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22 00:38

Bill Hamilton의 1964년 논문 - 소개 및 뒷얘기 Evolutionary theory

  (번역) 사회적 행동의 유전적 진화 I - 1964, Bill Hamilton에서 제가 이 논문에 대해 구태여 소개를 하지 않았습니다.  아실 분은 다 아시겠지만, 사실 20세기 후반에 나온 진화생물학에 관한 문헌 중 다른 진화생물학 논문들에서 이것보다 더 많이 인용되는 것이 있을까 싶습니다[1].  이것 외에 그의 논문집 'Narrow roads of gene land; vol.1'의 맨 첫 편이 이 논문이기 때문에 source에 이것을 넣은 논문까지 넣으면 더 많지요.
여기서 왼편 분이 Bill Hamilton이시지요.[2]

  이 정도로 고전이다 보니 전반적인 진화생물학 교양 도서나 진화심리학 교과서 급에서는 거의 반드시 인용되며, 그 영향을 설명합니다.
  우선 교과서부터 볼까요.

  KIN SELECTION AND HAMILTON'S RULE

  One answer to the apparent paradox of altruistic behaviour was provided by Hamilton(1964).  He demonstrated, in two classic papers, that fitness benefits can accrue to those who preferentially aid individuals with thom they share genes in common(that is, their relatives or kin).  This is because fitness is actually measured in terms of the number of copies of a gene passed on to subsequent generations, rather than just the number of offspring produced.  Consequently, individuals can increase their fitness in two ways: they can either do so directly by passing genes on to their own offspring, or they can do so indirectly by aiding the reproduction of other individuals who are likely to carry the same gene.  An organism's fitness is thus made up of two components - direct and indirect fitness - which combine to give a measure known as 'inclusive fitness'.

- 'Human evolutionary psychology', Louise Barrett, Robin Dunbar, John Lycett, Princeton University Press, p.26.  (bold체는 원문 그대로임.)

 포괄적 적응도 혁명

  1960년대 초 윌리엄 해밀턴이라는 대학원생이 런던의 한 대학에서 박사학위 논문을 쓰고 있었다.  해밀턴은 "포괄적 적응도이론"이라 명명한, 진화론의 새롭고 급진적인 개정을 제안했다.  지도 교수들은 해밀턴의 논문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그것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고(아마도 너무나 수학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작업은 초기에 거부당했다.  1964년, 그의 논문은 결국 '이론 생물학'이란 학술지에 실렸고, 해밀턴의 이론은 생물학 전 분야를 변형시키는 혁명을 일으키게 되었다.
  해밀턴은 고전적 적응도(자손의 생산을 통해 유전자를 전달하는 개별적이고 직접적인 번식 성공의 지수) 개념으로 선택에 의한 진화 과정을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유기체가 자손을 직접 생산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유전자를 전달 가능케 하는 특성을 자연 선택이 지지한다는 것이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돌봄은 단순히 신체에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한 혈족을 돌보는 특별한 경우일 뿐이라고 재해석되었다.  유기체는 형제, 자매, 조카들이 생존하고 번식하도록 도움으로써, 자신의 유전자 번식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런 모든 친족들은 그 유기체의 유전자를 복제할 가능성이 있다.  해밀턴의 특별한 재능은, 고전적 적응도의 정의가 너무 협소하기 때문에 포괄적 적응도로 확장되어야 함을 인식할 수 있었던 것이다....
  ... 포괄적 적응도이론은, 우리가 다음 장에서 다루게 될 가족, 이타주의, 도움, 집단 형성, 심지어 공격성 등의 심리학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풍부한 답을 가지고 있다.  해밀턴의 이론에 대한 과학 분야의 인용을 살펴보면, 1960년대에는 일 년에 서너 번 수준이었던 것이 1970년대와 그 이후에는 수천 번 수준으로 증가했다.  진화생물학에서는 통합 이론으로 받아들여진다...

  - '마음의 기원(Evolutionary psychology)', David Buss, 김교헌 외 역, 나노미디어 간, p.30~32


  이렇게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교과서를 읽는 건 재미 없죠. 

 1960년대 중반 생물학계에는 조지 윌리엄스(George Williams)와 윌리엄 해밀턴이 주도한 일대 혁명이 일어났다.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의 '이기적 유전자'란 개념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이 혁명의 골자는 어떤 개체의 행동을 결정하는 일관된 기준은 그 소속 집단이나 가족의 이익이 아니며, 그 개체 자신의 이익도 아니라는 것이다.  개체는 오로지 유전자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
  ... 윌리엄스는 1950년대 말에[3], 그리고 해밀턴은 1960년대 초에 일반적으로는 진화를, 특수하게는 사회적 행동을 해석하는 전혀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 냈다.

