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05 23:51

한 기업의 탄생과 때 이른 종말 (4) - 에필로그 Views by Engineer

  1편2편, 3편에 이어. 

  이 4편에서는, 웅진이 어떻게 투자 등의 의사결정을 했어야 최선의 결과를 얻었을지 검토해 보죠.

  우선 투자 시점입니다.  언제 공장이 돌아가기 시작했어야 최대의 이익을 볼 수 있었을까요?



  미래의 추세를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 보면, 당연히 '2004년'이 답입니다.  그리고 100$/kg을 넘고 있던 시점은 2005~2009년 3월이므로, 이 때의 누적 이익으로 증산에 투자하여 적어도 20$/kg 정도의 생산비가 되도록 맞춰 놔야 2012년의 '암흑기'를 버티고 지금 정도에서 근근이 비례비를 뽑을 수 있죠.  근데...

  이 정도면 神급 투자라고 봐야죠.  이런 능력 있으면 그냥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게 낫죠?

  1) 2004년에 공장이 돌아가기 시작하려면, 적어도 2000~01년 정도에는 투자 결정을 내렸어야 합니다. 
     당시는 IMF 후에 웅진 그룹이 cash cow던 코리아나 화장품을 매각해야 했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못했
     기 때문에, 아마 초기 출하 가격이 생산비(40$/kg 선)에도 미치지 못하는 폴리실리콘 공장을 세우기로
     했을 가능성은 거의 0입니다.  
       확인해 보니, 2000년의 닷컴 버블 붕괴 후 폴리실리콘 시세는 무려 9$/kg 수준이었네요(
link 1).

  2) 웅진이 선택한 공정은 순도는 높으나 생산비가 많이 드는 Siemens법입니다(
link 2).  이 방법을 사용
     하는 국내 최대 maker OCI(연 생산량 2014년 현재 42000 ton)의 제조원가는 가동률 100% 기준으
     로 21~22$/kg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link 3).  웅진이 한 번 증설하여 7000ton을 달성했지만, 40000
     ton 급으로 증설하려면 얼마나 자금이 더 필요했을까요?  

  사실 OCI가 연산 5000ton 공장을 세워 양산을 개시한 것이 2008년 3월로(
link 4), 가격 최고점입니다(link 5).  이 때 떼돈을 긁어들이자, 업계에서는 "과감한 투자를 적기에 시행해서 얻은 정당한 성공이다"라 평했다고 합니다.  가격이 110$/kg 정도인 2009년 초에만 상주 공장이 돌았어도, OCI 수준만은 못하지만 아직까지는 버티고 있을 확률은 제법 되지요.  왜냐하면, 법정 관리로 넘어갔던 한국실리콘 등은 다시 생산을 재개한다고 하기 때문입니다(link 6; 연 15000ton).  결국 지금 보면 공장 가동 시점이 대략 2년 정도 OCI보다 뒤졌고, 생산량이 낮았던 것이 상당히 결정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웅진이 태양광 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시점이 정확히 언제일까요?  답은 2005년이라 합니다(
link 7).  웅진에너지는 앞 포스팅들에서도 나왔지만, 폴리실리콘을 갖고 더 순도 높은 실리콘 잉곳(ingot)을 만듭니다.  웅진에너지에 먼저 투자를 하고 다음에 폴리실리콘 공장을 세웠는데, 이 지연이 꽤 의미가 컸다고 볼 수 있겠죠.  그리고 OCI와는 달리 웅진폴리실리콘은 사내의 다른 파트에서 직접적으로 지원을 해 줄 수 없었고, 그 역할을 맡아야 할 웅진 그룹의 지주회사 웅진홀딩스에서 극동건설이라는 짐까지 떠안고 있던 상황은 지원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신의 능력'으로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도 많습니다.  무엇이건 미래를 예측하기가 그리 쉽겠습니까.  웅진폴리실리콘이 그럭저럭 2012년의 위기를 지나갔다 해도, 올해 이후 얼마나 버텨야 시장 현물가가 20$/kg 수준을 벗어날지는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두어 번 인용한 2012년 4월의 한국수출입은행 보고서(
link 7)는 폴리실리콘 공급량이 수요에 비해 연 10~15만 톤 정도 과잉이라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앞 링크 6에서는 국내에서 여러 업체들이 요즘 최저점을 벗어났다 싶으니까 금방 다시 생산을 재개한다고 알리지요.  '겨울'이 오면 가장 약한 업체는 떨어져 나가지만, 그 위와 최상위 업체들은 봄 되길 기다리며 체력을 키우거나 보존하여 봄 된다 싶으면 물량을 풀어놓기 때문에 한참 가격이 다시 오르지 않습니다.  생산비도 비싸고 생산량도 낮은 편이었던 웅진폴리실리콘이 이 상황에서도 더 오래 버틸지는 의문입니다.

