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이 북아메리카로 이주한 시기 및 경로 고고학

  아시아에서 신대륙으로 들어간 최초의 사람들(iiai님; Naver)을 보고 생각나서.

  여기 오시는 많은 분들께서는 多翁의
'총, 균, 쇠'를 보셨을 것입니다.  이 책은 Steven Pinker의 '빈 서판(The blank slate)' 등 이 계열의 많은 책에서 인용되는 유명 참고 문헌 중 하나지요.  하지만 근래의 발견들에 의하면, 이 책의 적어도 한 부분은 좀 재고를 해 봐야 할 듯합니다.  바로 아시아에서 북아메리카로 사람이 처음 건너간 연도 및 경로입니다.
  '총, 균, 쇠'에서는 이 연도를 대략 BC 11,000년의 직전 몇 세기로(대략 BC 11,500~11,000?), 이동 경로는 베링 해와 알래스카로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설의 문제점은 

  1. 토양에 갔다가 재감염되는 기생충들이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서도 발견된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베링 육교 및 알래스카는 너무 추워서 토양에 간 기생충들이 저승 구경을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byontae님의 좀 전 포스팅에 이 점이 잘 나와 있습니다.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이 알래스카에 있었다면 구충(십이지장충으로 많이 알려짐)처럼 토양을 거쳐야 하는 기생충들은 모두 얼어 죽어야 했겠지만, 아메리카 원주민들에서는 이런 기생충들이 잘만 나타난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적어도 베링 육교 - 알래스카 경로만 사람들이 이용하지는 않았다는 얘깁니다.  byontae님 포스팅에 보면 세 개의 경로가 나와 있는데, iiai님 포스팅에도 나오듯이 다른 경로 중 가장 그럴듯한 것은 알류션 열도와 북아메리카 해안을 따라가는 길입니다.  해안이라 좀 따뜻하기 때문에 기생충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지요.  태평양을 거쳐 가는 경로는 해당 시대에 맞는 고고학적 증거가 전혀 없으며 - 실제 이 길을 밟은 최초의 사람들은 '총, 균, 쇠'에 나온 것처럼 BC 3,500년경 대만에서 출발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 일부 의견처럼 유럽에서 넘어갔을 가능성은 아메리카 원주민이 혈통적으로 아시아와 가깝다는 이유 때문에 부정되고 있지요.
  역시 iiai님께서 소개한 이 링크에 따르면, 위의 두 가지 경로를 제대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2. 최신의 빙하 후퇴 시기 평가 결과

  iiai님 글을 참고하면, 캐나다 내륙의 얼음이 녹아 생긴 통로가 생긴 시점이 BC 13,000~12,000년 정도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내륙 경로를 이용할 수 있던 시점이 이전의 정설보다 더 빨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할 점이라면

  1) Clovis인은 베링 육교 - 알래스카 - 캐나다(로키 산맥의 동쪽)를 거쳐 미국 서부의 로키 산맥 동쪽 대평원에 처음으로 진입한 사람들을 부르는 말입니다.  (북아메리카에 최초로 도착한) 사람들이 북아메리카 대형 동물의 상당수를 멸종시켰다는 것은 거의 정설이라고 봐야지요.  많은 경우 멸종 연도는 상당히 정확히 파악이 가능한데, Clovis 인들이 해당 지역에 도착했을 때와 거의 일치한다고 합니다.  이 연대들을 전부 더 이전으로 옮겨야 할까요?
  2) 이동 경로가 둘이고 각각의 경로가 꽤 오랜 세월 동안 갈라져 있었다면, 유전적 및 언어학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있어야 합니다.  언어학적으로는 상당히 오래 전 얘기라 현재 유연 관계가 확실하지 않다고 해도 문제는 없으나, 유전적으로는 어떨까요?  이 방식은 베링 해 지역의 단일 집단에서 전체 아메리카 원주민이 갈라져 나왔다는 설을 지지한다고 합니다.     
  3) 어떻게 보면 유전적 증거와 기생충 증거가 모순되고 있습니다.  전자에 따르자면 한 경로만으로 이주했다는 것이고, 기생충 증거는 적어도 해안선 route가 있었을 것임을 보여 주지요.  로키 산맥은 예나 지금이나, 특히 지금보다 기후가 추웠던 시절에는 넘기 힘들었을 것이기 때문에, 해안선을 따라 간 사람들이 거의 동시대에 (자신들의 위치에서 개별적으로 여러 번) 로키 산맥을 넘어 평원 지역으로 퍼졌을까요?  이건 좀 상상이 어렵습니다.  아니면 충분히 따뜻하여 기생충이 토양에서도 살 수 있는 지역에서 로키 산맥을 넘은 한 그룹이 대평원으로 퍼져나갔을까요?
  물론 유전적 증거는 '현재의' 인구 집단을 조사한 것이지, 이주 당시에도 그랬다는 증명을 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는 않습니다.  실제 차이가 있었는데 나중에 들어온 사람들이 먼저 온 사람들을 (나중에 유럽인들이 그랬듯이) 쓸어없애 버렸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 외에 각 설에 대한 더 많은 기술적 문제들은 영어 위키피디어의 해당 항목을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漁夫

