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치아 건강은 농경사회로 접어들어 인류가 이전보다 훨씬 많은 탄수화물을 소비하면서 악화됐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그보다 앞선 사냥-채집 사회에서도 설탕이 함유된 식물로 인해 치아가 나쁜 영향을 받았음이 밝혀진 것이다.
충치가 진전되어 턱뼈에 구멍이 나는 현상을 '치성 농양'이라고 부른다. http://fischer.egloos.com/4626228에서 보였듯이 이렇다;

고대 이집트인들이야 모래 섞인 밀가루를 빵으로 만들어 먹었기 때문에 치아가 상한 것이지만, 아마 '빵'을 잘 몰랐을[1] 수렵 채집인이래도 지역적으로 고탄수화물 음식을 구할 수 있기만 했다면 충치가 생기지 말아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리고 요즘처럼 조직적으로 치아 청소를 할 수 없었을 테니 지금보다 치아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을 건 불문가지.
이 정도라면 당연히 농양이 퍼져서 사망하는 수도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포스팅 정도로 사망률이 ㅎㄷㄷ하다면, 충치로 인한 농양 정도면 그냥 '있을 만한 수준'으로 생각했을 수도. 어차피 충치 때문에 사망하려면 적어도 30대 후반이나 40대 정도는 되어야 했을 텐데, 링크 포스팅에서 35세가 되면 단지 15%만 살아남는다. 그러니 충치도 '별반 대단한 사망 원인은 아니었을' 수 있다. 따라서, 진화적으로 치아를 더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압력이 그리 크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론할 수도 있다[2].
漁夫
[1] '빵'을 만들기 제일 좋은 것은 빵밀인데, 이것은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빵밀을 처음 보았을 때에야 인간의 식단에 들어왔기 때문에 수렵 채집민들은 아마 현재 우리가 아는 형태의 빵을 만들어 먹을 기회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2] 치아를 더 튼튼하게 만들려고 자원을 투자해 봐야 어차피 다른 요인 땜에 세상을 뜨니 낭비 아니겠나. 치아에서 이런 trade-off는 하나 더 있다. 바로 유치가 영구치보다 충치에 더 취약하다는 점이다. 어차피 몇 년 안 쓰고 버릴 테니까 말이다.
덧글
多翁의 얘기인즉;
"보통 대부분의 사람이 오른손잡이기 때문에 정면에 난 상처는 대개 왼편 앞, 도망갈 때 입은 상처는 대개 오른편 뒤에 생기게 마련이다... 목을 졸라 설골(舌骨)이 골절된 경우도 있는데, 가정 폭력이 있었다는 증거다"
Agatha Christy의 'Curtain'에서도 검시관이 '이마 한가운데를 쏘아 자살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하는 얘기가 나옵니다. 대개 오른편 관자놀이를 쏘게 마련이죠.
곪아서 구멍이 생길 정도면 얼마나 아팠을지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뭐 좀 곁길로 새는 느낌이지만, 권투의 스트레이트 식으로 맨손으로 앞니 부분을 정면으로 얻어맞을 경우 앞니가 나갈 수 있긴 하죠. 그런데 이렇게 정면으로 맞아선 의외로 사람이 잘 쓰러지지 않습니다. 가장 효과적으로 쓰러뜨리려면, 머리가 돌아가야 합니다. 제가 '원펀치, 쓰리 강냉이'로 검색해서 나온 http://pann.nate.com/video/205636872 동영상을 보면, 맞을 때 머리가 뒤로 회전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때 뇌는 두개골 안에서 강한 회전력을 받는데, 순간적으로 손상을 입으면서 '순간 기절' 식으로 잠시 통제력을 상실한다고 합니다...
위 앞니 뿐 아니라 다른 치아들도 비슷한 비율로 깨지거나 없어지거나 해야겠죠.
어부님 말씀처럼 왼쪽이라든지..
그러니 '자연이 좋다'라는 이쪽저쪽 선전을 들으면 걍 피식 웃고 말게 됩니다.
http://www.richardcarrier.info/lifetbl.html
(로마 시대 기대수명)
이를 참고하면 막 태어난 아이의 기대수명은 21세에 불과하지만 한 살을 넘기면 33세로 늘고 5세에 이르면 42세까지 기대수명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점을 고려하면 당시 유아사망률이 매우 높긴 했지만 5세를 넘겨 기본적인 면역력을 갖추면 40대까지는 생존이 가능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이런 점을 고려했을 테니 실제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평균수명은 40세가 넘었을 테고 50세를 넘어 사망하는 사람도 드물지 않았을 것이며, 이 경우 치성 농양은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p.s 평균 수명의 진행 양상을 보면 현대 사회에 와서 아무리 낙후된 사회라도 에이즈 같은 변수만 없으면 60대는 유지가 되더군요. 중국처럼 나름 인프라가 갖춰진 곳은 선진국과도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말씀처럼 알렉산더 대왕은 당시 평균수명보다 확실히 오래 살았는데도 그 당시 사람들마저 일찍 죽었다 할 정도죠. 이 gap 문제는 당시 사람들이 유아 사망을 아예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는 얘깁니다. 기록이 남아 있는 고대 시대의 사망률과 평균 수명을 추산할 때 가장 큰 문제가 엄청난 유아 사망은 기록에도 남지 않고, 심지어 묘지에서도 아주 어린 아이들은 드물게만 발굴된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