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02 22:51

X-ray 사진 하나 Views by Engineer

  페북에 돌아다니는 사진을 보고.

  한 번 맞춰 보시라.  4개월 된 남자아이가 너무 자주 토한다.  조영제(barium.  건강검진 때 위장 조영촬영 선택하시는 분들이라면 마셔 본 경험이 있으실 것.  아마 황산바륨에다 발포제와 향료를 탔을 게다)를 멕이고 찍은 X-ray는 아래와 같다.
...................





  '일반인'이 맞추기 어렵긴 아니 거의 불가능하긴 하다...

  정답은 선천성 십이지장 통과 장애(congenital duodenal web)로, 완전 폐색(atresia)과는 달리 아래 사진 아래쪽에 화살표로 표시했듯이 일부가 소장 쪽으로 새어 나가기 때문에 완전히 막힌 상태는 아니다.  얇은 막 같은 구조가 남아서 제대로 통과되는 것을 방해하고 있는 모습.

  업계인 빼고, 맞추신 분?  상식적으로 그럴 리가.  단번에 맞추셨다면 그 분야 취업하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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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들은 기초 과정에서 위에서 보인 X-ray(및 CT)나 MRI, 양전자촬영(PET) 등 의학 영상을 판독하는 영상의학을 배운다.  그런다고 의사 양반들 모두가 척척 다 해석 잘 할까?  천만에.  전에도 말했듯이 이런 분석 결과들은 어디까지나 대상에 대한 몇 가지 정보을 줄 뿐이다.  그 중 가장 그럴듯한(most plausible) 설명은 해석자가 찾아야 한다.  해석 과정에서 환자에게 들은 문진 내용을 포함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좁은) 분야에서 작은 단서라도 바로 찾아서 정확히 판독하는 데 도가 트려면 오랜 기간 이 분야에서만 수련하고 깨져 가면서(!) 연습을 해야 한다.[1]  

  맛보기; 폐결핵의 영상소견(pdf) 

ㅅㅂ 외어야 할 거 들입다 많다

  폐 X-ray만 해도 이런데 다른 장기들, 다른 영상분석 방법까지 가면.. 오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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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한국의 모 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상당히 걱정스럽다.

   * 한방 명칭이 'Korean Medicine'? "수용 불가"
      최근 법적으로 한의학의 영문 표기가 'Korean Medicine'으로 됐다는 기사. 

   * 한의학, 타당성 검증이 우선이다(영상의학과 의사의 글)

  개인적으로 한의학 및 그 체계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은 여러 번 여기서 밝혔다.  그건 둘째치고, 한의학이 '자신이 있다면' 왜 자꾸 다른 사람들이 현대 의학과 혼동하기 쉬운 방향으로 가려 하는가?  두 번째 글의 필자가 지적하듯이
  의료행위의 범위는 법으로 규정돼 있고 국민 불편을 이유로 규제를 풀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현대의학의 진단에 적합하게 개발된 x-ray와 초음파장비는 해부학과 병리학에 기초한 방대한 임상데이터로 검증해 진단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국제 질병분류에 준해서 진단을 내리게 된다. 과연 한의학에서 해부학·병리학을 기초한 영상진단이 있는지 묻고 싶다. 얻어진 영상을 제멋대로 편의대로 판독할 우려는 어떻게 불식시킬 것인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현대의학을 추종하는 것으로 한의학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인데 그럼에도 현대의료기기를 손에 쥐고자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얻어진 영상을 제멋대로 편의대로 판독'이란 우려가 이 글 전반부에서 얘기한 것과 완전히 동일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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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의학의 관점에서 보아, 한의학은 '없어도 그만인 아니 없으면 더 좋을' 정도의 위치에 불과하다.  과연 한의학은 단독으로 가치를 증명해 보일 수 있을까?  정말 궁금한 점은, 한의사들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다.

  이런 체계적/이론적 고려는 일단 접고, 실제적 문제를 보자.  과연 한의학 과정에서 배우는 영상 판독술이 현대의학의 영상의학과에서 배우는 만큼 상세할까?  위에서 말한 것처럼 그 고된 수련을 다 통과해서 오진률이 필적할 만큼 낮다면, 굳이 한의학 과정에서 배워야 할 이유가 있나?  현대의학 과정에서는 그 체계 안에서 정의해 놓은 진단/해부/병리학 등의 기반에 맞춰 영상을 판독한다.

