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11 00:06

같은 구절의 번역 네 가지 책-역사

  카이사르의 '내전기'중 걸작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구절이 있다.  나도 좋아한다.  꽁생원에 가까운 내 금전 감각으로는 이런 생각은 대체 할 수가 없으니까.

  "그래서 카이사르는 대대장이나 백인대장들한테 돈을 빌려 병사들에게 보너스로 주었다.  이것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왔다.  지휘관들은 돈을 못 받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싸웠고, 총사령관의 선심에 감격한 병사들은 전심전력을 기울여 용감하게 싸웠기 때문이다." (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 5권 58p - 김석희 역)

  그런데 내가 본 '내전기' 번역들은 약간 다르게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즉시 부관이나 백인대장들에게서 돈을 빌린 뒤에 그것을 병사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것은 일석 이조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였다.  즉 한편으로는 빚을 담보로 백인대장들의 충성심이 변하지 못하게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활수한 은사금으로 병사들의 호감을 사기 위해서였다." (박광순 역, '내란기'외, 범우사 刊, p.53)

  "카이사르는 즉시 군관들과 백인대장들에게 돈을 빌려 병사들에게 나눠주었다.  이는 백인대장들의 충성과 병사들의 사기를 한꺼번에 확보하는 일석이조의 방책이었다." (김한영 역, '내전기', 사이 刊, p.81)

  "카이사르는 대대장들과 백인대장들로부터 돈을 꾸어서 병사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 방법은 일거양득의 효과를 가져왔다.  백인대장들의 충성을 확보하고 후한 대접을 통해 병사들의 사기도 올렸던 것이다." ( Adrian Goldsworthy, 'Caesar' - 백석윤 역)

  김한영 역에서는, 시오노 나나미가 적은 세 번째 문장의 설명을 각주로 달아 이해가 쉽도록 배려했다.

  그러면 원문은 어땠을까?  세상이 좋아져서 원문을 보기도 어렵지 않다.

  Simul a tribunis militum centurionibusque mutuas pecunias sumpsit; has exercitui distribuit.  Quo facto duas res consecutus est, quod pignore animos centurionum devinxit et largitione militum voluntates redemit. (Source)

  He at the same time borrowed money from the tribunes and centurions, which he distributed among his soldiers. By this proceeding he gained two points; he secured the interest of the centurions by this pledge in his hands, and by his liberality he purchased the affections of his army. (영역)

  아무래도 이 번역들 중 원문에 가장 맞추려고 시도한 것은 김한영 역으로 보인다.  박광순 역은 상당히 오래 되었다고 알고 있는데, 사용한 단어 중 일부를 나(같은 구세대)도 바로 뜻을 잘 알 수 없을 정도.  안타까운 것은 이 둘 중 어느 것도 라틴어에서 바로 번역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

  漁夫

덧글

  • dunkbear 2012/05/11 00:23 # 답글

    시오노 나나미 - 카이사르 빠순이 해석

    박광순 - 이해를 돕기 위한 어느 정도의 설명 첨가

    김한영 - 원문을 충실하게 옮겼지만, 뭔가 허전.
  • 漁夫 2012/05/11 00:36 #

    한 개 더 추가했습니다. 단 세 단어 정도를 추가한 셈인데 이해도가 확 달라지지요.
  • dunkbear 2012/05/11 00:41 #

    정말 그렇군요... 오묘한 해석의 세계...
  • 漁夫 2012/05/11 23:18 #

    번역은 art래서 '정답'이 없어요 ^^;;
  • kuks 2012/05/11 00:39 # 답글

    빤스지기님의 경우 내전기에 대한 글은 보거나 들은 바는 없지만, 시오노 나나미를 까는 글은 한번 본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해석말고도 접근방식이나 서술형식에서 거부감을 많이 느끼는 듯...

