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12 13:50

교환 경제의 두 사례 책-역사

  요즘 이글루스에서 두어 개 올라온 포스팅을 보고 이런 거 하나 올려볼까 했습니다.
  그 포스팅들과 크게 상관 없는 내용일 수도 있으니 그냥 내용만 보시지요.  자체로도 충분히 흥미가 있을 만하니.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이르요론트족은 북부 요크 반도의 콜먼 강 하구에 살고 있다.  최근까지도 그들은 금속 도구를 전혀 모른 채 문자 그대로 석기 시대에 살았다...  그들은 현대인이 문명의 기원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위대한 발명, 즉 철이나 국가, 농경, 법률 체계, 문자, 과학 중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가 근대적 발명품이라고 생각하는 것, 다시 말해 국가나 법률 체계 또는 문자가 없이는 발생할 수 없다고 믿고 있는 것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상당히 정교하게 발달한 교역 체계이다.
  이르요론트족은 세련된 돌도끼를 나무 자루에 끼워 사용한다.  돌도끼는 아주 귀하게 여겨지며 거의 안 쓰이는 데가 없다.  여성들은 돌도끼를 이용해 불을 지필 나무를 쪼개고 우기용(雨期用) 움집을 수선하고 근채를 캐내며, 나무를 베어 열매와 섬유를 채집한다.  남성들은 사냥을 나갈 때 돌도끼를 가지고 가서 갈라진 나무 틈의 야생 꿀을 파내고 의식에 쓸 성물(聖物)을 제작한다.  돌도끼는 남성만이 소유할 수 있으며 여성들은 남성들한테서 빌려 쓴다.
  이르요론트족이 사는 지역은 충적토 해안의 평야 지대이기 때문에, 도끼를 만들기에 적합한 돌이 나는 곳은 가장 가깝다고 해야 내륙으로 남쪽 650km쯤 떨어진 채석장이다.  이르요론트족과 채석장 사이에는 여러 부족이 살고 있다.  물론 이르요론트족이 이삼 년에 한 번씩 남쪽 지방으로 가서 도끼 재료를 가져올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하려면 많은 위험과 시간 소모를 감수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럴 필요가 없었다.  채석장 주변에 사는 부족들이 충분한 양의 돌도끼를 보내왔기 때문이다.  돌도끼는 교역 중간상들의 긴 연결망을 통해 이르요론트족에게 왔으며, 그 대가로 다른 물건이 동일한 연결망을 거꾸로 타고 남쪽으로 전달되었다.  이르요론트족보다 북쪽에 사는 부족은 그들에게서 돌도끼를 공급받았다.  한편 반대 방향으로는 노랑가오리 가시로 만든 창이 남쪽을 향해 이동했다...
   이르요론트족은 남쪽에 사는 이웃 부족의 파트너에게 노랑가오리 창 열두 개를 주고 돌도끼 한 개를 살 수 있었다.  그 돌도끼를 그는 더 북쪽에 사는 이웃 부족에게 열두 개 이상의 창을 받고 팔 수 있었다.  이것을 통해 그는 거래의 이익을 챙길 수 있었기 때문에 그에게는 돌도끼를 북쪽으로 넘기려는 욕구가 있었다.  한편 그가 만든 창은 남쪽으로 갈수록 점점 더 많은 돌도끼와 교환되었다.  내륙 240km쯤 되는 지역에서 창 하나는 돌도끼 하나와 같은 가치로 매겨졌다.  채석장에 다다르면 (아무도 관찰한 바는 없지만) 창 하나가 돌도끼 열두 개와 교환되었을 것이다.  교역에 참여한 사람들 대부분은 돌도끼도 창도 생산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중간상으로 활동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이익(예컨대 돌도끼나 창을 차익으로 챙기는)을 남길 수 있었다.  그들은 싼 곳에서 구입하고 비싼 곳에서 파는 중재(sic?) 거래의 기법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 'The origins of virtue(이타적 유전자)',  Matt Ridley, 신좌섭 역, 사이언스북스 간, p. 273~75

  多翁이 '제 3의 침팬지'에서 크로마뇽 인(즉 현생 인류)에 대해 "별 실용적으로 쓸데없는 장신구들이 원료의 산출지에서 수백 km나 떨어진 곳에서 나타난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교역은 현대 인류의 아주 오랜 특징으로 보아도 될 것입니다[1].  반면 네안데르탈인에게서는 이런 고고학적 사례가 없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당시 현대 인류가 되면서 이 특징을 습득했다고 추측할 수 있지요.  (물론 좀 더 시기를 올려 잡는 사람도 있긴 합니다)

  위에서 보듯이 각 부족은 자기네가 없는 것을 비싼 값에, 있는 것을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팔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만약 '팔 것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뭘 내세우겠습니까?

