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03 16:27

뭐가 변할 수 있을지 Views by Engineer

  사소한(!) 문제에서 내가 찰스 안에 대해 느낀 위화감에 대해 간단히 다루었지만, 소드피시 님께서 더 심층적인 문제를 좀 더 명료하게 짚어 주셔서 관련 포스팅 하나. [ 음 그러고 보니 대선 6개월 전인가부터는 정치적 포스팅에 제한이 간다고 하는데(link) 좀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이 정도로는 크게 문제 없겠지요 ]


雜想級 發言
 
  도대체 사람들은 왜 한 명의 지도자만 잘 뽑으면 모든 게 잘 굴러가리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을까?  거의 모든 세상 일들은 그렇게 굴러가지 않는데도 말이다.  이것은 (유감스럽게도) 아마 현대 사회가 석기 시대보다 훨씬 크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리더의 역량을 간절히 믿고 싶어한다.  어려운 과제에 직면했을 때 우리의 본능적인 반응은 그걸 해결해줄 리더를 찾는 것이다.  오바마뿐만이 아니다.  모든 대통령은 정치를 바꾸겠다는 공약을 내건 다음 당선이 된다.  그러다가 현실이 피부에 와 닿기 시작하면서 거의 모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한다...
  어쩌면 우리가 이런 본능을 갖고 있는 것은 소규모의 수렵채집 집단 안에서 자잘한 관련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진화해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현대적인 두뇌를 발달시켜준 사회는 그리 현대적이지 않았다.  제품 수로만 따져도 100억 가지가 아니라 고작 100여 가지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 사회가 직면했던 과제는 아무리 엄청나도 똑똑하고 지혜롭고 용기 있는 리더 한 사람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만큼 단순했다.

- 'Adapt(어댑트)', Tim Harford, 강유리 역, 웅진지식하우스 刊, p.19

  현재는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다.  이 사례는 미국의 예지만 한국도 마찬가지란 점이 문제다.  이에 대해 좀 적기 전에 일반론부터 서술하도록 하자.

  ============

  우선 21세기 한국의 상식에 비추어 지도자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자.  독자 여러분께서는 지도자(보통 요즘에는 팀 리더 team leader란 말을 즐겨 쓰는 듯.  대개 회사에 많이 계실 테니 이 말은 합당할 것이다) 역할이나 부하 역할 중 어느 하나는 해 보셨으리라 생각한다(여기 오시는 분들 연령대 상 아마 후자가 좀 더 많을 것이라 본다). 

  질문 하나; 당신이 리더였건 부하였건, 부하 쪽의 행동 패턴이 새 리더에 따라 금방 바뀌었나?

  그럴 리가.  당신이 리더였다면 부하들에 대해 파악하여 말을 좀 듣게 만드는 데만 몇 달은 걸렸을 게고, 부하였다면 자기에게 원래 잘 해 주고 적극적으로 모범으로 삼겠다고 하던 사람이라면 모를까 마지못해 변화에 따라갔을 가능성이 훨씬 높았을 것이다.  만약 그 정도로 자신의 (좋은) 의도에 부하들을 따라오게 만들기가 쉽다면 좋은 리더 되기가 그렇게 어렵다고들 말하거나, 좋은 리더 되는 방법에 대한 책이 그리 많이 쏟아져나왔을 리가 없지 않은가.

  漁夫의 회사 경험에서 느낀 것이 대통령이 처할 상황과 다르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글쎄, 난 대통령이라고 특히 더 '쉬울'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재무부는 조직이 방대한데다 업무영역도 넓고 고유의 관행에 깊이 물들어 있어서 이들로 하여금 내가 원하는 행동이나 결과를 가져오게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 그러나 재무부는 국무부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직업외교관들의 생각이나 정책, 행동에 모종의 변화를 가져오려고 한번 시도해보라. 그러면 진정한 문제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재무부와 국무부를 합쳐도 그 ‘해~군’(海軍)의 상대는 되지 않는다. …‘해~군’에서 무언가를 바꾸려고 하는 것은 마치 깃털 침대를 때리는 것과 같다. 오른 주먹으로 때리고, 왼 주먹으로 때리고, 녹초가 되도록 두들겨 패고 나서 돌아서면 때리기 전이나 다름없이 멀쩡한 그 빌어먹을 침대 말이다.

