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크리스티앙 페라스 - 바이올린의 예술 [세계 최초 발매 EMI 레코딩 선집 13CD 한정판 박스세트]- ![]() 모차르트 (Wolfgang Amadeus Mozart) 외, 서전트 (Sir Malcolm/Warner Classics Warner Korea PWC13D-0011 (0503105984657) |
크리스티앙 페라스(Christian Ferras)는 미국과 러시아에서 성장기를 보냈던 연주자가 강세를 보여, 20세기에 상대적으로 그리 두드러지지 않았던 프랑스에서 느뵈 이후 가장 돋보였던 바이올리니스트입니다. 안타깝게도 정신적인 불안정성 때문에 성공이 그의 일생 동안 내내 길게 가지는 못했습니다만.
저 같은 일반 애호가들에게는, 우선 성음에서 내놓았던 몇 장을 빼놓을 수 없겠지요. 카라얀과 DG에서 협연한 베토벤(전 이것으로 베토벤 협주곡을 맨 처음 들었습니다), 브람스, 차이코프스키, 시벨리우스. 그리고 좀 드물게만 보입니다만 바르비제와 연주한 프랑크와 르쾨의 소나타(DG). 이 외엔 전무하다시피 했는데, 사실 그간 그의 음반이 CD 시절에 전혀 안 나온 건 아닙니다. 오히려 DG에서 카라얀 협연 외의 것들이 드물게만 나왔지(실내악도 은근히 있는데, 최근의 Brilliant set 전엔 아예 보기 힘들었습니다), EMI에서는 이래 저래 염가 발매들 사이에 흩어지긴 했어도 은근히 많이 나왔지요. 토르틀리에 박스에서 소개한 베토벤 소나타, 포레나 드뷔시 소나타 등등을 구할 수는 있었습니다. 체계적으로 찾기가 어려웠을 뿐이지요. 이 박스는 한 빵에 거의 전부 다 구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획입니다. 왜 '거의'라 썼는지는 뒤에 아실 수 있습니다. (그의 전 녹음을 그나마 좀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은 디스코그라피는 Jean-Michel Molkhou의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박스 외관은 전에 소개한 스타커 EMI 녹음과 비슷합니다. 단 LP 초반 사진이 뒤면에 작게 나와 있습니다.


[ 내용 ]
수록곡은 아래와 같습니다. 초반 사진은 popsike.com이나 ebay.com, classicalvinyl.com 등에서 가져왔습니다. 링크한 알라딘 페이지에 정보가 더 많이 나와 있으니 그 쪽도 보시길.
CD 1에는 모노랄 녹음인 프랑크와 포레 1번 소나타. 피아노는 물론 피에르 바르비제(Pierre Barbizet)가 맡았습니다. 1957년 5월 15~19일 파리 바그람 홀 녹음. 초반은 영국 HMV ALP 1666.

CD 2는 차이코프스키와 멘델스존의 협주곡. 콘스탄틴 실베스트리와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배경으로 HMV ASD 278로 발매. 1957년 6월 26~28일 런던 킹즈웨이 홀 녹음.

CD 3은 브루흐 1번과 랄로의 '스페인 교향곡'. HMV ASD 314. 발터 쥐스킨트 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배경으로 1958년 7월 25,26일 런던 킹즈웨이 홀 녹음.

CD 4~6은 베토벤 소나타 전집. 피아노는 바르비제. 프랑스 EMI 지사인 Pathé-Marconi에서 FALP 584~87의 4 LP box로 발매되었으며, 모노랄인데도 무지막지한 가격을 자랑. 1958년 11월 17~24일 파리 바그람 홀 녹음. 58년 11월인데도 왜 모노랄인지 대체 이해할 수 없습니다.

여담입니다만 표지 스타일로 보아 당시 레코드 표지 디자인을 많이 하던 Atelier Cassandre의 작품일 듯. Typography가 아주 보기 좋습니다.
CD 7은 바흐와 베토벤입니다. 먼저 예후디 메뉴힌과 연주한 바흐 2대의 바이올린 협주곡인데, 원래 아래처럼 메뉴힌이 1,2번 솔로를 다 맡은 레코드래서 페라스는 2대 협주곡만 연주. HMV ASD 346, 1959년 7월 8일 런던 킹즈웨이 홀 녹음.

