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18 16:09

노화의 진화 이론(24) ; 노화 지연의 확실한 방법 II ㄴ노화(老化)의 진화 이론

  노화의 진화 이론(16) ; 노화 지연의 확실한 방법 I을 쓴 지도 거의 2년이 다 돼 가는군요.  시간은 참 잘 갑니다 -.-  간단히 노화 지연에 대한 언급 하나만 하도록 하지요.

  바로 앞 포스팅에서 앞으로 인간 수명이 늘어날까 하는 리플 질문에 '아마도 그럴 거다'라 답을 달았습니다.  이 시리즈를 계속 읽어 오신 분은 다 아시겠지만, 종 기준으로 평균 생존 기간이 늘어나는 것 자체가 긴 수명을 주는 유전자를 이롭게 만듭니다(특히 사람처럼 가족을 계속 돌보는 종에서는 긴 수명이 더 번식을 안 한다 해도 이점이 많습니다).  따라서 현재 한국이나 OECD처럼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어가려는 상황은 급격하게 노화 촉진 유전자를 도태시키게 되지요.  지금 같은 상황이 1000년 정도만(대략 40세대) 지속된다면, 아마 수명에 통계적으로 알아볼 만한 변화가 생길 것이라 봅니다. 
  더군다나 OECD 국가들은 결혼 연령도 점점 올라가는 추세니 - 현재 우리 나라의 평균 결혼 연령은 30세가 넘었고 초산 연령도 증가 일로지요 - 혼외 정사로 얻은 아이들을 제외하기로 하면, 평균적으로 30세까지는 살아 있어야 번식이 가능하다는 말이지요.  이러면 시리즈 2편에서 설명한 것처럼, 헌팅턴 병처럼 유전자 하나만 있어도 발병하는 치명적 우성 유전병들은 점점 도태될 것이 분명합니다.

인위적으로 이 과정을 촉진시킬 수 있을까요?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윤리적/도덕적으로 문제가 돼서 그렇지...
  Richard Dawkins의 '이기적 유전자'에서도 이미 나왔던 얘깁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고자 한다면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번째로 특정한 연령, 이를테면 40세 전에는 아기를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몇백 년 후 이 연령 제한선을 50세로 올리고, 또 몇백 년 후에는 조금 더 올리는 일을 계속한다.  예상컨대, 이 방법을 쓰면 인간의 수명은 몇백 년으로 길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그런 정책이 실제로 수행되길 진심으로 원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 Richard Dawkins, 이용철 역, 동아출판사 刊, p.71


  의도적으로 첫 출산 연령을 올려 버리면 되지요.... 하지만 이게 실행 가능하지는 않으니, 개개인이 노화를 늦추기 위해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말해도 됩니다.
  
  =========

  노화에 대한 책들을 보면서 확실한 점이라면, 개개인이 자신의 노화를 지연시키려 애써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개개인의 신체를 만든 유전자는 특정 시간만 되면 스위치가 켜졌다 꺼졌다 하고('다면 발현'의 정의상 당연합니다), 인간의 진화 역사상 이 시계는 평균적으로 대략 성인이 된 사람들이라면 평균적으로 40~60세 정도 살던 시절에 맞춰져 있습니다.  이 점을 이해한다면, '더 젊게 만들어 주겠다'거나 '특정 기관을 청소'한다든가 하는 말이 어떻게 들리겠습니까?  그러니 상당수의 건강 식품들이나, 심지어 비타민이라도 '먹기만 하면 더 좋아진다'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순진한 발상인지 명백할 것입니다.

  漁夫

참고] 시리즈의 앞 글은

* 노화의 진화 이론(1) ; 기계와 생물
* 노화의 진화 이론(2) ; 성숙, 생식률, 사망률
* 노화의 진화 이론(3) ; 생식률과 수명의 관계
* 노화의 진화 이론(4) ; 거장들의 공헌
* 노화의 진화 이론(5) ; 거장들의 공헌 - 직관적인 이해
* 노화의 진화 이론(6) ; 잡다한 것들
*
노화의 진화 이론(7) ; 이론의 예측
* 노화의 진화 이론(8) ; 이론의 예측과 실제 I - 사람
* 노화의 진화 이론(9) ; 불로 집단의 안정성 - simulation
* 노화의 진화 이론(10) ; 'undervaluation of the future' I
* 노화의 진화 이론(11) ; 'undervaluation of the future' II
* 노화의 진화 이론(12) ; Gompertz curve - 생물의 사망률 곡선
* 노화의 진화 이론(13) ; 이론의 예측과 실제 II
* 노화의 진화 이론(14) ; All the lazy guys over the world, unite!
* 노화의 진화 이론(15) ; 웹페이지 살펴보기
* 노화의 진화 이론(16) ; 노화 지연의 확실한 방법 I
*
노화의 진화 이론(17) ; 6000억 원의 내기
* 노화의 진화 이론(18) ; 나이 갖고 놀기
* 노화의 진화 이론(19) ; 억세게 재수없는 사나이
* 노화의 진화 이론(20) ; Gompertz 곡선이 적용 안 되는 구간
* 노화의 진화 이론(21) ; 극도로 느린 노화 사례 [1]
* 노화의 진화 이론(22) ; 小食과 건강, 노화
* 노화의 진화 이론(23) ; 극도로 느린 노화 사례 [2]
*
[원문/번역] 다면 발현, 자연 선택, 그리고 노화의 진화 - G.C.Willi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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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Niveus 2012/02/18 17:32 # 답글

