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28 23:58

'배추무'를 시도한 얘기 Views by Engineer

  식물에서는 배수체(여기서는 '정상적'인 2배체 이상을 의미)가 의외로 대단히 흔하다.  여기서는 단지 유전자 배수가 늘기만 한 경우와, 빵밀처럼 이종 간 잡종으로 배수성을 획득한 두 가지 경우가 있다.  동물에서는 상대적으로 드문데, 특히 파충류 이후로는 매우 드물어서 예외적으로 흔한 도마뱀 종류들을 빼면 포유류에서 박쥐 한 종밖에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가 씨 없는 바나나를 먹을 수 있는 이유도 이들이 3배체라서 정상적 생식 접합자들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식물에서 이종 간 잡종이 흔하다는 것을 이용하여, 땅 위와 속에 각각 작물의 열매를 맺게 만들겠다는 착안은 상당히 오래 되었다.  일반인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아마
pomato일 텐데, 안타깝게도 pomato는 현재 씨를 뿌려 키울 수 없다는 것으로 보아 유전자 수준에서 융합되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면 실제 유전자 수준에서 융합된 경우가 있을까?  네. ^^;;

  게오르기 카르페첸코(Georgii Karpechenko)는 1920년대에 실험적으로 배수체들을 창성하였다.  예전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배추(Brassica oleracea, 2n=18)와 무(Raphanus sativa, 2n=18)는 중요한 작물로서 배추는 잎을 이용하고 무는 뿌리를 이용하였다.  카르페첸코는 배추 잎과 무 뿌리를 가지는 식물을 만들어 허비되는 식물부위가 없는 잡종을 만들고자 하였다.  두 식물 모두 18개의 염색체를 가지므로 카르페첸코는 이들을 성공적으로 교배하여 2n=18의 염색체를 갖는 잡종을 만들었지만 이것은 불행히도 불임이었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카르페첸코는 종자를 맺을 수 있는 잡종 식물 몇 개를 획득할 수 있었다.  이를 심었을 때 생성된 식물은 가임성(fertile)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의 염색체 구성을 분석한 결과 이질사배체로서 2n=36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Genetics - a conceptual approach(유전학의 이해, 개념과 원리; 제 3판)', Benjamin A. Pierce, 라이프사이언스 刊, 전상학 외 역, p.252~53

  그런데........

  그러나 카르페첸코에게는 매우 실망스럽게도 이들 잡종들은 배추 뿌리와 무 잎을 가지고 있었다.

- Ibid., p.253


  漁夫

  ps. 카르페첸코에게 일어난 뒷얘기.  독일과 영국 학자들과도 연구한 것이 빌미가 되어 NKVD의 주목을.... 
  ps. 2. 버나드 쇼가 아니라 아나톨 프랑스였다고 함.

덧글

  • RuBisCO 2013/07/29 00:00 # 답글

    원래 생물이 뜻대로 잘 되질 않죠잉...
  • 漁夫 2013/07/29 18:41 #

    하하, 그렇지요. 아주 고전적인 얘기가 있긴 합니다.

    근데 일반인에겐 '쥬라기 공원'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하네요. 맞는 얘기거든요.
  • 채널 2nd™ 2013/07/29 00:20 # 답글

    이쪽으로 가려고 했는데, 정작 피실험체는 저쪽으로 갔군요.

    요즘도 포마토라든가 무배추라든가에 '매진'하는 식물학자들이 있나요? <-- 동물학자 중에는 황우석이 있다고 들었지만...........
  • 漁夫 2013/07/29 18:42 #

    생물이 말 잘 안 듣기로 유명하죠.

    전 이 분야 업계인이 아니라 누가 그런 일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Niveus 2013/07/29 00:31 # 답글

    그게 그렇게 쉬우면 지금쯤 별의 별게 다 나와있겠죠(...)
  • 漁夫 2013/07/29 18:42 #

    하하, 그렇지요.
  • 긁적 2013/07/29 00:43 # 답글

    ................. 오호 통재라. 애통하고 애통하도다.....
  • 漁夫 2013/07/29 18:42 #

    ㅋㅋㅋㅋㅋㅋㅋㅋ

    ps.엔 애도를........
  • Leia-Heron 2013/07/29 01:01 # 답글

    으허허헣허ㅓㅋㅋㅋㅋ

    여튼 저런 경우 보면 새삼 종이라는 개념이 완전할수는 없구나 싶습니다.
  • 漁夫 2013/07/29 18:43 #

    종이란 개념이 의외로 깔끔하게 정의하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유전학적으로는 '한 pool을 구성하는 집단'이란 말이 대략 맞을 텐데, 이것도 이종 교배 때문에 문제가 많긴 마찬가지죠.
  • net진보 2013/07/29 01:29 # 답글

    그리고보니 요즘 종자회사들이 선진국 모회사 종자가 불임이라는 이야기도 저런 특성을 이용해서 ...먼산...종자를 민들었기대문인가보군요.
  • 漁夫 2013/07/29 18:46 #

    http://www.ahaeconomy.com/index3.html?page=news/flypage2&cid=35&nid=8290&offset=0 이거 말씀이시군요.

