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두아르트 멜쿠스 - 아르히프 녹음 선집 [20CD 박스세트 + 2013 인터뷰 수록 120p 부클릿]- ![]() 모차르트 (Wolfgang Amadeus Mozart) 외 작곡, 멜쿠스 (Eduard Melkus/Archiv) |
이 국내 발매 박스는 지금까지 제가 본 라이선스 CD 중 최고라고 뽑을 만 합니다. 아쉬운 점이 전혀 없을 만큼 완벽하진 않지만(구체적으로 뭣 때문에 제가 '완벽하다'라 말하지 않는지는 아래를 읽어 보시면 나옵니다) 낮은 가격을 감안하면 충분히 최고로 꼽을 수 있네요. 물론 이 말은 '연주가 최고'같은 주관적 얘기가 아니라, 선곡, 디자인, 해설에 들인 정성, remastering 등의 종합적인 세심함이 돋보인다는 것입니다. 아직 마이나르디 box를 보지 못해 약간 걸리지만 최소한 제가 본 중엔 최고입니다. 그리고 아직 CD 발매된 일이 없는 것도 여러 개 들어 있어서 가치를 더해 줍니다. 물론 일본에선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본 적 있는 것도 없고, 최소한 Tower Japan 검색으로는 별로 안 걸려 나오니 맞을 겁니다.
박스 외관은 모리니 세트 등과 마찬가지 스타일입니다만, 안쪽 개별 CD 슬리브 뒷면까지 일관되게 LP를 충실하게 복사했습니다.


해설 책자는 멜쿠스의 짧은 머릿말과 근래의 나이 든 사진, 사인으로 시작합니다. 물론 미발매 음원까지 들어간 이 박스 발매를 기쁘게 생각한다는 내용(영어, 일어, 한국어). 수록곡들의 정보, 그리고 현악기 쪽 전문가인 이준형 씨가 멜쿠스를 인터뷰한 9페이지 분량의 기록(영어, 한국어, 일어로 수록), 오리지널 LP 발매 때 멜쿠스 등이 수록한 28페이지 분량의 해설이 영어와 한국어로 들어갔습니다(음 일어 번역까진 좀 어려웠나요. 일본에도 파는데). 마지막 페이지는 '멜쿠스의 85세 생일에 헌정한다'고 돼 있네요. 그리고 Special thanks comment. 아쉽게도 몇 페이지에 뭐가 있다는 목차는 없습니다.
공들인 냄새가 물씬~ 한데(nice!) 아쉽게도 아래에서 보듯이 Original LP에 비하면 해설서로 옮기면서 좀 정보가 빠진 것이 있습니다. 원래 Archiv LP에 정보가 매우 많이 들어가는 건 저도 압니다만 이 정도로 공을 들였는데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죠. 18번 CD의 내용을 오리지널 LP와 비교해 보시면(쓸데 없이 제 지문이......)


위의 'Hohe Schule der Violine' LP에는 드물게도 상세한 악기 정보가 없는데(이 해설 중 바이올린은 André Klotz라고 말은 합니다만), 다른 것들을 보면 대개 들어가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 box set의 슬리브 앞뒷면은 모두 LP를 충실히 복제했기 때문에, 1970년대 초기 발매까지는 뒷면에 대개 악기나 판본 등의 정보가 들어가 있습니다. 아래 슬리브 스캔에서 뒷면에 그런 정보가 있는 넘들의 경우 앞면과 뒷면을 같이 올려 놓았습니다. 무엇보다 글씨가 너무 작아서 돋보기 없이 그냥 보려면 눈이 아프거든요. ㅠ.ㅠ 이렇게 스캔하면 저 뿐 아니라 여러분도 쉽게 볼 수 있지 않습니까.
CD 1은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2번과 2대의 바이올린 협주곡입니다. 멜쿠스가 1 바이올린과 지휘를 겸했습니다. 제 2 솔로를 맡은 Spiros Rantos는 저도 이름을 처음 들어 봅니다. 1971년 1월 빈의 카지도 최거니츠(Casino Zögernitz) 녹음. 2533 075.