  이게 누가 한 발언인지 한 번 맞춰 보시기 바란다.  Source를 보시기 전에.

  이 말은 FDR이 했는데, 그의 경력을 보면 진짜 해~군通이란 말이 부족하지 않고, 더군다나 전혀 해군을 싫어하지 않았다.  이 발언이 정확히 언제 나왔나 모르겠지만, 해군 차관과 대통령 직에서 그리 오래 있었던 사람조차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은 규모가 큰 조직의 행동을 바꾼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 준다.  그 조직에서 자기 맘에 들지 않는 행동 또는 반대를 하는 사람 전체를 내친다는 것은 대체로 가능하지 않다 보니, boss가 누구건 간에 경험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극단적인 행동은 대체로 잘 하지 않게 마련이다.
  결국 새로 온 boss는 이런 점을 깨닫고 나면 대체로 기존 멤버들을 구슬려 가면서 일을 하게 된다.  boss가 자기 뜻에 가깝게 조직을 굴리는 데는 전통적인 채찍과 당근을 이용하고, 특히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사람들 위주로 유무형 incentive들을 제공하는 수단을 애용한다.  그거 말고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달리 있겠는가? [1]
  sonnet님의 '대통령의 권력'이란 글에서는 이 점에 대해 재미있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박정희의 용인술은 (노무현 정부와는) 대조적이다. 박정권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회고에 공통적인 이야기는 "임자, 자네만 믿어"하는 식으로 여러 부처에 일하는 다양한 관리자들에게 개인적인 관심과 지원을 제공하여 충성심을 사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절대권력을 가진 지도자조차도 자기 부하들은 꼼꼼히 챙겼던 것이다...

... [ 행정 부처들에 대해] 헌법의 규정, 정치적 전통, 정부 관행, 또 여러 민주주의 이론은 모두 한 가지 점에서 일치하고 있다. 즉, 이 모두가 정부에 참여하는 각 개인들에 대해 각자의 필요와 이익의 차이를 더욱 부풀리는 동시에 영향력을 분산하는 쪽으로 귀일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자는 각자의 책임을 수행해야 하고 그 책임은 스스로 정의한다. 그래서 대통령과 함께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들도 대통령의 책임에 전적으로 복종만 할 수는 없다. 대통령이 원하는 것이 그 일을 해야 할 담당자의 입장에서 보면 시시한 것일 수 있다. 게다가 담당자들은 대통령의 의사를 대통령의 책임이 아니라 자신의 책임에 비추어 판단한다.[2]

  상사의 말을 들어도 자신이 해야 할 기본적인 책임과 권한에 비추어 생각하는 것은 일반 회사에서도 '기본'에 가깝다.  어떤 일을 하건 간에 자기 혼자 할 수 있는 일에는 업무 절차 및 'job description'에 따르는 한계가 있지 않은가?  이 때문에, 상사의 아래 선에서 절차상 수많은 수평/수직 협조가 필요하게 마련이다.  그 상사가 대통령이라도 마찬가지라는 말.  결론은 상사가 누가 오건 '적절한 시일 내에 굴러가게 만들려면' 부하들을 구스르지 않으면 불가능하다.[3]

  자, 신임 대통령이 이런 면에서 아주 능력이 좋아서 자신의 보좌진이 내놓거나 자신이 구상한 정책들을 거의 그대로 밑에서 대부분 실행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모든 것이 잘 굴러갈까? 

  좋은 리더 주변에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이 있어서 현대의 문제점에 관한 가장 깊은 통찰력을 제시해준다.  그러나 아무리 전문성이 깊다 해도 오늘날의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 'Adapt(어댑트)', Tim Harford, 강유리 역, 웅진지식하우스 刊, p.20

이게 대체 무슨 소리요 학자의사양반

  전문가의 능력같은 글을 쓴 입장에서 '漁夫 녀석 자기 말에도 모순되는 ㄳ'라는 소리 들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조금만 기다려달라'.  주변에서 전문가 소리를 하는 사람이라면 해당 분야에 대해 초짜 및 일반인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음엔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가 언제 이런 소리를 듣게 되나? 

