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16 19:15

부성 불확실성(paternity uncertainty)과 양육 투자(parental investment); 체내수정 Evolutionary theory

  부성 불확실성(paternity uncertainty)과 양육 투자(parental investment); 체외수정의 후속.

  그러면 체외수정이 아니라고 무조건 수컷 양육이 발달할 수 없는가?  사람의 사례를 보더라도 그렇지 않다.  이 포스팅에서는 체내 수정의 특징 및 그것이 수컷 양육의 저울추를 어느 편으로 기울게 하는지, 그리도 어떤 다른 영향 요인이 있는지를 간단히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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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내 수정이 수컷에게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多翁의 쌈빡한 요약은


  그러나 사람의 남성을 비롯하여 체내 수정(암컷의 몸 안에 있는 알에 수정하는 방식)을 하는 동물의 수컷은 속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자신의 정자가 암컷의 몸 속에 들어간 것과, 후에 그 곳에서 자식이 나오는 것을 보고 자기 자식이라는 것을 짐작할 뿐이다.

 - 'The third chimpanzee(제 3의 침팬지)', Jared Diamond, 문학사상사, 김정흠 역, p.157

  그러면 수컷에게 그다지 좋다고만 볼 수 없는 체내 수정이 왜 나타났는가?  개인 의견일 뿐이지만, 사람과 같은 큰 단독 생활 동물에게서 체내 수정이 나타난 이유는 앞 포스팅에서 말했듯이 육지의 건조 환경에 대응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양막류(파충류/조류, 포유류)가 해낸 일이 건조 환경 진출이다.  알을 딱딱한 껍질이 둘러싸고 있으니, 근본적으로 체외 수정이 가능하지 않다. 
  그러면 곤충은 어떤가?  곤충도 건조 환경에 잘 적응해 살며, 양막류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은 체내 수정을 한다. 무양막류에서는 일부 난태생 종들이(가령 많은 상어들) 체내 수정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가장 특이한 예로는 기생충들인데, 몇 사례에서 체내 수정을 한다[1].  그 이유는 접합자들이 이동하는 중에 숙주의 면역 체계에 공격받지 않기 위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성체는 여러 수단을 써서 숙주의 감시를 피할 수 있더라도 생식 접합자까지 그렇게 정교한 수단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고, 그렇다면 체내 수정이 더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일반적으로 이들의 양육 행동은 어떤가?  전반적으로 파충류의 수컷은 양육 투자 수준이 높지 않은데 반해[2], 조류는 꽤 높은 편이다.  포유류까지 넣으면, 셋 중 평균적으로 가장 수컷의 양육 투자가 많은 것은 조류다.  사실 이 차이를 설명하기도 그리 쉽지 않은데, 파충류와 조류는 모두 산란(or 출생) 전에 암컷이 투자하는 비용에서 포유류보다는 (비슷한 정도로) 낮기 때문이다.  역시 多翁의 설명을 빌어 오면

  그러나 어떤 새 암컷도 포유류의 암컷이 체내 수정된 배아에 투자한 것보다 많은(sic) 투자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발달 중에 있는 어린 새는 매우 이른 시기에 어미의 몸 밖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가장 덜 발달된 채로 태어나는 포유류와 비교하더라도 조류의 새끼가 훨씬 더 이른 시기에 태어난다고 볼 수 있다.  새끼가 어미의 체외에서 발달되는 시간 - 이론적으로 볼 때 어미와 아비가 공동의 양육 책임을 갖는 시간 - 을 어미의 체내에서 발달되는 시간에 대한 비로 나타낼 때 그 값은 조류의 경우가 포유류의 경우보다 훨씬 더 크다.  어떤 어미 새의 임신 기간 - 알을 형성하는 시간 - 도 인간의 아홉 달은 고사하고 포유류의 가장 짧은 임신 기간인 12일에[3] 근접하지 못한다.