CD 2,3은 바흐의 바이올린 소나타 전 6곡입니다. 1973/74년 파리의 블랑슈 가 에방젤릭 알르망드 교회 녹음으로 2708 032의 2LP box 발매. 몇 년 전 일본 발매 POCA-3083으로 국내에 풀렸을 때 (비싸서) 안 샀는데 지금 그냥 손에 들어오는군요(good luck!). 6번에 이전 판본의 악장 둘을 덧붙여서 7악장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흥미롭습니다. 저도 첨 들어 봤는데 특별히 수준이 떨어지지 않네요. 바흐 정도의 음악가가 대안으로 생각했을 정도니 뭐 그럴 리가.




CD 4,5번은 폴더 디자인으로 비버의 소나타입니다. 198 422~23 SAPM. 3년 전에 포스팅도 했었지요(link). 당시에 연주가들이 어떤 악기를 사용했는지는 제가 LP 해설을 볼 수 없어 전혀 알 수 없었는데, 다행히 이번 발매에서 뒷면을 재현해 준 덕에 해결되었습니다.


CD 6,7번은 코렐리 바이올린 소나타. 위게트 드레퓌스의 쳄발로 및 오르간, 샤이트의 류트 등이 같이 연주한 이 레코드는 등장할 때부터 거의 당장 정평을 얻었지요. 독특하게도 7번은 제미니아니가 콘체르토 그로소로 편곡한 판본을 사용했고, 빈 카펠라 아카데미카와 협연. 1972년 1/3월 빈의 쇤부르크 궁전 녹음. 2533 132와 133으로, 낱장 2장으로 나뉘어 발매. 코렐리 소나타 전곡은 이것밖에 갖고 있지 않습니다만, 저도 이 음반을 매우 좋아하며 바로크 독주곡 솔로 중에서는 꽤 자주 듣는 편입니다. 여기 등장하는 곡 중 하나가 18번 CD의 '코렐리 주제 변주곡'의 주제입니다.


아래가 이전 Galleria 시리즈 발매(source). 개인적으로는 Original LP jacket보다 이게 더 맘에 들긴 하죠.



CD 9,10은 핸델의 바이올린 소나타. 1968년 5월 빈의 쇤부르크 궁전 녹음으로 198 474/75 SAPM. CD로는 international 발매된 일이 없다네요(일본에서까진 모르겠습니다만). 코렐리 소나타에서 아주 다양한 콘티누오를 구사한 멜쿠스답게, 곡에 따라 콘티누오 편성이 아주 다채롭습니다. 슬리브 뒷면에도 표기되어 있지 않은 HWV 번호를 해설서에 넣어 준 점은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보통의 소나타 '전곡' CD는 op.1 중 바이올린 용의 6곡을 넣는 수가 많은데 - 수크/루지치코바의 Denon 녹음이나 그뤼미오/베이롱-라크르와의 Philips 녹음 - 이 box에는 10곡이나 들어 있다는 점에서도 좋습니다. 현대 악기 녹음들보다 멜쿠스의 이 녹음은 소리가 더 부드럽습니다. 제가 열거한 두 개도 물론 바이올린 솜씨는 나무랄 데 없습니다만 현대 악기 특성 때문인지 쳄발로 배경에서 바이올린이 좀 튀어나오는 느낌이 있죠.

이 폴더 디자인의 안쪽에 보면 Hans-Dieter Clausen과 멜쿠스 자신의 해설이 있는데 역시 해설서엔 후자밖에 실리지 않았네요. 전자를 스캔해서 옮깁니다.