여백에는 베테랑 맬컴 사전트와 로열 필과 연주한 베토벤 협주곡이 들어갔습니다. 영국 HMV의 ASD로는 발매되지 않고 Pathé-Marconi ASDF 210으로 나왔는데 상당히 보기 힘든 음반. 1959년 12월 8~10일 런던 킹즈웨이 홀 녹음.

CD 8은 모차르트의 협주곡 4,5번으로, 앙드레 반데르노트 지휘 파리 음악원 오케스트라가 배경. HMV ASD 427으로 1960년 9월 20일 파리 바그람 홀 녹음인데, 아주 보기 힘든 음반.


CD 9는 드뷔시의 소나타, 에네스코의 3번, 라벨의 '치간느'로 피아노는 바르비제. 1962년 5,6월 파리 바그람 홀 녹음. HMV ASD 531로 발매됐는데, 제가 알기로는 ASD 251~575의 'white and gold' label 중에도 비싸기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 합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100% 300만원 이상으로 거래될 녀석. 어디 인터넷 LP shop에서 구경하기도 어렵겠지만, 떴다면 틀림없이 '가격은 문의바람'이라 돼 있을 겁니다 ㅎㅎㅎ



CD 10은 브람스의 2중 협주곡 한 곡만 수록. 첼로는 폴 토르틀리에고, 클레츠키 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배경. 1962년 6월 22,23일 런던 킹즈웨이 홀 녹음. 초반은 HMV ASD 549로, 아래 보시듯이 베토벤 소나타 1번으로 여백을 채워 놓았습니다. 토르틀리에의 이 레파토리 첫 스테레오 녹음. 초반에서 모노랄로 스테레오 녹음의 여백을 채워 놓은 흔치 않은 사례.

CD 11은 베르크와 반도의 작품. 베르크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HMV ASD 572에서 가져왔습니다. 1963년 1월 파리 바그람 홀 녹음.


반도의 작품은 제가 여기서 물론 처음 들어 봅니다. 특히 '헝가리 협주곡(위 사진에서 보듯이 마쟈르 ....)'이라 제목을 붙인 것이 3악장에서 집시풍 피치카토 등이 들리네요. 비조성적인 부분과 조성이 뚜렷한 부분이 섞여 있는 절충주의 방식이니 저처럼 현대음악에 익숙치 않더라도 듣기에는 별 곤란은 없습니다.
이 CD에서 곡 선정에 약간 문제가 있다고밖에 할 수 없는 것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습니다만 ASD 572에 수록돼 있는 베르크의 실내 협주곡이 빠졌다는 점입니다. 당연히 페라스는 이 곡도 연주했는데 빠진 이유가 뭘지. 아래 레이블 보시듯이(from classicalvinyl.com) 확실히 출연했거든요. 앞 CD 10이 40분 이상 비어 있으니 들어가지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전에 CD로 나온 적도 있으니 그 때까지 master tape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지 말입니다.


이 CD에서 이상한 점이라면, 자주 '음이 눌려 찌그러지는 듯한' 소리가 들립니다. 순간적으로 음 하나가 주고, 좀 듣다 보면 또 그렇습니다. 바이올린 뿐 아니라 피아노도 마찬가지. 처음 들었을 땐 귀의 착각인가 했는데 세네 번 들었는데도 계속 이러니 특히 제가 잘못 듣지는 않은 모양. 다른 분들께서도 그렇게 느끼시는지는 모르겠네요. 특히 CD 재생면(뒷면)에서 흠 같은 것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이상하네요.
마지막 CD 13은 쇼송의 작품. 피아노, 바이올린과 현 4중주를 위한 협주곡 op.21과 '영원한 노래' op.37. Pathé-Marconi CVB 2117 발매. 1968년 1월 파리 바그람 홀 녹음.

