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클뤼탕스; 20세기 위대한 지휘자들(EMI)에서 적었듯이, 클뤼탕스의 레파토리 안에는 정통 프랑스-벨기에 악파와 아주 거리가 멀어 보이는 바그너도 꽤 들어 있었습니다. 실제 그는 빌란트 바그너가 바이로이트에서 지휘시킨 몇 안 되는 프랑스 출신 지휘자 중 하나였습니다. 그의 경력은 오페라 극장에서 출발했으며, 콘서트에서도 프랑스 음악의 최고로 명실공히 인정받은 것은 샤를르 뮌시가 파리 음악원에서 보스턴 심포니로 주 활동 무대를 옮긴 1948~9년으로 봐야 하겠지요.
그의 재능을 보고 프랑스 EMI에서 밀어 주게 만든 사람은 월터 레그였다고 합니다. 1950년부터 프랑스 EMI 지사인 Pathé-Marconi에서 주로 녹음했고, 베를린 필과 독일 지사인 Electrola, 물론 영국 본사 등에서 번갈아 가면서 암으로 쓰러지기 한 해 전인 1966년까지 녹음을 했습니다. 프랑스-벨기에 계열 지휘자 중 (알자스 태생이었고 게반트하우스에서 주요 경력을 시작한 뮌시를 빼면) 그만큼 독일 음악과 프랑스 음악 양편에서 유명했던 지휘자는 아직 없습니다.
그가 EMI에 남긴 바그너 관현악곡 녹음은 아래처럼 2장이 있습니다. (사실 한 곡이 더 있는데 그건 다른 기회에 설명하겠습니다) 둘 다 프랑스 국립 오페라를 지휘하고, 파리 바그람 홀(Salle Wagram)에서 Pathé-Marconi의 기술진인 René Challan(프로듀서), Walter Ruhlmann(엔지니어)이 감독. 사진은 늘 그렇듯이 제 음반, discog.com, ebay.com 등에서.
아래는 '지그프리트 목가'를 포함하여 지그프리트에 관계된 유명 발췌곡들을 - '지그프리트'의 '숲의 속삭임', '신들의 황혼'에서 '지그프리트의 라인 여행'과 '장송행진곡'을 넣은 '지그프리트의 다른 모습'이란 타이틀의 기획입니다. 일본 도시바-EMI TOCE-55432. 2002년 'EMI의 환상의 명반'시리즈로 나왔습니다. '치명적인 문제'라면 1958년 4월 녹음인데 모노랄이란 것입니다만.... -.- (단지 예산이 없어서 스테레오 녹음 장비를 못 샀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어쨌건 페라스 음반처럼 동년 11월까지도 모노랄 녹음을 자행한 Pathé-Marconi에 저주 있으라! )

스테레오 녹음 쪽이 좀 더 괜찮은데, 실황 때 그가 보여 줬다던 '정력적이며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 - 트랙백한 20세기 지휘자 시리즈의 환상 교향곡에서 추측할 수 있습니다 - 억제되어 있는 점은 좀 아쉽긴 합니다만, 음반으로서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유령선'이나 '마이스터징어'는 상당히 장려한 음악을 들려 주죠. 반면 지그프리트 쪽은 녹음 탓도 있겠지만 약간 답답.
이 둘은 모두 Testament에서 CD로 냈으니 지금 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漁夫
덧글
참고로 빌란트 바그너는 이리저리 녹음에 적은 '서신'이 많네요. 클렘페러의 유명한 바그너 서곡집을 예전에 박스발매 (물론 허리 휘는 영국 초반이 아니라 미국반으로..) 구한 적이 있는데, 거기에도 빌란트가 적은 서신(것도 손!으로)이 있었거든요.
빌란트 바그너는 클렘페러의 지휘를 '바그너의 참된 소리를 들려 줬다'고 칭찬했다고 어디선가 봤습니다. 그 엔젤 박스에 무려 손으로 적은 서신 사본이 나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