- 'Why sex is fun(섹스의 진화)', Jared Diamond, 사이언스북스, 임지원 역, p.117

  조류가 이렇다면 아마 평균적인 파충류도 크게 다를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조류는 수컷이 양육에 참여하고 명목상 '일부일처'인 경우가 90%에 근접하는데, 파충류는 전혀 그렇지 않다.  둘이 다른 점이라면 온혈과 냉혈성에 따른 에너지 요구량 차이인데, 잘 알려져 있듯이 파충류들은 먹이 소모량이 조류/포유류보다 훨씬 낮다(대사율이 낮기 때문이다).  특히 새끼의 경우 체표면적이 넓기 때문에, 일정 체온을 유지하려면 성숙한 후보다 체중당 훨씬 많이 먹어야 한다.  물론 성장하면서 몸이 커지려면 새끼가 어미보다는 에너지 요구량이 클 수밖에 없지만, 온혈 동물은 냉혈 동물보다 체온 유지란 덤이 붙는다.  여기서 근본적으로 온혈동물은 부모의 양육 필요성이 파충류보다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즉, 조류가 파충류보다 훨씬 부모 양육 수준이 높은 상당 이유는 개인적으로는 이 먹이 공급 문제 때문이라 생각한다.  조류에서 단지 암컷만이 아니라 수컷도 많이 양육에 참여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출생 전 암컷의 투자가 포유류보다는 낮기 때문이다.[4]

  포유류의 적어도 반 이상은 수컷이 아무 도움도 주지 않으며, 고릴라처럼 일부다처제로 수컷이 보호를 제공하는 종까지 넣더라도 10% 될까말까...  일부일처제가 대다수인 종이 단지 3% 부근밖에 되지 않으며 인간은 그 중 몇 안 되는 예외다.  온혈동물이 파충류보다 부모의 양육 요구 수준은 높지만, 포유류는 대부분을 암컷이 떠맡는다.  그러면 수컷의 양육을 촉진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앞 포스팅에서 다소 언급했지만, 새와 포유류에서는 몇 예외를 빼고는 일회 생식(한 번 번식하고 죽는 것)은 드물다.  아래의 Antechinus 속은 이 예외에 속한다(source).

  이 녀석들은 호주에 사는 작은 (유대류) 주머니쥐라 볼 수 있다.  번식기가 되면 수컷은 테스토스테론을 폭발적으로 분비하며 짧은 짝짓기 기간 후에 면역 체계가 망가져 죽는다.[5]  새끼들을 키우는 것은 전적으로 암컷의 몫인데, 암컷들도 대개는 새끼를 이유시킨 후 죽으며 다음 번식기를 볼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포유류에서는 이렇게 일회 생식이 있다고 해도, 아직 조류에서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즉 조류와 포유류들의 대부분이 한 번 이상 번식을 할 수 있다면, 최소 한 번 이상 암수 모두 양육에 투자할 시간과 에너지는 충분하다는 얘기다.  여기서 수컷이 양육에 참여하는 정도에는 여러 요인이 있는데, 꽤 잘 알려진 요인들만 요약하면

  1) 새끼가 태어날 때의 성숙 정도; 당연히 새끼가 미성숙할수록 부모 부담은 크고, 수컷이 양육에 참여할수록 새끼의 생존률
     이 올라갈 것이다.  많은 새들과 사람이 이 이유로 수컷 양육이 진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앞 포스팅에서 언급한 것처럼,
     새끼가 세상에 나올 때 성숙한 정도가 크면 양육 부담은 줄어드는데, 포유류는 일단 젖을 먹여야 한다는 제한 조건이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암컷은 어느 정도 양육을 할 수밖에 없다.  반면 조류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전적으로 수컷이 양육하거
     나 어느 편에서도 양육을 하지 않는 경우마저 나타난다.[6]