    그런데 이게 다수의 의견에서 많이 보여지고 있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굳이 위키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말이죠.)
  • 漁夫 2012/05/11 23:19 #

    시오노 할마시의 가장 큰 문제는 '너무 단정적'이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 할마시의 예리한 현실 감각은 좋아합니다. 개인적으로 로마인 이야기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들이라면, 현실의 한 단면을 찌르는 예리한 경구들이지요.
  • 피그말리온 2012/05/11 01:04 # 답글

    카이사르가 유비가 되느냐 조조가 되느냐의 차이라고 할까..........
  • 漁夫 2012/05/11 23:19 #

    ;-)
  • 휘연 2012/05/11 02:01 # 삭제 답글

    라틴어를 단어 대 단어로 옮기면 “동시에 (그는) 군관들과 백부장들에게서 돈을 빌렸고, (이를) 병사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이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추구해 그런 것이었는데, 백부장들의 마음을 떠나가지 않게 한 것과, 또한 병사들의 사기를 확보한 것이다.” 정도가 되겠군요. 원문만 봐서는 왜 백부장들에게 돈을 꾸는 행위가 백부장들의 마음을 떠나가지 않게 붙잡아두는 것인지 한번 더 생각해 보아야 하도록 남겨두고 일부러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는 편이 확실히 카이사르답기는 한 것 같습니다.
  • 휘연 2012/05/11 02:06 # 삭제

    확실히 김한영 역본이 원문에 충실하기는 한 것 같습니다.
  • 漁夫 2012/05/11 23:20 #

    네 필요 없는 것은 과감하게 생략하는 게 카이사르 스타일이지요. 저러니 조심스럽게 읽지 않으면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 새벽안개 2012/05/11 06:18 # 답글

    정말 오묘하네요. 번역마다 느낌이 많이 달라요
  • 漁夫 2012/05/11 23:22 #

    전 본문은 원문의 느낌을 살리는 편을 좋아하는데, 카이사르는 결코 현대 독자들에게 친절할 수 없기 때문에 김한영 본처럼 할 경우 각주가 지나치게 많아질 가능성이 높기는 합니다. 그것도 흐름을 방해할 수 있어서 단점이 되죠.
  • 2012/05/11 12:3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漁夫 2012/05/11 23:35 #

    저도 시오노가 키케로를 깎아내린 정도가 좀 심하다는 생각은 듭니다만, 일단 그는 '쓸데 없이' 자신에 대한 편지나 글을 많이 남겼습니다. 'SNS나 페북 등에 정치적 발언을 남기지 마라'고 정치 지망생들에게 충고했다던 Obama하고는 정반대인 셈이지요.

    그리고 좌파나 민중 계열의 역사가 중 키케로를 싫어하는 사람을 가끔 볼 수 있더군요. 제가 본문에 링크한 'Caesar' 렛츠리뷰 참고도서 목록 중 '카이사르의 죽음'이란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미국의 민중계열 학자가 썼는데 '(키케로는) 역사상 가장 경멸스러운 깡패'라고 (무려) 엥겔스가 말했다고 전합니다. 전반적으로 이 책은 로마인 이야기보다 키케로에게 (오히려 더)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 rururara 2012/05/11 15:16 # 답글

    "돈을 빌리다"가 왠지 "삥을 뜯겼다"는 식으로 읽혀 지네요;_;
  • Leia-Heron 2012/05/11 19:25 #

    ㄴㄴ '삥을 뜯었다'라능...

    ...(응?)
  • 漁夫 2012/05/11 23:39 #

    부하들 돈 빌어 사병들 환심사는 기막힌 아이디어.....................
  • Warfare Archaeology 2012/05/14 16:05 # 답글

    잘 봤습니다. 오묘한 번역의 세계를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전 개인적으로 조금 흐름에 방해가 되더라도 원본에 충실하고 각주를 달아주는 스타일이 좋은 것 같습니다~~
  • 漁夫 2012/05/14 23:17 #

    네 저도 원문에 군더더기 넣는 것은 반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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