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26 18:23

포괄 적합도(inclusive fitness) II Evolutionary theory

  포괄 적합도(inclusive fitness) I편의 후속 포스팅.

  앞 편의 포괄 적합도에 대해 약간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Rij=1+δRij
=1+Σr(δar)A

      =1+1×(자기 자신 효과)+1/2×(형제자매 효과)+1/8×(사촌들 효과)+...


  우변에서 1 뒤의 항이 '효과'로 정의되어 있다는 점을 주목해 주십시오.  고전 적합도의 정의가 앞 글에서 w/w, 즉
 '해당 개체 번식 성공도/개체군 전체의 개체 번식 성공도'기 때문에, 예를 들어 어떤 행동이 자기 자신의 번식 성공도 평균 대비 10%(=0.1)만큼 증가시킨다면 위 식에서 '자기 자신 효과'에만 0.1을 넣어 주면 되는 것입니다.  전체 평균인 개체의 고전 적합도는 1(=w/w)이니, 이 값을 기준으로 더 큰 개체라면 개체군 내에서 해당 개체의 특성이 증가할 것이고, 더 작다면 반대입니다.  따라서 1(100%)을 기준으로 얼마나 더 번식 성공도를 변화시키는지를 위와 같은 방식으로 정의하면 됩니다.  전통적인 고전 적합도는 '자기 자신 효과' 항만 존재하는 반면에, 포괄 적합도는 더 뒤쪽 항까지 고려한다는 점이 차이죠.  앞 포스팅에서 말했지만, 개체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적합도의 변화가 0보다 커야 진화적으로 이롭습니다.  따라서 1 뒤의 항 δRij이 0보다 커야 하죠.  이 조건에서 Hamilton's rule이 나온다는 것은 이미 설명했습니다.

  이렇게만 적으면 포괄 적합도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게 간명하지 않습니다.

  1) 근친도 r(relatedness)의 정의
  
  생각보다 꽤 까다롭습니다.  사람에서 부모 자식이라면야 당연히 자식은 부모의 유전자를 절반 받는다고 하겠지만, 형제 자매간은 어떨까요?  정자나 난자에 들어갈 때 유전자들은 추첨을 하는 식이라서, 이론적으로는 형제라도 공유하는 유전자가 전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유전자 수가 매우 많기 때문에 받는 비율이 대개 1/2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평균적으로는 1/2이라 그냥 1/2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촌수 따지듯이 족보 놓고 형제나 부모 간이면 1/2씩 건너가면 근친도가 쉽게 나오지 않을까요?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닙니다.  보통의 사촌이면 '부모-형제-부모'로 넘어가면 되기 때문에 근친도가 그냥 (1/2)3=1/8로 계산하면 일반적이지만, 똑같은 사촌이래도 '이중 사촌', 즉 부모 양편이 형제 자매인 경우라면[1] 근친도는 1/8이 아니라 1/4이 되죠.  일반적인 여러 경우를 보시려면 
이 링크를 보시면 됩니다.[2]

  그리고 앞 포스팅에서도 말했듯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할 것 없이 모두 공유하는 인간 특유의 유전자도 있기 때문에 위에서 한 얘기는 모두 '조상에게서
물려받아 똑같은(identical by descent)', 소위 '직계 동형(直系 同型)' 유전자에 관한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즉 '1/2'이라 해도, 실제 공유하는 유전자 비율은 (직계 동형이건 아니건 다 포함한) 유전자 수 전체를 놓고 보면 1/2보다 큽니다.  

  2) 포괄 적합도의 '계산'

  위 식에서 보듯이 포괄 적합도의 효과 부분은 Σr(δar)
A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한 개체 A의 어떤 행동의 효과를 자기 자신을 포함한 모든 근친에게 더해 주면 되죠. 
  이것이 간단해 보여도, 실제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가령 형제가 아이를 낳는 경우 나는 아무 것도 안 했는데 단번에 포괄 적합도 수치가 증가한다고 생각할 수 있죠.  이 때문에 포괄 적합도에서 '효과'를 강조하는 것입니다.  가령 내 형제가 멀리 떨어져 있어서 내가 무슨 행동을 해도 형제의 적합도에게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면, 그 형제에 대한 '효과'는 zero가 돼서 적합도에서 신경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다른 방법은, 그냥
해당 개체를 기준으로 보면 된다는 것입니다.  해당 개체 기준으로, 이웃 개체들이 주는 영향을 다 받아서 자신의 적합도가 결정됩니다.  이 방식은 바로 포괄 적합도를 처음 제시한 1964년의 논문에서 해밀턴 자신이 제안했으며, 여기 붙은 이름은 '이웃이 조정한 적합도(neighbor-modulated fitness)'입니다.  이 논문에서는 포괄 적합도의 정의를 제시하기 전 이 개념을 아래처럼 설명합니다. 
  그러므로 한 개체의 적합도 a는, 그 [개체]의 기본 단위, 개체의 유전형의 효과 δa에, 그의 이웃들의 유전자형에 달려 있으며 이들에 기인해 그에게 주는 총 효과인 e의 합으로 간주된다.

    
a=1+δa+e

  위에서 적은 식

    Rij=1+δRij
=1+Σr(δar)A

       =1+1×(자기 자신 효과)+1/2×(형제자매 효과)+1/8×(사촌들 효과)+...


