하나만 만족해도 이타적 행동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근친도가 크면 얼굴은 더 많이 닮겠지요. 물론 3~4촌 내는 상당히 비슷하긴 합니다만 ;-)
  • 위장효과 2015/08/30 16:57 # 답글

    " 다음에 적기로 하죠."

    이 포스팅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이것입니다!!!!! (퍽!)
  • 漁夫 2015/08/31 11:34 #

    위장효과님 리플 중 반이 tbC에 대한 분노인 듯 ^^;;

    "위장효과님을 소환하는 마법의 단어; tbC" ㅋㅋㅋㅋㅋㅋ
  • RuBisCO 2015/09/06 07:54 # 답글

    멀리 떨어져 있는 친척에게 이익을 주는거라면 합스부르크가 생각나는군요. 현대적인 송금 시스템 같은게 나오기도 전에도 가능한 케이스죠.
  • 漁夫 2015/09/07 22:02 #

    합스부르크 왕가의 계승에 관련된 전쟁 말씀이십니까? 어이쿠 일반인은 생각도 하기 힘들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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