  ps. 아마 多翁은 "... 어느 쪽의 판단이 옳든지 간에 클로비스 시대가 그 이후 아메리카의 선사 시대 역사에 미친 영향을 이해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어느쪽이든 간에 사람이 살 수 있는 다섯 대륙 가운데 남아메리카와 북아메리카에서는 선사 시대의 인류 역사가 가장 짧았다.(번역본 70페이지)"라 말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지도요.  이 부분의 연도 수정은, 사실 '총, 균, 쇠'의 전체적인 논지에 크게 영향을 주는 부분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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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초록불 2012/07/09 00:26 # 답글

    로버트 웬키 교수가 쓴 <선사문화의 패턴>을 보면, 미대륙으로의 인류의 이주 시기는 3만년까지 추정이 가능하다고 하며 언어를 통해 볼 때 세 차례의 이주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웬키 교수는 1만 3천년 전 인간이 미대륙에 있었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재미있었던 부분은 저도 그동안 그렇게 믿고 있었던 1만 2천년 경 미대륙에서 대형 포유류들이 멸종된 것은 인간들의 사냥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이 지금은 크게 의심받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시기에 매우 많은 종이 멸종되어 버리는데, 사냥감이 아닌 동물들도 멸종되었고, 인간들의 사냥에 의해서 멸종했다는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 漁夫 2012/07/09 19:04 #

    http://www.amazon.com/Patterns-Prehistory-Humankinds-Casebooks-Criticism/dp/019516928X#reader_019516928X 이것이군요.

    음 그 책의 맥락을 잘 모르겠습니다만, 최소한 웬키 교수의 설에서는 다음 것을 설명해야 할 것입니다.

    1. 대략 1만년 이상 되면 언어 사이의 연계를 판단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유전자 증거에 의하면 최소한 최근의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베링 해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공통 조상인데, 이들의 이주는 대략 BC 12000 이전이지요. 이렇게 되면 언어를 갖고 세 차례의 이주가 있었다고 판단하기에는 좀 무리 아닐까요.

    2. Colin Tudge의 책(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3166412 )은 진화생물학자들의 시각(인간에 의한 멸종)을 대표합니다. 그리고 인간 사냥의 증거는 늑골에 Clovis 창촉이 박힌 동물의 시체가 자주 나온다고 하는데,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니 완전히 배치되는군요. @.@
  • 초록불 2012/07/09 20:07 #

    간략하게 쓰다보니 오해의 여지가 있군요. 사냥된 동물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사냥되지 않은 동물들도 멸종되었다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동물들의 멸종에 인간만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말씀하신 대형 포유류의 갈비뼈에 난 칼자국 이야기는 이 책에도 나옵니다.

    언어의 경우는 꽤나 길게 설명하고 있는데 제가 자세히 읽지는 않았습니다만 계통이 다르다는 것이 주된 요점으로 기억합니다. 공통 조상을 가져도 언어는 다를 수 있으므로 이런 추정이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의 레퍼런스를 보면 좀 더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어차피 영어일테니 저는 패쓰...
  • 초록불 2012/07/09 20:27 #

    내친 김에 책을 빌려왔는데...

    세 번의 이주가 있었다고 보는 것은 shoveling이라 불리는 이 안쪽의 형태 조사에 의한 것이라고 나오네요. 이 설을 주장한 터너Turner 교수는 이 형태의 조사를 통해 1만 2천년 이후에 두 번의 이주가 더 일어났다고 주장하고 이 주장은 조셉 그린버그라는 학자가 주장한 언어 구분으로 인한 세 번의 이주와 맞아떨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첫번째는 Amerind, 두번째는 Na-Dene, 세번째는 Eskimo-Aleut 로 나눠진다고 하는군요.

