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30 00:13

나도 해야 한다! 私談

  오늘의 오역('12. 5. 20) 주변을 읽다가 떠오른 생각.
 
  2003년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는 지휘자 사이먼 래틀(Simon Rattle)과 함께 미국 순회공연을 했다.... 그들은 뉴욕 공연에서 대중이 잘 모르는 드뷔시(Claude Achille Debussy)의 '라 메르(La Mer)*'를 연주했다.  래틀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뉴욕 공연 중 드뷔시의 <라 메르>를 연주하는 동안 절반 가까운 관객이 팔짱을 낀 채 못마땅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포터하우스 스테이크를 먹으러 식당에 들어온 손님에게 우리가 엉뚱한 식사를 제공하는 격이었다.  나머지 절반은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했지만, 앞에서 말한 관중은 끝까지 생뚱맞은 얼굴이었다.  "도대체 내 스테이크는 어디 있는 거야?"라고 투덜대는 것 같았다.  우리 의지를 굽히고 그들의 요구를 들어준다는 것은 실책이 아닐 수 없다.

  관중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지휘자의 음악적 취향을 무시하고 '내가 모르는 곡이니 좋아할 수 없어'라는 직관을 끝까지 밀고 나갔다...
  '새로운 것을 혐오하는 증상'을 보다 슬기롭게 극복하는 방법들이 있다.  프랑스의 경제학자이자 정치가 튀르고(Anne Robert Jacques Turgot)는 개혁자다.  전해 내려오는 얘기에 따르면 그는 프랑스에 감자를 도입하려고 애썼는데, 농부들이 이상한 식물이라며 격렬하게 반대했다고 한다.  그는 꾀를 내어 실험적인 국영 농장에서만 감자를 심도록 했다.  얼마 후 농부들은 다시 소동을 일으켰다.  이번에는 자신들에게도 감자를 재배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것이었다.  새로운 것을 혐오하는 증상은 경쟁적인 사회적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간단히 해결되었다.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으면 나도 원하게 마련이다'라는 속설이 그대로 통한 것이다.

- 'Gut feelings(생각이 직관에 묻다)', Gerd Gigerenzer, 안의정 역, 추수밭(청림출판) 刊, p.168~69

* 앞에서 지적했듯이 오역으로 보더라도 무리는 아니다.  통상 '교향시 '바다''라 번역한다.

ME TOO TENDENCY

  그렇다면, 우리 나라에서 12음 기법 음악같이(example) 대중이 경원하는 작품을[1]  듣게 만들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지금 딱 떠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1. 상류 사회 사람들의 모임에서 이런 곡을 듣는다.  즉 '지위재'로 만드는 방법이다.   이렇게만 되면 조만간 대중이 따라올 거다.
  2. '12음 기법 effect'.  아이가 이런 곡을 좋아할 리는 없으니 "하루에 일정 시간 이상 들으면 정력이 좋아지더라" 이렇게...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신지? ㅎㅎ

  漁夫

 [1] 드뷔시의 '바다' 정도에 팔짱 끼고 고집한다면 12음 기법에는 아마 대놓고 야유를 보내지 않을까 싶다. 어쨌건 들으면서 졸 수 있는 음악은 아니니까.

덧글

  • 로리 2012/05/30 00:23 # 답글

    공연 전에 곡에 대한 찬사와 소개 찌라시(...)를 나누어 주며, 대가가 왜 이 곡을 연주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 漁夫 2012/05/30 21:37 #

    설명을 좋아하는 연주가들이 몇 있긴 합니다. 대체로 큰 효과는 발휘하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긴 합니다만...
  • kuks 2012/05/30 00:26 # 답글

    12음 기법(또는 12음계주의)은 꽤 전위적인 음악이 아니었던가요?
  • 漁夫 2012/05/30 21:38 #

    근데 그게 벌써 나온 지 100년 된 게 문제라면 문젤까요....
  • 저금통 2012/05/30 00:28 # 삭제 답글

    연주회장에서 익숙하지 않은 거 날로 들이대기보다 자연스럽게 접할 기회를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영화 같은 데 배경음악으로 쓴다든지, 이벤트로 보여준다든지요. 런던 올림픽 때 슈톡하우젠 헬기 띄운다는 얘기도 있고... 라이시의 Music For 18 Musicians 일부를 뜀박질할 때 들으라고 추천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 漁夫 2012/05/30 21:40 #

    그 친구는 http://fischer.egloos.com/4463796 이런 닭짓을 한 줄 안 이후로 들을 생각 완전히 접었습니다. 사실 음악하고 상관 없는 일이긴 합니다만.

