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렇게 놓고 보면 왜 그리 중요한지 알기 어렵지요. 좀 설명이 필요합니다.
위의 식에서 z는 개체의 어떤 특성을 의미합니다. 즉 가장 넓은 의미로는 개체가 살아남아 자손을 총체적으로 얼마나 남기는가의 적합도(fitness)가 될 수도 있고, 겸상 적혈구 빈혈증 등의 특징이 될 수도 있지요. w는 해당 개체의 자손의 수, w bar(문자의 위의 bar는 이 편집기에서 쓰기 귀찮으니 bold체 w로 쓰겠습니다)는 해당 개체와 같은 세대 개체들이 갖는 자손 수의 평균입니다.
* w/w ; 개체들이 여럿 있는 집단에서, '해당 개체가 갖는 자식 수 / (같은 세대의) 개체 평균 자식 수'
물론 (번식 연령에 도달하는) 자식 수가 많을수록 성공적입니다. 전통적으로 개체의 적합도는 바로 이렇게 정의.
* Δz ; z란 특성의 평균이 해당 개체와 다음 세대의 개체들에서 변화하는 정도.
* cov (covariance) ; '공분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cov(x, y)는 x, y란 두 변수가 같이 변화하는 정도며, 정의는
cov(x, y) = E(xy) - E(x)E(y) 입니다. (참고; Wikipedia의 covariance)
이 정의상, cov(x, x) = var(x) 가 됩니다. 여기서 var는 변수의 분산(variance)입니다.
* E (expectation) ; 물론 '산술평균(기대값)' 입니다.
자 그러면 이 식을 설명하면
특성의 평균이 다음 세대에서 변하는 정도 = 적합도와 특성이 같이 변하는 정도 + 특성과 적합도의 곱의 평균
이라 간단히 말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변의 첫 항(공분산)은 '자연 선택이 이 특성을 선호하는 정도'입니다. 해당 특성이 자연 선택의 방향과 완전히 똑같으면 다음 세대에서 이 특성은 당연히 가장 크게 증가할 것이며, 완전히 반대라면 이 특성은 가장 크게 감소할 것입니다(minus 부호가 될 것입니다). 반면 우변의 둘째 항은 '특성과 적합도의 곱'이므로, 적합도가 높다는 것은 정의상 같은 개체군의 다른 개체에 비해 자식을 많이 본다는 것이므로 해당 특성이 얼마나 자손으로 많이 전달되는지를 의미합니다. 즉 이 Price equation은 어떤 특성이 다음 세대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간명하게 '선택 + 전달' 항으로 분리하여 보여 줍니다.
이 식이 대단한 점은, 전까지 단편적으로만 알려졌던 많은 현상들을 통일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1. 자연 선택
우선 우변의 전달 항(평균)을 무시합시다. 그러고, 현대 진화론의 관점에서는 어떤 특성은 유전자의 차이에 의해 나타난다고 보므로, 적합도가 유전적 차이 g에 비례한다고 놓읍시다. 즉
w/w = βw/w,g g
위에서 βw/w,g는 적합도와 유전적 차이 사이의 선형회귀 기울기(slope)입니다. 이를 앞 항에 대입하면,
Δsg = cov(βw/w,g g, g) = βw/w,g var(g)
공분산의 특성상 x 대신 mx를 넣는 경우, 그냥 m을 곱해주면 됩니다(linear operator). 즉 유전적 차이의 분산 값에 특성 변화가 비례하게 됩니다. 다시 말하면 어느 개체군에서 어느 특성에 관련된 유전적 차이가 크면(=분산이 크면) 다음 대로 넘어오면서 특성 변화가 크다는 얘기입니다. 즉 해당 특성의 유전적 차이가 커야 자연 선택이 빨리 작동한다는 것이지요.
2. 피셔(Fisher)의 자연선택 기본 정리
통계학자로 더 알려진 Ronald Fisher는 유전자의 빈도 변화로 진화를 설명한 '현대 종합설'을 수립한 사람 중 한 명입니다. 그가 발견하고 '자연선택의 기본 정리'라 이름이 붙은 정리는 "자연 선택을 받는 개체군의 평균 적합도의 변화는 적합도의 분산(variance)에 비례한다"입니다. Price는 이 정리가 자신의 식에서 쉽게 유도됨을 보였습니다. 방법은 아주 간단한데, z 대신 w만 대입하면 (즉 해당 개체의 자식 수만 넣으면)
Δsw = cov(w/w, w) = var(w) / w (Q.E.D.)