    뭐, 학자들이 늘 그렇듯이 이런 추정이 결정적이라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이 챕터에는 Crawford라는 학자의 DNA 분석을 토대로 34000년에서 17000년 사이에 이주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게 제가 앞서 댓글에서 3만년이라고 쓴 말의 근거였겠네요...
  • 초록불 2012/07/09 20:30 #

    아, 그리고 이 책은 번역이 나와 있습니다...^^
  • 漁夫 2012/07/09 23:41 #

    '사냥되지 않은 동물들도 멸종되었다' ==> 이 점이 포인트인데, 소위 대형 동물은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꼭 도구 자국이 난 뼈가 나온다고 볼 수 없겠지요. 오스트레일리아의 대량 멸종도 (제가 아는 한은) 도구 자국이 난 뼈를 발견 못했지만 인간이 주범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이미 보셨겠지만 多翁은 이 점에 대해 '거의 모든 종류의 서식지에서 다 멸종이 일어났고, 이 동물들은 그간 수많은 빙기와 간빙기에도 살아남았는데 왜 한꺼번에 멸종했겠는가?'라 반문하고 있습니다.

    그린버그는 Diamond도 위대한 언어학자라고 말하지만, 아메리카 부족에 대한 언어 정리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소수 의견'이라고 합니다. 대다수의 언어학자들은 다수 언어군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그 외에 특정 부족이 팽창하려면, 주변 부족에 비해 뭔가 기술적 이점이 있어야 합니다. 가령 인도유럽어군의 말(馬)이라든가, 반투족의 농사와 목축, 몽고족의 승마 군사 기술이나 유럽인의 총,균,쇠 따위겠지요. 만약 각 어족들이 확산을 도와 줄 이점이 있었다면 뭔가 흔적이 있을 텐데, 해당 어족을 사용하는 아메리카 이주민들에게 이런 이점이 있었는지는 불확실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비판적으로 보게 되는군요.

    아, 소개 감사드리고, 기회가 있으면 꼭 한 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 초록불 2012/07/10 00:13 #

    DNA에 대한 연구가 빨리 진전되고 있기는 한데, 더 빨리 진행되었으면 싶네요...^^
  • 일화 2012/07/09 03:40 # 답글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남아있다니 재미있네요. 유전자의 흔적도 남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집단 전체의 절멸은 잘 상상이 안되네요.
  • 漁夫 2012/07/09 19:05 #

    아직 미해결 문제는 널리고도 널렸습니다.

    보통 유전자는 어떻게든 흔적이 남는데(심지어 네안데르탈인과 근동 인류도 일부 유전자가 섞였다고 알려졌나 봐요), 흔적이 전혀 안 남았다면 좀 이상하지요.
  • shaind 2012/07/09 13:01 # 답글

    아메리카 원주민에게 발견되는 구충의 DNA를 조사해볼 필요......가 있을것 같은데 이미 대항해시대 이후 수백년이 지났으니 의미없으려나요.
  • 漁夫 2012/07/09 19:06 #

    유적 근처의 토양 아니면 똥 화석에서 찾아야지요.
  • 초록불 2012/07/09 20:07 #

    앞서 책에서 토양에서 증거를 찾기 어려운 이유로 빙하로 인한 침식과 퇴적이 아주 더딘 문제를 꼽고 있었습니다.
  • 누군가의친구 2012/07/10 00:56 # 답글

    저는 IPTV에서 VOD 서비스를 통해 북아메리카 인류에 대해 들어봤는데 거기서는 발굴된 석기의 형태를 통해 베링해, 알래스카 둘다 언급하더군요. 그리고 운석이나 헤성이 빙하에 충돌해서 빙하가 마찰열에 대규모로 녹아서 북대서양애 흘러들어 해류흐름을 건드려서 빙하기가 도래했다고 주장하는 의견도 나오던데 아직은 확실한건 아니니까요.

    그러저나 그런 멸종 원인에 대해 운석이라던지 혜성등의 충돌이라는 주장이 심심치 않게 나오니 이제는 뭐 놀랍지가 않더군요.ㄱ-
  • 漁夫 2012/07/10 21:16 #

    북대서양의 빙하 녹은 호수가 터져서 바닷물의 염도가 한동안 낮아졌던 적이 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있는데, 정확히 언제 얘기고 효과가 어땠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칙슬럽 운석구에 대한 연구야말로 '천재지변'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인식을 정말 크게 바꿔 놓았지요.
  • 1 2012/07/10 01:15 # 삭제 답글

    흥미로운 이야기 잘 보고 갑니다.
  • 漁夫 2012/07/10 21:16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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