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29 23:29

한 기업의 탄생과 때 이른 종말 (1) Views by Engineer

  태양광 에너지 사업은 친환경으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햇빛을 받아 전기로 바꾸는 태양 전지 사업은 그 중 대표로 꼽을 수 있습니다.
  이 포스팅은 국내에서 이 분야에 투자했다가 지금은 사라진 한 기업에 흥미가 생겨서 썼습니다.  사실 여기가 저하고 전혀 인연이 없다고 볼 수도 없는지라.

  우선 폴리실리콘 얘기다 보니 과학 얘기가 태반이라, 이번 포스팅은 과학 밸리로 (아주 오래간만에) 보냅니다.  아직은 그 기업 얘기도 없으니 ;-)
 
  =================

  태양빛을 전기로 만드는 핵심 부분인 기판은 현재는 대개 폴리실리콘(polysilicon)을 사용합니다.  규소(silicon)는 모래의 주성분일 정도로 흔하기 때문에 구하기는 어렵지 않지만, 반도체와 태양 기판용으로는 순도가 매우 높아야 하기 때문에 쉽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대체로 반도체 용도로는 99.999999999%(11-nine), 태양열 기판으로는 99.9999999%(9-nine) 정도의 순도가 필요합니다.  태양열 기판으로 이 정도의 순도가 필요한 이유는, 빛을 쬐어 줬을 때 생기는 전류가 불순물 때문에 손실되기 때문입니다.  폴리실리콘이라 하는 이유는 반도체용으로는 눈으로 보는 크기 전체가 결정 하나인 단결정(monocrystal)이 필요한데, 태양광 용도로는 다결정(polycrystal)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태양광 발전을 위해서는 실리콘 p-n 접합이 필요합니다.  다 알다시피, 실리콘은 결합 수가 4개로 한 원자는 주변의 다른 원자와 4개 모두 결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인(P)처럼 결합 수가 5개인 원자를 소량 넣으면 전자가 남아돌게 됩니다.  이렇게 전자가 약간 남아도는 형태를 n형 반도체라 합니다.  반면 붕소(B)처럼 결합 수가 3개인 원자를 쓰면 전자가 부족하죠.  이 형태는 p형 반도체라 합니다.  아래 그림처럼 이 두 형태를 접합해 놓으면, p-n 반도체의 경계면이 생깁니다.  이 상태에서 빛을 쬐어 주면, 아래 그림처럼 p 반도체에서 남아도는 전자가 외부 전선을 통해 흐릅니다.  즉 빛이 전류를 만든 셈이죠. (source)
  사실 태양광 용도로도 단결정이 더 효율이 잘 나지만, 너무 비싸기 때문에 다결정을 씁니다.  아래 그림처럼 다결정은 결정 경계면(grain boundary)이 있기 때문에, 여기서 전자가 전달되는 데 저항을 초래하여 효율이 떨어집니다(source; 268p)
  이 다결정 실리콘을 '폴리실리콘'이라 부르죠.  정확히는 'polycrystalline silicon'이 맞습니다.

  태양광-반도체급 실리콘은 순도가 장난이 아니기 때문에, 이 정도로 정제하려면 특별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원료인 규사(SiO2)에서 산소를 제거해서 우선 순도 낮은 실리콘(금속급 metallurgical grade 실리콘; MG-Si)을 얻습니다.  이 과정은 철을 제련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탄소를 사용하여 규사에서 산소를 떼내죠.

  SiO2 + C → Si + CO2

  이렇게 나온 Si에는 불순물이 2%정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염화수소 가스를 사용하여 염화물을 만듭니다.  원래 많은 금속(특히 전이 금속)의 염화물(혹은 플루오르화물)은 비점이 낮은 액체 상태기 때문에, 염화물로 만든 후 증류 정제하여 순도를 올린 후 염소를 제거하면 순수 금속이 남습니다.  일반적으로 이 방법은 크롤법(Kroll method)의 확장으로 볼 수 있는데, Si 외에 Ti 등의 다른 금속들도 정제할 때 이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죠.  단 크롤법은 염소를 제거할 때 마그네슘 등을 이용하지만, 실리콘을 정제할 때는 수소와 반응시킵니다. 
  실리콘과 염화수소를 반응시키면 아래처럼 염소와 수소 원자의 수에 따라 다섯 가지 화합물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 중 염소 원자가 세 개고 수소가 하나인 삼염화실란(trichlorosilane; TCS)이 중요합니다.  이것을 만들어 모은 후, 증류하여 순도를 높입니다. 

  Si + nHCl → SiHnCl4-n
  n=1 ; SiHCl3 (trichlorosilane)

  동시에 생성되는 다른 염화물은 당연히 회수하여 삼염화실란으로 바꾸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 삼염화실란과 수소를 반응시켜 염소를 떼어냅니다.

  SiHCl3 + H2 → Si + 3HCl

  이 마지막 과정에서 공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반응 조건이나 반응기 등이 다른데, 이에 따라 순도나 비용, 효율 등이 바뀝니다.  간단히 소개만 하면, 지멘스 공정(Siemens process)과 유동상 반응기 방법(fludized bed reactor; FBR)이 있습니다.
  지멘스 공정은 삼염화실란과 수소를 반응시킬 때, 반응기 내에 넣어 놓은 고순도 폴리실리콘 막대에 전류를 통해 1100℃의 고온으로 가열하여 그 위에 실리콘을 증착시키는 방법입니다.  반면 유동상 반응기 방법은 반응기 내로 폴리실리콘 알갱이(seed)를 낙하시켜 그 위에 실리콘을 증착시키는 형태입니다.  지멘스 공정에 비해 반응 온도도 낮으며, 삼염화실란 외에 다른 염화실란(e.g. 일염화실란)도 사용 가능하고, 결정적으로 증착 속도가 빨라 저렴하지만, 순도는 다소 떨어집니다.

