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23 11:11

포괄 적합도(inclusive fitness) I Evolutionary theory

  20세기 중후반 최고의 생물학자로 불려야 할 빌 해밀턴[1]은 거의 데뷔 논문에 가까운  (번역) 사회적 행동의 유전적 진화 I - 1964, Bill Hamilton에서 처음 '포괄 적합도(inclusive fitness)'란 개념을 등장시켰습니다.

  '이기적 유전자'에 소개가 잘 돼 있지만, 포괄 적합도의 중요성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큽니다.  가령, 이 전에 적합도(fitness)를 정의한 방법을 보면[2]
 
w/w ; 개체들이 여럿 있는 집단에서, '해당 개체가 갖는 자식 수 / (같은 세대의) 개체 평균 자식 수'

 이렇게 됩니다.  '한 개체가 자식을 10마리 낳았다'는 말만으로는, 이 개체가 해당 종의 집단 내에서 얼마나 성공적인지 전혀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됩니다.  이 종이 원래 평균적으로 자식을 20마리 낳는다면, 그 개체의 유전자는 금방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이 '고전 적합도(classical fitness)'는 위처럼 정의해야 합니다.  제가 예로 든 개체는 고전 적합도가 0.5가 됩니다.

  해밀턴이 인식한 점은, 이것만으로는 심지어 부모의 자식 양육 같은 아주 친숙한 현상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전의 학자들 중 이 문제를 인식한 사람이 전혀 없진 않았습니다.  John B. S. Haldane같이 선구적인 학자들이 "형제 한 명을 구하기 위해 죽긴 싫지만 둘은 괜찮다"는 발언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 포괄 적합도를 쓰면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결과를 직접 확인하기도 했습니다.[3]  그러나 이 중요성을 깨닫고, 수식으로 일반화하여 생물의 일반 거동에 적용할 수 있는 문을 제대로 연 것은 해밀턴이 최초입니다.
 
  해밀턴의 특별한 재능은, 고전 적합도의 정의가 너무 협소하기 때문에 확장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한 것이다.

- '마음의 기원(Evolutionary Psychology)', David Buss, 김교헌 외 역, 나노미디어 刊

  ... 해밀턴은 피셔(1930a)나 홀데인(1955)의 산만한 문장에서 전에 다만 부수적으로 언급했던 핵심적인 중요성을 파악했다.  즉 어떤 개체 스스로가 선조가 되든 안 되든 간에 어떤 기관이나 행동이 그 개체의 유전자를 전달하도록 만든다면 자연선택은 그것들을 유리하게 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자기의 형제를 선조가 되도록 지원하는 개체는 형제간 원조를 '위하여' 유전자를 유전자풀 속에서 확실히 살아남도록 할 것이다.  부모가 자녀를 보살피는 것은 실은 보살핌의 유전자를 높은 확률로 보유하는 근친자의 보살핌이라고 하는 특수한 경우라는 것을 해밀턴은 알고 있었다.
  고전적 적응도(3) 또는 번식성공도는 너무나 좁은 의미이므로 포괄적응도(inclusive fitness)로 확장될 필요성이 있다.

- '확장된 표현형(The extended phenotype)', Richard Dawkins, 홍영남 역, 을유문화사 간, p.356~57[4]

  제가 번역한 논문을 보신 분도 있겠지만[5], 포괄 적합도는 이런 식으로 정의해 놓았습니다.§

  Rij=1+δRij=1+Σr(δar)A 

  Rij이 포괄 적합도고, 우변의 sigma는 통상적인 합 표시입니다.  이 합은 다른 개체들이 해당 개체 A와 갖는 근친도(relatedness) r에 대해 수행하죠.  δar은 근친도 r인 개체에게 A가 주는 여러 가지 효과입니다.  양육도 물론 여기 들어가죠.  간단히 말해 포괄 적합도는 
  
  Rij=1+1×(자기 자신 효과)+1/2×(형제자매 효과)+1/8×(사촌들 효과)+...

  이렇게 됩니다.  근친도는 유전자 공유란 측면에서 정의하므로[6], A와 자신의 근친도는 1이고, 형제자매하고는 평균적으로 1/2, 사촌들과는 1/8... 이런 식입니다.[7]  개체는 고전 적합도가 아니라, (결과적으로) 이 포괄 적합도를 최대화하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이 해밀턴의 주장입니다.
  개체의 행동에 의해 포괄 적합도가 증가한다는 가정을 하고, 어느 개체의 이타적 행동에 위 식을 적용해 보죠.  자기 자신이 행동을 하여 시간/비용 측면에서 손해를 보면서 형제자매/사촌 및 그 이상의 먼 친척들에게 이익을 준다면, 자기 자신에게 주는 효과는 음수이므로 -C, 근친도 r인 친척들이 받는 효과 Br은 양수일 겁니다.  위 식에 넣고, 변화 δ가 중요하므로
  
  δRij=1×(-C)+1/2×(B1/2)+1/8×(B1/8)+... 

      = -C + ΣrBr > 0


   ∴ C < ΣrBr
 
  이것이 바로 유명한 Hamilton's rule입니다.  r과 B를 혜택을 받는 개체들의 평균 근친도와 평균 이익으로 쓰면, 익숙한 모양인 ' C < rB ' 가 되죠.