  과 맞춰 보면, 당연히 δa는 '1×(자기 자신 효과)'고, 그 다음 항들의 합이 e죠.[3]  이것을 보면, 이 정의 형식도 바로 위의 식과 동등합니다.
  그림으로 좀 알기 쉽게 봅시다.  경희대 전중환 교수의 프리젠테이션(link)에 좋은 그림이 있는데[4], 원본인 이 link에서 그림을 가져왔습니다.  
 

  확대하느라 글씨가 약간 흐릿하지만, 내용은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유전자의 긴 팔'이 다른 개체까지 미치죠.  행위자와 수혜자들이 자손 번식에서 이득을 주고 받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아 'Recipient'들이 이득을 받는 만큼 'Actor'도 이득을 받죠(관계는 대칭적입니다).[5]  여기서 왼쪽 그림(A)처럼 Actor 위주로 보면 '이웃이 조정한 적합도'고, 오른쪽(B)처럼 Recipient 위주로 본다면 '포괄 적합도'인 셈입니다.  

  도킨스는 '확장된 표현형(The extended phenotype)'에서 "적절히 사용되면 양편은 같은 결과를 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단순 계산은 B 그림(제가 단순히 '포괄 적합도'라 말한 설명)이 더 편하지만, A 그림의 방식(이웃이 조정한 적합도)도 나름 장점이 있기 때문에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위 그림을 가져온 논문에서는 후자가 더 좋다고 주장합니다.

  ============

  이 포괄 적합도의 개념이 '이타적 성향'의 가능성을 제시하지만, 이것이 행동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데는 조건이 있습니다.  물론 해밀턴 규칙을 만족하면 최소한의 필요 조건을 만족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독자 여러분 다음에 만나요 ;-)


  漁夫
 
[1] A라는 집의 남자 형제가, B라는 집의 자매와 결혼한 경우.  이 결혼에서 나온 아이들은 보통의 사촌보다 더 가까울 수밖에 없습니다.  극단적인 경우로는 남자 형제와 자매가 다 일란성 쌍동이라면, 자식들은 형식적으로는 사촌이지만 근친도는 1/2이 되어 친자식이나 마찬가지.
[2] 사람이니까 이렇게 되지, 따지기가 더 어려운 경우라면 막시류(벌과 개미)입니다.  수펄은 배수체가 아니기 때문에(n=1), 자신의 모든 유전자를 정자에 담아 줍니다.  그러면 수펄과 자식 사이의 근친도는 얼마가 되겠습니까?  수펄이 자식을 보는 입장에서는 유전자 전부를 공유합니다.  그러나 자식이 아버지(수펄)를 보면 유전자 절반만 공유합니다.  근친도가 1인가요 1/2인가요?
[3] 바로 위의 식에서 'ij'가 있는 이유는, 해당 개체가 '(대립 유전자 자리에서) 유전자형 i-j'일 때를 표시합니다.
[4] 이 프리젠테이션은 근친도 r에 대해서도 다른 설명을 주는데, 솔직히 저도 r<0일 수 있다는 것은 잘 이해를 못 하겠군요. -.-
[5] 이 '대칭성'은 효과를 주고 받는 개체들이 위 그림처럼 모두 개별 번식을 한다면 직관적으로 성립하는데, 벌처럼 생식 개체와 비생식 개체가 아예 다르다면 잘 안 되죠.  일벌은 그림의 A처럼 자신이 번식하지 않기 때문에 이 방법으로는 제대로 된 적합도를 못 구합니다.
    

덧글

  • 범골의 염황 2015/08/26 20:26 # 답글

    [1] A라는 집의 남자 형제가, B라는 집의 자매와 결혼한 경우. 이 결혼에서 나온 아이들은 보통의 사촌보다 더 가까울 수밖에 없습니다. 극단적인 경우로는 남자 형제와 자매가 다 일란성 쌍동이라면, 자식들은 형식적으로는 사촌이지만 근친도는 1/2이 되어 친자식이나 마찬가지.

    →정말 일란성쌍둥이의 자녀들은 유전자검사로도 조카가 친자식이라고 나올 정도인가요? 뭐 원리 자체 생각해보면 이상한 거 하나도 없지만, 그렇다면 그런 부분들까지 식별할 방법 자체마저 아직 없는 건가요?(아니 있을 수는 있는건가.) 도와줘요 스피드왜건!
  • 漁夫 2015/08/28 14:58 #

    '정상적인' 일란성 쌍둥이끼리 결혼해 낳은 자녀들은 유전적으로 자식과 다를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유전자 검사로는 자녀의 상관성만 나오죠. 만약 mitochondria heteroplasmy(mitochondria가 한 종류 이상 섞여들어간 경우. 꽤 흔하죠)나 chimera 등이 있다면 구분할 수 있지만 정상이라면 안 됩니다.

    일란성 쌍둥이가 다른 집에 산다면 개들은 냄새로 구별할 수 있습니다(같은 집에서 같은 거 먹으면 개들도 못해요). 개들은 대단해요 ㅎㅎㅎ 하지만 이런 '형식상 사촌'을 구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 범골의 염황 2015/08/28 15:05 #

    그러면 저기에 이복/이부(즉 부모 중 한쪽이 다른 경우) 형제/자매/남매 관계까지 섞이면 근친도가 얼마나 복잡해지는 건가요?

    저렇게 되면 일란성 쌍둥이 형제/자매가 낳은 조카들보다도 근친도 촌수가 멀텐데.
  • 漁夫 2015/08/28 15:09 #

    본문에 삽입해 놓은 link인 http://www.genetic-genealogy.co.uk/Toc115570138.html 를 보시기 바랍니다. 생각보다 굉장히 가짓수가 많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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