  필립 테틀록(Philip Tetlock)이란 젊은 심리학자가 1984년부터 20년에 걸쳐 전문성의 한계에 관해 벌인 놀라운 연구가 이 사실을 가장 극명하게 뒷받침해준다.  그는 냉전 시대 레이건 행정부가 강경책을 펼칠 경우 소련 측이 어떻게 반응할지 알아내라는 임무를 맡은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위원회의 가장 나이 어린 연구원이었다.... 테틀록은 전문가를 모두 찾아 의견을 물었다.  그는 조사를 진행할수록 냉전에 관해 가장 영향력 있다는 두뇌 집단의 의견이 서로 완전히 상충된다는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내노라할 전문가들이 이 시대의 핵심 사안에 대해 가장 기초적인 수준에서조차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한다면 이런 전문성이 과연 우리 기대만큼 유용한 것인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가 없다.

- Ibid. p.21

아하, 설명해야 하는 시점이 다르군!

  그렇다.  전문가의 지식은 이미 일어난 일들을 설명할 때는 탁월하다.  하지만 미래를 예측해야 할 때는 얼마나 유용한가?  거의 그렇지 않다는 것이 테틀록의 발견이다.

  ... 놀랍게도 현실화된 전망은 거의 없었다.  전문가들은 예측에 실패했다.  그들이 미래 예측에 실패했다는 것은 현재의 복잡성을 온전하게 이해하는 데 실패했다는 뜻이다.
  전문성이 전혀 쓸모없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테틀록이 전문가들의 응답을 학부생들로 이루어진 대조군의 응답과 비교해보았더니 전문가들이 낫기는 했다.  단지 객관적으로 볼 때 아주 월등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 그의 연구 결과 전문가가 비전문가보다 뛰어난 실적을 보인 것은 분명했기 때문이다.  똑똑하고 유식하며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은 분명 어떤 통찰을 제공해주지만 그 통찰에 한계가 있을 뿐이다.  문제는 전문가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살고 있는 세계(우리 모두가 살고 있는 세계)가 어느 한 사람이 제대로 분석하기에는 너무 복잡하다는 데 있다.

- Ibid., p.20~21

  정말 그런지 의심스럽다면 게르트 기거렌처의 설명을 보자.  주가 예측이야말로 이 사례에 딱 들어맞을 것이다.

  투자 전문가들이 일반인들에게 투자하는 방법을 조언해주고 벌어들이는 수입이 미국에서만 연간 1,000억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그들이 우연의 확률보다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뮤추얼 펀드 가운데 약 70%가 해마다 시장가 이하의 실적을 기록할 뿐만 아니라, 시장가를 넘긴 나머지 30%도 꾸준히 그런 수익을 올리지는 못한다... 세계적인 증권의 귀재 워런 버핏(Warren Buffet)은 증권 전문가의 가치는 점쟁이들의 가치와 다를 바 없다고 단언했다.

- 'Gut feelings(생각이 직관에 묻다)', Gerd Gigerenzer, 안의정 역, 추수밭 刊, p.46~47

  두 줄 요약 ] 
   1) (새로 온) 대통령의 권력은 의외로 그리 크지 않으며, 새로 시도해 볼 수 있는 일의 범위와 종류는 한정된다.
   2) 대통령이 그 일에 매우 뛰어나다고 해도, 참모들이 미래를 제대로 볼 수 있을지는 매우 미지수다.