이는 1번과 결과가 비슷해서, "적합도 차이가 다양해야 빨리 선택이 일어난다"는 것이지요.
3. Hamilton's rule
Hamilton의 1964년 논문이 C < rB 를 유도하려고 얼마나 복잡한 과정을 거쳤는지 이미 보셨을 것입니다. Price equation에서는 이 과정을 아주 간결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위에서 유전적 차이의 분산이 자연 선택에 따른 변화를 일으킨다는 식을 다시 보면
Δsg = βw/w,g var(g)
여기서 βw/w,g를 잘 살펴봅시다. 정의는 '적합도와 유전적 차이 사이의 선형회귀 기울기' 였지요.
이타적 행동에서는 두 개체 이상이 관여합니다. 이타적 행동을 하는 개체의 유전자를 g, 그 대상인 개체의 유전자를 g'라 합시다. 이타적 행동을 하는 경우 무조건 해당 개체에겐 '손해'가 됩니다. 하지만 대상 개체에는 이익이지요. βw/w,g에서 이타적 행동으로 인한 개체의 유전적 손해분을 βw/w,g.g' , 이타적 행동의 수혜자의 유전적 이익분을 βB라 해 봅시다.
βw/w,g = βw/w,g.g' + βB
그런데 이타적 행동을 하는 개체 입장에서 보면 수혜자에게 같은 유전자가 있는 경우 이득을 볼 수 있지요.
βB = βw/w,g'.g × βgg'
물론 βw/w,g'.g는 수혜자가 받는 이익의 유전적 기울기 B, βgg' 는 이타적 행위를 하는 개체와 수혜자의 유전적 근친도 r입니다. 유전적 손해분 βw/w,g.g'는 -C라 할 수 있겠지요.
이들을 조합하여, 이런 행위를 하는 유전자가 선택되기 위해서는 βw/w,g > 0 이어야 하므로,
βw/w,g = βw/w,g.g' + βw/w,g'.g × βgg' = -C + B × r > 0 (Q.E.D.)
비할 바 없이 간단명료하죠.... 사실 앞에서 얘기했듯이, Price equation을 사용하여 Hamilton's rule을 증명한 사람은 Hamilton 자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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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식은 대단히 일반적이기 때문에, 세대를 따라 어떤 특성이 변화할 때는 거의 무조건 적용이 가능합니다. 이 특성을 이용하여 집단 선택을 좀 현대적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친족'도 '일종의 집단'으로 간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Price equation에서는 친족 선택(kin selection) 방식을 취하건, 특정 집단에 적용하건 결과는 동등합니다.
참고로, 제가 집단 선택(group selection)을 반박한 Steven Pinker의 에세이를 번역(1, 2)했었는데, 아직 논란이 되는 이유 중 하나도 수학적으로는 어느 편 접근을 선택하건 말이 되기 때문입니다. 원래 집단 선택적 설명을 거의 몰아냈던 George Williams의 공적은 집단 선택이 '있을 법하지 않다'는 것을 보인 것이지,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 아니거든요.
Price equation을 더 엄격하게 다룬 문헌은 다음을 보시면 됩니다. 이 포스팅의 내용은 아래 문헌에 기초합니다.
Price_eqn_Gardner_2008.pdf
漁夫
ps. 사실 위의 논문을 다 번역해 놓았고 저자 승인까지 받았습니다만, 저널 쪽에 approval을 구했더니 정식 허가
에는 92USD가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물론 non-profit으로 개인 blog에 올린다고 다 알렸지만 소용 없었음.

위의 논문이 실린 Current Biology는 저널 쪽의 거인 Elsevier 계열입니다. 이런 일 직접 겪고 나니 아래 기사가 실감이 납니다.
http://news.sciencemag.org/scienceinsider/2012/02/thousands-of-scientists-vow-to-b.html
덧글
그나저나 저널의 입장은 이해가 안되는데, 설마하니 한국어 번역을 검증해서 저널의 공식승인을 받았다고 해 줄 것 같지도 않은데, 왜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네요.
이해가 안 가죠. 검증까지 한다면 1,000$은 받을 기세죠.
개인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문제때문에 고등학교 1학년 수학을 공부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그 때 든 생각은 '대체 내가 어떻게 이렇게 어려운 문제들을 풀었던 거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