근데, 희한한 점은 페라스가 출연 안 하는 가곡(1966년 9월 녹음)이 왜 실렸지? 전 무조건 새 레파토리 들어 본다면 OK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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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박스의 기획에서 가장 칭찬할 것이라면 아무래도 '전세계 최초 기획'이겠지요. 일본에서도 잘 못 하는 것을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있다는 것은 멜쿠스 박스에서 말했듯이 제 '덕질'을 위해선 '빅재미'가 틀림 없습니다. 이것만 해도 아쉬운 점을 다 덮을 만 합니다만.... 그래도 아쉬운 점은 얘기를 해야죠.
우선 떠오르는 문제점이라면 "왜 쇼송 가곡(페라스가 연주하지도 않은)은 들어가고 베르크 실내 협주곡은 빠졌어?"입니다. '페라스가 연주하여 발매한 LP에 들어간 내용은 그가 안 나온 곡이 들어 있더라도 다 수록한다'란 컨셉이었다면 - 멜쿠스 Archiv 박스는 분명히 이런 컨셉입니다 - 메뉴힌 솔로의 바흐 협주곡 1,2번도 집어넣었어야죠. 멜쿠스 박스에서도 Archiv에 남겨 놓은 solo 녹음이 일부 빠진 건 사실이지만, 빠진 음반은 벤칭어 지휘 텔레만 '식탁 음악' 2집이기 때문에 같이 집어넣긴 사실 약간 뭣했었죠. 아무튼 멜쿠스 박스는 '주역'인 바이올린 솔로 또는 지휘로 발매된 것들은 다 수록은 돼 있지 않냐고 말할 수는 있으니까 말입니다. 실내 협주곡이 빠진 것은 실수가 아니라면 무슨 사정이 있었다고밖엔 볼 수 없네요. 미발매인 프로코피에프 협주곡 1번까지 발굴해 주었다면 최고였을 텐데 이것까지 요구하긴 무리겠.... (물론 알라딘 제목이 '전집'이 아니라 '선집'으로 돼 있기는 하죠. 하지만 미발매인 프로코 1번을 빼면 그의 EMI 녹음 중 여기 수록 안 된 것은 베르크 실내 협주곡 뿐입니다. 어차피 별로 인기 있을 레파토린 아닙니다만 이거 구하려면 다른 발매 뒤져야 하나요??)
사소하게 하나 덧붙이자면, 어차피 LP 컨셉으로 나간다면 초반 발매 번호들을 같이 수록해 줘도 괜찮았을 텐데 말입니다. 하나하나 번호 찾기가 귀찮으니...... 안 sleeve 전체를 멜쿠스 박스처럼 LP 축소 재현하는 게 제일 좋았겠지만 안 될 사정이 있었다 하니 그건 아쉽더라도 접어야 하겠지요 -.-
漁夫
덧글
- 우리나라에서는 DG와 카라얀과의 협연으로만 알려져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감도...
- 수록곡/미수록곡의 문제는 저작권이나 마스터 테이프를 확보하지 못했거나 그런 것 같습니다.
초판 발매번호는 기록을 찾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겠구요.
- EMI 로고를 못 쓰는 이유가 그런 거였군요. 쩝...
2. 카라얀 협연 중엔 브람스하고 시벨리우스가 정평이 있는데 성음 음반으로 무지 많이 팔렸던 넘들이니 한 번 뒤져 봐야겠습니다. 얼마 전 프랑스에서 나왔던 DG/Decca 녹음 box를 구하기가 어렵거든요. 전 Brilliant box는 이미 있기 때문에 그냥 성음 협주곡들(베토벤, 브람스, 차이코프스키, 시벨리우스)이나 보충하죠 뭐. 차곱스는 있으니...
3. 저작권은 전부 EMI가 갖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을 리 없고, 초판 발매는 제가 여기 얻은 정보가 슬슬 두 시간 정도 인터넷질로 다 찾아낸 겁니다. 관계자가 초판 이미지를 사용하려 했다 말했을 정도라면 번호를 모를 리가 없죠.
4. 네, 못 쓰게 된 건 참 아쉽죠. 저 빨간 로고가 참 깔끔한데.
또 다시 배워갑니다 & 뽐뿌(..) 받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