    그러니 인류는 빨리 유전자치료와 나노기술을(...우웁!?)
  • 漁夫 2012/02/19 16:38 #

    유전자를 어케 '싹 갈아칠 것인지'가........ (응?)
  • Niveus 2012/02/19 16:40 #

    ...나노머신 투입해서 전치환을 한다던지(;;;)
    사실 지금이야 말도 안될것같지만 20년정도면 어찌 될것같습니다. 레알로;;;
    양키네동네의 기술발전을 보고있음 이건 뭐 정말 스타게이트라도 열었냐? 싶어짐(;;;)
  • 漁夫 2012/02/19 16:43 #

    기술 발전에 대해 예언하다가 망신 당하겠지만, 노화 문제를 보고 있으면 이게 지금까지의 기술 발전으로 해결 쉽게 가능한가에 대해서 회의적이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

    그래도 지금 정도로 인간이 오래 사는 것도 역사에 없었던 일이니, 솔직히 어케 될지는 잘 모를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약간 회의적이에요. 인간 genome의 대략 8~10% 정도가 노화 속도에 관여한다고 추청하는 학자들이 있는 모양인데, 이렇다면 여기 관여하는 유전자 수는 얼추 3000개에 가깝거든요. 이걸 하나하나 다 제어.... (으갸갸갸)
  • Niveus 2012/02/19 16:56 #

    개인적으로도 반신반의쪽인데 기술의 발전속도, 특히 단백질연구쪽과 유전자 시뮬레이션기술의 기술발전속도를 보면 의외로 고비를 넘기면 쾌속진행일것같기도 합니다.
    ...문젠 그 고비를 언제쯤 넘을것인가 인데 사실 넘어야할 산은 여럿 있으니말이죠.
    나노머신의 정밀하고 안정적인 제조, 운용기술, DNA게놈의 분석기술, 각종 단백질에 관한 연구등등등;;;
    하지만 그 기반이 되는 하드웨어의 발전속도가 워낙 빠른것도 있고 미국쪽에서 막대한 의료비부담에 이쪽 연구에 꽤 돈이 흘러가기 시작한걸 보면 어쩌면... 이란 기대도 합니다.
    미래학자들은 뭐 50년안에 불멸까지 다다를수 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 판국인데요 뭐;;; (불사는 10년안에 기틀이 보인다고 하는 사람까지 있으니;;;)
  • 漁夫 2012/02/19 21:18 #

    불사가 10년 안에 기틀이요? 어익후, 그 전에 암부터 근치시키는 게 먼저 아닌가 싶습니다.

    ...... 모든 암을 다 없애도 평균 수명이 3~5년밖에 길이지지 않는 게 함정입니다만.
  • Niveus 2012/02/19 21:28 #

    ...뭐 개인적으로도 그양반은 너무 빨리 잡는 경향이 있다지만(;;;)
    개인적으론 오히려 암이 10년안에 잡힐거다 생각합니다.
    이미 상당부분 연구성과들은 나오기 시작하고 있고 동물실험중인 신약들중 일부는 꽤 괜찮은 치료율을 보인다고 하고있으니말이죠.
    ...문젠 완벽한 약이 나와서 동물실험등등 과정을 거쳐서 나오려면 훨씬 더 오래걸릴거라는거겠죠;;;
    요새 보니 발표-동물실험-임상실험-인증 하는데 빨라도 4년은 걸리는듯;;;
  • 漁夫 2012/02/20 08:38 #

    전 이 포스팅 http://fischer.egloos.com/4525954 (6000억짜리 내기) 에서 올샨스키 교수 쪽을 지지해서요 ;-)
  • RuBisCO 2012/02/18 18:40 # 답글

    사실 그것도 사실 끝이 있다는 한계점은 명확하니, 차라리 아예 신체를 계속 재생해내는 기술이 확립되는게 제일 확실하겠죠.
    근데 문제는 그 정도 기술력이 될때까지 우리가 살아 있을 가능성이 없을거 같다는거지만요[...]
  • 漁夫 2012/02/19 16:39 #

    문제는 신체의 모든 부분이 거의 같은 속도로 노화하는 게 진화로 인한 노화의 특성이래서, '갈아치는' 것만으로는 참 힘들지요...
  • Allenait 2012/02/19 00:05 # 답글

    유전자치료술이 시급합니다.(?)
  • 漁夫 2012/02/19 16:40 #

    어느 분 말씀으로는 '유전자 치료술은 이렇다; 범죄자 집 안으로 들어가야 체포가 가능한데 지금은 대문도 통과 못 한다'고 하더군요 OxzTL
  • RuBisCO 2012/02/19 17:05 #