  금속정련 방법(Upgraded metallurgical refining)은 염화실란을 사용하지 않고, 철 정제 과정처럼 녹은 MG-Si (금속급)에 수증기 등 산화 기체를 불어넣으면 산화물은 용융 실리콘보다 가볍기 때문에 위로 떠오릅니다.  이를 제거하여 고순도 실리콘(보통 UMG라 약칭)을 얻습니다.  비용은 가장 저렴하나 순도도 가장 낮습니다.

  이런 공정들은 나온 지 좀 되었기 때문에 기본 공정 특허는 대부분 만료된 상태입니다.  따라서 우리 나라의 다른 석유화학 기초나 고분자 산업들이 대개 그렇듯이 투자할 자본만 있다면 누구건 건설이 가능한, 진입 장벽이 낮은 상황이란 것이지요.  즉 가격이 좀 높아 보이면 누구건 뛰어들, 'me-too-industry'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산업입니다.  

  그런데 2000년대 중반 이 시장을 주목하고 있던 한 기업인이 있었으니..... tbC

  漁夫

 [ 참고 자료 ]

  1. http://www.poscoengineering.com/research/file/tec32_14.pdf ; 폴리실리콘 제조원리
  2. http://www.knrec.or.kr/knrec/11/KNREC110100.asp ; 태양전지 원리
  3.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08111402011832614001
  4. http://www.kier.re.kr/upload/notic/PVCDROM-KOR.pdf ; 자세한 CD-rom file 번역.  좀 전문적이고, 높은 수준의 지식을 원하는 분께 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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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푸른별출장자 2014/11/29 23:46 # 답글

    태양광 붐일때 반도체 업체들은 폴리 실리콘 잉갓 가격이 너무 올라서 고생 좀 했습니다.
    모노 실리콘 잉곳 자체를 바로 만들면 공정비용이 많이 들어서
    폴리 실리콘을 일단 만들고 그것을 마쇄(완전히 빻아 버리는 공정)한 뒤에 다시 재결정시켜 모노 실리콘 잉갓을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태양광 업체들이
    너도 나도 콜 하는 통에 가격 상승, 납기 지연등등...

    지금이야 뭐 아시다시피 중국쪽 태양광 업체들이 볼링 스트라이크 터지듯이 줄줄이 나가 터지는 통에
    다시 잉곳 업체들도 휘청거리고 있죠...
  • 漁夫 2014/11/30 18:23 #

    폴리 먼저 만들고 빻아서 단결정을 만드는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학창 시절에 Czochralski와 zone melting process는 알고 있었습니다만... -.- 그래서 반도체 업체들이 wafer 만들 때 고생했겠네요.

    제가 중국 쪽은 별로 신경을 안 썼는데 거기도 가격을 못 버티고 KO된 모양이군요. 정말 몇 년 동안 가격 동향을 보면 KO 안 되면 장한 수준이니...
  • NET진보 2014/11/30 00:28 # 답글

    태영광산업.,.. 동양제철화학/ 한화 /웅진/ 먼산....이중 웅진은 그룹이..먼산....
  • 漁夫 2014/11/30 18:23 #

    열거하신 것 중 제가 다음 편에 쓸 녀석이 있습니다 ㅎㅎ
  • 아빠늑대 2014/11/30 01:54 # 답글

    그러고 보면 한때 "신성장 동력" 중에 하나로 꼽히며 새로운 에너지원에 대한 비전으로 칭송되더니만 어느 순간 보기도 힘들어졌네요.
  • 漁夫 2014/11/30 18:24 #

    가격 보면 지금 한숨이 나올 수준입니다. 이래서야 머.......
  • 2014/11/30 10:2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11/30 18:2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천하귀남 2014/11/30 11:36 # 답글

    그래도 이러저런 업체들이 많이 달려들어서 요즘 가격이 참 많이 내렸더군요.
  • 漁夫 2014/11/30 18:27 #

    일각에서는 석탄 발전을 대체한다는 소리도 있는 모양인데, 태양 에너지의 근본 문제인 '땅 많이 차지하고 날씨 많이 탄다'는 단점은 도저히 어케 해 볼 수가 없죠. 가격이 꽤 내렸더라도, 화석 에너지나 핵에너지를 완전 대체하리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 붕어 2014/11/30 20:24 # 삭제

    그런 문젠 지구 괘도상에 올려버리면 될듯한데 송전기술이야 있다지만 현 시점에 어울리진 않겠지요. 참고로 2세대급으로 가면 가시광선외에도 작동을해서 흐린 날씨에도 조금이나마 발전을 할순 있다더군요. 물론 내구성과 가격이 오르지만요...
  • 漁夫 2014/11/30 20:46 #

    붕어 님 / Lagrangian point에 놓고 송전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지금 뭐건 지구 궤도에 올리는 가격이 ㅎㄷㄷ일뿐 아니라, 문제가 생길 때 수리하기도 힘들어서요.

    아시다시피 태양광 에너지의 대부분은 지표에 가시광선 파장으로 도달하는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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