이 영상이 뭔지, 한의학에서 정의하는 병명이 있습니까?[2]
 
  그리고 두 번째 링크에서 나왔듯이, X-ray를 쓰는 자체는 의사 자격증 없어도 다른 목적으로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큰 진단 위험(risk)을 감당해야 하는 의학 영상 판독을 다른 분야와 비슷하게 쉽게 다룰 수 있기에 한의학에서도 비슷할 것이라 생각한다?  영상을 보고 나서 '담적'처럼 분류할 경우 의미가 있나?  설사 판독을 옳게 했다 해도, 병명 확정 및 처방이 받쳐 줘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정말 그러한가?

  자꾸 나오는 얘기지만, '한의학 식'으로 판독/병명 확정(진단)/처방을 진행했을 때 현대의학 쪽의 결과와 비겨 비용-효과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인가?[3]  그렇지 않으면 내가 불신을 거둘 이유가 없는데.[4]

  漁夫
 
[1] 사실 이건 어떤 전문 기술에서도 예외가 없다. 
  덤으로 내 얘기를 하나 하자; 나는 화학공학 전공자지만, 이 분야의 모든 전공자들이 아래 분석 차트에서 뭐가 이상한지 한 눈에 발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참고로 이 분석은 화학공학 전공 과정 중에 나오는 이론에 근거한다.  

  다른 분야라고 크게 다를까. '전문가'가 노력 없이 되겠나.

[2] source (link).  
[3] 오랜 글이지만, 내가 왜 의학에서 비용 효율이 중요하다고 보는지는 이것 참고.
[4] 여기서 말하는 '불신'은 '한의학의 모든 기술이 전혀 쓸모없다'란 말이 아님에 유의하기 바란다. 
  한의학의 체계를 따라 처방해도 효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진짜 그런 게 있다면(솔직히 난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만), 검증을 거친 후 현대의학에서 연구해 채택하면 그만이다.  비용-효율이 더 낫다면야, 최고의 목적을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은 사람 구하기'에 두는 현대의학에서 채택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이론에 따른 체계화는 그 다음의 문제다.  조만간 되겠지만 말이다.
   

덧글

  • 2015/07/02 23:1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07/03 21:4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5/07/03 22:4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5/07/04 20:4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5/07/04 21:5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5/07/04 22:4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누군가의친구 2015/07/02 23:35 # 답글

    한의대생이 고작 몇시간 강의 들으면 X-레이를 사용하게 한다는거 자체가 아주 위험한 발상이죠.
  • 漁夫 2015/07/03 21:50 #

    사실상 '미묘한 진단'은 아무 것도 못하겠죠.
  • kang-kun 2015/07/03 00:14 # 답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漁夫 2015/07/03 21:50 #

    감사합니다.
  • Allenait 2015/07/03 00:19 # 답글

    단순히 강의 한두개로 퉁칠 수 있는게 아닌데 말이죠..
  • 漁夫 2015/07/03 21:51 #

    링크해 놓은 폐결핵 영상소견 pdf만 봐도 바로 판독은 무리란 걸 바로 알겠던데요.
  • 일화 2015/07/03 09:29 # 답글

    업계가 고사위기니 발버둥을 치는 듯 한데, 거기에 어울려줘야 할 이유는 전혀 없죠.
  • 漁夫 2015/07/03 21:57 #

    요즘 더 심합니다.
  • BigTrain 2015/07/03 10:12 # 답글

    한방이 Korean Medicine이면 European Medicine이나 American Medicine이 따로 있다는 얘긴지 뭔지.

    한의학에서 저 엑스레이 해석법의 근거를 어디서 가져올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을 투시해서 치료했다는 편작이나 화타를 끌고오려는지.
  • 漁夫 2015/07/03 21:59 #

    'JAMA(Jounral of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의학 저널 중 top급임다)' 같은 건 있어도 Korean medicine이 '한방'이라면 ㅋㅋㅋ

    뭐, 화타는 종기 속에 새가 있는 것도 알아냈다니 그럴지도요....... (sigh)
  • meantone 2015/07/05 19:46 # 삭제