  이에 대한 간단한 사례 설명은, '내 유전자의 절반은 형제에게도 있다.  따라서 형제 둘을 이롭게 하면 나는 손해는 아니다' 정도일 텐데 - 이게 실제 홀데인이 한 얘깁니다 - 이 방식은 매우 상황을 단순화했기 때문에 오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tbC! tbC!

 
  漁夫

[1] 다윈 이후 최고의 생물학자로 부르는 사람도 있을 정도입니다.
[2] Price equation에서 자세히 설명해 놓았지요.
[3] 구체적으로, 부모와 자식이 근거리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을 때(낮은 離巢性 limited dispersal) 유전자의 선택이 늦어지는 현상을 발견한 것입니다.  이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가령 별로 좋지 않은 유전자 조합을 어느 개체가 갖고 있더라도 형제가 개체를 더 도와 준다거나 하면 선택되어 사라지는 속도는 늦어지겠지요.  이처럼 형제/자식이 멀리 떠나지 않고 근거리에 있는 성질은 포괄 적합도가 효과를 발휘하는 데 중요한 조건 중 하나입니다.
[4] '이기적 유전자' 정식 번역이 어떤지 감이 잡히실 겁니다.  하아~~~
[5] 파일 열어 보신 분은 아셨겠지만, 결코 내용이 쉽지 않습니다 ㅎㅎㅎ
[6] 실제 근친도를 명확히 정의하기는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우선 인간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유전자가 있기 때문에, 예를 들어 부모 자식 사이에 공유하는 유전자 비율은 1/2보다 크죠.  따라서 근친도를 정의하는 방식은 유전자 전체를 갖고 하진 않습니다.  바로 '(조상에게) 물려받아 똑같은 유전자(identical by descent)', 소위 '직계 동형' 유전자만 갖고 해야 합니다. tbC
[7] 그리고 여기 부모에게 주는 효과가 없는 이유는, 해밀턴이 이 계산을 수행한 기본 가정이 '겹치지 않는 세대의 일회 생식'이기 때문입니다.  이러면 부모 세대를 볼 일이 없으므로 부모에 주는 영향을 고려할 필요도 없죠.  해밀턴은 논문에서 부모도 언급을 하곤 있습니다만, 기본 가정을 잘 보면 'non-overlapping generation'이니 굳이 부모를 개입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 포스팅 처음 할 때 정의를 나타내는 식을 잘못 적어서, 수정해 놓습니다.  단지 1만 더해 주면 OK.  그에 맞춰 아래 식도 약간씩 수정했습니다. (8/24 pm 9:47)
 

핑백

덧글

  • 레이오트 2015/08/23 11:18 # 답글

    사람의 행동에서 GENE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민족 특성, 인종 특성 등을 보면 결코 무시할 수만은 없지요.
  • 漁夫 2015/08/24 14:12 #

    보통의 현대 OECD 국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gene의 중요성은 훨씬 큽니다. 일란성 쌍동이 연구를 보면 행동에서 대단히 세부까지 닮거든요.
  • 키르난 2015/08/23 11:57 # 답글

    자식이 없는 사람이 조카에게 가지는 묘한 연대감이나 유대감 등도 이와 관련이 있겠지요...? =ㅁ= 무의식적이거나 의식적이거나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 漁夫 2015/08/24 14:14 #

    피는 물보다 진합니다.

    몇 전통 사회에서는 기혼 여성이라도 애인을 자유롭게 둘 수 있습니다. 多翁이 말하듯이, 이런 사회들에서는 남자들은 부인과 거주하지 않고 누이들하고 거주하면서 조카들을 돌봅니다. 이유야... 자명하죠?
  • 키르난 2015/08/24 18:19 #

    그러고 보니 중국 소수 민족 중에서도 외삼촌이 조카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풍습이 있는 곳도 있지 않던가요. 이것도 같은 맥락..?
  • 漁夫 2015/08/24 18:38 #

    어딘지 모르지만, 결혼 형태가 궁금하네요.
  • 고수풀 2015/08/24 21:19 # 삭제 답글

    실례지만 생물학을 직업으로 삼으시는 분이신가요?ㅎㅎㅎㅎ
    취미로 하시는 거면 정말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특정 분야에 이렇게 파고드시는 걸 보면서 저도 항상 좋은 자극을 받고 있습니다.
  • 漁夫 2015/08/24 23:03 #

    직업이 아닙니다 ;-)

    대단하다 생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냥 재미로 하는 것일 뿐이지요. (_ _)
  • 고수풀 2015/08/25 08:28 # 삭제

    예전에 음계와 음정에 관환 자료를 찾다가 어딘가에 접속했는데, 알고보니 어부님이 운영하시던 사이트였더라구요.
    한 분야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깊은 지식을 쌓으시는 게 정말 대단하십니다.ㅎㅎㅎ
    그럼 즐거운 취미생활 되시길 바랍니다^^
  • 漁夫 2015/08/25 15:42 #

    하하, 음악하고 과학이 제 두 취미죠. 요즘은 과학에 더 많이 시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내부 포스팅 검색(by Google)

Loading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화이트)

831

통계 위젯 (화이트)

172184
1161
1096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