    20세기 음악 중엔 - 특히 바르토크 - 공포 영화 뒷배경으로 쓸 만한 게 꽤 되는데, 그게 별로 좋다는 생각은 썩 들지는 않네요. '음악'이 아니라 '배경'이 우선처럼 들려서요.
  • 저금통 2012/05/31 10:09 # 삭제

    그 전에는 들으셨다는 게 놀랍습니다. 전 20초 이상 들어 보고 싶은 곡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대중이 경원'하는 음악 중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는 것도 많... 그리고 이건 닭에게 모요ㄱ... ㅠ.ㅠ
  • 漁夫 2012/05/31 18:59 #

    뭐 저도 귀동냥만 한 정도라... 솔직히 그걸 듣고 앉아 있긴 힘들지요 -.-

    네, '대중이 경원'한다는 건 다 어느 정도 이유가 있지요. 그걸 '미래에는 나아질 거다'란 말만 하기는 좀 곤란하다고 봅니다.
  • 저금통 2012/05/30 00:33 # 삭제 답글

    MC2처럼 학생들이 들으면 공부를 잘 하게 된다...도 있겠군요. 태아는 모차르트, 수험생은 쇤베르크~ 오스트리아 관광청... -_-;
  • 漁夫 2012/05/30 21:41 #

    하하하... 근데 '들으면 공부 잘하게 된다'는 거의 거짓말로 볼 수 있는지라...
  • 저금통 2012/05/31 10:10 # 삭제

    풉...; (근데 리플 달고가 너무 무서워요;)
  • 漁夫 2012/05/31 23:03 #

    ㅎㅎㅎㅎ 전 하드고어인 짤방을 좋아해서요.
  • ㅇㅇ 2012/05/30 02:02 # 삭제 답글

    태…태그가?!
  • 漁夫 2012/05/30 21:41 #

    여기 방문하시는 분 중 한 분은 눈치채시리라 믿고 장난쳤지요 ㅋㅋㅋ
  • 위장효과 2012/05/30 02:13 # 답글

    대놓고 야유정도가 아니었지요. 파울 힌데미트가 나치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해서 가진 첫 연주회에서 그의 작품을 다 듣고 난 청중이 "맙소사! 지금 유럽의 정신 상황은 정말 아수라장인가봐!!"라고 평했다죠. (다른 썰로는 알반 베르크의 대표작 "보첵"의 미국 초연 당시 평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토마스 비첨 경도 현대음악에 대해서는 상당히 비판적이라서 "그 친구들, 자기 음악을 두 번 들을려면 로열 앨버트 홀에서 연주하는 게 제일 낫지"라고도 했다죠^^;;;-워낙 앨버트 홀의 내부 구조가 음향의 흡수와 반사라는 콘서트홀로서의 가장 중요한 점에서는 최악이라서 반사되어온 음이 두 개로 어긋나게 들릴 정도인 걸 빗댄 블랙유머...
  • 漁夫 2012/05/30 21:43 #

    미국 청중들이 들입다 보수적이긴 해요. 라파엘 쿠벨릭이 시카고 심포니에서 3년만에 관뒀던 이유도, 이사회가 프로그램 구성에 이래라 저래라 말이 많아서 때려친 거였으니 알 만 합니다.