  2) 암컷들의 분산 정도; 많은 포유류들의 경우 수컷은 양육에 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암컷은 수컷에 그리 신경쓰지 않고 먹이
     분포에 따라 분산될 수 있다.  암컷의 분포 양상에 따라 수컷은 많은 암컷을 관리할 수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아래 그림은 암컷의 분포 양상에 따라 대략 그림을 그려 본 것이다.  사실 이 네 가지는 유인원 네 종류가 모델이다.
       ⓐ의 경우, 최소한의 먹이 확보에 필요한 공간이 크기 때문에 암컷이 꽤 많이 떨어져 있다.  이 경우 수컷이 한 마리 이
     상의 암컷을 통제하기가 어렵다.  반면 ⓑ에서는 가능하며, ⓒ에서는 암컷이 꽤 좁은 지역에 밀집되어 있는데 이는 먹이
     가 한정된 지역에 존재하지만 그 지역에서는 아주 풍부한 경우다.  마지막으로 ⓓ에서는, 먹이가 산발적으로 여기저
     기 나타나지만 일단 먹이를 발견하면 꽤 풍부한 경우다.  암컷이 떼를 지어 꽤 많이 돌아다닐 수 있는 환경이다.
       
       이런 환경의 결과 나타나는 수컷의 행동 양식은 아래와 같다.  독자 여러분은 어떤 그림이 어느 종에 해당하는지 금방
    확인하실 수 있을 것이다.  파란 실선이 특정한 수컷의 영역 범위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여기 보이는 모든 종들에서 수컷이 특별히 양육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
      와 ⓒ처럼 수컷이 다른 암컷 찾아 돌아다니지 않더라도 그렇다.  그러면 이들은 왜 다른 암컷 꽁무니를 따라다니지 않고
      자신의 짝인 암컷(들) 주변에 머무는가?  그 이유는 영아 살해(infanticide)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보호도 양육으로 볼
      수 있을 테니, 암튼 이 수컷들은 새끼에게 시간이란 자원을 투자한다고 간주할 수 있다.

        이 두 번째의 '암컷 영역' 모델은 포유류 중 영양/사슴과 원숭이들의 거동을 잘 설명한다고 알려져 있다.  

      3) 진화적 계통수(phylogeny); 진화되어 나온 조상의 짝짓기 양식에 따라 같은 환경에서도 취할 수 있는 길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익숙한 대상인 사람을 생각해 볼 때, 대체로 사람과 침팬지의 공통 조상에서는 고릴라처럼 일부다처제였다
        고들 한다.[7]  여기서 어떤 과정으로 현재 사람의 (대체로) 일부일처제가 정착했을까?  
          질문은 쉽지만 답은 어렵다.  역시 결핵
 
  여기서 보듯, 수컷 양육의 동력은 복잡하며 부성 불확실성은 그 게임의 한 가지 요소다.  하나 궁금한 점이, 사람의 경우 앞으로는 어떨까?  점점 더 많은 아이들이 혼인 관계 외에서 태어나는 선진국의 상황을 볼 때 더 이상 남자가 아이를 신경쓰지 않게 될까?  아니면 친자 확인이 쉬워지기 때문에 투자를 늘릴까?

  漁夫

[1] 주혈흡충은 그냥 놓아 두면 평생 일부일처제다(
link).  byontae님의 이 포스팅을 보면 일부일처제의 동력에 다른 하나를 더 언급하고 있는데, 사실 좀 애매하기 때문에 이 포스팅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2] 파충류는 평균적으로 암컷도 알을 잘 돌보지 않는 편이다.(
link)
[3] 밴디쿠트(
bandicoot)가 임신 기간 12~15일로 알려져 있다.
[4] 조류에서는 수컷이 전적으로 양육을 떠맡는 예가 꽤 많은데, 대부분 지상에 둥지를 트는 새들에서 발견된다.  이 중 일처다부제(polyandry)가 나타나기도 한다(
포스팅).  포유류에서는 이런 '암컷 하렘'은 물론이거니와 수유가 끝난 후 암컷이 살아 있는데도 수컷이 전적으로 양육을 떠맡는 예는 사람 외에는 - 뭐, 사람에서도 흔치 않지만 - 발견된 경우가 없다.
[5] 노화에 관한 포스팅에서 성호르몬이 수명을 줄인다는 얘기가 기억나시는가?(link)
[6] 뉴기니의 브러쉬 칠면조(brush turkey; megapode)는 어느 편에서도 양육하지 않는다.
[7] 증거가 많은 듯하진 않지만 골격의 자웅 이형(sexual dimorphism)을 갖고 추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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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일화 2013/07/16 22:19 # 답글