  한 가지 질문은 가치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폴리실리콘 업계에 지난 2004~09년 정도의 대형 호황이 다시 올 수 있을까요?  제가 경제 전문가일 리야 없습니다만, 여기저기 주워들은 한에서는 그럴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량 생산 방식으로 제품을 만드는 화학 업계 쪽에서는 그런 수요 초과 현상이 드물며, 무엇보다 이런 대박이 터지면 다른 player들이 뛰어들어 전체적으로 잠재 공급량을 늘려 놓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 하나 들겠습니다.  저는
여기서 말했듯이 前 PET 업계 종사자니, 병(bottle)용 PET 시장에 국한하여 말하도록 하죠.  1995년 이 시장에 정말 대단한 대박이 터졌습니다.  원료인 TPA(terephthalic acid)나 PET 모두 수요 초과가 되는 바람에, 제 기억으로는 spot 현물 시장가가 대략 3000$/ton 이상까지도 치솟았습니다.  그러나 바로 다음 해에 이전 수준으로 다시 떨어졌죠.  그 큰 이유 중 하나가 기존 PET 생산 업체 중 섬유용을 주로 만들던 곳이 병용 line을 신설하거나 섬유용 line을 이윤이 많이 남으리라 기대하는 병용 line으로 전환했기 때문이었습니다(link 8).  이 현상, 어디선가 보셨죠?  ㅎㅎ  그리고 제가 이 업계에 있는 동안 다시는 이 가격에 근접하지 못했습니다.
  검색해 보니, 그 후 PET 가격 동향은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source;
link 9, 9페이지 그림 31)
  2011년에 상당히 경기가 좋았다가(이 정도면 괜찮다 볼 만 합니다) 12년에는 다시 퇴조합니다.  그리고 작년과 올해에는 그렇게 좋았던 듯하지는 않습니다.

  *
침체된 PET 시장, 돌파구 없나? (13. 10. 05)
  *
PET, 1100$ 붕괴 일보직전 (14. 11. 20)

  작년 기사 보면 '국내 PET칩 산업이 수요 정체와 중국 및 중동 지역의 신증설에 따른 글로벌 시장 경쟁심화로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이 얘기 ㅎㅎ.  1996년에 회사 마케팅 팀장님이 "작년 같은 호황은 앞으로 10년 지나도 보기 힘들 거다"라 하신 기억이 나는데, 10년이 아니라 20년 지나도(내년이 벌써 20년이네요 흑...) 아마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시장 진입이 쉬운 경우의 특성이죠.  그래서 제가 폴리실리콘 시장도 그 때만큼의 호황을 다시 볼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것입니다.

  =============

  말이 나온 김에, 웅진그룹이 지금 어떻게 되었나 좀 적겠습니다.  그래도 그럭저럭 위기는 넘긴 모양입니다.

  * 웅진그룹, 웅진에너지 매각 안한다 (14. 5. 15)
  * 중견 태양광업체 '햇빛' 드나 (14. 11. 24) - 웅진에너지도 적자가 대폭 준다는 소식
 
  도레이 첨단소재(전 도레이-새한)에 매각된 웅진케미칼(원래 웅진이 810억에 매수한 '새한')도 그럭저럭 굴러가고, 코웨이는 오히려 나아졌다고 합니다(link 10).  하기야 웅진코웨이가 그룹의 돈줄이었으니, 여기서 버는 돈을 다시 같은 회사에 투자하는 것은 오히려 적었다고 봐야죠.  그러니 부담 떼어 내면 웬만하면 더 나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웅진은 투자 시점을 조금 늦게 가져간 바람에, 그냥 웅진에너지에 추가로 더 투자했으면 아마 더 나았을 가능성을 고스란히 날린 셈이지요.  그래도 그 심각한 위기에서 그룹 자체는 분해되지 않았으니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지.