  =====

  일반론은 이 정도로 해 두고, 한국의 상황에 대해 자문해 보자.  한국 사회(및 경제)가 지도자 하나 잘 뽑아서 싹 바뀔 정도로 단순한가?  그럴 리가.  한국의 경제 규모와 인구에 대해서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4]  
  중앙 정치란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국K-1이란 비아냥까지 듣는 국회 측면에서 보자.  사람을 갈아 보려는 노력이 부족했나?  그건 결코 아니다.  舊 한나라당의 현역 의원 교체율은 어떤 자료를 봐도 선거 때마다 대략 30%를 넘어간다(국회 전체를 보아서도 비슷했다고 기억한다).[5]  이 비율은 선거를 두 번만 치르면 의원의 1/2이 바뀐다는 소리다.  일본이나 미국 국회의원은 재선 확률이 이보다는 상당히 높다.  오히려 너무 자주 바뀌기 때문에 부작용이 지적될 정도다.[6]  하지만 상황이 20년 전에 비해 그렇게 크게 달라졌다고 생각하시나?  가령 날치기의 경우 그렇게 욕을 먹어 가면서도 계속 반복된다.  이게 사람만 바꾼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은 이미 입증되었으리라 생각한다.[7]  한 마디로, 나는 대통령이란 한 자리를 특정 인물로 바꾼다고 많은 문제들이 당장 훨씬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는 낙관론에는 반대한다.  위의 두 줄 요약에 나온 두 가지 점을 만족할피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유권자로서는 어떻게 해야 최대한 위험을 피할 수 있겠는가?  1)번 자체는 우리가 어쩔 수 없고[8], 2)번의 '참모들의 예측 능력'은 어떤 전문가를 쓰더라도 별반 차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구태의연한 뻔한 얘기지만, 후보 공약을 꼼꼼히 보는 것이 장차 특정 후보가 대통령 노릇을 할 때 할 일과 그 결과에 대해 다른 것들보다는 훨씬 장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예측 능력이 높을 것이라 본다.  '목표는 무엇이다'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목표를 해결하려 내놓은 수단이 직관적으로 해당 목적에 부합할 결과를 낼지여러분의 일상적 기준에 맞춰 생각해 보시라 권장하고 싶다.  너무 어려운가?  그렇게 생각하지 마시라.  '직관의 힘'은 생각보다 대단히 강력하다.

  투자 전문지 <캐피털(Capital)>은 지난 2000년, '주식 종목 선택 콘테스트'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포트폴리오를 제출한 1만 명이 넘는 참가지 중에는 이 잡지사 편집장도 있었는데, 그가 피력한 규칙은 국제적인 인터넷주 50주를 구입하여 6주 안에 누구라도 주식을 사거나 보유하거나 팔아서 수익을 남기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선택하기 위해 초고속 컴퓨터를 사용했고, 일부는 가급적 많은 정보뿐만 아니라 주식에 관한 내부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두각을 나타내는 포트폴리오가 있었다.
  경제학자 안드레아스 오르트만(Andreas Ortmann)과 내가 제출한 이 포트폴리오는 전문 지식이나 고성능 소프트웨어보다는 집단적 무지를 기본으로 한 것이다.  우리는 주식이란 단어조차 들어본 적 없거나, 아는 것이 거의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다.  우리는 베를린 거리를 오가는 남자 50명과 여자 50명에게 주식 50개 중에서 아는 것이 있는지 물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아는 주식 10개를 포트폴리오로 작성하여 '구입과 보유 행태에 관한 콘테스트'에 제출했다.  다시 말해 일단 주식을 구입하면 포트폴리오 배분을 변경하지 않은 것이다.

- Ibid., p.44~45

  결과?  이 분들이 낸 포트폴리오는 다른 88%를 제꼈다.  기거렌처는 직접 이에 따라 5만 불을 투자해 6개월 후 47%를 벌었는데, 이는 재정 전문가가 관리한 펀드 및 시장 평균보다 훨씬 높았다....
............

  여기서 그 이유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지는 않겠지만[9], 특정 정책의 결과를 예상하는 데는 일반인이 오히려 위에 앉아 있는 양반들보다 더 나을 수 있다.  수많은 실패한 정책들의 원인들은 대개 '대책'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면에서는 일반인이 정책 수립자보다 못하지 않거나 오히려 더 뛰어난 수가 많다.[10]  다행히 공약을 얼마나 지켰나에 대해서는 확인이 용이할 뿐 아니라 요즘에 사후 추궁까지 하는 분위기이므로 정치인들이 이에 대한 추궁을 앞으로 더 받으리라 기대할 수 있고, 정말 정책 입안자들이 얼마나 생각을 해 보고 정책을 내놓았는지에 대한 확인도 굳이 찾아 보지 않아도 쉬워지리라 생각한다.