    그리고 그 대문을 때려 부수고 들어갔더니 집이 무너지려고 한 케이스도 있죠.
  • 漁夫 2012/02/19 21:19 #

    RuBisCO님 / 병원체들은 저 문을 교묘히 부수고 들어가는데, 자연선택에 의한 시행착오가 얼마나 효율적인지 단적으로 보여 주지요.
  • 노말시티 2012/02/20 11:14 # 답글

    생존의 조건을 바꿔버리면 생각보다 쉽게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요? 뇌에 적절한 혈액을 공급하는 기술만 개발하면 신체의 나머지 부분은 적당한 기계로 대체해 버려도 될테니...
  • 漁夫 2012/02/20 12:49 #

    그 '기계로 대체한다'는 게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가령 인공 판막은 '꽤 쓸 만한' 수준까지는 올라왔다고들 말은 합니다만, 그래도 판막이 닫힐 때 적혈구가 으깨진다고 합니다. 현재 사람의 판막보다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얘기지요.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인공 신장도 완전히 만족하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인간이 만든 신체 장기들은 아직 자연 선택이 만들어 놓은 수준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 그리고 뇌 자체도 노화하니 문제지요.
  • 노말시티 2012/02/20 13:30 #

    대체한다는 건 현재 장기 그대로 기계로 만든다는게 아니라... 뭐 사실 아무 것도 안 붙어 있어도 살 수는 있는 거니까요. 뇌만 살아있다면. 바퀴하고 로봇 팔 정도만 있어도 어느 정도 생활은 가능하겠죠. 하지만 말씀하신대로 지금 수명으로도 뇌가 먼저 노화해버리는 사람이 많다는 게 결정적인 문제겠죠...;;;
  • 漁夫 2012/02/20 20:48 #

    전체 장기가 다 거의 비슷한 속도로 노화한다는 점이 노화 방지 및 수명 연장에는 아주 악마같은 장벽입니다.
  • 효우도 2012/02/20 16:03 # 답글

    운좋게 지금세대의 사람이 불로불사가 되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적이 있습니다.
    100년안에 수명을 50년정도 불려주는 약이 나타나고, 그리고 또 50년이 지나갈 즘에 수명을 100년 늘려주는 기술이 생기고 하는 식으로 무한반복해서.
  • 漁夫 2012/02/20 21:04 #

    그게..... 지금까지는 무한 반복은 별로 가능성이 없는 얘기지요.
  • 댕진이 2012/02/22 18:59 # 답글

    운동은 노화방지에 도움이 안되는 거였습니까? 그런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 漁夫 2012/02/22 23:17 #

    노화는 '시간에 따른 상대적인 취약성 증가'로 정의됩니다. 운동을 하면 절대적으로 몸 상태가 좋아지긴 하지만, "40세 때에도 30세 때 내던 달리기 속도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가 정답일 것입니다.
  • 크흠 2017/02/13 14:42 # 삭제 답글

    몇 만년 전의 우리 조상들에게 혜안이 있어서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사람들끼리만 자녀를 놓았다면 지금세대의 우리들은 판타지 세계의 엘프들처럼 엄청 오래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 漁夫 2017/02/13 22:06 #

    ... 그랬다면 번식력이 떨어져서 대략 2만 년 전의 큰 인구 병목을 이기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현시창이죠.
  • 크흠 2017/02/14 14:24 # 삭제

    그렇겠네요. 그 인구 병목 시기를 지나서도 이런저런 전염병이나 크고작은 전쟁, 맹수의 위협때문에 건강하게 오래사는 사람들은 오래 못사는 사람에 비해 젊은 시기에 육체적으로 약해서 자손을 못 남기고 죽는 경우가 많아서 힘들까요?
  • 漁夫 2017/02/14 21:37 #

    그럴 수도 있고요. 그보다는 인간이 서로 죽여 대는 성향 때문에요(전염병이 크게 문제가 된 것은 농업 시대 이후니까요).

    부족 사회를 연구하면 남성의 15~40% 가량이 평균적으로 전쟁 때문에 죽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성은 훨씬 덜 희생되는 편이었지만, 여성까지 죽인 일도 드물진 않죠. 몸을 수리해 봐야 전쟁 때문에 죽는다면 말짱....
  • 크흠 2018/12/04 22:53 # 삭제 답글

    http://m.chosun.com/news/article.amp.html?sname=news&contid=2018032600254
    한국인의 초산연령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황이 되었네요. 이게 유지된다면 장기적으로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가장 높아지려나요. 살기 힘들어서 아이를 안낳거나 늦게 낳는데 오히려 평균수명을 늘려준다니 아이러니합니다.
  • 漁夫 2018/12/07 21:19 #

    글쎄요 외국인이 많이 유입되니 효과가 즉각 나타나지야 .....
  • ㅇㅇ 2019/03/19 15:00 # 삭제 답글

    소득수준과 지능지수는 어느정도 상관관계가 있고, 소득수준이 낮은 집단은 한국에서 결혼조차 힘드니까 시간이 흐르면 한국인의 평균지능 증가도 나타나겠는데요.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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