  =============

  투자의 여러 결정은 기업의 미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뭘 어떻게 해도 잘 안 될 가능성이 잘 될 가능성보다 훨씬 높고 미래를 예측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아주 사소해 보이는 차이가 결과를 엄청나게 벌려 놓을 수 있죠.  기업을 운영하는 일의 어려움을 과소평가하지 않도록 제가 항상 주의를 기울이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漁夫

  ps. 그런 의미에서 삼성전자 얘기는 한 번 꼭 다 읽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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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RuBisCO 2014/12/07 15:22 # 답글

    http://solutions.3m.com/wps/portal/3M/en_US/3MNovec/Home/ProductCatalog/?PC_Z7_RJH9U5230OOA50IEKHCMDN11H0000000_nid=VJK791MG8CbeQQBXSJ1LVVgl

    그나저나 저런 쪽은 다 결국엔 저런 레드오션이 된다니 말인데 이런 HFE 도 과연 저런식으로 가격이 내려갈 수 있을까요?
  • 漁夫 2014/12/07 15:35 #

    물질 특허가 남아있는 동안엔 아마 좀 보호를 받겠지만 그거 지나면 얄짜 없죠. 우리나라도 늘상 해 오던 게 소시적에 저런 특허 씹어먹는 거니까요 ㅎㅎ
  • RuBisCO 2014/12/07 15:53 #

    2020년이 지나기 전까지는 HFE를 서버나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PC에 부어넣고 쿨링을 하는 세상은 오지 않는다는 이야기군요 Orz
  • 漁夫 2014/12/07 16:29 #

    네. 특허권은 원래 '배포와 기술 공개를 장려'하기 위해 만들었고, 대신 특정 보호 기간이 지나면 널리 쓰도록 했기 때문에 그 동안은 어쩔 수 없죠. 6년만 기다리면 되네요 ;-)
  • Minowski 2014/12/08 14:56 # 삭제 답글

    천시<지리<인화라고 하지만 사실 천시>지리>인화 인 듯...

    불과 몇 년전에 160달러까지 갈거라던 유가가 이렇게 꼬꾸라질 것으로 예측한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 漁夫 2014/12/08 20:32 #

    주식시장 바로 다음 날 예측도 불가능한 형편인데 (장기 평균값은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 하더군요) 특정 자원 가격이야 말해 뭣하겠습니까...
  • Polycle 2014/12/08 23:56 # 답글

    OCI는 저도 여러모로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기업인데요. 한창 타오르던 태양광 산업은 작년 유럽에서 세금 비지원 결정으로 인해 급격히 기울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닌가요? 그 당시만 해도 OCI 주가가 20만원을 오갔었는데, 지금은 정확히 반토막 났군요. 웅진은 어쩌려고 그러는지.
  • 漁夫 2014/12/10 21:52 #

    작년 전에 이미 공급과잉으로 정점에서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세금 비지원 결정으로 맛간 건 Q-cell인가 한 때 세계 정상을 달렸던 발전 모듈 회사입니다.

    웅진은 지금 축소된 채로 그럭저럭 넘어간 모양이네요.
  • 한우 2014/12/22 15:53 # 답글

    이런 것을 보면 주식을 멀리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
    그래도 웅진 그룹 자체가 폭파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해피 엔딩'으로 끝났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漁夫 2014/12/22 19:37 #

    주식에서 분산 투자를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죠. 다행히 웅진폴리실리콘은 상장 회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개미'들이 손상을 입진 않았습니다.

    나름 웅진으로서는 선방이라 볼 수 있죠. 잘못 투자하면 그룹 전체가 박살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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