한국어 해설에는 '하나키아 민속 음악'이라 되어 있습니다만, 아무리 찾아 보아도 Hanakia란 지명이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반면에 Hanak로 찾으면 터키가 바로 등장하고(텔레만이 터키를 의도하진 않았다고 생각합니다만 모차르트 '터키 행진곡'을 볼 때 속단은 금물이죠), Hanák와 bohemia로 찾으면 뭔가 많이 걸려 나오며, 레코드 자켓에는 불어가 Hanaque이므로 '하나크'로 옮기는 편이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해설서에는 해설이 수록되어 있지 않으므로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CD 12는 비발디의 류트 협주곡 2개와 트리오 2개. 1977년 1월 빈의 쇤부르크 궁전 녹음으로 2533 376. 류트 솔로는 콘라트 라고스닉으로, 멜쿠스는 트리오의 바이올린 솔로 및 협주곡의 지휘를 맡고 있습니다. 처음 등장하는 D장조는 비발디의 류트 협주곡 중 가장 인기가 있으며(아마도 유장한 2악장 탓이 크겠지요) 기타로도 많이 연주됩니다.



전에는 주로 플루트 솔로와 쳄발로 반주 녹음이 main이었습니다만 - 랑팔의 Discophiles Français와 Erato 두 녹음, 막상스 라리외의 Denon 녹음이 모두 베이롱-라크르와의 쳄발로임 - 이렇게 다양한 악기를 동원한 음반은 처음 만나 봅니다. 오보에, 리코더/플룻, 바이올린, 그리고 허디-거디가 솔로로 등장합니다. 첫머리에서 플루트 소리만 기대하고 있다가 깜작 놀랐습니다 ;-)
멜쿠스의 바이올린 외에 린데의 플루트/레코더, 드레퓌스의 쳄발로 등이 참가하여 1972년 1월 빈 쇤브루크 궁전 녹음. 2533 117.




한 4년 쯤 전 우연히 이 음반의 모노랄 version(14 366 APM)을 갖게 되어, 이 기회에 자켓 및 이 CD box의 해설서에 수록되지 않은 세 작곡가의 소개 부분을 같이 올립니다.



자클린느 뒤 프레 덕에 몬의 첼로 협주곡 g단조를 들으신 분이 많으실 것입니다(만약 그녀의 하이든처럼 연주했다면 굳이 사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슈토르크는 DGG/Archiv 초기에 쇼팽 소나타를 녹음하는 등 고전파와 그 이전에 국한되지 않은 레파토리를 다루는 첼리스트였지요. 연주는 비르투오조 스타일은 아니어도 견실한 독일의 첼리스트 답습니다. 바겐자일 작품은 쳄발로 소협주곡 및 오보에와 버순을 위한 협주곡인데, 제가 못 듣던 곡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좋습니다만 그냥 첼로 협주곡을 커플링으로 삼았으면 어떨까 싶네요.





모두 현대 악기 연주자들이 사랑하며 자주 연주하지만, 현대 악기와 연주회장에 맞춰지면서 편곡 또는 가필이 일어나 '익숙한 형태'는 원전(만약 있다면) 또는 가장 오래된 악보에 비해 많이 변한 것입니다. 샤콘느는 Charlier 판본을 쓴 셰링의 두 가지 연주(RCA version), 타르티니 변주곡은 크라이슬러가 몇 개 골라 편곡한 간결한 판본(드물게 프란세스카티 판본을 쓰는 사람도 있죠. 물론 프란세스카티 본인의 녹음과 위에 링크한 셰링의 RCA 녹음으로, 선택한 변주가 크라이슬러와는 다릅니다), '악마의 트릴'은 다비트나 요아힘 등 명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쓴 판본 등을 들 수 있겠지요. 멜쿠스가 해설에서 썼듯이 낭만주의 시대에 이런 형태로 소개한 사람의 공적을 잊을 수 없지만, 원래 형태를 들어보는 것은 이해에 큰 도움이 됩니다. 제 귀에도 약간 심심하게 들리긴 합니다만. 하하. 멜쿠스가 '크라이슬러의 편곡과 원곡의 더 많은 변주들을 비교하는 것은 지극히 가치 있는 작업이었다'라 말한 것은 제게는 상당히 놀랍네요.
이 레코드에 등장하는 사람 중 가장 뜻밖이고 재미있는 인물은 쳄발로, 피아노포르테, 오르간 콘티누오를 맡은 Lionel Salter입니다. 아마 대부분의 애호가들은 '레코드 해설 쓰는 사람'으로 아시겠지요.