====================

  그런고로 나는 찰스 안이 더 깨끗하다거나 분위기를 일신하겠다거나 이런 말은 전혀 믿지 않고 대선 주자를 고를 생각이다.  아, 물론 '실제 사용할 조치'만으로 후보를 선택하지는 않는다.  당사자가 중앙 정치 무대에 익숙하지 않다면 헤매거나 마찰을 일으킬 확률은 더 올라갈 게고, 만약 자신의 과거 유산(당사자가 원하건 말건)에 대한 설명이 적절치 않다면 꺼림직한 느낌은 계속 남을 것이다.  이게 아무래도 '직관적인 판단' 아니겠어? ㅎㅎㅎ 어쨌건 이런 점들에 비해 '분위기 바꾸겠다'란 이미지나 '진심캠프'라든가 하는 말들은 실제 그가 대통령 직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구체적인 예측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말보다 행동을 보아야 한다는 오래 전의 경구는 낡았지만, 아직도 상당히 타당하다.

  漁夫

 [1] 한국 정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얘기.  말 안 들으면 목 날리겠다고 전방위 위협을 가할 수 있다면 또 모르겠다. 
 [2] 이렇게 만들어 놓은 이유 중에 하나는 국가의 기본적인 서비스들이 정권이 바뀌더라도 무리 없이 굴러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3] 이 문제는 보통 '복지부동하는 공무원들'이라고 전통적으로 까여 왔지만 그게 그렇게 까기만 해서 될 일이 아닌 것이다.  이런 해결책도 있다고 하는데, 일반인들이 정말 쌍수 들고 환영할까?  글쎄...
  나는 이 방식에 찬성하지 않는데, 포스팅 내용에서 설명했지만 이렇게 하더라도 '잘 굴러간다'는 보장은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잘못된 방향으로 잘 굴러가게 해서야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나?
 [4] 추가하자면, 찰스가 (가능성 여부는 젖혀 두고) '바꿔 보겠다'고 나온 이상, '그가 객관적으로 (이렇게 복잡한 한국 사회를 다룰 만큼) 얼마나 능력이 뛰어난가'란 질문은 의미가 있다.  이 링크에서 fact만 확인하시기 바란다.  규모 그 정도 되는 기업을 노조 없이 경영해 본 경험이 있다는 게 중앙 정치 현장에서 몇 년 간 쌓은 경험을 압도할 정도로 그렇게 대단할까?  이에 비하자면 현직 대통령이 어떤 점에서도 더 나은 듯한데?  MB OUT!
 [5] 좀 느낌이 요상하지만, 이 링크를 참고.  아이추판다님의 포스팅이 국회 전체의 모습을 잘 보여 준다.
 [6] 국회의원에게도 업무를 파악할 시간이 필요하다.  위에서 '낙하산 부대'를 추천한 링크에서 초짜 국회의원이 봉착할 문제를 생각해 보면 명확하다.  그리고 특정 지역구에서 같은 의원이 반복해서 오래 뽑힐 경우, 지역구의 문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좀 국가 전체의 문제를 고려할 여유를 보일 수 있다.  현재 한국 국회의원 제도에서는 이 둘이 독립되어 있지 않다.
 [7] 사람이 바뀌어도 이런 같은 현상이 반복되는 이유라면 이 링크 이상 잘 설명해 놓은 글을 본 적이 없다.  sonnet님의 포스팅에서 사람들의 토론을 다시 봐도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대한민국 국회는 필요 이상으로 욕을 많이 먹고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 올라오는 법안의 수는 엄청나고, 이들을 300명의 국회의원이 다 처리하는 데는 사람인 이상 한도가 있기 때문이다.)
 [8] 현실적인 한계 이상으로 일을 추진하면 반드시 부작용이 나오게 마련이다.  위에 링크한 '대통령의 권력'이란 포스팅에서 보듯이 노무현 정부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9] 지식이 어느 정도 되면, 장래 일을 판단하는 데는 1만큼 더 안다고 예측 능력이 반드시 그에 비례해서 올라가지는 않는다.  이게 뭔 현상인가?  아이추판다님의 다른 포스팅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10] 이 링크를 보자.  내가 뭘 말하고 싶은지 충분히 이해하실 것이다.  일반인이 공부 많이 하신 정책 수립하는 양반을 물먹이는 일은 의외로 흔하다.  그리고 다수 대중이 설사 비슷한 실수를 범한다고 해도 그게 결과 판단이란 점에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Johann von Neumann이 게임 이론을 수립할 때도 정작 문제가 됐던 것은 '평범한 사람의 두뇌'였음을 기억하자.  실수도 범해 가면서 플레이를 하는 사람을 수학으로는 다루기 어려웠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경제 시장에서는 '일반인의 두뇌'가 압도적으로 다수며, 경제 현상 같은 본질적 free for all 게임에서는 다수의 생각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