    원래는 漢方인데 이 나라는 유달리 韓方이라고 강조하죠.
  • 漁夫 2015/07/07 00:35 #

    meantone 님 / '중국 것'이라 인정하면 지금처럼 인기가 있을지...
  • 스카이호크 2015/07/03 13:18 # 답글

    자기들의 이론에 맞는 진단기구를 만들어 쓸 생각은 않는군요. 물론 유효한 이론이 있다면 말이지만.
  • 漁夫 2015/07/03 21:59 #

    이건 누가 봐도 자뻑탄이지 말입니다....
  • shaind 2015/07/04 15:43 # 답글

    애초에 한의학에 해부학이란 게 들어설 자리가 없고 한의학의 장기들은 순전히 관념적인 존재들인데, 한의학도들이 현대식 진단기기를 쓴다고 하면 그건 그냥 야매 '서양의학'밖에 안되죠. 그렇다고 할 때 과연 야매 서양의학적 진단을 받기 위해 방사선 피폭(특히 CT라던가...)을 받는 위험을 환자가 감수하는 게 합리적일지 심히 의문입니다. (웃음)


    그나저나 새카만 비전공자인 제 눈에는 X축 주파수 스케일 자체가 희안해보이는군요. 저정도 저주파면 직류전류하고 딱히 차이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주파수가 올라갈수록 tan 델타가 떨어지는 건 물론 통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 초보적인 전자기학 이야기가 아닌 듯하니 -_-
  • 漁夫 2015/07/04 20:51 #

    진단만 '제대로(='서양' 식으로 !!!)'하면 뭐합니까. 다음이 뒷받쳐 줘야죠.

    저건 전기적 진동이 아니라 물리적(mechanical) 진동이라서 그렇습니다. 100Hz면 무지 빠른 거죠.
  • shaind 2015/07/04 21:14 #

    아 그렇군요 -_- 무슨 피로시험 비슷한 건가 보군요.

    전 고분자쪽은 몰라서 전자기학의 loss factor만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damping이 있는 탄성체에서도 tan 델타 같은 걸 정의할 수 있겠다 싶군요. 수학적으로 비슷하게 기술되니...
  • 漁夫 2015/07/04 22:38 #

    네. fatigue test와 비슷하지만, 여기서 보인 것은 fatigue test와는 달리 시료 내부에 변화를 주지 않는 범위 내(linear zone)여서 진동을 반복한다고 sample failure가 생기진 않습니다.

    수학 원리적으로는 동일합니다. 단 dielectric test와는 달리, energy storage가 oscillation과 in-phase고 loss가 out-of-phase입니다. dielectric test에서는 storage가 out-of-phase인 것하곤 정반대죠.
  • 미남 2015/07/05 22:49 # 답글

    현대의학이라는 것이 어떤 것을 뜻하는 것인지는 문맥을 통해서 어느정도 이해를 하겠습니다.
    저는 반대로 그래서 더더욱 한의학에게 혹은 대체의학에게 의료기기를 오픈해야한다는 생각입니다.

    의료기기들이 처음 등장 했을 때 말씀하신 그 현대의학이라는 것이 가졌던 기회를 제공해야하지 않을까요..
    한의학과에 첨단 의료기기들이 적용되고 사용되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지나야겠죠 그들도 장비에대해서 배우고 그에 대한 뒷받침을 할 이론과 철학을 정립하는데 시간이 걸리니까요..
    마치 동양의학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되던 신약들이 현대의학에서 검증을 받아 약품으로 상용되는 것처럼요.
    현대의료기기의 이용이 한의학의 전통을 무시한다는 것 자체는 좀 오버해석이신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위의 사진과 같이 매우 전문가가 진단을 애햐하는 경우를 만드는 의료기기는 점차 다른 모달리티로 대체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의료기기의 사용이 해당분야의 울트라 초 전문가 집단으로 이루어진 사람들에 의해서 항상 운용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에 적절한 대처가 가능하다고 믿어지는 사람들에 의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 큰 이유가 되겠죠..

    비용-효율면에서는 저도 엔지니어다보니 항상 고민하는 부분입니다만.. 동양의학과 현대의학이라는 것이 서 있는 철학체계가 다르다고 생각하고 그 다른 체계에서 풀어낼 수 있는 솔루션도 다르다고 생각해요.. 좌표계가 카테지안이냐 실린데리컬이냐 하는 차이처럼 그 둘의 효율이 어느것에나 같게 적용되진 않겠지요. 따라서 지금 어느 하나가 뒤떨어진다고 해서 버리게되면 나중에 매우 복잡한 한가지 방식으로만 해를 찾아야하는 비효율적인 사태를 맞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국의 한의학계가 보이고 있는 학문적 지지부진함은 논외로 하고말이죠.. -_-;;
  • 漁夫 2015/07/07 00:34 #

    답플 달려다가 길어져서 그냥 트랙백으로 작성합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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