    근데 비첨은 젊은 시절에 스트라빈스키 등을 지휘했다고 하는데 나중에 저런 소리도 했군요 ;-)
  • dunkbear 2012/05/31 14:08 #

    어디서 들었는 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토스카니니/NBC 심포니의 여러 녹음에 합창단을 이끌고 같이 참여해서
    명성을 날렸고, 80년대에는 TELRAC 레이블을 통해 애틀란타 심포니의 이름을 널리 알린 로버트 쇼도 프로그램
    에 더 많은 '현대' 레퍼토리를 넣는 문제로 애틀란타 심포니 이사회와 갈등이 있었다는 여담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리카르도 무티가 라 스칼라 재임할 때도 대중적이라기보다는 덜 알려진 레퍼토리를 발굴하는 성향 때
    문에 오페라단 측과 마찰이 적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 위장효과 2012/05/31 17:46 #

    그러다 나중에는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에 매료된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그리고 비첨 경의 일화보면 의외로 근성이란 걸 가진 양반인지라^^

    세계 대전 발발한 뒤에 연주 레퍼토리에서 리하르트 바그너의 음악을 빼라! 이런 요구가 자꾸 오니까 "그래? 그럼 내셔널 갤러리에 있는 독일 화가들 작품들을 전부다 떼어낸 뒤 피카디리 서커스에서 불태워! 그럼 나도 바그너의 작품 연주 그만둘테니!!!!" 이랬다는 일화도 있으니까요^^.
  • 漁夫 2012/05/31 23:05 #

    dunkbear 님 / 로버트 쇼... 참 추억의 이름입니다 ^^;; 그나저나 Telarc label은 지금 새 음반을 내고나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그런데 덜 알려진 레파토리를 발굴이라도 하기 전에는 클래식이 오래 버틸 수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위장효과 님 / 비첨이 은근히 성격이 괄괄한 양반이지요. 박수 치치 말아야 할 곳에서 치는 청중들에게 돌아서서 "여기가 아냐, 이 바보들아!"라 소리쳤다는 일화 하며 ㅋㅋㅋ
  • 아트걸 2012/05/30 08:45 # 답글

    음...이 문제에 대해서는 제 전공분야가 클래식(구체음악 류)보다 더 끈질긴(?!) 고민과 현실타파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고 보는데요.
    1번과 유사한 시도도 상당히 많았는데, 결국 큰 효과는 없지 싶어요.
    2번의 경우는 태교음악으로 들이대서 약간...아주 약간 붐이 있긴 했는데 역시 그것도 한 때. (솔직히 모차르트도 유아 시장에서 재미 좀 볼까말까 했었는데 결론은 그닥...)
    결국 최근 들어 많이 듣고 사랑받는 음악은 영화나 드라마 삽입곡들인 것 같아요. 그리고 과거의 묵은 기운을 벗고 조금은 '타협'한 장르들이 사랑받는 것도 맞고요. (전자음악과의 융합이라든지...촌스러운 퓨전이 아닌 세련된 크로스오버도 많이 생긴...)
    재밌는 건....지금 대한민국 대학에서 '일자리의 비전'은 서양 클래식 쪽 보다는 국악 쪽이 더 있는 편....이죠. (일단 국악 쪽은 공무원...자리가 훨씬 많아서...)
  • 漁夫 2012/05/30 21:45 #

    클래식의 전성기는 지금하고는 달랐지. 음악 연주회장이 지금의 팝스타 콘서트 비슷했다니 말임.

    바그너가 20세기 후반에 태어났다면 영화 제작자가 됐을 것임. 당시에야 오페라가 요즘의 영화하고 비슷한 편이니. 사실 그렇게 따지자면 벤자민 브리튼이나 프로코피에프, 쇼스타코비치도 본의건 아니건 '타협'했다고 봐야 할지도 ;-)
  • dunkbear 2012/05/30 10:21 # 답글

    드뷔시의 '바다'라면 어디에서라도 유명한 레퍼토리인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게 아니었군요... 사실 저도 드뷔시는
    '목신 오후에의 전주곡'만 빼고는 거의 들은 적이 없지만서도. 솔직히 음악감상이란 게 개인적인 취향이 절대적이
    라고 생각하는 터라... 저런 경쟁원리는 최소한 저에게는 안통합니다. (고로 저는 말러 즐~~)
  • 漁夫 2012/05/30 21:48 #