닫아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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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RuBisCO 2012/10/03 16:42 # 답글

    다만, 불행히도 조직의 상황을 악화시킬 역량은 충분합니다. 여러 기업들이 10년만에 어떻게 되었는가를 생각해보면 참 쉽죠.
  • 漁夫 2012/10/04 22:03 #

    항상 망칠 방법이 제대로 될 방법보다는 더 많지요. 그건 유권자들이 그렇게 안 할 만한 사람을 뽑아주기 바라는 수밖에요.

    전체적으로는 그렇지 않아도 특정 분야에서는 망치기 직전까지 갈 수도 있지요. 노무현을 제가 별로 까지는 않습니다만 8년을 했다면 외교 분야에선 좀 아찔합니다.
  • kuks 2012/10/03 16:46 # 답글

    개인의 인생보다 매 순간이 새로운 위기가 될 수 있는 국정운영에서 지도자의 경험만큼 중요한 것이 없지요.
    물론 철학과 사상도 중요한 요소이지만 경험을 따라올 순 없다고 봅니다.
    (단, 이런 경우의 경험은 나이가 많다고 느는 것도 아닌 그 어떤 것을 의미하고 때때로 직관을 통해서 투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漁夫 2012/10/04 22:08 #

    경험에도 한도가 있지요. 전혀 없는 것보다는 대개 낫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거든요. 가령 전 MB의 '사장 경험'이 원만한 국정 운영에 방해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란 환경은 미리 체험할 수가 없는 만큼, 다른 환경에 얼마나 유연하게 적응하는가가 중요할 겁니다.

    ..... 근데 '정치를 전혀 경험 안 한 것'은 정말 어찌해 볼 도리가 없지요. 정치에 대한 직관이 없는 경우 문국현이나 문대성 꼴이 날 수 있으니.
  • 피그말리온 2012/10/03 18:41 # 답글

    감독 하나 바꾼다고 DTD가 사라지지 않는 것과 같군요;;.....
  • 漁夫 2012/10/04 22:08 #

    분위기를 바꿔 주는 게 감독이 맨 첨에 할 일 중 하나지요.

    ..... 이건 이성이고 개엘지!!!!!!!!!!!!!!!!!!!!!!!!!!!!!!!!!!!!!!
  • Left Q Dead 2012/10/03 21:13 # 답글

    대한민국 국회가 필요 이상으로 욕을 많이 먹는 이유는. 제한된 인원으로 어마어마한 업무량을 처리해야 하는 현실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잘 알려진 부분들(주로 자주 보도되는 부분들)은 9K-1 양반들이 이종격투기, 망언, 비리 등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부분들이라 이것만 보고 '씨발새끼들이 기껏 뽑아줬더니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쌈박질만 한다.'는 선입견이 생긴 게 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리정희나 강용석 등 국회의원 신분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일부 문제 인물들은 분명 항상 존재해 왔지만요.

    그런데 사실 문제의 그 부분들에 대한 보도량이 처음부터 압도적으로 많은 것도 아니었고 그냥 사람들이 '나는 이렇게 저렇게 열심히 살면서 성실히 세금내는데 그걸로 월급 받아먹는 국회의원 새끼들은 매우 무능하고 게으르며 부패했다.'는 믿음을 증명하기 위해 기억하고 싶어하는 부분들만 취사선택하는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이러하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 漁夫 2012/10/04 22:11 #

    300명이 한국 정도 규모의 국가에는 그렇게 크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어느 정도 되면 숫자도 좀 늘일 필요가 있을 겁니다. 사실 어느 업종이건 300명 모아 놓으면 꼭 사고 치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지요. 국회의원만큼 항상 주목받지는 않는다 뿐이지....