CD 19는 멜쿠스가 지휘를 맡은 C.P.E.바흐의 건반악기 협주곡들. 1970년 10월 빈 카지노 최거니츠 녹음으로 2533 078 발매. C.P.E. 바흐의 2대의 건반악기 협주곡 중 음악사 등에 자주 등장하는 '쳄발로와 피아노포르테를 위한 협주곡'은 여기 수록된 곡인 F장조가 아니라 E flat 장조의 곡이긴 합니다만, 이 F장조도 그렇게 연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단 이 녹음은 두 대의 피아노포르테를 선택했기 때문에 그 차이를 직접 느낄 수는 없죠.
C.P.E.바흐의 협주곡은 그 큰 규모를 위시하여 전체적인 느낌이 완연히 고전파 풍인데, 단 모차르트의 협주곡에서 보듯이 아직 협주곡풍 소나타 형식이 완전히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1악장이 2악장에 비해 규모가 좀 작게 느껴질 것입니다. 2곡의 소나티나 중 Wq.107은 사실 '실내악'에 가까운 편성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만, Wq.109는 원래 18개 악기 편성이라 이렇게 보긴 좀 애매.


CD 20은 미공개 음원 및 텔레만 '충실한 음악의 스승(Der getreue Music-Meister)' 중 멜쿠스가 솔로로 등장한 몇 곡입니다. 미공개 음원은 에디트 마티스가 출연한 모차르트 아리아 2곡 및 바흐 바이올린과 오보에 협주곡(2대 쳄발로 협주곡에서 복원)입니다. 오보 솔로는 하인츠 홀리거로, Phililps에서 전속으로 뛰기 전후에 DG/Archiv에 몇 장 녹음이 있죠. 1974년 빈 녹음이라는데 모두 모노랄인 것으로 보면 - 이 시기에는 모노랄 버젼 발매는 모두 사라진 뒤죠 - 애초에 레코드로 만들 목적으로 녹음했다고 보기는 좀 힘듭니다. 어쨌건 '충실한 음악의 스승' 음반도 지금은 CD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으니 미발매 녹음과 함께 보너스로는 좋은 선택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남는 시간에 텔레만의 '식탁 음악' 2권에서 멜쿠스의 솔로 곡들을 더 수록했으면 어떨까 합니다. (어차피 저야 다 갖고 있으니 상관없습니다만 ㅎㅎ)



Archiv의 The Originals 디자인(아래)와 비교한다면 좀 밋밋해 보이긴 합니다. 하하.


물론 7자리 후기 레이블에서는 가장자리의 푸른 선이 없긴 합니다만... 그래도 '선 있는' 편이 더 익숙하죠. ㅋㅋ
==============
제가 좀 놀라면서도 흐뭇했던 점이라면, 이 box 발매를 처음 안 것은 알라딘 등의 국내 인터넷 서점 늬우스가 아니라 일본 타워 레코드 안내였습니다(이 음반은 일본 HMV엔 없습니다. 무려 타워 레코드 독점판매). 한국 라이선스가 요즘은 나오자마자 바로 일본에서도 팔리기 때문에 좋은 기획이라면 일본도 시장으로 노릴 수 있으며, 실제 이 음반 내지엔 일어 번역이 있습니다. 일본 수요까지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이 정도의 기획은 아예 불가능하겠지요. 이런 식으로 지속적으로 라이선스도 수준이 올라가기 기대합니다.
漁夫
덧글
전 따끈한 신녹음 CD보다 거의 재발매만 다루다 보니 이런 거 지속적으로 쓰긴 힘들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