    '바다'는 유명해도 '라 메르'는 안 유명(퍼퍼퍽) ㅎㅎㅎ

    저는 말루크너를 싫어해요 ㅎㅎ (그나마 후자는 좀 듣게 된 지가 약간 됐습니다만 전자는 아직도 먼 나라 야그. 교향곡을 3번만 빼곤 다 갖고는 있지만 상황이 크게 바뀐 건 없슴다)
  • Alias 2012/05/30 10:59 # 답글

    링크로 소개해주신 음악 들어봤는데, 즐겨 들을만한 선호도는 아니지만 장거리 운전할 때 틀어놓기엔 좋을 거 같습니다.

    운전하면서 졸릴 거 같진 않네요...ㅎㅎㅎ
  • 漁夫 2012/05/30 21:49 #

    공포스러운 클래식 유머스러운 클래식 비장한 클래식 .............. 희노애락 클래식.......... ㅎㅎㅎㅎ
  • D-Liszt 2012/05/30 15:53 # 삭제 답글

    어부 님으로부터 정력드립을 듣게 될 줄이야............

    2- 12음기법까지 갈 필요도 없이 리스트 후기곡들만 들려줘도 이뭐병 하실 분들 중에 저희 모친이 계십니다(..)
    '리스트 후기곡 열심히 들으면 나중에 비르투오조 된다'고 고사리 손의 미래의 피아니스트들에게 구라를..

    1 - 이건 진짜 레알 확실하군요. 헿헿~
  • 漁夫 2012/05/30 21:53 #

    ㅋㅋㅋㅋ

    2. 리스트 후기곡 음반이 제게 거의 없습니다만, Nuages Gris는 Grout 서양음악사에서도 실험적이라 인용될 정도니...
    1. 하하하.
  • 한우 2012/05/30 18:50 # 답글

    1,2 번의 경우 결정적으로 저 음악들이 쉬운 음악은 아니기에, 얼마나 잘 먹힐지 의문입니다. 오히려 반발이 일어날듯..

    그나저나 감자 이야기는 정말 깨는군요...
  • 漁夫 2012/05/30 21:56 #

    확실치 않긴 하지요. 근데 클래식이 점점 화석화해가는 상황이라 저도 미래가 그리 밝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감자 이야기에는 다른 version도 존재합니다. 일부러 시험 재배지에 울타리 쳐 놓고 '감시하고 있다'는 최소한의 시위만 했다는 얘기도 있거든요. (당근 주변 사람들이 훔쳐가서 퍼뜨렸다는 소리 있음 ㅎㅎㅎㅎ)
  • .... 2012/06/06 04:56 # 삭제 답글

    12음, 무조, 음렬은 이제 새로운 음악도 아니죠. 40~60년대에 완성된 방식이 새롭다고 하기엔 음악은 뇌에 감흥을 일으켜야 되는데 솔직히 무조~음렬은 그거 듣고 꼴리는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없다고 봅니다. 냉정하게 보면 안 꼴리는데 꼴리는 척 하는 애들까지 빼면 더 없을거라고 보고요....


    솔직히 저는 독일/오스트리아 정도에서만 클래식을 맡아도 별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에선 클래식이 서구문화를 상징하는 악세사리로도 이미 많이 쓰였고 오히려 수요에 비해 과도하게 교향악단, 음대에 많아 문제니...
  • 漁夫 2012/06/06 10:17 #

    http://fischer.hosting.paran.com/music/general/crisis-k.htm 에 이미 오래 전에 그런 감상을 적은 일이 있지요. 우리 나라에서는 클래식 인구 공급이 과다하다는 얘기에도 동의하는데, 이제는 국내파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으니(그 전에는 객관적 실적으로 차가 났지요) 좀 정상적으로 되어 가는 듯. 물론 절대수 과다라는 데는 아직 찬성합니다.

    ... 그런데 막상 본고장인 유럽/미국에서는 우리 나라에서 국악을 보는 것처럼 좀 '화석화'하는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내부 포스팅 검색(by Google)

Loading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화이트)

833

통계 위젯 (화이트)

653
367
12890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