    물론 이 정도 규모에서 전체의 효율적 토론이 되긴 힘들지만, 개개 법안은 대개 상임위에서 이미 결정하고 올라가는 거니까 전체 규모가 항상 토론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니지요.
  • 위장효과 2012/10/04 07:50 # 답글

    3. 의료 관련 법 하나 제정될 당시 문안부터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만드신 교수님께서 국회에 가셨을 때 경험.
    분과위원회의 한 의원이 계속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해대고 있는지라 슬슬 부아가 치미는데 -이 분 평소 지론이 "뭔 말이 안되는 것처럼 들리는 소리도 들어줘야 한다. 정말 가뭄에 콩나듯 쓸만한 말이 나올 가능성도 있지만 그런 인간일수록 안들어주면 나중에 골치아프다. 내편으로 만들어서 방해나 안하게 하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이득이다."였으니 그런 분이 부아가치밀정도라면...- 같이 동행했던 복지부 담당 공무원의 귓뜸 "지금 뭔소리하는지 본인이 전혀 모르면서 그냥 뱉는 거니까 신경끄세요."

    6. 그랬던 양반이 미스터 쓴소리라든가 땡삼옹이라든가...(땡삼옹은 공부안하기로 유명했던 인물이니 논외) 뭐 조순형 의원도 낙선경험에 지역구 옮긴 경험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오랬동안 의원직을 해서 뭘 하면 되는지를 잘 알고 있었죠.

    P.S. 2010년, FDR더러 조지 마샬 장군이 쓴소리한 것에 대해 쓰신 포스팅에서 붙은 댓글에 나온 인물 "야마모토 곤베에-곤노효에-"가 누구냐면 바로 러일전쟁당시 일본 해군장관입니다.
    야마모토 곤베에의 명언이라면 일본해군 연합함대 사령장관-러시아와의 한판을 앞둔 시점에서 정말 중요한 인사였지요-으로 도고 헤이하치로 제독(당시 사세보 진수부 사령장관이라는 한직에 있던)을 메이지 천황에게 추천하면서 "그 친구, 운이 좋거든요."라는 게 있습지요. 정말 운이 좋았는지는 도고 제독이 그 후 어떤 일을 했던가를 보시면 됩니다^^.
  • 漁夫 2012/10/04 22:14 #

    3. 삼~~~~~~~백~~~~~~~ 모아 놓으면 별별 인간이 다.

    6. 하하하. 땡삼옹의 '전술핵? 원자로 말인가?'란 레전설이 있지요 ㅎㅎ

    ps. 아 그랬군요! 정말 운 좋은 사람을 적시적소에 추천 ^^;;
  • 푸른미르 2012/10/03 22:04 # 답글

    미래를 예측하고 창조적으로 해결하는데 섬세한 직관이 전문적인 지식보다 낫다는 아이러니.......
  • 漁夫 2012/10/04 22:15 #

    직관을 우습게 알면 안 됩니다. 제가 인용한 Gigerenzer의 책을 보면 직관의 위력이 생각보다 훨씬 무섭습니다.
  • Allenait 2012/10/03 22:25 # 답글

    하기야 감독 바뀐다고 성적이 달라진다면 진작 DTD는 없어졌겠죠
  • 漁夫 2012/10/04 23:35 #

    음 그렇겠지요.

    ....... 이건 이성이고, 개엘지!!!!!!!!!!!!!!!!!!!!!!!!!!!!!!!!!!!!!!
  • 시신 2012/10/04 01:08 # 답글

    수장 하나만 바뀌면 된다고 생각하는 서울의 L모구단 생각나서 속이 쓰립니다. -_-
    오늘 홈 마지막 경기였는데 호갱들 참.. ㅠㅠ
  • 漁夫 2012/10/04 23:35 #

    저도 호갱입니다(냉정모드).