    제가 전에 얘기한 적도 있습니다만, 특히 수컷이 알아서 고자가 되는 넘들이 많습니다. 미토콘드리아와 핵 유전자의 싸움으로 설명했었지요.
  • Ladcin 2013/07/29 07:17 # 답글

    하..함정카드(...)
  • 漁夫 2013/07/29 18:46 #

    'You activated my trap card' (by NKVD)
  • 스카이호크 2013/07/29 08:28 # 답글

    실험 실패한 것도 열 뻗치는데 NKVD까지(...)
  • 漁夫 2013/07/29 18:46 #

    그저 한숨만.....
  • BigTrain 2013/07/29 11:20 # 답글

    위키를 보니 그냥 사형당하셨네요.. 하긴 저 때 리센코주의자들의 횡행이 극에 달한 시점이었으니.

    그 대가로 냉전기 소련은 미국 밀에 기대어 연명하게 됐으니 어딜가나 정치권에 기댄 사이비 과학자들의 폐해란 크고 깊습니다.
  • 漁夫 2013/07/29 18:47 #

    당시 소련은 국내외로 흉흉하긴 했습니다만, 과학 기술자 죽인 건 정말 미친 짓이죠.
  • 일화 2013/07/29 11:26 # 답글

    역시 세상일은 뜻대로 안되는 것이 십중 팔구라...
  • 漁夫 2013/07/29 18:47 #

    뜻대로 안 되죠.......
  • 淸嵐☆ 2013/07/29 13:43 # 답글

    눈에서 물만 주륵주륵 ㅠㅠㅠㅠ
  • 漁夫 2013/07/29 18:47 #

    카르페첸코 자신은 기분이 어땠겠습니까. 흑.
  • 위장효과 2013/07/29 16:31 # 답글

    진짜 버너드 쇼와 던컨의 이야기네요.

    후일담이 더 ㅎㄷㄷㄷ 하군요. 하필이면 루뱐카 호텔 특별 초청권 발급 목록에 오르시다니...

    좀 딴 소리지만 버너드 쇼 처럼 거절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나하고 결혼할 여자는 없소. 나에게 매력을 느낄 여자도 없겠지만 그런 여자가 있다면 내가 사절이요!"도 한 방법일듯...
  • 漁夫 2013/07/29 18:51 #

    네 현실에 뜬 쇼와 던컨의 '동화'죠 ㅎㅎㅎ

    당시 저런 짓을 한 소련 당국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정말 나쁜 넘들이지요....
  • Minowski 2013/07/30 09:05 # 삭제 답글

    뭔가 머피의 법칙 유전공학편.......이라는 느낌......
  • 漁夫 2013/07/30 09:35 #

    하하하 ;-)
  • 검은하늘 2013/08/02 00:40 # 답글

    포마토는 고등학교 생명과학 끄트머리에 배우는 생명공학에 소개되는 물건이죠.

    뜻대로 안된다는 생물을 응용한 생명정보학, 생명공학, 컴퓨터공학을 전공할 계획을 잡고 있습니다...(?!)
  • 漁夫 2013/08/03 00:12 #

    하하하.

    그래도 생명 쪽은 참 매력적이긴 합니다. 그만큼 복잡하긴 합니다만.......
  • 오오 2013/08/02 04:13 # 답글

    무 잎은 김치 담그거나 국끓이면 맛있고, 배추 뿌리도 국끓이면...--;
  • 漁夫 2013/08/03 00:13 #

    .... 배추 뿌리는 좀 아니지 않나요.....
  • 오오 2013/08/03 00:41 #

    그래서 저도 쓰다가 '...' 가 나와버렸어요...
  • 누군가의친구 2013/08/05 15:52 # 답글

  • 漁夫 2013/08/06 22:02 #

    ㅋㅋㅋㅋㅋㅋ
  • 염색체 증가 2014/06/25 17:55 # 삭제 답글

    배수체가 불가능하다면 어떻게 동물 계통의 생물들은 염색체 수가 늘어날 수 있었죠?
  • 漁夫 2014/06/25 21:39 #

    드물지만 전혀 없는 건 아닐 겁니다.

    조금 더 가능성 있는 것은 말의 사례죠. 말이 그 선조인 Przewalski horse에서 말로 되면서 염색체 수가 66개에서 64개로 줄었는데, 그 과정은 염색체 2개가 1개로 붙어 전체 염색체 수가 65개로 되었다가 이런 개체가 염색체 수가 32/33개인 접합자를 만들고 이것이 자손에 전파되어 굳어졌다고 합니다. 인간도 침팬지에 대해 2개가 적습니다. '붙지'않고 염색체 하나가 쪼개질 경우, 같은 방식으로 염색체 수가 증가할 수 있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내부 포스팅 검색(by Google)

Loading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화이트)

833

통계 위젯 (화이트)

653
367
12890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