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12 10:15

'Mother nature'? Evolutionary theory

  펭귄의 성적 행동에 대한 기사가 화제거리인데, 이건 그다지 새로운 얘기도 아니었다.

  자연은 여태껏 어머니 품과 같다고 의인화되어 왔지만 최근에는 그 속에 산재해 있는 사악함에 대해 인식하게 되었으며 이는 생물학에서 이루어진 진보라 할 수 있다.  인간과 동물의 행태를 주로 다루는 이론가나 현장 실험학자들이 인간과 동물의 행동 중에서 될 수 있는 대로 유쾌한 측면만을 연구·토론하려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야외 연구자들의 고의적인 무지라고 불릴 수 있는 예가 매우 많은데 그중에서도 나는 C. 머리 래빅의 남극 펭귄에 대한 1917년의 연구를 가장 좋아한다"대개의 펭귄 집단은 주변을 맴도는 작은 불량배 무리들에 의해 괴롭힘을 당한다.  새끼가 어쩌다가 길을 잃고 헤매었다가는 그들에게 목숨을 잃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들이 저지르는 만행은 이 책에는 도저히 적을 수 없는 잔인한 것이다."  그 이후의 많은 다른 연구자들과 달리, 래빅은 사실 그대로를 쓰지 않고 검열했음을 솔직히 인정한 것이다.

- '진화의 미스터리(The pony fish's glow)', George C. Williams, 1997, 이명희 역, 두산동아 刊, p.212~13

  'Mother nature'란 생각은 선도적인 연구자 Sarah Blaffer Hrdy 등에 의해 환상이 깨지기 시작했으며, 위 인용구의 바로 다음 부분은 사실 Hrdy의 인도 북부 랑구르원숭이의 유아살해 얘기다.  참고로 인간의 유아살해에 대해 이미 두 포스팅을 했는데(1 & 2. 더 할 수도 있지만 웬지 내키지 않아 개점휴업 중), 인간은 명목상 대체로 일부일처제에 가깝다.  하지만 하렘형 동물에서 나타나는 유아살해는 인간의 경우와는 좀 이유가 다르다.  물론 자세한 이유는 동양방송

  어쨌건 자연은 '근시안적 이기심이 극대화되는 과정'이며, 따라서 자연이 특별히 인간에게 더 신경을 쓰고 온화해야 할 이유도 없다.  즉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든가 지구 전체가 하나의 생물처럼 움직인다든가 하는 개념은 수용불가  byontae님 말처럼, 자연이 인간의 시선에 신경을 쓰고 근시안적 이기심의 가차없는 손길을 늦춘다든가 덜 잔혹해진다든가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자연은 애초에 그런 개념이 없다.

  漁夫

  ps. 반면 자연은 일부 생물처럼 (안타깝게도 인간도 포함해) '계획적으로 잔인하지는' 않다.  자연 선택에는 계획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사람의 시각으로 넓게 보면 어리석기 짝이 없는데, byontae님 리플을 볼 수 있는 포스팅에서 이미 설명해 놓았다.

덧글

  • 피그말리온 2012/06/12 10:25 # 답글

    기계와 자연하면 뭔가 달라보여도 따지고보면 결국 같은 존재일 뿐이라는 걸까요....
  • ... 2012/06/12 10:49 # 삭제

    자연은 계획적으로 잔인하지도 않고, 자연 선택에는 계획이 없다고 쓴 글에 자연=기계라는 리플이 달리다니 뭐라 할 말이 없다
  • 漁夫 2012/06/13 08:58 #

    기계와 생물을 비교할 때 http://fischer.egloos.com/4273420 여기서 보셨듯이 비슷한 점은 많습니다. 다른 점이라면 '자체 수리'와 '자가 복제'가 없다는 것이지요.
  • 일화 2012/06/12 10:53 # 답글

    근거를 알 수 없는 낭만적 뇌내망상의 하나죠. 개인적으로는 바이블의 창세기가 원흉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습니다.
  • 漁夫 2012/06/13 08:59 #

    바이블이 유명해졌기 때문에 원흉 비슷하게 지적을 받습니다만 이런 유의 창조 설화는 거의 모든 민족에 다 존재하기 땜에.... ㅎㅎㅎ
  • 2012/06/12 11:0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漁夫 2012/06/13 09:00 #

    진화론적 세계관을 보면, 우주를 관찰할 때처럼 인간이 얼마나 하잘것없으면서도 이 모든 것들을 이해할 능력을 받았다는 데서 역설적 축복이랄까... 그렇습니다.

    그래도 저 펭귄의 경우는 좀 애매한 것이, 번식율 늘리려는 목적만 갖고는 폭력을 잘 설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오뎅제왕 2012/06/12 11:01 # 삭제 답글

    자연은 영아살해와 모성애 둘 다 존재하지여..

    목적 없는 자연선택의 결과가 부모 투자 같은 경우도 잇고요

    스티븐 핑커도 말했지요..

