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나는 연주회장에는 기껏해야 한 해에 2회 정도밖에 가지 못한다. 내 말이 '레코드 기준이군'이라 느끼신다면,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2.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은 익숙하긴 하지만 너무 띄엄띄엄이라, 특히 1층은 거의 가 본 적이 없어서 자리별 음향 특성까지 기억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저음이 너무 크게 울린다는 생각을 갈 때마다 느낀다. 오케 뒤의 수직 벽 때문이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 팀파니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린 것도 그 때문인지 궁금하다.
3. 사진 앵글에서 짐작하시듯이 2층 맨 앞, 약간 오른편에서 들었다. 개인적으로 앞에 아무 것도 없이 직접 소리가 전달되는 자리라서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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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정명훈 팬이 아니었던지라 지휘를 직접 보긴 첨이다. 생각보다 지휘대 위에서 '움직임'이 훨씬 적었다....
1악장. 바이올린이 다른 현에 실려 1주제 단편을 흘리면서 시작. 근데 소리가 좀 빈약해서 놀랐는데, 다음에 반복할 때는 훨씬 낫다. 전에 링크했던 비창 동영상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으니까 '몸이 덜 풀렸나보다'. 내 기억이 맞다면 1악장 중간에 1층 왼편에서 핸드폰 소리가 났던 듯한데 다시는 들리지 않았다. 다행이랄까.
2악장. 템포가 생각보다 좀 빠른데, 그 때문인지 악구 사이의 연결이 좀 부자연스러운 점이 들린다.
3악장. 역시 중간보다 약간 빠른 템포로 좀 흘리듯 하는 인상.
4악장. 이번 연주회의 네 악장 중에서는 가장 인상적이었고 좋았는데, 앞 악장들의 주요 선율이 나오고 저음 현에서 다 거절하는 부분이 있다. 이렇게 '야멸차게 거절해 주는' 연주는 처음 봤다 ㅎㅎㅎ. 그리고 바리톤 독창 등장하는 부분은 레치타티보인데, 여기 배경 깔아 주는 솜씨가 기가 막혔다. 순간적으로 "아, 얼마 전까지 빈 오페라에서 지휘하다 왔지"란 생각이 지나갔음. 전반적으로 끌어 가는 솜씨가 상당히 좋았는데, 굳이 얘기하자면 합창 인원수가 너무 많아서 ff로 합주할 때는 오케스트라가 너무 약하게 들린다.
총평 ]
* '정마에'의 솜씨는 베토벤 9번에서 두드러지게 발휘되었다고 보긴 힘들다.
* 오케스트라에 대한 인상은 전에 유투브 동영상 보고 느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만약 리허설 등과
편집하여 음량 밸런스와 악구간 연결 같은 데를 좀 다듬어서 음반으로 들었으면 내가 유럽 오케스트라 등
의 음반에 비해 뚜렷이 못하다 말할 수 있었을까? 아마 아니었을 게다.
기초 실력이 안 되면 아무리 편집을 해도 티가 나게 마련.
* 참고로, 다음 날 연주는 템포가 좀 더 느렸다고 들었다. 이러면 전체적 인상은 좀 더 좋았을 것임.
연주회에서 음반만큼 잘 다듬어진 연주를 들을 기회가 거의 없다는 점은 자주 연주회에 못 가는 사람들이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난 이 콤비의 음반(DG)을 아직 듣지 못했기 때문에, 듣고 적겠다면 뭔가 다를지도.
어부
ps. ㅈㅈ, 왜 한자 변환이 안 되냐......
덧글
취향차는 있겠으나 제 인생 최악의 베토벤 9번으로 지금까지 기억되고 있습니다. 정명훈씨 본인도 그걸 느꼈는지 커튼콜도 응하지 않았었죠.
그리고 예술의 전당은 예술의 전당이 아니라 예술의 목욕탕이라는 소리가 설립 때부터 있었던 정설이라(..)
예술의 목욕탕 소리는 전부터 있긴 했는데.... 그 주된 이유가 뒤의 수직 벽 때문이라는 데는 거의 중론이 일치한다고 압니다. 썩 좋은지는 모르겠습니다.
참, 4악장 오케의 포르티시모가 잘 안들린건 27일도 비슷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