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의 진화 이론(16) ; 노화 지연의 확실한 방법 I을 쓴 지도 거의 2년이 다 돼 가는군요. 시간은 참 잘 갑니다 -.- 간단히 노화 지연에 대한 언급 하나만 하도록 하지요.
바로 앞 포스팅에서 앞으로 인간 수명이 늘어날까 하는 리플 질문에 '아마도 그럴 거다'라 답을 달았습니다. 이 시리즈를 계속 읽어 오신 분은 다 아시겠지만, 종 기준으로 평균 생존 기간이 늘어나는 것 자체가 긴 수명을 주는 유전자를 이롭게 만듭니다(특히 사람처럼 가족을 계속 돌보는 종에서는 긴 수명이 더 번식을 안 한다 해도 이점이 많습니다). 따라서 현재 한국이나 OECD처럼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어가려는 상황은 급격하게 노화 촉진 유전자를 도태시키게 되지요. 지금 같은 상황이 1000년 정도만(대략 40세대) 지속된다면, 아마 수명에 통계적으로 알아볼 만한 변화가 생길 것이라 봅니다.
더군다나 OECD 국가들은 결혼 연령도 점점 올라가는 추세니 - 현재 우리 나라의 평균 결혼 연령은 30세가 넘었고 초산 연령도 증가 일로지요 - 혼외 정사로 얻은 아이들을 제외하기로 하면, 평균적으로 30세까지는 살아 있어야 번식이 가능하다는 말이지요. 이러면 시리즈 2편에서 설명한 것처럼, 헌팅턴 병처럼 유전자 하나만 있어도 발병하는 치명적 우성 유전병들은 점점 도태될 것이 분명합니다.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윤리적/도덕적으로 문제가 돼서 그렇지...
Richard Dawkins의 '이기적 유전자'에서도 이미 나왔던 얘깁니다.
-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 Richard Dawkins, 이용철 역, 동아출판사 刊, p.71
의도적으로 첫 출산 연령을 올려 버리면 되지요.... 하지만 이게 실행 가능하지는 않으니, 개개인이 노화를 늦추기 위해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말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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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에 대한 책들을 보면서 확실한 점이라면, 개개인이 자신의 노화를 지연시키려 애써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개개인의 신체를 만든 유전자는 특정 시간만 되면 스위치가 켜졌다 꺼졌다 하고('다면 발현'의 정의상 당연합니다), 인간의 진화 역사상 이 시계는 평균적으로 대략 성인이 된 사람들이라면 평균적으로 40~60세 정도 살던 시절에 맞춰져 있습니다. 이 점을 이해한다면, '더 젊게 만들어 주겠다'거나 '특정 기관을 청소'한다든가 하는 말이 어떻게 들리겠습니까? 그러니 상당수의 건강 식품들이나, 심지어 비타민이라도 '먹기만 하면 더 좋아진다'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순진한 발상인지 명백할 것입니다.
漁夫
참고] 시리즈의 앞 글은
* 노화의 진화 이론(1) ; 기계와 생물
* 노화의 진화 이론(2) ; 성숙, 생식률, 사망률
* 노화의 진화 이론(3) ; 생식률과 수명의 관계
* 노화의 진화 이론(4) ; 거장들의 공헌
* 노화의 진화 이론(5) ; 거장들의 공헌 - 직관적인 이해
* 노화의 진화 이론(6) ; 잡다한 것들
* 노화의 진화 이론(7) ; 이론의 예측
* 노화의 진화 이론(8) ; 이론의 예측과 실제 I - 사람
* 노화의 진화 이론(9) ; 불로 집단의 안정성 - simulation
* 노화의 진화 이론(10) ; 'undervaluation of the future' I
* 노화의 진화 이론(11) ; 'undervaluation of the future' II
* 노화의 진화 이론(12) ; Gompertz curve - 생물의 사망률 곡선
* 노화의 진화 이론(13) ; 이론의 예측과 실제 II
* 노화의 진화 이론(14) ; All the lazy guys over the world, unite!