    역시나 이번에도 동양방송(결핵)이 기대되는 군요. 현대로 올 수록 일부일처제가 강화되어 가는 듯한 것을 보면 역시 양육비용의 증가가 주된 동인일 듯 한데 말이죠.
  • 漁夫 2013/07/18 09:59 #

    현대 OECD 사회가 인간 역사상 가장 일부일처성이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혼외 출산 빈도가 의미 없는 수준은 아닙니다만.

    그런데 여기엔 또 하나의 경향이 숨어 있습니다. 결혼 자체를 덜 하는 경향이죠...
  • 데미 2013/07/17 12:24 # 답글

    본문 역시 정말 재밌게 잘 읽었고, 옛날 글 링크된것들(일처다부제 부터;) 계속 타고 올라가서 쭉 읽었어요. 근데 옛날 글로 갈수록 말투가 부드러워지는 경향이! 조은데여?
  • 漁夫 2013/07/18 10:00 #

    부분적으로는 이 포스팅이 그리 잘 계획되지 않았다는 점이 말투가 딱딱해 보이는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안 올릴까 하다 걍 올렸거든요.
  • Minowski 2013/07/18 09:14 # 삭제 답글

    ~남자가 아이에 신경쓰지 않게 될까? ~ 투자를 늘릴까?

    근데 현실은 양쪽 다 출산과 양육에 관심을 갖지 않게되고, 결국 정부가 양육을 책임지고 출산을 유도하는 체제를 변화해야한다고 하는 듯...
  • 漁夫 2013/07/18 12:25 #

    '잘 살수록' 양육 및 교육 투자가 크기 때문에 아이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은 (정확히 말하면 전처럼 아이를 많이 낳을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전세계 공통의 현상이긴 합니다. 경제적으로도 아이 수가 줄어든다는 데는 문제가 많기 때문에, 현재처럼 양육 비용을 부모에게 전가하는 체제가 문제라는 생각을 품은 사람도 늘어나긴 하지요...

    전 어느 편이 바람직하다 아니다를 떠나서, 공돌이라 '비용이 적정할까'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하하.
  • GradDivCur 2013/07/20 12:33 # 삭제

    유럽 선진국들은 양육 비용을 국가에서 대부분 부담합니다. 하지만 출생률은 아주 낮습니다. 비용 부담이 문제라기엔 이런 반례가 있습니다.
  • 모모 2013/07/18 10:55 # 답글

    Prairie Vole (프레리 들쥐) 은 일부일처제죠. 덕분에 뇌과학자들이 이성 간의 관계를 연구하고 싶을 때 많이 씁니다. 특히 부성적 행동(paternal behavior) 연구할 때 유용하죠.
  • 漁夫 2013/07/18 12:27 #

    네 옥시토신(바소프레신이었나...) 연구에 아주 유용하게 쓰인 녀석이지요. ^^;;

    쥐들은 일부다처제도 흔한데, 프레리가 어떻게 일부일처제로 정착했는지 저도 궁금은 합니다만 그 녀석이 사는 생태적 환경을 잘 몰라서...
  • 2013/08/05 15:23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漁夫 2013/08/07 00:29 #

    답 드렸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_ _)
  • 2013/08/05 15:52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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