- 'The origin of virtue(이타적 유전자)', Matt Ridley, 신좌섭 역, 사이언스북스 간, p.30~31

  ... 해밀턴이 서술한 방식으로 이야기하겠다.  1964년에 쓰여진 그의 두 논문은 그때까지 쓰여진 것들 가운데 사회적 동물 행동학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에 속한다.  그러나 왜 그의 논문이 동물 행동 학자들에게 주목받지 못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다행히도 최근에 와서야 그의 생각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는 기미가 보인다.[4]
  해밀턴의 논문은 다소 수학적이다.  그러나 기초적인 원리는 복잡한 수학적 계산 없이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 'The selfish gene(이기적 유전자)', Richard Dawkins, 이용철 역, 동아출판사 간, p.140


다소 수학적

다소 수학적

다소 수학적
다소 수학적
.......

  솔직히 저건 도킨스의 유머라는 생각밖에.  이용철 판은 두드러진 오역은 많지 않다고들 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제게는 한참 뒷일을 아는 입장에서 보아 Matt Ridley가 Edward O. Wilson에 대해 전해 주는 얘기가 제일 마음에 듭니다.

  유전자가 본능의 단위라는 리처드 도킨스의 추상적 개념은 동물의 사회적 행동에 관한 에드워드 윌슨의 방대한 책 '사회생물학(Sociobiology)'의 표제로 유명해졌다.  하버드 대학에서 개미 생태학을 연구하던 윌슨 교수는 곤충학자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본능의 복잡성에 매료되었다.  곤충은 학습의 기회도 없이 정교하고 섬세하면서도 각 생물 종에 교유한 방식으로 행동한다.  개미의 행동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모든 개미가 한 마리의 여왕에게 번식을 위임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개미는 일군개미로 번식을 하지 않는다.  다윈은 이 사실이 혼란스러웠고, 윌슨도 마찬가지였다.  동물들은 번식을 위해 투쟁한다는 법칙에 예외인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1965년 어느 날 윌슨은 보스턴에서 마이애미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아내에게 딸이 성장할 때까지는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고 약속한 터였다.  기차에 꼼짝없이 18시간을 갇히게 된 그는 영국 출신의 윌리엄 해밀턴이란 무명의 젊은 동물학자가 쓴 새 논문을 펼쳐들었다.  해밀턴은 그렇게 수많은 개미, 벌, 말벌들이 사회적 동물인 이유가 그들의 '반배수성' 유전학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 유전적 특성 때문에 촌수로 따지면 일꾼개미들은 자신의 딸보다는 자매들과 더 가깝다는 것이었다.  이기적 유전자의 관점에서 볼 때 자기 자식보다 여왕의 자식을 키우는 것이 더 유익하다는 얘기였다...[5]
  처음에는 그저 순진하고 한심한 논문으로 보였기 때문에 대충 읽고 던져버렸지만, 무엇이 결점인지 정확히 집어낼 수가 없었다.  기차가 뉴저지를 통과할 무렵 그는 논문을 주의 깊게 다시 읽고 있었다.  버지니아에서는 해밀턴의 추정이 실망스러웠고 화가 났다.  그러나 플로리다 북부로 들어설 때 마음이 약해지더니 마이애미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개종자가 되었다.

- '본성과 양육(Nature via nurture)', Matt Ridley, 김한영 역, 김영사 간, p.337~39


  이거야 (일시적으로) 유쾌한 얘기죠.  하지만 (역시 일시적으로) 환상적이다가 비극으로 끝난 얘기도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 다음에 만나요~~

  漁夫
 
[1] 구글 scholar를 보면 'The evolution of cooperation'(역시 Hamilton이 Robert Axelrod와 공저)의 인용 횟수가 2만 회를 넘습니다만, 이 논문은 생물학 쪽에서만 인용되는 건 아닙니다.  생물학 쪽에서 보면 역시 'The genetic evolution of social behaviour I'이 최고죠.  George Williams의 'Pleiotropy, natural selection, and evolution of senescence'(
번역)도 인용 횟수는 3000이 안 됩니다.
[2] source; '어머니의 탄생(mother nature)', Sarah Hrdy, 황희선 역, 사이언스북스 刊, p.126.  사진은 저자 Hrdy가 직접 촬영.
[3] 주 [1]에서 언급한 1957년의 노화 논문입니다.  명백히 유전자 중심 관점이죠.
[4] '이기적 유전자'의 초판이 1976년에 나왔다는 것을 감안해야.
[5] 약간 다르지만 꿀벌과 호박벌이 다른 이유도 http://fischer.egloos.com/3050963 이런 식으로 설명이 됩니다.  이것은 I편의 이론을 기반으로 전개한 II 편에 있는 얘기로, 윌슨이 '수학에 약하다'라 고백했던 데서도 알 수 있듯이 그가 I편을 정독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덧글

