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uperfreakonomics(슈퍼 괴짜경제학)', Steven Levitt & Stephen Dubner, 안진환 역, 웅진지식하우스, p.225~26에서.
물론 안전띠는 개인용이고, 앞 포스팅에서 얘기한 것처럼 '큰 장치'하고는 약간 다르다. 하지만 공통점은 분명히 있는데, 안전 장치는 행동을 제약하기 때문에 귀찮다는 점이다. 개개인이 안전 장치를 귀찮아하는 것처럼, 담당자가 큰 장치에서 귀찮거나 필요 없다 생각하고 아예 꺼 놓는 경우가 없을까? 당연히 있다. 이번 세월호 사태에서 평형수를 빼고 짐을 더 실은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모든 '새 장치'가 다 그렇듯이, 비용도 생각보다는 많이 든다. 미국에서 모든 자동차에 운전띠를 설치하는 데 든 비용과 사상자 감소를 비교할 때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데 3만 달러 정도가 들었다고 한다[1]. 안전띠 하나의 가격은 25달러에 불과한데, 3만 달러? 이는 교통 사고율 자체가 생각보다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구나 꽤 자주 대중 매체에서 접할 수 있고 실제 보는 경우도 많은[2] 교통 사고 희생자 감소에 들이는 비용이 이럴진대 - 아주 저렴한 편인 안전띠마저 그 정도다 - 더 가끔만 보도에 나오고 직접 탈 기회도 더 적은 해양 사고는 어떨까? [3]
또 안전을 더 담보해 주는 수단이 있다 해도, 이를 '정부가 강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반대가 더 클 수도 있다.
- http://blog.naver.com/votus1977/130173133531 (김우측 님의 소개. 반대의 배경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가능하면 원문 전체를 보시기 바람)
공개적으로 답을 요구하면 "사람의 생명보다 귀한 게 어디 있습니까?"라 말할 사람들도, 실제 행동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 경찰은 분명히 다른 가족들을(자신도 포함하여) 위험에서 지켜 주지만, 가령 '경찰력 10% 향상을 위해 세금을 5% 올리겠습니다'라는 후보를 어떻게들 생각하실까? 아니 다른 사람은 둘째치고, 자신과 가족의 생명 보험에 돈을 얼마나 넣고 계신가? 불행히도 어떠한 안전 보장(규제까지도 포함)이라도 다 비용이 필요하며, 어떤 경우는 다들 문제에는 동의해도 제도화 자체가 힘들 수도 있다.
漁夫가 세월호 사고로 인한 뒷처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믿는 이유가 그것이다. 300명에 가까운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면, 이러한 논의를 제대로 진행해야 한다 - 한국 국민들이 이 '제대로'된 논의를 보면서 "어떻게 사람 생명에 값을 먹이냐"고 논의 자체를 거부하려 들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5]
漁夫
[1] 역시 슈퍼 괴짜경제학에서. 214p. 이 정도면 미국에서 한 사람당 평균 가치가 750만 달러라는 것과 비교하여(Eduard Porter 저 '모든 것의 가격'을 참고), 1/250밖에 되지 않으니 매우 '저렴'한 셈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 용 카시트는 어떨까?
[2] 적어도 세 번은 漁夫 눈앞에서 목격했다. 한 번은 사람이 쓰러져 움직이지 못한 채 피가 꽤 많이 흘러나온 상태였으니 피해자는 꽤 중상이었을 거다.
[3] 이 기사를 보면, 최근 5년 동안 전체 선박 사고는 대략 4000건에 사망/실종은 대략 600명(세월호를 포함했는지 알 수가 없긴 하다). 교통 사고 사망자는 작년에 대략 총 5000명 수준이라는데, 해양 사고를 포함했는지는 알 수 없다. 이용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자동차 사고가 당연히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참고로 자전거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 페이지를 보면 자전거 사고의 비율은 5%가 넘고, 연간 사망자 수는 거의 300명에 가깝다.