  실제 사례는 현대인에게는 그다지 유쾌하게 들리지는 않습니다.

  이르요론트족은 19세기 말까지도 백인 이주자들과 이따금씩 벌어진 유혈 충돌을 제외하고는 현대 사회와의 접촉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 당시에 이미 그들은 무쇠 도끼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 도끼는 선교사들이 남쪽 부락의 사람들에게 나눠준 것이 교역 통로를 통해 북쪽으로 전달된 것이었다.  무쇠 도끼는 돌도끼보다 훨씬 품질이 좋아 가격도 비쌌다.  무쇠 도끼에 혈안이 된 이르요론트족은 그것을 손에 넣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었다.  전에는 건기 동안의 수확만으로도 한 해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돌도끼를 살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게 여의치 않았다.  무쇠 도끼 하나를 구하기 위해 이르요론트족의 어떤 남자는 낯선 이방인에게 아내의 몸을 팔았다.

- Ibid, p.275

  1767년 타이티에 기착한 영국 군함의 선원들은 20페니짜리 쇠못 한 개면 여자와 한 번 잘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원들이나 주민들 모두 자신들의 행운을 믿을 수 없었다.  이 거래에 대해 타이티 여자들이 남자들처럼 기뻐했는지에 대해서는 기록이 없다. 

- 'The rational optimist(이성적 낙관주의자)', Matt Ridley, 2010, 조현욱 역, 김영사 刊, p.259~60 

  위에서 '모두 자신들의 행운을 믿을 수 없었다'는 이유는 서로 대가로 치러야 했던 것이 자신에게는 받은 것에 비해 엄청나게 쌌기 때문이죠.   
  어쨌건 팔 물건이 없으면 여자들에게 강요하여 '그것'을 대가로 내놓게 했다 이 말씀.

  그리하야......... '교역'은 정치 체제에 상관없이 현재 '원시적 물질문명'으로 살고 있는 부족에서건 고고학적 기록이건 모두 발견됐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경제 체제는 단지 이를 좀 '조장하고' 있는 데 불과하죠.

  漁夫

[1] 多翁은 부족 사회의 특징 중 하나가 "옆 부족 영지로 자유로이 여행을 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라 반복해 지적합니다.  한 부족이 수백 km라 떨어진 곳까지 영지로 갖고 있기는 거의 불가능했으므로(이 정도의 영토는 거의 준 국가 정도여야 가능합니다), 이 정도면 부족간 거래의 결과라 보아도 되겠지요.
[2] 매트 리들리는 타이티에 대해 뒷얘기도 하나 전해 줍니다.  "12일이 지나자 엄청난 인플레이션 탓에 화대는 밧줄을 꿰는 20cm 길이의 쇠막대로 바뀌었다."

덧글

  • 일화 2014/05/12 14:12 # 답글

    저도 이성적 낙관주의자를 보면서 대략 멍해졌던 기억이...
    인간의 아이가 침팬지 새끼보다 먹을 것을 쉽게 나눠준다는 특성 등과 함께 보면, 말씀대로 현생인류는 다른 영장류보다 교환 본능이 훨씬 발달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로 인한 파레토 효율의 증대야 말로 인간이 다른 종을 제치고 우월한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근본 이유가 아닐까 싶네요.
  • 漁夫 2014/05/13 17:13 #

    제가 알기로는 사람 이외의 동물이 먹을 것이 아니라 다른 것(화폐)로 교환을 시도한 사례는 실험실에서 어떤 원숭이 종류가 유일했습니다. 인간은 일상적으로 그렇게 하지요.
  • 슈타인호프 2014/05/12 15:21 # 답글