* 노화의 진화 이론(15) ; 웹페이지 살펴보기
* 노화의 진화 이론(16) ; 노화 지연의 확실한 방법 I
* 노화의 진화 이론(17) ; 6000억 원의 내기
* 노화의 진화 이론(18) ; 나이 갖고 놀기
* 노화의 진화 이론(19) ; 억세게 재수없는 사나이
* 노화의 진화 이론(20) ; Gompertz 곡선이 적용 안 되는 구간
* 노화의 진화 이론(21) ; 극도로 느린 노화 사례 [1]
* 노화의 진화 이론(22) ; 小食과 건강, 노화
* 노화의 진화 이론(23) ; 극도로 느린 노화 사례 [2]
* [원문/번역] 다면 발현, 자연 선택, 그리고 노화의 진화 - G.C.Williams
덧글
사실 지금이야 말도 안될것같지만 20년정도면 어찌 될것같습니다. 레알로;;;
양키네동네의 기술발전을 보고있음 이건 뭐 정말 스타게이트라도 열었냐? 싶어짐(;;;)
그래도 지금 정도로 인간이 오래 사는 것도 역사에 없었던 일이니, 솔직히 어케 될지는 잘 모를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약간 회의적이에요. 인간 genome의 대략 8~10% 정도가 노화 속도에 관여한다고 추청하는 학자들이 있는 모양인데, 이렇다면 여기 관여하는 유전자 수는 얼추 3000개에 가깝거든요. 이걸 하나하나 다 제어.... (으갸갸갸)
...문젠 그 고비를 언제쯤 넘을것인가 인데 사실 넘어야할 산은 여럿 있으니말이죠.
나노머신의 정밀하고 안정적인 제조, 운용기술, DNA게놈의 분석기술, 각종 단백질에 관한 연구등등등;;;
하지만 그 기반이 되는 하드웨어의 발전속도가 워낙 빠른것도 있고 미국쪽에서 막대한 의료비부담에 이쪽 연구에 꽤 돈이 흘러가기 시작한걸 보면 어쩌면... 이란 기대도 합니다.
미래학자들은 뭐 50년안에 불멸까지 다다를수 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 판국인데요 뭐;;; (불사는 10년안에 기틀이 보인다고 하는 사람까지 있으니;;;)
...... 모든 암을 다 없애도 평균 수명이 3~5년밖에 길이지지 않는 게 함정입니다만.
개인적으론 오히려 암이 10년안에 잡힐거다 생각합니다.
이미 상당부분 연구성과들은 나오기 시작하고 있고 동물실험중인 신약들중 일부는 꽤 괜찮은 치료율을 보인다고 하고있으니말이죠.
...문젠 완벽한 약이 나와서 동물실험등등 과정을 거쳐서 나오려면 훨씬 더 오래걸릴거라는거겠죠;;;
요새 보니 발표-동물실험-임상실험-인증 하는데 빨라도 4년은 걸리는듯;;;
근데 문제는 그 정도 기술력이 될때까지 우리가 살아 있을 가능성이 없을거 같다는거지만요[...]
인간이 만든 신체 장기들은 아직 자연 선택이 만들어 놓은 수준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 그리고 뇌 자체도 노화하니 문제지요.
100년안에 수명을 50년정도 불려주는 약이 나타나고, 그리고 또 50년이 지나갈 즘에 수명을 100년 늘려주는 기술이 생기고 하는 식으로 무한반복해서.
부족 사회를 연구하면 남성의 15~40% 가량이 평균적으로 전쟁 때문에 죽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성은 훨씬 덜 희생되는 편이었지만, 여성까지 죽인 일도 드물진 않죠. 몸을 수리해 봐야 전쟁 때문에 죽는다면 말짱....
한국인의 초산연령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황이 되었네요. 이게 유지된다면 장기적으로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가장 높아지려나요. 살기 힘들어서 아이를 안낳거나 늦게 낳는데 오히려 평균수명을 늘려준다니 아이러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