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09 08:42

노화의 진화 이론(23) ; 극도로 느린 노화 사례 [2] ㄴ노화(老化)의 진화 이론

  노화의 진화 이론(21) ; 극도로 느린 노화 사례 [1]에서는 fulmar를 일생 동안 연구해 오신 학자분을 예로 들었는데, 이 '갈매기 사냥의 달인(?)' 사례를 보면 수명이 긴 동물을 오래 연구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1) 숫자가 그리 많지 않은 대상을 연구하기 때문에 통계적 문제가 따른다.  인간을 별도로 치고, 대개 수명이 긴 동물은 
   집단의 개체수가 많지 않다.
 2) 사육 상태에서 보는 편이 사고(나 포식)가 아닌 노화의 영향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데,
북극 고래 같이 150
   년 이상이 최고 수명인 넘이 죽을 때까지 사육해야 한다면... (Show me the money...)

  반면에 지중해광대파리 같은 넘은 사람이 무려
120만 개체가 다 죽을 때까지 실험실에서 관찰이 가능하지 않은가.  이러니 사람 기준에서 극도로 오래 사는 동물들에 대한 연구 결과가 많지 않은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면, 거북이나 일부 어류처럼 노화의 영향을 거의 관찰할 수 없는 생물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  노화도 설명이 필요한 만큼(그리고 그 설명이 많은 생물에 대해 충분히 일반적이라 볼 수 있는 만큼) 노화 속도가 아주 느린 경우도 설명이 필요하긴 마찬가지다.  그를 위해 무려
2년이 넘은 포스팅에서 나온 그림 하나를 다시 가져오겠다. 

  내 포스팅들에서 숱하게 나온 얘기지만 다시 강조하자면, 노화가 없다는 것은 나이 들수록 더 잘 죽는 성향이 없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성숙 이후는) 연령에 따라 사망률이 일정하므로(즉 생존률도 일정하므로) 살아남아 있는 개체는 지수함수적으로 감소한다.  만약 성숙 이후 번식률도 일정하다면, 개체 생애 동안 이 시간 동안에 자식을 남길 가능성 역시 지수함수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는, 시간에 따라 유전자 전달 가능성도 지수적으로 감소하니 노화를 억제할 '유전자의 동기'는 마찬가지로 지수적으로 감소하게 마련이다.
  이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유전자 전달 확률이 떨어지는 것이 노화의 근본 동력이다.  그렇다면 '시간에 따른 유전자 전달 확률의 감소'를 줄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몇 가지 단순한 추론이 가능하다.

  1) 안전한 환경 ; 여러 번 나왔듯이 이유가 뭐건 '오래 사는 것' 자체가 노화 속도를 줄인다.  고슴도치처럼 무장하거나,
       새처럼 날거나, 아니면 포식자가 거의 없는 섬에 가든지, 땅속에 살든가.  몸 자체를 키우거나.
  2) 성숙 에도 계속 생식률이 증가하는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이유로 생식률이 증가하면, 이것은 지수함수적으
       로 개체 수가 줄어드는 효과를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육아 경험이 쌓이면서 아이의 생존률 자체가 증가한다
       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아예 일부 어류처럼 몸이 커지면서 낳을 수 있는 알의 수가 증가하는 수도 있다(이 경우
       몸이 커져서 포식자에 먹힐 가능성도 줄어들므로 일거양득이다).  몇 사례에서는 성숙 후 오히려 '더 젊어지는', 즉
       사망률이 낮아지는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사실 이것들은 Williams가 1957년 논문에서 이미 거의 결론을 내 놓은 것들이다.
  저명한 노화학자 Caleb Finch가 쓴 mini-review인 'Update on slow aging and negligible senescence(pdf; 2009)'는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아 볼 간명한 자료다.  여기서 Finch 자신은 네 가지 요인을 들고 있다.

  a) 개체가 피식이나 영양 결핍을 피할 기술이 늘어난다.
  b) 신체가 자란다.
  c) 항원에 대한 면역 기능이 나아진다.
  d) 성숙 이후 신체를 수리하거나 재생하는 기능이 나아진다.