    그리고 그 "교환" 덕분에 출범하려고 보니 선체에서 뺄 수 있는 못이란 못은 죄다 사라진 상태였죠.
  • 漁夫 2014/05/13 17:13 #

    큭, 그 시키들 ㅋㅋㅋㅋㅋㅋㅋ
  • tloen 2014/05/12 16:35 # 답글

    전근대사회에서의 교역에 대해서는 폴라니의 지금은 절판된, 초기제국에 있어서의 교역과 시장을 보면 정말 믿어지지 않는 사례들이 조사되어 있습니다. 리들리의 저 부분 서술의 원전이 아닌가도 궁금하군요.
  • 漁夫 2014/05/13 17:14 #

    혹시 나와 있는지 찾아 보지요.
  • 새벽안개 2014/05/12 16:35 # 답글

    물건을 사고나서 더 싸게 파는곳이 있으면 막 화나는거 있죠. 교환경에에서 꼭필요한 상업본능 즉 손익을 비교평가하는 본능이 있는것 같아요. ㅎㅎ
  • 漁夫 2014/05/13 17:14 #

    일단 샀는데 화내셔야 별 ㅎㅎㅎㅎ
  • net진보 2014/05/12 19:24 # 답글

    "12일이 지나자 엄청난 인플레이션 탓에 ";;;;...여성들이...참;;;
  • 漁夫 2014/05/13 17:15 #

    여성들이 얼마나 볶였을지 알 만 하죠.
  • Demonic Liszt 2014/05/12 21:15 # 답글

    noble savage ㄴㄴ해의 좋은 사례이기도 하군요 ㄷㄷㄷ
  • 漁夫 2014/05/13 17:15 #

    '그런 거 없죠' ㅎㅎㅎ
  • 질문질문 2014/05/15 04:57 # 삭제 답글

    저기 글과는 무관한데
    궁금한게 있어서 가장 최근글에다가 질문합니다 ㅠ
    노화에 관련된글을 읽다가 갑자기 불안해져서요
    창피한얘기인데 참,,
    제가 15살부터 하루에 1~3번 정도 자위를 20살때까지 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요즘 몸상태가 영 별루인데
    이게 수명에 지장이 있을까요??
    저는 이미 또래에 비해 노화가 많이 됬다고 볼수도있나요??
    또궁금한게 오래살려고 난리를 쳐봐야 결국 오래사는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오래사는거고
    단명할유전자는 왠만해선 거의 단명하는건가요??
    참 제가 봐도 수준낮아보이는댓글인데
    답변부탁드립니당~
  • 漁夫 2014/05/15 08:07 #

    자위: 그런 거 없으니 걱정마셔요.

    일란성 쌍둥이의 평균수명 차이는 일반인에 비해 작긴 하지만 대략 7년 정도라네요(일반인 두 명을 임의로 고르는 경우 16년 정도). 유전자가 같은 일란성 쌍둥이조차 저 정도라면 환경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습니다.
  • 질문 2014/05/15 15:19 # 삭제 답글

    답변감사합니다ㅇ
    근데 노화글에서요
    글이 이해가안가서 대충읽기는했는데
    자위 많이하면 뭐 번식쪽으로 몸이 치우쳐져서 몸기능이 많이 떨어진다고 되있지않았나요?


  • 漁夫 2014/05/15 17:54 #

    아뇨, 이미 성호르몬이 나오고 있으면 그만큼 해를 끼친다는 얘깁니다.

    그거마저 싫으시면 거세하시면 됩니다.
  • 질문 2014/05/15 18:21 # 삭제 답글

    자위로 정액을 마구 배출하는건 성호르몬때문에 몸에 안좋은건가요??
    자위를하면 확실히 몸이 안좋아지거든요 요즘은
    그렇다면 정액을 만들때 성호르몬이 나오는건가요? 아니면 자위를 하는과정에서 성호르몬이 많이나오는건가요??
    저는 7살때부터 자위를 하루 1번씩은했던거같은데 15살때부터 정액이 나왔거든요 그래서 저기위에 15살부터20살까지
    자위했다고써놓은거고 근데 몸이 안좋아진다고 느낀건 정액을 싸고부터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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