    [ 진화의 산물에는 도덕적으로 칭찬할 것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 우리는 "자연적" 특성을 인정하는 것이 그것을 묵과하는 행위나 다름없다는 두려움 없이 인간의 심리를 솔직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된다. ]

    라고 했지요..

  • 漁夫 2012/06/13 09:03 #

    이 편 격언에서 또 하나 유명한 것이

    '이타주의는 유전자의 이기성일 뿐이다'(Bill Hamilton)

    부모 투자도 선택적으로 작동합니다. 낳자마자 뿔뿔이 흩어지기 때문에 전혀 양육이 없는 동물들에게는(즉 새끼를 만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넘들) 새끼를 보여 줘 봐야 잡아먹는 사례도 많지요. 인간의 경우에도, 자식을 버리는 남자나 낙태하는 여자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부모의 사랑이라도 무차별적이지도 않고, '소피의 선택'에서 잘 볼 수 있듯이 차별적으로 적용합니다.
  • kuks 2012/06/12 11:02 # 답글

    http://news.nate.com/view/20120611n19858?mid=n0602

    같은 기사의 네이트 게재판이고 해당 베플에 매우 동감하는 바인데 그 베플의 댓글을 보니...OTL
  • 漁夫 2012/06/13 09:03 #

    하하하하 ;-)
  • dunkbear 2012/06/12 11:45 # 답글

    도덕은 인간의 잣대일 뿐이니까요....
  • 漁夫 2012/06/13 09:04 #

    인간의 잣대를 다른 종에 적용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지요. 침팬지에게 간통죄가 아무 쓸모가 없듯이요 ;-)
  • Allenait 2012/06/12 12:15 # 답글

    하기야 인간의 기준만 들이댈 수는 없죠
  • 漁夫 2012/06/13 09:04 #

    생물학에서 인간 중심주의는 격파해야 할 대상 중 하납니다 ;-)
  • 2012/06/12 14:1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漁夫 2012/06/13 09:06 #

    늑대의 야생 생활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데 이런 연구가 있는지 기회 있으면 한 번 찾아 보겠습니다. 하지만 반려자 외에 관계를 안 갖는다는 것은 좀 의문스러운데요...
  • Ya펭귄 2012/06/12 20:41 # 답글

    WTF....

  • 漁夫 2012/06/13 09:06 #

    WTH....
  • Ha-1 2012/06/13 09:20 # 답글

    '모성'도 신화화된 측면이 많으니 적당히 퉁치는 것도 ㅋㅋㅋ
  • 漁夫 2012/06/13 09:48 #

    그 신화화를 까는 책이 바로 Sarah Blaffer Hrdy의 '어머니의 탄생(Mother Nature)'입니다.

    전 이 책을 아주 좋아하진 않습니다만 이 측면에서는 읽어 볼 만 합니다. 우선 제목 번역부터가 좀 아니거든요.
  • MoGo 2012/06/13 12:49 # 답글

    죽어있는 암컷이 교미할 때의 암컷의 자세와 같아 수컷이 착각한 것을, 레빅이 백년 전 사람이다 보니 그렇게 봤을 거란 현재 학자들의 주장이 기사화 되었습니다.
  • 漁夫 2012/06/13 21:38 #

    네 그 기사 읽었습니다. 하지만 새끼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은 잘못 봤다고 하기 어렵겠지요.
    ... 물론 펭귄이 귀엽기만 할 리가. 흰줄박이돌고래가 왔다 갔다 할 때 먹이 구하러 나가야 하는 경우 옆에 있는 넘 먼저 밀어넣는 넘들도 꽤 있다지요. 이건 귀엽기나 하지만 http://pds11.egloos.com/logo/200901/22/35/a0011435.gif
  • 대공 2012/06/14 00:39 # 답글

    전 이제까지 저런 비효율적인 행동들이 지능의 결과물인줄 알았어요(...)
  • 漁夫 2012/06/14 01:07 #

    http://fischer.egloos.com/4621236 에서 보는 것처럼, 이상해 보이는 행동이 전부 지능 혹은 적응의 결과는 아닙니다.
  • 누군가의친구 2012/06/15 03:01 # 답글

    뭐, 펭귄은 귀엽지만요. 현실은...ㄱ-

    PS: 그리고보니 일본의 수족관에서 탈출한 펭귄을 몇개월 만에 다시 찾아내 잡았다고 하더군요. 아니, 도시 하천을 유유히 수영치는 걸 보고 어떻게 저렇게 살아남았는지가 참 궁금하더랍니다.
  • 漁夫 2012/06/15 09:23 #

    펭귄은 좀 더운 날씨도 버틸 수 있긴 하니까(갈라파고스에서도 사니까요. 물은 차갑지만), 먹을 거만 있다면야 ;-)
  • 1 2013/01/13 08:20 # 삭제 답글

    노자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하늘과 땅은 어질지 않으니 만물을 짚으로 만든 개처럼 내버려둔다)
  • 漁夫 2013/01/13 17:46 #

    그런 말이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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