  • 위장효과 2013/05/22 00:48 # 답글

    잘 읽어나가다가 마지막에 동양방송...역시나 파워블로거의 필수 덕목은 "적당한 데서 짜르기" !!!!!!!
  • 漁夫 2013/05/23 09:15 #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죠 ㅎㅎㅎㅎ
  • 일화 2013/05/22 15:05 # 답글

    이번 동양방송은 타격이 크네요...
  • 漁夫 2013/05/23 09:15 #

    흐흐흐흐............. ;-)
  • 수학만세 2013/05/23 07:51 # 삭제 답글

    지도 교수들은 해밀턴의 논문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그것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고(아마도 너무나 수학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작업은 초기에 거부당했다.
    ->
    요즘도 생명쪽 사람들 수학 못 한다는 말이 있는데, 저 때도 비슷했던 듯.


    저기에 쓴 수학은 그리 어려워 보이진 않는군요.
    delta, Dev, 점(속이 찬 것, 빈 것)가 무슨 뜻인지 궁금하긴 합니다만. delta가 variation은 아니겠지요? variation이면 변분법으로 최적 함수를 찾는 것 같은데요.
  • 漁夫 2013/05/23 09:43 #

    http://fischer.egloos.com/4791700#14363617.02 여기를 보시면 인지과학자신 아이추판다님 말씀이 심리학 전반에서 (진화심리학도 포함하여) 수학을 너무 안 쓴다고 하시지요.

    이 논문에 사용한 수학은 현재의 이과 고등학교 수준으로 커버 안 되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까지 본 [매우 제한된 양이지만요 -.- ] 어떤 진화심리학 논문보다도 수학이 더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ㅎㅎㅎ 아, 친족 관계 분석하는 전중환 교수님의 논문 http://pds8.egloos.com/pds/200801/29/95/Jeon2008.pdf 이 수학이 좀 더 복잡할지도요. -.-
    제가 번역본을 올려 놓은 http://fischer.egloos.com/4802370 에서 원래 의미를 보실 수 있습니다만, 이 논문은 개체군 유전학(population genetics)의 분석 방식이기 때문에 말씀하신 것들이 일반적인 수학(e.g. 공학수학 등)에서 쓰는 것과 의미가 전혀 다릅니다. 그리고 개체군 유전학의 경우 일반적인 수학적 개념들이 상당히 세련되어 있기 때문에, 이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진화심리학도(물론 심리학 전반이 그렇다고 아이추판다님이 지적하시죠) '좀 만만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 백칠십견 2013/05/25 20:57 # 답글

    E.O. WIlson 제자인 최교수님이 분명 저냥반 수학실력으로 봐서 뻥일거라고 한 그 대목이군요.
    그리고 항상 그 이후 '최소한 대한민국에서 고등학교는 나와야 이해할 정도 수학'이라고 농담을 붙이시고 당신께서 직접 랩사람들 모아놓고 미적분부터 가르쳤다고 그랬는데 원문의 수식을 보아하니.... 역시 제자는 스승을 닮는건가요? ㅎ
  • 漁夫 2013/05/25 23:28 #

    하하, 최교수님이! ㅎㅎㅎ

    위 리플에서도 언급했지만, 수학 자체만으로는 고교 졸업 정도면 충분합니다. (사실 미적도 필요없음. 합 시그마 부호 의미만 알면 되죠) '개념'과 '그에 맞게 갖다 쓴 방법'이 어려워서 그렇지요.
    Hamilton 논문 중 노화에 대한 결정판으로 평가받는 1966년 논문에서는 정말 미적 모르면 해결 안 됩니다. 근데 1964년 논문, 특히 2편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더군요. ;-)
  • FS 2013/05/27 14:43 # 삭제 답글

    미적 모르면 해결이 안 된다라. 과학자가 미적도 모르는 게 정상이 아닌 듯 합니다만.
  • 漁夫 2013/05/27 18:05 #

    학생 때야 미적 안 배우는 과학자가 없겠지만, 나중에 실제 field에서 뛸 때는 세부적 사항들 다 기억 못 한다고 그리 놀랄 것은 아니지요.

    개인적으로 연구원 노릇을 좀 했었지만 당시에 로그 계산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물론 분야가 좀 특이하긴 했지만요.
  • 길 잃은 어린양 2013/06/04 21:12 # 삭제 답글

    아아. 다음편은 언제란 말씀입니까!
  • 漁夫 2013/06/04 22:42 #

    ........ 요즘 너무 바빠요. 지금도 출장와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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