  이런 경우 생활사 후반이 번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기 때문에 노화는 지연된다.  Finch는 '무시할 만한 노화 속도(negligible senescence)'를 보이는 실제 동물의 사례로 거북, rockfish, 벌거숭이 두더지 쥐(naked mole-rat)을 들고 있다.
  거북의 경우 별로 설명이 필요 없을 텐데, 외관상으로 늙는 기미도 볼 수 없다고 한다.  등껍질이 피식률을 낮춰 주기도 하지만, 많은 파충류가 그렇듯이 계속 자라는 것도 한 몫 할 것이며, 특히 나이가 들수록 알을 더 많이 낳는다고 하니 노화를 늦출 만한 요인은 다 갖고 있는 셈이다.  Justin Congdon이란 분이 40년 넘게 두 종류의 거북을 연구하셨는데, 이 분이 수 년 전에 은퇴하신 후 project가 중단돼 버렸다는 '비극적인' 소식이.... 
  rockfish 종들은 나이에 따라 몸이 커진다는 증거가 없는데도 수명이 대단히 길다.  심해에서 잡히는 것들이 긴 수명 기록을 보인다니(방사성 동위원소 측정 및 성장에 따라 나타나는 특징적인 무늬로 나이를 파악) 이들이 오래 살게 된 근본 원인은 피식률이 낮은 때문으로 보이는데, 어느 종에서는 나이가 증가하면서 난자의 질도 올라간다는 증거가 있다.  이것이 노화 속도를 낮추는 데 일조했을 가능성이 있다.
  naked mole-rat은 크기가 10cm 부근이며 체중이 30~80g 정도로 상당히 작기 때문에, 이들이 사육 상태에서 28년 이상 살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놀랍다.  이 포스팅에서 설명했듯이 사회 구조도 흥미롭지만, 외관은 꼽추 비슷하게 등이 굽거나 체내 노화 산물 농도(e.g. AGE 등등)가 높아지는 등 노화 지표가 올라가데도 활력에 크게 손상을 입는 것 같은 기미가 별로 안 보인다는 점이 재미있다고 한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땅 속에 있기 때문에 피식률이 낮을 것이다.
  그러면, 사람은 어떤가?  100세 넘은 경우 주변 사람들에게 의지하지 않으면 사실상 생존할 수 없다고 봐도 되며, 특히 미국에서 수명 자료를 얻은 최근 분석의 결과 105세가 넘어도 Gompertz 곡선의 기울기가 감소하는 기미는 없었다고 한다.  이는 이 전 포스팅에서 Vaupel 등이 얻었던 결론을 부정한다.  물론 이 때 이미 사망률은 60%/年 정도니 무지무지한 수준이지만 말이다.  사람의 평균 수명이 많은 동물 기준에서 무지무지하게 길긴 하지만 노화 속도까지 '무시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漁夫

참고] 시리즈의 앞 글은

*
노화의 진화 이론(1) ; 기계와 생물
* 노화의 진화 이론(2) ; 성숙, 생식률, 사망률
* 노화의 진화 이론(3) ; 생식률과 수명의 관계
* 노화의 진화 이론(4) ; 거장들의 공헌
* 노화의 진화 이론(5) ; 거장들의 공헌 - 직관적인 이해
* 노화의 진화 이론(6) ; 잡다한 것들
*
노화의 진화 이론(7) ; 이론의 예측
* 노화의 진화 이론(8) ; 이론의 예측과 실제 I - 사람
* 노화의 진화 이론(9) ; 불로 집단의 안정성 - simulation
* 노화의 진화 이론(10) ; 'undervaluation of the future' I
* 노화의 진화 이론(11) ; 'undervaluation of the future' II
* 노화의 진화 이론(12) ; Gompertz curve - 생물의 사망률 곡선
* 노화의 진화 이론(13) ; 이론의 예측과 실제 II
* 노화의 진화 이론(14) ; All the lazy guys over the world, unite!
* 노화의 진화 이론(15) ; 웹페이지 살펴보기
* 노화의 진화 이론(16) ; 노화 지연의 확실한 방법 I
*
노화의 진화 이론(17) ; 6000억 원의 내기
* 노화의 진화 이론(18) ; 나이 갖고 놀기
* 노화의 진화 이론(19) ; 억세게 재수없는 사나이
* 노화의 진화 이론(20) ; Gompertz 곡선이 적용 안 되는 구간
* 노화의 진화 이론(21) ; 극도로 느린 노화 사례 [1]
* 노화의 진화 이론(22) ; 小食과 건강, 노화
*
[원문/번역] 다면 발현, 자연 선택, 그리고 노화의 진화 - G.C.Williams

핑백

덧글

  • 2012/02/09 09:1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漁夫 2012/02/09 22:30 #

    ㄱㅈ가 되면 성호르몬으로 인한 손상은 덜 입습니다만, 그 외에도 다른 유전자들이 열심히 노화를 발현해 주시므로 노화가 없어지리라고 생각은 못 하지요. 물론 성호르몬 손상만 해도 꽤 됩니다만.
  • asianote 2012/02/09 12:10 # 답글

    뭐 동물들은 일반적으로 식물보다 오래 생존하기 어려운 모양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이 저기 미국 어디엔가 있다던데 이름이 메타세콰이어던가 하는 넘일 겁니다.
  • 漁夫 2012/02/09 22:33 #

