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서 '이론적 작업'(아이추판다님)을 트랙백.
처음에 리플로 쓰다가 그냥 짧게 포스팅으로 작성.
진화심리학이 'just-so-story'라고 비판을 받는 것이 그 설명 방식을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 그리 반가울 리는 없다. 당연히 더 정교한 이론 전개를 보여 주면 좋겠지만, 이렇게 된 데 어느 정도는 진화심리학의 성격 탓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이 분야의 권위자 중 하나로 자타가 공인하는 David Buss의 진화심리학 교과서에서는 진화심리학이 어떤 일을 하는가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보자.
- '마음의 기원(Evolutionary Psychology)', David Buss, 김교헌 외 역, 나노미디어 刊. p.81
이 말에서 '진화된'을 주목하자. 내가 볼 수 있었던 (당연히 몇 안 되는) 진화심리학 논문들은 아마 거의 '고전' 급이라 그냥 공개되어 있었을 텐데, 이 정도 유명한 논문들에서 정밀한 수학적 모델을 본 기억이 거의 없다. 그 중요한 이유는 '이미 EEA[1]에서 그에 맞게 진화가 일어난 상태를 가정'하고 들어가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진화심리학은 '맥락'과 실제 행동의 연관을 보여 주는 데는 대단히 주의를 기울이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진화심리학 논문 전체가 다 모형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논문 하나를 보면 부모가 나이가 다른 아이들에 대해 어떻게 선호를 하는지 설명하는 데 잘 구성된 모형을 사용하고 있다.[2]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진화심리학적 주제에서 이런 모델링은 지극히 까다롭다. 그 예로 두 가지만 들겠다.
1) 'Sex and the city'
2) WHR
두 개를 비교하면 그래도 전자가 modeling이 좀 더 쉬울 거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글쎄다. 비전문가의 서툰 시각으로 보아도 영향을 제대로 고려한 모델을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후자는 말할 것도 없다.
물론 model에 근거한 자세한 분석이 설득력에 크게 도움을 준다는 의견에야 이의가 있을 리가 없고 잘 되면 물론 대박이다.[3] 그러나 진화심리학이 다루는 주제에서 어느 정도까지 - 특히 대다수에서 - 가능할지는 좀 미지수라고 생각한다.
漁夫
[1] Environment of evolutionary adaptedness의 줄임말. 간단히 말해 '현재의 인간을 만든 진화적 환경'이라 보면 된다. 그런데 EEA가 실제 어떤 환경이었는지도 논란이 무지하게 많고 대략의 합의밖에 없다. 인간의 적응력은 고무찰흙 저리가라 할 정도로 뛰어나기 때문에 당시에 인간이 살았던 환경이 현재의 크낙새처럼 일정하다고 볼 수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2] 사족으로, Figure 1의 모형은 내가 노화가 안정하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했던 simulation과 비슷하다. 물론 논문은 깔끔하고 나는 Excel로 노가다를 했다는 큰 차이가 있다. ㅠ.ㅠ
[3] Amotz Zahavi의 핸디캡 이론을 Richard Dawkins도 'model이 없기 때문에 믿지 않았다'는 예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덧글
하지만 이게 인간 진화 시기의 환경에서 작업하기 쉬운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해당 사회의 환경에 따라 '응답'이 역전되는 경우도 드물지만 보이게 마련이라서요. 최근 Freakonomics의 Podcast 방송을 보니까 남녀 차 관계 내용이 있던데, 남녀 아이 중 어느 편이 더 경쟁적으로 게임을 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있었는데 해당 사회 환경에 따라 통상적인 경우와 반대로 바뀐 사회 얘기가 나왔더군요. 해당 사회의 맥락을 어떻게 정량적으로 취급하냐 생각만 해도 .... 머리가 아프네요. [물론 제가 머리가 아프다고 학자들이 머리 아프다는 거야 아닙니다만 -.-]
그리고 진화심리학 연구하곤 약간 다르지만, 폐경의 이유에 대해서도 모델 몇 개가 이미 존재합니다만 그 의의와 해석에 대해서 저명한 진화생물학자들이 다 수긍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http://fischer.egloos.com/4683954).
항상 커리 어케 짤까는 문제가 많기는 하지요. 진화에 관한 얘기를 의사 분들께 가르치는 것도 문제가 많다고들 하니까요.....
이것이 곧 모델링이겠지요.
진화 심리학 쪽으로 똘똘한 인재가 점점 몰리고 있다고 봅니다. 그들이 기존 논문들보다 훨씬 더 골치아픈 모델링을 할 거구요.
제가 어느 정도까지 잘 될지 현재 약간 주저하는 이유가, Steven Pinker가 말한 것처럼 미국 북부와 남부 사람들이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식이 달랐던 이유가 미국에 이주해 오던 시절 어떻게 살았는지까지 끄집어내야 한다는 사례에서도 짐작이 가능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수많은 변수들을 다 설정할지.
그러나 이 영향을 정확히 평가하려면 실험자들이 속한 사회의 전반적 태도가 미치는 영향도 정량화해야 할 것입니다.
위에서도 말한 내용이지만
1. 최근 Freakonomics의 Podcast 방송을 보니까 남녀 차 관계 내용이 있던데, 남녀 아이 중 어느 편이 더 경쟁적으로 게임을 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있었는데 해당 사회 환경에 따라 통상적인 경우와 반대로 바뀐 사회 얘기가 나왔더군요.
2. 같은 스트레스를 줘도 어디서 자라 왔는가에 따라 응답 패턴도 달라집니다.
이런 식으로 사회에서 특정 행동에 따라 개인에게 주는 인센티브는 다릅니다. David Buss의 처녀성 연구에서 r^2 값은 국가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제대로 모델링을 하려면 이런 것까지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방법이라면, subject들에게 미리 성격 검사를 한 후 응답 분석 때 영향을 고려하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도 충분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미 위의 정의에서도 나오지만 '특정한' 부분 때문에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기 위한 목적이 컸습니다.
이런 문제 땜에 짧은 시간에 모델링을 제대로 해서 다룰 수 있을지 전 고개를 젓는 편입니다.
그래도 대중들 대상으로 하는 책에서도 "인간이 이렇게 진화해서 살게 된지가 이제 수천년이다. 아직도 인간의 기본적 심리상태, 신체의 반응등은 사바나에서 뛰던 시절에 적합하게 적응되어 있다."라는 문구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아직은 잘 먹혀들어가지 않지만 점점 더 공감을 얻을 것 같습니다...만 그 와중에도 원시인류가 자연과 함께 살았다! 요거에만 집중해서 현대의학이니 현대과학기술 배척론을 설파하는데는 답이 없다는 거...
이제 인간이 진화해 온 홍적세의 아프리카 열대-아열대 환경이 사람에게 대단히 큰 영향을 끼쳤다는 개념은 많이 대중화된 듯하네요.
근데 '자연(이라고 쓰고 온갖 자연의 독성 물질, 포식자, 기생충, 병원체, 기아, 살인 위험, 비위생적 환경, 없다시피 한 의료 등이 공존했다고 읽는다)과 함께 살았다'고 제대로 읽어내는 사람이 많지 않아 안습이죠.......
여러 과학,공학 분야에는 보통, 그 분야의 특정 문제에 쓰는 수치해석 프로그램이 잔뜩 있습니다. 분야마다 그 분야 수치해석만 연구하는 사람도 있고요. 진화심리학도 이런 쪽으로 가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