    ....... 이건 이성이고, 개엘지!!!!!!!!!!!!!!!!!!!!!!!!!!!!!!!!!!!!!!
  • 행인1 2012/10/04 09:39 # 답글

    1. '대통령제'를 200년쯤 해본 미국에는 별별 대통령들이 많은데 그중에서 철수횽아가 될 경우에 가장 근접한 경우는 '하딩'이 아닐까 합니다. 이 양반은 명색이 '상원의원'까지 했지만 정치에는 젬병이었고 그저 인상이 좋아서 당내 보스들이 '추대'한 다음에 아주 열심히 포장해서 선거전을 뛴 사례였죠.

    2. 하딩은 결코 사악한 인물은 아니었고 1차대전 참전용사들의 복지를 위해 원호국(오늘날 보훈부의 전신격)까지 세울 정도의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초대 국장을 누굴 임명할지 몰라서 무려 열차에서 만난 '사기꾼'을 그 자리에 앉혀버렸습니다.(그 이후에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은 생략)

    3. 하딩은 자기 세력도 없고 등떠밀려 백악관에 입성한 경우다 보니 인사가 아주 가관이었는데 '법무장관' 자리에 '브로커'로 악명을 떨치던 위인이 앉을 정도였습니다. 결국 이런 사람들 때문에 당대 최고의 정치적 스캔들인 '티포트 돔' 사건이 터지고(유사시 해군용으로 남겨둔 유정을 업자들이랑 내무장관이 냠냠~) 하딩은 이 사건으로 고민하다가 결국 병으로 죽고 맙니다.

    4. 개인적으로 윤여준 씨가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공주마마는 '궁정정치', 문 이사장은 '섭정정치', 철수횽아는 '신정정치'라고 한 적이 있는데 거기에 동감하는 바 입니다.
  • 漁夫 2012/10/04 23:44 #

    1~3. 漁童이 보는 먼나라 이웃나라에서도 하딩은 그저 그런 인물로 나오는데, 으흠 이거 참...........

    4. 이 포스팅에서 문재인에 대해선 별로 말을 안 한 셈인데 '죽은 노무현이 섭정'인 게 참 골때리긴 하지요.
  • 2012/10/04 13:5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10/04 23:4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2/10/05 16:1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2/10/05 22:2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2/10/08 17:2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2/10/08 20:4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일화 2012/10/04 17:36 # 답글

    차라리 자유방임정부로 돌아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정치에 거는 기대와 현실 사이의 괴리가 크죠. 저는 한 발 더 나아가 어차피 지키지도 않는 공약에 대한 검토도 별 의미가 없고, 평소 주장으로 보아 뭘 망칠 가능성이 가장 낮은 사람을 뽑자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한미동맹을 공격하는 사람은 안된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죠.
  • 漁夫 2012/10/04 23:46 #

    저도 이렇게 복지 담론이 계속되다 보면 어쩌려나 싶기도 한데, 저 혼자 어케 해 봐야 되는 것도 아니고요.

    망칠 가능성이 가장 낮다면 사실 아무것도 특별한 거 안 하는 건데 그래서야 선거에서 제대로 먹힐 리가 없으니 항상 위험부담은 지게 마련이라서요. 유력 후보들이 다 맘에 안 든다면 사실 좀 상당히 좌절스럽긴 합니다.
  • 일화 2012/10/05 00:18 #

    말씀대로 선거 때야 어찌되었든 '내가 이 모든 난제를 해결하고 국민들을 신천지로 인도하겠습니다~'라고 외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러니 공약은 본질적으로 空약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 漁夫 2012/10/05 00:23 #

    아무리 직관이 뛰어나다고 해도, 기거렌처의 주장에서는 '최소한의 지식은 있어야' 건전한 방향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니 국민이 저번 747 공약 같은 황당한 넘은 좀 잘라 주시기 기대할 뿐이지요.
  • 오뎅제왕 2012/10/08 20:13 # 삭제 답글

    민주주의 와 [ 언젠가 먼훗날 백마타고 올 초인 ] 과는 거리가 멀지요.. 아직도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영웅숭배 , 초인숭배 , 지도자 숭배 기작이 머리속에 남아서 그런가 봅니다.


    니체 초인덕후.. 위버멘시 !!!
  • 漁夫 2012/10/08 20:43 #

    ㅋㅋㅋㅋ U:bermensch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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