    지상 동물들은 세쿼이어 같은 지상 giant 식물처럼 커지기는 좀 곤란하겠지요. 동물들은 '이동'하는 것이 장점이기 때문에 어느 한도 이상 커지면 몸 자체를 이동 충격에서 지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요. 고래처럼 바다 속에 살면 또 모를까요...
    크기는 당연히 피식률을 낮추기 때문에, 수명과 상관이 크지요.
  • 소드피시 2012/02/09 17:51 # 답글

    지금의 인간은 몰라도 문명이 충분히 오래 지속된다면 진화의 선상에서 인류의 노화 속도가 줄어들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漁夫 2012/02/09 22:35 #

    네, 저도 지금 정도의 상태가 1만 년 이상 지속되면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고도 남을 정도라고 봅니다. 한국만 해도 초혼 연령 평균이 30세가 넘어갔대니, 평균적으로 30세 이하에서 발현하여 결혼을 실제 불가능하게 만드는 유전자들은 도태의 과정을 밟는다고 봐야지요.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될 수 있으니 (더 나이 어린) 가족에게 주는 이득을 고려하면 인생 후반기가 번식에 주는 기여분이 점점 커지고 있거든요.
  • 소드피시 2012/02/10 12:19 #

    우리 대에서는 오래는 살아도 노년으로 고통받는 기간만 길겠군요. 어린 시절에 꿈꾸던 미래의 로망은... 흑흑. 암튼 노화의 속도가 줄어드는 것과는 별개로 노화로ㅇ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은 따로 발전하지 않을까요?
  • 漁夫 2012/02/10 12:51 #

    Steven Austad 박사의 언급을 보시지요; http://fischer.egloos.com/4525954 의 마지막 부분.

    jane님 말마따나 '돈과 유전자가 지배하는 더러운 세상' ;-)
  • 소드피시 2012/02/10 15:26 #

    아하. 그냥 간단히 돈만 많이 벌면 장수는 문제 없겠군요. 자 이제 돈을 함 벌어볼...ㅇ으흑흑. ㅠㅠ

    그냥 평범히 살다 평범하게 가렵니다. 쓸데 없는 장수는 사절.
  • 漁夫 2012/02/10 17:20 #

    하하 ;-)
  • Niveus 2012/02/10 00:49 # 답글

    결국은 자연적 진화를 못기다린 인류는 유전적 조작으로... 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됩니다.
    아직은 기술의 부족과 연구부족으로 무리겠지만 백년안에 해결되지 않을까요. (笑)
    아무래도 불로장생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프레이즈중 하나니말이죠 -_-;;;
  • 漁夫 2012/02/10 08:34 #

    '진화'란 건 사람이 어떻게 해 보기 쉽지 않은데, 조작까지 한다는 건 좀 (笑)

    불로장생은 샹그릴-라만큼이나 오래된 ;-)
  • net진보 2012/02/10 07:22 # 답글

    .....장수생물 노화를 연구하는것도......힘든일이군요;;;.....
  • 漁夫 2012/02/10 08:34 #

    네. 돈이 많이 들고, 연구를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에 생각보다 좋은 결과가 많이 나오지 않는 모양입니다.
  • RuBisCO 2012/02/10 21:15 # 답글

    저쯤 되면 돈만 문제가 아니고 연구자가 먼저 늙어죽어버리겠군요 ㄷㄷㄷㄷ
  • 漁夫 2012/02/10 21:45 #

    fulmar 갈매기 연구자께서는 확실히 먼저.... ㄷㄷㄷ
  • 크흠 2017/03/05 11:35 # 삭제 답글

    http://www.yonhapnewstv.co.kr/MYH20160815008800038/?did=1825m

    400년 이상을 사는 그린란드 상어가 발견되었다네요. 얘들은 천적이 거의 없어서 수명이 늘어난 케이스일까요?
  • 漁夫 2017/03/06 00:24 #

    저도 이 기사를 보긴 했는데, 이 정도 크기라면 고래처럼 포식을 피할 정도로 크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대체 어떻게 포식을 피해서 수명이 이렇게 늘어났는지 신기합니다.
  • 크흠 2018/04/14 16:55 # 삭제 답글

    http://dongascience.donga.com/news/view/21375

    구글이 벌거숭이두더지쥐를 연구한다는군요. 레이커즈와일이 슬슬 급할 나이가 된 것 같은데 빨리 연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漁夫 2018/04/15 09:50 #

    적용이 안 된다면 대체 이유가 뭔지 신기합니다.

    사실 유전자 전파에 최적인 사망률 증가 곡선이 지수적(Gompertz)이란 것도 경험칙이지, 이론 계산으로까지 확인되진 않았죠. 이래저래 참 신기하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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