[4] '모든 것의 가격'에서는 "자식들에게 자전거 헬멧을 사줄 때 나타나는 부모의 자발성에 대해 조사했을 때, 부모가 판단한 자식의 생명에 대한 가치는 1달러 7센트에서 360만 달러 사이에 분포했다"라 한다(79p).
[5] 마지막으로, '안전 장치' 자체에 의외의 측면도 존재한다. 이게 사람의 행동 자체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tbC
덧글
까치넷, 심마니, 알타비스타 등등...
미국이 지금도 안전띠 착용률이 90%가 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안전띠를 만든 본산에서...
'강제'를 정착시키는 데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골치아프기는 합니다.
복잡한 기계나 설비일수록 직접 그것을 다루는 사람도 어떤 안전장치가 있는지, 어떤 경우에 위험한지 모르기 십상입니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교육은 충분치 않고 신입사원들은 선배들 어깨너머로 알음알음 배우며,
자신이 맡은 작은 부분만을 알게 됩니다. 꼭 청해진 해운같이 비정상적인 기업만 그런것은 아니지요.
이게 모든 것이 잘 굴러가는 평상시에는 별탈이 없지만,
뭔가 돌발상황이 발생해서 그것을 해결해야 할 때는 문제가 됩니다.
수많은 안전장치 중 몇가지가 울려대며 뭔가 장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
제대로 교육받지도 못하고 그렇지 않아도 해야할 일이 산더미인 현장의 누군가는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게 나중에 돌아보니 사고의 발단이 되는 치명적인 실수였다는 것은 흔한 스토리이죠.
장비라는 게 원래 설계자가 고려했던 내용 외에는 적응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그 외의 상황에 들어가면 제대로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게 마련이죠.
비상 상황에서도 의외의 안전성이 나타났던 액체 냉각식 원자로 같은 경우도 있습니다만 그건 진짜 예외적이라 봐야 할 겁니다.
물론 한국 엄마들이 이걸 알고 그랬을 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냥 단속이 덜 빡세서 안 하는 겁니다.
... 물론 정치권에서 이걸 얼마나 잘 다룰지는 모르지만요.
- 언론보도가 되지 않아서 그렇지 해양사고는 꽤 일어나는 듯 합니다[대개는 화물선이라 관심이 없죠.].
- 이번 사태로 언론에서는 로로선[저희쪽에서는 화객선이라고 합니다만]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던데, 실현가능성이 있는지는 의문입니다[저희는 국내선이 아닌 국제선 쪽을 봅니다만, 상황은 거의 같지 않나 싶어요].
지금 다른 곳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대 러시아노선은 완전 적자입니다. 정부에서 항차당 수천만원 씩 지원해줘도 기름값도 안되는 상황이죠.애초에 러시아 극동과의 수요 자체가 적었는데다가, 지자체 삽질까지 엮이면서 그리 된 듯 싶습니다. 애초에 운항 시작할 때부터, 잘 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툭하면 문 닫는거 아니냐는 말이 떠돌죠.
이 상황에서 여객선 따로 화물선 따로, 그것도 새배로 운항하라? 말이 안되죠.
안전제일이 말은 쉽습니다만, 해사분야에서 제대로 하려면 나갈 돈이 어마어마할 겁니다.
그렇다고 러시아 극동과의 운항노선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은, 한치 앞도 못 내다보는 처사겠죠.
어느 기사에서 지적했듯이 한국은 크기가 작고, 인구가 꽤 크고 이동 인구가 많은 섬이라고는 (비행 편수가 꽤 많은) 제주도 뿐이라 해상 교통은 규모 자체가 제대로 나오기 힘듭니다. 그렇다고 러시아 극동하고 한국이 특별히 관계가 각별하거나 교역이 활발하지도 않고요. 홋카이도에 갔을 때 러시아와 무역하던 항구가 퇴락한 것을 보았는데, 러시아 극동 왕복편에 세금 써 가면서 노선을 유지한다면 뭔가 좀 이상하네요. 그럴 만한 값어치가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